CAFE

❑평화칼럼

영화 「국제시장」과 희망

작성자안 엘리지오|작성시간26.06.20|조회수27 목록 댓글 0

영화 「국제시장」과 희망 

 




최근 몇 년간 새해 첫날에는 영화를 봤다. 수년간 하다 보니 이제는 연례 가족행사가 됐다. 재작년에는 「레미제라블」, 지난해는 「어바웃 타임」, 올해는 「국제시장」이었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는 으레 한두 마디씩 영화평을 하게 된다. 「레미제라블」에서는 배우들의 노래 실력과 프랑스 역사가, 「어바웃 타임」에서는 신선한 아이디어가 주제였다.

그런데 「레미제라블」이나 「어바웃 타임」과 달리 올해는 가족 간의 반응이 아주 달랐다. 흥남 철수 때 잃어버린 여동생을 찾는 장면에서 울컥했다는 아버지와 달리 대학생인 큰아들은 “볼 만은 했지만 친구들이 왜 아무도 이 영화를 보러 가자고 하지 않는지 알겠다”고 했다. 40~50대도 영화에 나왔던 6·25 전쟁과 독일 광부, 월남 파병 같은 역사적 사건이 낯서니 20대 아들 세대야 오죽할까?

누가 뭐래도 이 영화 관객의 주축은 중ㆍ장년층이다. CGV 자료를 보면 영화표를 산 관객 가운데 40대 이상이 38.7%에 달했다. 특히 개봉 3주차까지 「국제시장」을 가장 많이 본 연령층 1위를 차지할 정도로 50~60대 남자 관객이 초반 분위기를 주도했다.

영화를 찍은 윤제균 감독은 얼마 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역·민족·세대가 화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소통을 강조했다.

하지만 감독의 바람과는 달리 영화평론가들의 반응은 아주 차가웠다. 한 평론가는 “이 고생을 우리 후손이 아니고 우리가 해서 다행이라고 말하는데 정말 토가 나온다”고 했다. 진보 논객으로 유명한 또 다른 인사는 “윤제균 감독은 정면 승부 대신 썰렁한 개그와 싸구려 신파로 재포장해 내놓는 길을 택한 것 같다”고 했다.

평론가들의 혹평에도 불구하고 이영화는 지난 13일 개봉 28일 만에 관객 1000만을 돌파했다. 1000만 명이 넘는 국민이 영화를 봤으니 「국제시장」에 대한 해석은 아버지와 아들, 감독과 평론가가 다를 수밖에 없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영화 「국제시장」이 우리 사회에 던진 메시지는 꿈과 희망이라 생각한다. 「국제시장」에는 연극이나 영화에서 극의 재미를 더하는 감초 역할인 ‘카메오’로 고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 패션업계의 대부 고 ‘앙드레 김’ (김봉남), 가수 남진이 출연한다.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는 정주영 명예회장은 성공한 기업가, 앙드레 김은 유명 패션 디자이너, 남진은 국민 가수를 희망했고 마침내 꿈을 이뤘다. 주인공 덕수는 독일 함보른 탄광, 베트남 전쟁터에 갔고 목표였던 동생의 대학 등록금과 결혼 자금을 벌었다.

새해가 밝은지 한 달이 가까워졌다. 하지만 의정부 아파트 화재를 비롯해 각종 사고가 잇따르는 등 사회 분위기는 여전히 뒤숭숭하고, 한국은행이 올 경제 성장률을 3.9%에서 3.4%로 내려 잡는 등 경제적 어려움도 계속되고 있다.

그래선지 요즘 사회에서 꿈과 희망을 이야기하면 왠지 이상한 사람처럼 취급받기 십상이다. 그러나 경제가 어렵고 사회가 뒤숭숭하다고 해서 희망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될 일이다.

유명한 라틴어 문구 중에 “둠 스피로 스페로”(dum spiro, spero)란 말이 있다. 해석하면 “숨 쉬는 한 희망이 있다”는 것이다. 더 부연하면 “내가 희망을 버리지 않으면 희망은 결코 나를 버리지 않는다”는 뜻이다.

1월에 세운 계획이 달성돼 있는 멋진 을미년 연말을 기대해 본다.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