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산 반도의 내변산은 전라북도의 보물
(기행 수필)
루수/김상화
가을의 황금 햇살이 쏟아지는 날, 임과 함께 고요한 시골의 어느 마을 입구에 환하게 핀 코스모스 길을 걷고
싶다. 코스모스의 하늘하늘 춤추는 모습도 감상하고 나비와 벌들이 꿀을 따는 모습도 보고 싶다. 그때 감춰두었던 사랑 이야기도 살짝 꺼내어 보면
어떨까? 그래서 수줍은 미소를 지으며 대화가 오갈 때 우리는 얼마나 행복할까? 이렇게 향기로운 생각을 하며 집을 나섰다. 오늘 해피 가족이
변산반도에 있는 내변산을 가려고 차가 대기하고 있는 곳을 향해 걷는다. 작년 이맘때였다. 해피 가족은 내변산 산행을 하기 위해 그곳을 갔다가
태풍으로 인해 산행하지 못하고 내소사만 둘러보고 왔다. 그래서 오늘 재도전을 하는 셈이다. 그런데 이게 웬일일까? 그때처럼 비가 내리려는지 재색
구름이 하늘을 덮었다. 오늘도 역시 하늘이 돕지 않으면 산행을 할 수 없을 것 같다. 비가 오고 안 오고는 하늘의 뜻이다. 버스는 아무 생각
없이 신바람 나게 달린다. 달리는 버스 안에서 차창 밖을 내다보았다. 혹시나 비가 오면 어쩌지 하는 마음에 자꾸 하늘을 바라보게 된다.
차에서 내리고 보니 다행히 비는 오지 않을 것 같다. 왜 이리도 기분이 상큼할까? 아마도 신선한 공기가 허파를 통해 온몸으로
퍼지기 때문인 것 같다. 아니다. 집에서 걸어 나올 땐 임과 함께 코스모스 길을 걷고 싶은 마음이었다. 다정다감하고 사랑스럽게 걷고 싶다는
낭만적인 생각이 머리에 숨어있었나 보다. 그러한 생각이 기분 좋게 웃으며 튀어나왔나 보다. 기분이 참으로 향기롭다. 오늘은 향긋한 기분으로
산행을 하고 싶다. 앞에는 변산반도 국립공원이란 글자가 자랑스럽게 세워져 있다. 국립공원이란 우리나라의 자연생태계와 문화 경관을 대표하는 지역을
선정한 곳이다. 하늘이 준 자연 유산을 엄정하게 보전하고 지속해서 이용을 도모하기 위해 국가가 지정하고 관리까지 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22개
국립공원이 지정되어 있다
모두 모여 기념사진을 찍고 내변산 탐방로란 아치를 통과한다. 탐방로를 통과하자마자 생각지도 못한 대나무
숲길이 나타난다. 오솔길 양쪽에 대나무가 빼곡히 들어서 있어 매우 이색적인 풍경을 자아낸다. 그래서 내변산의 첫 이미지가 향기롭게 느껴진다.
대나무 숲에선 새들이 옹기종기 모여 자기들만의 감미로운 언어로 대화한다. 새소리는 언제 들어도 향기롭고도 감미롭다. 자연은 아름다움과 향기로운
소리를 우리에게 제공한다. 산에 오거나 여행을 하지 않고서는 감히 보고 들을 수 없을 것들이다. 오늘은 이 아름다운 자연의 소리를 마음껏 듣고
담아 가고 싶다. 필자는 걸으면서 자연으로부터 들려오는 물소리와 새소리 그리고 바람이 나뭇잎을 스쳐 가는 소리에 심취되었다. 기분이 황홀한
느낌이다. 때로는 그리움도 그려내고 하늘을 덮어버린 비정한 구름도 그려본다. 이러한 것들이 자연과 무언의 대화가 아닐까요?
이곳을 오기 전에 내변산은 호남의 5대 명산이며 우리나라 100대 명산의 한 곳이라고 들었다. 호남 5대 명산은 내장산,
천관산, 두륜산, 월출산, 내변산이다. 변산반도 국립공원은 내변산과 외변산으로 나뉘는데 외변산은 서해를 끼고 변산해수욕장, 고사포 해수욕장,
격포 해수욕장 등이 있고 변산반도 안쪽으로는 내변산이 있다. 내변산은 산과 계곡, 폭포 그리고 바다 조망을 함께 볼 수 있다는 점이다. 내변산
정상 관음봉에 올라 서해의 낙조를 감상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라고 한다. 어떠한 고난이 닥칠지라도 관음봉 정상까지 올라갈 것이다. 그러나 오늘은
구름이 덮고 시야가 흐려 낙조를 감상하지 못할 것 같다.
동료들과 내변산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며 걷다 보니 나무에 "꽝꽝나무"란
이름표를 달아놓은 것을 보았다. 처음 보는 나무의 이름이라 신기하게 느껴진다. "꽝꽝"이란 이름은 나무를 태울 때 "꽝꽝" 하며 대포 터지는
소리가 난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꽝꽝" 나무는 소나무처럼 사계절 푸른 잎을 가진 나무다. 작은 키의 나무로 추운 겨울에도 푸른 잎을 달고
생활한다. 그래서 주로 따뜻한 남쪽 지역에서 살아가고 있다.
부안 변산면 중계리의 "꽝꽝"나무 군락은 천연기념물 제124호로 그 분포상
꽝꽝나무가 자랄 수 있는 가장 북쪽 지역이기 때문에 군락을 보호하며 관리하고 있다고 한다.
얼마 걷지 않았는데 부안(扶安)
실상사지(實相寺址)가 있다. 이것은 전라북도 기념물 제77호로 부안군 변산면 중계리에 있다. 내변산의 직소폭포로 가는 길의 천왕봉과 인장봉
사이에 자리 잡은 실상사는 신라 신문왕 9년(689)에 초의스님이 처음 짓고 조선 시대 때 효령대군이 고쳐 지은 것이다. 실상사는 내변산에 있는
4대 사찰 중의 하나로 고려 시대에 제작한 불상과 대장경 등 소중한 유물을 간직한 유서 깊은 절이다. 대웅전과 나한전, 산신각 등이 있었으나
1950년의 화재로 모두 불타고 터만 남았다. 절터에는 3개의 부도가 남아 있으며 그중 2기는 종(鐘) 모양의 부도로 상태가 비교적 좋은
편이다.
내변산에는 봉래구곡이 있다. 오늘은 시간이 없어 구곡을 모두 보지 못하고 갈 것 같다. 몇 군데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한다. 변산반도국립공원의 신선대의 신선 샘에서 발원한 물줄기가 내변산을 지나 서해바다 입구인 해창까지 이어지는 계류로 약 20km의 구간에서
만들어진 아홉 개의 계곡을 말한다. 제1곡 대소, 제2곡 직소폭포, 제3곡 분옥담, 제4곡 선녀탕, 제5곡 봉래곡, 제6곡 금강소, 제7곡
영지, 제8곡 백천, 제9곡 암지까지 아홉 개의 계곡이 멋진 비경을 만들며 힘차게 흐른다
내변산 분소의 주차장에서 우리는
1.4km를 걸었다. 여기서 직소폭포까지는 0.9km가 남았다. 직소폭포를 보기 위해 조그마한 "직소보 다리"를 건너 부지런히 걸었다. 직소보
전망대에 도착했는데 아름다운 호수가 보인다. 울창한 나무숲에 둘러싸인 호수는 파란 물을 가득 담고 있다. 얼마나 아름다운지 넋을 놓고
바라보았다. 산 중턱에서 이렇게 아름다운 호수를 보고 간다는 것은 하늘이 준 큰 복이다. 이 아름다움을 눈에 가득 담아가야 한다. 행여 먼 훗날
생각할 수 있게 사진기에도 담아 가자. 우리는 이곳의 전망대에서 하늘에서 내려준 아름다움을 감상하며 추억을 간직할 사진을 찍어댄다.
직소보는 1991년 부안댐이 건설되기 전에 부안군민의 비상 식수원으로 사용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인공 보" 이다. 직소폭포에서 떨어진
물이 분옥담, 선녀탕을 지나 이곳 직소보에 모이며, 전망대의 모양은 미선나무 열매 모양을 형상화하여 부드러운 곡선의 미(美)를 만들어 냈다고
한다. 내변산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직소보는 산속에 잔잔하게 펼쳐진 하나의 바다 같다. 그래서 내변산을 더욱 아름답게 만들어낸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바다와 같은 호수는 굽이굽이 황홀한 풍경에 넋을 놓을 정도라 할까? 이 아름다움은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직소폭포(直沼瀑布) 옆까지 갈 수 있게 등산길을 만들지 않았다. 조금 떨어진 전망대에서 이 아름다운 광경을 감상해야 한다.
내변산의 대표적인 관광명소로 불리는 직소폭포(直沼瀑布)는 높이 30m에서 시원하게 곡선을 그리며 엄청난 물을 쏟아내는 아름다운 폭포다. 둥근
못으로 곧바로 물줄기가 떨어진다고 하여 직소(直沼)란 이름이 붙여지게 되었다고 한다. 직소폭포(直沼瀑布)는 채석강과 함께 변산반도 국립공원을
대표하는 절경의 폭포다.
육중한 암벽단애(岩壁斷崖) 사이로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쉴 새 없이 쏟아지는 물이 그 깊이를 헤아리기 어려울
만큼 깊고 둥근 소(沼)를 이룬다. 이 소를 실상용추(實相龍湫)라고 하며, 이 물은 다시 제2, 제3의 폭포를 이루며 분옥담, 선녀탕 등의
경관을 이루는데, 이를 봉래구곡(蓬萊九曲)이라 한다. 이곳에서 흐르는 물은 다시 백천 계류로 이어져 뛰어난 산수미(山水美)를 만든다. 30m의
높이에서 떨어지는 직소폭포(直沼瀑布)는 웅장하고도 아름답다. 장관을 이룬 물줄기는 아름다움의 극치라 할 수 있다. 이 폭포는 변산반도 8경 중
2경에 속한다고 한다. 변산반도의 남서부 산악지대인 안변산 지역의 선인봉 동남쪽 기슭에 직소 천의 지류들이 계곡을 따라 흐르며 이룬
계류폭포이다. 웅장한 소리를 내며 떨어지는 폭포 아래에는 1.5㎢에 이르는 용소가 있다.
이곳에는 용이 살았다는 전설이 전해지며,
가뭄이 심할 때는 현감이 용소 앞에서 기우제를 지냈다고 한다. 직소폭포(直沼瀑布) 일대를 내변산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라 한다. 내소사 봉래구곡
중계 계곡 등이 폭포를 중심으로 있어 환상적인 비경을 만들어 낸다. 울창한 나무와 암벽들로 이루어진 이곳을 심산유곡의 비경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는 총 22곳의 국립공원이 있다고 서두에 적었다. 국립공원은 두 가지 형태로 분류가 되어 있는데 하나는
산악국립공원이고 또 하나는 해상국립공원입니다. 이 중 유일하게 해상과 산악을 겸하고 있는 곳이 바로 변산반도국립공원이다.
해상 쪽을 외
변산이라고 하는데 채석강, 적벽강, 격포항 등이 있고 내변산은 내소사를 기점으로 하여 관음봉, 신선봉, 쌍선봉 등의 아기자기한 산봉우리들이
있다. 면적으로는 대략 9:1 정도로 산악국립공원의 비중이 높다.
관음봉 삼거리까지 왔다. 여기서 점심을 먹자고 모두 자리를 깔고
앉는다. 몇 분은 정상을 향해 이미 올라갔다. 그런데 여기서 점심을 먹자고 하니 난감한 상태다. 필자도 할 수 없이 앉았다. 점심을 마치고
정상을 가자고 하니 모두 힘들어 올라가지 않는다고 한다. 할 수 없이 이은태 회원과 함께 둘이서 정상을 향해 올라가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정상을
가기가 만만치 않은 코스다. 철계단으로 올라가기도 하고 밧줄을 타고 올라가는 곳도 있다. 너무도 힘들어 땀은 정신없이 쏟아진다. 속옷은 벌써
땀으로 범벅이 되어 걷기가 불편하다. 여기서 정상까지는 100m 남았다. 더욱 힘을 내서 걸어보자. 그때 탤런트 김한일 회원이 정상을 밟고
내려온다. 왜 이리도 반가울까? 서로 반갑다는 미소를 지으며 잘 다녀오라는 말 한마디 남기고 헤어진다.
드디어 우리 두 사람은
정상에 도착했다. 올라오고 보니 해피 가족은 한 사람도 없고 50세 정도의 아주머니 한 분이 하산하려고 짐을 챙기고 있다. 자연석에 변산반도
관음봉이라고 새겨진 정상 석이 제일 반가워한다. 그런데 아주머니가 하산하려고 짐을 챙기는데, 우리들의 추억을 만들 사진을 찍고 싶어 부탁했다.
쾌히 사진을 찍어주고 하산한다. 참으로 고마웠다. 정상 석이 사랑하는 임을 만난 듯 너무도 반가워 그 표시로 댓뜸 끌어안고 뽀뽀부터 했다.
그리고 한마디 말을 던졌다. 나는 당신을 보기 위해 서울서 새벽부터 차를 타고 달려왔소이다. 행여 당신을 보지 못하면 어쩌지 하는 마음에 간이
조마조마했답니다. 그런데 당신을 이렇게 대하니 천하를 얻은 기분이요.
정상에서 바라본 풍광은 절묘하면서도 확 트인 바다가 가슴을
시원하게 해준다. 그토록 여름내 싱그럽던 산야(山野)가 환호성을 치며 가을을 즐긴다. 가을이 와서 색동옷으로 갈아입는다고 좋아한다. 그러나
한편으론 걱정이 되나 보다. 무지개보다 아름다운 단풍을 만들어 보겠다고 아우성을 쳤는데 과연 그렇게 아름다운 단풍을 탄생시킬지 걱정스러운
표정이다. 그러나 자신 있다고 하며 빙그레 웃는다.
자연의 환상적인 신비로움을 감상하다 보니 하산할 시간이 되었다. 내소사를 향해
늦지 않도록 정신없이 걷기 시작했다. 거의 다 온 듯하다. 재백이 고개 탐방로라고 세워놓은 아치를 보니 우리가 하산한 길이 재백이 고개라는 것을
알았다. 아마도 여기서 얼마 안 가면 내소사가 보일 것 같다. 어언 내소사 입구까지 왔다. 내소사 절 입구엔 600m에 걸쳐 하늘을 찌를 듯한
전나무숲이 장관이다.
내소사의 역사는 백제 무왕 34년(633년) 해구 두타에 의해 창건되었다. 창건 당시에는 대소래사와 소소래사가
있었는데 세월이 흐르면서 모두 없어졌다가 1000년이 지난 후 인조 11년(1633년), 청민선사가 다시 중창하였다. 내소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제24교구 본사 고창 선문사의 말사다. 내소사의 경내에 발을 디디는 순간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수령이 약 1000년이나 되는 느티나무 한
그루가 묵묵히 내소사를 지키고 있는 듯하다. 높이가 20m이고 둘레는 약 7.5m나 된다. 내소사의 역사와 함께 1000년을 살아온 어마어마한
느티나무가 수호신처럼 보인다.
오늘은 즐거운 산행을 한 것 같다. 내소산의 깊숙한 곳에 있는 아름다운 직소폭포를 보았다. 20여m
높이에서 힘차게 쏟아지는 폭포의 장관도 보았다. 산속의 아름다운 호수를 보고 반하기도 했다. 관음봉인 정상까지 올라가 자연의 신비로움도
감상했다. 관음봉에서 내려다보이는 삼라만상(森羅萬象)이 신비롭기만 하다.
본 산악회 수장이신 이상갑 회장은 모든 회원이 무사히
산행하고 돌아와 기분이 좋은 것 같다. 선한 얼굴에 불그스레 달아오른 표정은 오늘따라 더욱 과묵하게 보인다. 아름답고 역사가 숨 쉬고 있는
이곳을 선정해서 알선까지 해주신 미남 장선덕 본부장께 지면을 통해 감사를 드립니다. 해피 가족 여러분 수고하셨습니다. 또 감사합니다. 다음달에
뵙기를 희망하면서 아듀~^^
2019년 10월 0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