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가 거제도 어디냐?
사등면 해안로네요.
흠... 가조도 입구네. 알았어. 한번 가봐야지.
큰아들이 수영장 순례를 다니다가 거제도에서 아비가 좋아할 만한 중식당을 발견하고 소개를 했다. 이런 시골에 연중 손님이 줄을 서는 맛집이라니. 하긴 거제 옥포 호시절엔 서울 좋은 동네 어디어디랑 다를 바 없기도 했으니까 거제가 우째 시골이겠노.
가조도 연륙교 구경할 겸 오랜만에 거제 나들이다. 거가대교 8.2km 중 3.7km가 해수면 아래를 지나는 해저터널이다. 수면에서 최고 48m 내려간다.
하지만 수심 약 48m 아래를 지나더라도 인체는 수압을 전혀 느끼지 못한다. 왜냐하면 우리는 바닷물 48m 아래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수압을 견디도록 만든 터널 벽이 바닷물의 압력을 모두 대신 받아주고 있는 셈이라는 사실을 메텔에게 다시 한번 강조해야 했다.
비행기도 배도, 침매터널 도로도 그녀는 두렵다. 하긴 본능적으로 "지금 내 머리 위에 바닷물이 48m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면 누구나 폐쇄공간에 대한 경계심이 생기지 않을 수가 있겠나.
으이쌰!
낚시대는 휘었건만 펄떡이는 고기는 보이지 않는다.
건너편 조선소 크레인에는 뱃머리를 매달고 미동도 않고 있다.
머리는 두고 몸통은 어디로 내뺐을까.
다층의 복잡한 콘크리트 구조 틈에 바다바람이 그대로 밀려오는 테라스가 있다. 햇빛 가리개가 자신감 넘치는 곡선을 긋는다. 속옷 이미지인가? 실소가 파랗게 번지고.
사람들이 개미처럼 꾸역꾸역 밀려들어 주말에는 주차를 포기히고 돌아가기 일쑤인 이곳. 가덕도 서쪽 벼랑 끝 까페. 보이는 것이라곤 침매터널에서 솟아난 거가대교가 먼 바닥에 떠 있을 뿐.
그래도 이 집 이름이 그 이름을 신비롭게 하였다. 세븐 아일랜드. 사람들은 종종 별거 아닌 거에 우르르 몰려다니는데, 그런 속성을 간파하는 투자가 사업가들이 신기할 따름.
층과 각각의 공간을 연결하는 통로는 자연광을 채광하는 구조로 되어 있었다. 전등은 필요한 때에 켜도록 한 모양이다.
건축 설계자에게 조금 더 남다른 재능이 필수겠고, 더하여 의뢰인과의 흔쾌한 일치가 멋진 건축물이 되는 길일 것이다.
아낌없이 쓸 수 있는 재력도 필요하고 심미안도 남다른 소유자를 만나는 것도 중요하지. 그런 거 저런 거 털끝만치도 없는 나 같은 소비자는 다만...
음... 좋네! 하고 말아야지, 코딱지만큼 줏어들은 알음알이로 괜한 트집을 잡지 말아야지. 세상 일에 전문가도 아닌 늙은이 비평처럼 가소로운 짓이 어딧나.
천장의 은은한 간접조명과 전면 큰 창을 통해 쏟아지는 햇살에 실내는 밝고 눈부시다. 고요히 물멍하는 대신 사람들은 연신 이야기를 쏟아낸다. 층고가 높아서 소리는 위로 솟구쳐 웅웅거리는 소음이 되고 만다. 그 틈으로 AI 음악이 비교적 자연스레 번져간다.
메텔은 눈부시다며 돌아앉아 폰 삼매경에 빠졌고, 나는 오늘 찍은 사진들을 폰으로 리더기에 연결해 일견한다. 마음 같지 않더니 오늘은 대체로 만족스럽지 않다.
인적 없이 고요하고 풍경조차 침착한 시간 속에서 다가오는 색들이 없었다. 큰고니가 돌아오려면 5개월이나 남았는데 마음을 줄 대상이 없어졌다. 나는 강에서도 멀어지고 바다에서도 가깝지 않은 마른 언덕 위에서 마냥 기다릴 뿐.
붉은 방으로 가는 검은 계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