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품절되기 전에 구입하길 잘한 대홍포

작성자푸얼베이비|작성시간26.06.21|조회수66 목록 댓글 2

안녕하세요. 매일매일 번갈아가며 차를 마시는 재미에 빠진 푸얼베이비입니다.
시음기 게시판에서 차 맛 표현은 어렵지만 그 상대성이 무엇으로 포착될까에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그것만으로도 즐거움거리가 생긴 셈이지요.
저는 물을 거의 안먹는 염소인데 요즘은 매일 차 우려먹는게 루틴이 되어 버드나무마냥 수분을 흡수하고 있습니다.

아낌없이 우려낼 준비중인 대홍포

처음에는 저울로 그램 측정하며 우려마셨는데 지금은 그냥 기분대로 넣습니다. 옛날에 뭔 저울로 측정해가며 우려먹었겠냐는 생각에 다다르기도 했고 무엇보다 귀찮았습니다. 그러다보니 좀 과하게 투차하는 경우가 빈번하나 좋은 차일수록 제대로 진한 맛을 느껴야 하지 않을까 자기합리화 중입니다.

물을 빨아들이며 신나게 부풀어오른 대홍포 잎

차품이라는게 뭘까 했는데 대홍포는 품격이 느껴졌습니다. 이건 과장이 아닙니다.
향만 맡았을 때 처음은 고급 가구점에 가면 나는 나무향이 납니다. 이런 가구점은 강남 학동거리에 널려있지요. 나무를 우린 맛 같은게 느껴지는데 이게 맛이라 하기에도 향이라 하기에도 애매합니다. 다만 공사용 합판 느낌은 아니고 젖은 나무도 아닌 볕에 장작용으로 아주 잘 말린 나무입니다. 좀 더 집중하면 아몬드나 피스타치오 비슷한 향이 나는데 땅콩 맛은 확실히 아닙니다. 고소하면서 희미하게 달달한 향이 났습니다.
이 향을 확대한다면 지하철에서 호두과자나 계란빵 구울 때 가장자리 바삭한 부스러기에서 나는 내음과 비슷합니다.

남편에게 물어보니 ‘이것은 약초다’ 라 합니다. 약초도 여러가지가 있잖느냐 되물었으나 그냥 약초다 라는 걸 보니 마시면서 뭔가 건강해지는 느낌은 받았나봅니다. 너무 성의없는 대답이라 생각하고 다시 집중했습니다.

쓴 내는 거의 없으며 안쪽 혀가 약간 조이는 느낌이 있는 것으로 보아 매우 소량의 떫음은 있는 듯 합니다.
말린 대추를 우리면 이렇겠다 싶은 맛이 입안에 맴돌았습니다. 왠지 가을에 마시면 꽤 어울릴 것 같습니다.

.. 개완인지 자사호인지 어디에 우린건지 기억안나나 아무튼 대홍포

자사호와 개완에 우려봤습니다.
자사호가 부드러운 맛이라면 개완은 선명하게 입안을 개워주는 맛입니다.
차 자체의 개성을 온전히 느끼려면 개완 사용이 좋을 듯 합니다. 저는 이번에야 명확하게 알게 되었습니다.

구불거리는 느낌의 대홍포 잎


잎은 숙보이같이 조사놓은 고사리까지는 아닙니다. 조심조심 펼쳐보면 파마한 잎 같습니다. 사진으로는 잘 안보이나 가장자리가 갈색인 것을 보니 아마 배화라는 공법의 흔적인 듯 합니다.
숯이나 불향이 난다던데 중국음식의 불향은 아니었습니다. 그것을 기대한다면 전혀 다른 방향이니 차의 불향이란 무엇일까 하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좋을 듯 합니다.

대홍포에서 말하는 암운이 뭔지도 생각했습니다.
계곡의 바위를 핥아본 사람이 실제 몇이나 되겠냐만 식물에서 나는 일상적인 맛이 아닌 것은 분명 느껴집니다. 깨끗한 빗물로 내린 맛이라면 설명이 될 지 모르겠습니다.

결론적으로 대홍포는 “장대비로 우린 말린 대추물 따스한 것을 마시며 서울 약령시장을 거니는데 근방에서 호두과자 굽고있더라” 하는 맛에 가까웠습니다.
질 좋은 나무의 속살을 대추 말린거 조금, 아몬드가루도 좀 넣어서 같이 우리면 어떤 맛일까 궁금하다면 추천드립니다.

중국차는 음료라고 하기엔 아깝습니다. 숙성이라는 시간과 조건의 편차가 존재합니다. 차잎이라는 재료에서 매번 다르게 발현됩니다.
이를테면 믹스커피, 캔음료 등은 이미 맛이 결정된 상태로 소비자에게 도달하지만 차는 본인이 매번 맛을 선택합니다.
와인이나 위스키는 종류와 숙성도에 따라 다르지만 같은 병에 담긴 것이라면 환경이라는 매개변수가 많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그나마 차와 비슷한 건 커피 정도일까 싶습니다.

제가 오늘 마신 차만해도 완벽하게 똑같은 차 맛을 재현할 수는 없을겁니다.
개봉한 날과 그날의 습도, 물 온도, 투차량, 우린 시간 등이 모두 변수입니다.
구름은 구름인데 적란운이라도 매번 다르고 똑같을 수 없듯이 차는 재현 불가능한 경험을 쌓아나가는 것이 아닐까요.
역시 즐거운 경험입니다.

[푸얼베이비가 조금이나마 방향을 잡은 것]
1. 블라인드 상태에서 숙보이, 생보이, 백차, 봉황단총, 철관음, 대홍포 구분 가능. 고수차는 개완뚜껑 향 맡아야 생보이와 구분 가능한 정도

2. 깔끔하고 선명한 맛은 개완, 친절한 맛은 자사호 (자사호의 니료나 형태에 따라서도 달라진다던데 그 경지에는 도달하지 못함) 산미 강한 커피에 극소량의 우유를 넣고 안넣고의 차이같은? 그렇다고 우유가 커피의 풍미를 추가해주듯 자사호가 뭔가를 추가해주는 느낌은 아님. 자사호는 덜어내는 느낌. 8K화질과 Full HD 화질 비교랄까.

3. 엽저의 차이 : 보들보들하고 잎이 토실하면서 연두연두한건 고수차, 고사리 다진건 숙보이, 부드러운 황색으로 조심히 펴볼 수 있는 건 백차, 시금치 혹은 미역같이 싱싱한 건 철관음, 파마한거마냥 구불거리는건 대홍포, 잎이 고수차에 비해 토실하지는 않지만 짠짠한 건 생보이, 초록을 품었지만 부드러운 황색이 있으며 뜨거운 물에서 일렁이는 건 봉황단총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임한청 | 작성시간 26.06.22 new 보캐뷸라리가 훌륭하십니다.
  • 답댓글 작성자푸얼베이비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6.22 new 아직은 개구리로 우물 안 습기만 살짝 느껴봤을 뿐입니다. 감사합니다.
댓글 전체보기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