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온천 찾은 일본 유학생, "벳부에선 상상도 못한 일"
일본 유학생 야애가 떠난 충청남도 겨울여행
지난 주말 일본인 유학생 아베야애(23.여)씨는 이른 아침부터 여행가방을 챙겨 용산역에 나왔다. 그날은 한국 친구 이소연(28.여)씨와 단 둘이 '겨울 여행'을 떠나기로 한 날이다.
야애 씨는 한국에서 서울 명동과 경복궁 같은 유명한 관광지 위주로 여행을 해 왔다. 많은 일본인 관광객이 찾는 곳이었고 교통편이나 여행지 등 정보가 매우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를 알아차린 소연 씨가 친구 야애와 함께 서울을 벗어난 이색 여행을 준비한 것이다.
용산역에서 만난 그녀들은 충청남도 아산으로 가는 기차에 몸을 실었다. 차 창밖을 쳐다보는 그녀들의 얼굴에는 설렘이 가득 묻어났다. 오늘 그녀들이 떠나는 여행은 '충남 온천 여행'이다.
▲ 추운 날씨에도 충청남도 온천을 찾은 사람들이 온천을 이용하고 있는 모습
기차는 한 시간 정도 달려 온양온천역에 도착했다. 온양의 온천은 한국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간직한 온천으로 약 1,400년의 역사를 갖고 있다. 특히 조선시대에는 태조·세종·세조 등 여러 왕이 이곳에서 휴양과 집무를 했다고 전한다.
이곳에는 조선 정조 19년(1795년) 아버지 사도세자에 대한 그리움에 세워진 '영괴대(靈槐臺)' 등이 아직도 남아 전시되고 있다.
그것을 본 야애 씨는 "일본에만 오래된 온천이 있는 줄 알았는데, 이곳도 역사가 깊다는 걸 알았어요"라며 "오늘은 한국의 온천을 꼭 이용하고 싶어요"라고 기대에 찬 얼굴로 말했다.
▲ 1400년의 역사를 간직한 '온양온천'을 관람하고 있는 야애의 모습
▲ 일본 유명온천의 시설보다 좋은 한국 온천
일본의 온천명소 벳부는 야애 씨의 고향이다. 그녀는 그곳에서 유황온천을 자주 이용했지만 한국에서 명동의 사우나를 가본 게 전부였다. 때문에 소연 씨는 친구를 유황온천수가 흐르는 도고온천으로 안내했다.
이곳은 동양 4대 유황온천(한국 도고온천, 중국 리산의 화칭온천, 일본 벳부온천, 인도 라자그라하온천) 중 한 곳으로 실내·외 총 2만5.437㎡(약 7800평)규모의 시설이다. 일본의 온천은 대부분 소규모 시설이고 병 치료를 목적으로 이용하는 이들이 많다. 그것에 반해 이곳은 남녀노소 누구나 온천욕과 더불어 물놀이도 즐길 수 있다.
▲ 동양 4대 유황온천으로 손꼽히는 '도고온천'을 즐기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
수영복으로 갈아입은 야애 씨는 따뜻한 온천에 몸 담근 후 여기저기 시설을 돌아봤다. "온천에서 폭포와 미끄럼틀 같은 물놀이 시설은 처음 봤어요. 고향의 작은 온천에서는 상상도 못하는 일이에요"라며 그녀는 더듬더듬 한국어로 말했다.
이후 야애 씨는 야외 노천탕을 비롯해 천연허브탕, 과일탕, 꽃탕, 한방탕 등에 한 번씩 몸을 담그며 마음껏 온천욕을 즐겼다.
실외에 있는 한증막에 들어간 야애 씨는 1분도 지나지 않아 뛰쳐나왔다. 그녀는 "아. 더워요. 일본에는 고온 사우나가 없어 한국에 오면 여기 꼭 들어가고 싶었어요. 그런데 엄청 덥네요"라며 웃으며 말했다.
▲ '도고온천' 실외 풀장에서 워터파크 시설을 이용하는 사람들
다음으로 그녀들은 마사지코너로 향했다. 일본에서 한국의 마사지는 매우 전문적이고 꼼꼼하게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곳에서 40분간 마사지를 받은 야애 씨는 "일본의 마사지 시설은 그리 많지 않고 비싸요. 그래서 받기가 힘들었는데 오늘은 이렇게 하게 됐네요. 잠이 들 정도로 편하고 시원했어요"라고 소감을 말했다.
마사지까지 마친 그녀는 옷을 갈아입고 나오며 "다음에 한국에 있는 일본 친구들과 함께 다시 오고 싶어요. 아마 다들 좋아할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 일본인 유학생 야애와 한국인 소연이 온천 실내에 마련되어 있는 마사지 시설을 이용하고 있다
▲ 한국인의 삶을 한 눈에 보는 '온양민속박물관'
온천욕 모두 즐기고 밖으로 나왔다. 아직 이른 오후라 기차 시간이 남았다. 그래서 그녀들은 역에서 가까이 있는 '온양민속박물관'을 찾기로 했다.
야애 씨는 한국의 오래전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사실에 "빨리 가보자"며 보챘다. 그곳에서는 한국인이 살아가는 과정을 다양한 전시품으로 표현해 놓았고 해설사의 설명도 함께 들을 수 있다.
▲ '온양민속박물관'에서 옛날 한국인들의 삶에 대해 관람하고 있다
그곳에서 그녀들은 요즘 한국인도 흔히 볼 수 없는 금줄과 돌잔칫상, 전통 혼례와 장례 등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관람을 마친 야애 씨는 "옛날 한국인의 삶이 흥미로웠어요. 태어났을 때부터 죽을 때까지의 과정이 일본과 비슷하면서도 많이 달랐어요"라며 "서울을 벗어나 여행해 보니 정말 다양한 놀거리와 볼거리가 있네요. 오늘 정말 즐거운 여행이었어요"라고 말했다.
다시 온양온천역에 도착한 그녀들은 서울로 향하는 18시 30분 기차에 몸을 실었다. 기차에 앉은 야애는 카메라를 꺼내 사진을 보며 오늘 있었던 시간을 되새겼다.
▲ 여행정보 (철도와 대중교통을 이용해 서울에서 온양온천역으로 가는 방법)
철도를 이용할 경우 먼저 서울역에서 천안아산역행 KTX를 탄 뒤 아산역에서 환승해 지하철이나 기차를 이용하거나 서울역 전철 1호선을 탄 후 종착역인 신창역에 하차해 시내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또는 용산역에서 출발하는 장항선 열차를 탑승하면 온양온천역까지 1시간 30분이면 도착 가능하다. 온양온천역까지 가는 기차로는 누리호와 새마을호, 무궁화호 등이 있다.
용산역에서 온양온천역으로 향하는 열차는 오전 5시 40분부터 밤 8시 58분까지 일일 29회 운행하며 온양온천역에서 용산역으로 향하는 열차는 오전 5시 6분부터 밤 10시 45분까지 일일 29회 운행한다.
이 밖에 대중교통 이용시 서울 강남터미널에서 온양터미널까지 고속버스를 이용하거나 서울 남부터미널에서 아산터미널까지 시외버스를 이용해도 된다. 소요시간은 약 1시간 30분정도.
▲ 철도와 대중교통을 이용해 온양온천역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