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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 뭐

작성자강산이|작성시간18.02.24|조회수13 목록 댓글 0

어떻게 지내니?' 물으면  '그렇지, 뭐' 할 뿐  더이상 말이 없다

이 말만 듣고는 무슨 뜻인지 종잡을 수 없다

허나 우리 동네에서는 이 말만 듣고도

엊저녁  밤농사가 신통했는지  안 했는지

고추농사 재미 봤는지  비료 값 농약 값 빼고 나면

말짱 헛농사 지었는지  훤하게 안다

 

눈빛과 말품을 보고 안다

진짜 뜻은 애당초 말이나  글로는 다 나타낼 수 없다는 것을 사람들은 안다

장에 가서 농산물 팔고 오는 이에게  오늘 어땠느냐고 물어도

 '그렇지, 뭐'  이 한 마디뿐  더 이상 대꾸가 없다

그러나 우리 동네에서는 다 안다

헐값에  팔았는지  유기농이라고 허풍 떨어서 바가지 씌웠는지

갈쌍갈쌍한 눈빛을 보면 다 안다

 

몇 년 전 외아들이 선산까지 다 팔아먹고 도망간

정미소 집 늙은 홀아비는 동네사람들이 위로하면

기러기 날아가는 하늘 한 번 쳐다보며  '그렇지,뭐'  늘 이 한 마디뿐이다

옥양목 두루마기의  헐렁하게도 서늘한 소매처럼!

빨랫줄에 앉았던 잠자리가 쇠파리 잡으러 날아올랐다가

이내  고 자리로  다시 돌아오는 것처럼!


                  그렇지, 뭐   /   오탁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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