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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편의점 아저씨의 이야기

작성자고오즈루|작성시간16.03.02|조회수13,686 목록 댓글 0



 ★어느 편의점 아저씨의 이야기

25년을 잘 다니던 회사가 금융 쓰나미에
무너지면서 명퇴를 하였습니다.

직장생활 할때는 나름 잘나간다고 스스로
생각했는데막상 나와 보니 등기부등본
하나도 뗄 줄모르는 바보천치로 20여년
이상을 살았더군요

 

꼬박꼬박타던 월급봉투에 중독이 되어서
인지 돈 백만원정도는 한자리 밥값으로 
써보기도 했는데 요즘돈 100만원 벌기가
이토록 피땀이 나는지 세상 다시 사는
기분 입니다.

 

배운게 책상 앞에서 글쓰는 재주와 윗
사람에게 잘보일려고 아부하는 것 밖에
몰랐던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그래도
남들 다하는 편의점 사업이라고 이제
1년이 넘어가는군요

 

요즘 아고라에 심심찮게 편의점이야기가
올라 오던데 대부분이 어려운 이야기
뿐이어서 저는 각도를 달리한 그간의
이야기를 써 보려고 합니다.

 

편의점 이용손님을 하루1,000명이상 대
하다 보면 별별 손님이 많습니다.

그 중 진상손님도 많지만 정말 오래
이야기 하고 싶은 귀여운(?)손님도
많습니다.


그 중 기억에 남는 다음 열명의 고객을
추천합니다.

 

♥1. 동양화 찾는 비구니 스님

어느 날 모습이 고우신 비구니 스님 한
분이 들어오시더니 조용하게 동양화도
파냐고 허더군요.

그래서 편의점에서는 그림은 팔지 않는다
고 했더니 잠시 머뭇거리시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큰스님은 왜 이런걸 나보고 사오라고하
신지 모르겟어요"쪽 팔리게"하시더라구요

그래서 재차 물어보니 나지막하게 "화투
안파나요" 하더이다. 화투 사가시면서
저한테 성불하라고 하시던 모습 지금도
기억에 생생합니다.

 

♥2. 버스약 찾으시는 할머니

어느날 80세가 넘어 보이시는 할머니께서
들어오시더니 다짜고짜 "버스약" 있어요
하더이다

 
"그래서 저는 멀미약 찾으시는 줄 알고
"저옆 약국으로 가셔야 할 것 같은데요"
했더니 티머니 카드를 내놓으시네요. 

버스약도모르는제가 어찌나 송구스러운지
그래서 요구르트 하나 서비스로 드렸더니
하시는 말씀  "복 받겠구먼 " 하시데요


♥3. 볼펜 의 용도

어느날 잘차려 입으신 아주머니 한분이
들어오시더니 볼펜을 찾으시데요 그래서
가장흔한 300원짜리 볼펜을 드렸더니 
그자리에서 볼펜심을빼서 저한테줍니다

"이건 아저씨쓰세요"하더니 볼펜껍데
로 비녀를 만들어 머리에 꽂시면서
"이제야 좀 살겠네" 하데요. 
볼펜의 용도는 참 여러가지 네요

 

♥4. 교통카드 의 환불

꽤나 세련되어 보이는 아가씨 한분이
들어오시더니 교통카드를 달라네요

"2,500원입니다" "충전은 아무편의점에
서나 하세요" 했더니  아가씨 왈 '이거
가지고"지하철타면 얼마씩 빠져나가나요"


대답을 어떻게 할까 생각중인데 
"남은 돈은 어디서 거슬러 받나요" 

나중에 이야기들어보니 서울에 처음와서
교통카드를 처음써본 울산아가씨랍니다.
그 모습이 얼마나 순수하던지......

 

♥5. 소녀시대의 출근

  매일 아침 빵과 우유를 사러오는 여자
손님이 많습니다. 이런 손님들이 가장
좋아하는 인사는 

"웃는모습이 소녀시대 같으시네요"
했더니 이인사 받으려고 현재 고정손님이
약 20명입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이야기가
요즘 실감 납니다.

 

♥6. 라이손과 레종

아주머니 한분이 들어 오시더니 아저씨
갖다 준다고 레종불루 한갑을 달라네요
그래서 드렸더니 담배값을 한동안 보시
더니  "라이손 말고 레종으로 주세요"

제가 봐도 RAISON을 왜 레종이라고 읽어
야되는지 이해가 안갑니다.

 

요즘 담배 종류가 하도 많아서 대략 80
여종 되는데 젊믄친구들은 담배이름을
전부줄여서 이야기하니 저도 헷갈립니다.

말보레(말보르레드)말보라(말보르라이트)
말보울(말보르울트라) 헷갈립니다.

 

디플 과 디스도 구별할 줄 알아야 되고
에쎄도 무려 12가지입니다. 편의점
하려면 담배이름부터 외어야합니다.


♥7. 건망증

세상이 각박해지고 복잡다난하면서 모든
사람들이 건망증이 심합니다.

만원짜리 잔돈바꾸기위해 껌하나 사면서
돈만 9,500원인지 열심히 확인하고 껌은
놓고간 손님이 하루평균 몇 명은 됩니다.

세상 살기 힘들어도 정신줄은 놓지 말고
삽시다.어떤분은 껌은 가져가고 지갑을
놓고간 분도 있습니다.

 

바로 쫓아 나가보면 왜 그렇게 동작이
빠른지... 대부분 다시 찾아는 갑니다

한번은 봉투 사러오신분이 빈봉투는 가져
가시고 축의금이 든 봉투는 놓고 가신 분
도 있었습니다.

 

♥8. 할머니 의 돈나물

나물중에 돈나물이 있습니다.저녁 11시경
쯤 되면 할머니 한분이 이돈나물을 팔러
가게에 오십니다.

 

이나물사면 돈잘번다고 하면서 하루는 할
머니가 돈나물무침을 해가지고 오셨습니다.

그런데 그 맛을 보니 옜날 우리 할머니가
만들어 주신 나물맛 바로 그 맛입니다.

 

이 할머니는 요즘 저희 가게뿐 아니라 
근처 모든 가게에 반찬 대주시는 직업이
생겼습니다.
고마우신 할머니가 오래오래

사셨으면 합니다.

 

♥9. 스타벅스와 공주병

컵커피중에 제일 비싼것이 스타벅스
(1,800원)입니다. 대부분의 컵커피가
1,200원인데 왜그리 비싼지 저도모릅니다.

근데 이커피를 사서 마시는 분은 거의가
공주병 기질이 있습니다.

 

" 이 커피는 모델들이 주로 마시던데 혹시
모델이세요" 이 말 한마디면 대개가 계속
이 커피만 마십니다. 

1,200원짜리와 똑 같다는것을 알려 드립니다.

 

♥10. 49제

곱게 차려 입으신 할머니 한분이 오시더니
양초를 달라고 합니다. 촛불시위가 한참일
때여서 "어디 집회에 가십니까" 했더니
사고로 죽은아들 49제에 가시는길 이라고
하십니다.

 

캔 맥주 2개까지 사셔서 보자기에 싸시고
나가시면서 살아생전에 좋은일 많이하라고
하시네요.

 

쓸쓸한 걸음걸이로 나가시던 할머니 모습이
지금도 기억이 납니다.

ㅡ모셔온글 :꽃돌이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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