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임 여자
꽃이 되고 싶었다
사월, 선운사 동백 같은 꽃
산비탈 주렁주렁
씨감자 품은 감자꽃 같은,
아들 귀한 집 둘째 딸로
태어났으니 귀남이
셋째 딸 종남이를 본 죄였을까
꽃으로 피지 않았다
낙조의 바다만 날마다
월경을 했고 봉곳한 젖가슴을
단 채 스물이 되어도
꽃은 피지 않았다
맘씨 착한 서방님을 위해
여자 하나를 들였다
아카시숲 모래 언덕이 있는
바닷가로 돌아왔다
아들 딸 안고
찾아오기를 몇 해, 서방님은
겨울날 드문 햇살이거나
여름날 가뭄이 되었다
자네가
늙으면 그 때는 내가 돌봄세
경전처럼 모시는 동안
정한(情恨)의 꽃
피고 지고, 삭아내리는 젖가슴과
파도만 하얗게 늙어갔다
꽃상여도 타지 않고
모래벌의 세상을 건넜다
만장 하나 들어 줄 열매도 없이
예순 여섯 해의
꽃 되지 못한 잎
화장을 한다,
이승 못지 않은 뜨거운 불 속
아무런 예감도 없던 열 여섯의
얼굴이 이리 붉고 환했던가
저 편
갈매기 한 마리 석양을 흩뿌리고
불임의 세월 출렁인다
여자가 월경을 한다
파도 위 너울너울 꽃들이 핀다
꽃이 열매를
맺어야만 꽃은 아니었음을
여자가 벗한 지상의 모든 것
열매였음을
- 최광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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