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즈웨어 100년
켈리 블랙먼 지음|박지호 옮김|시드포스트|320쪽|1만9800원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1887~1965)는 살아생전
남자의 양복을 두고 "들어가 살기 위해 만든 갑옷"이라고 했다. 남자에게 옷은 구속이자 권력이었다. 남자는 때론 살기 위해, 세상에 닳고 깎이지
않기 위해 옷을 입었다.
여성복이 자신의 존재감을 드높이기 위한 '쿠튀르(couture·고급 여성복)'를 향해 진화했다면, 남성복은 엄격한
규범과 규칙으로 짜인 재단(tailor)을 최고의 미덕으로 여겨왔다. 이들에게 옷이란 군번(軍番)과도 같은 것이었는지 모르겠다. 남자는 소매에
팔을 꿰며 사회성을 걸쳤고, 단추를 채우며 자신의 위치를 확인했다. 그러나 세상을 바꾼 건 언제나 그렇듯 '반항아'였다.
책은 규범에서
싹튼 남성복의 역사가 때때로 탈규범과 화학작용을 빚으며 달려온 지난 100년을 보여준다. 영국 국왕 에드워드 7세(1841~1910)는
"세계에서 가장 큰 옷장을 가졌다"는 소문을 뿌릴 만큼 옷에 열광했다. 신발끈 묶는 법과 넥타이 매는 법을 새로 창조했고, 무지개색 바지를
미국에서 들여왔다. 소설가 마크 트웨인(1835~1910)은 매일 새하얀 양복만 입었다. 그는 그 옷에 '신경 쓰지 마(Don't give a
damn)'라는 별명을 붙였다. 1940년대 프랑스 청년들은 나치 체제에 대한 저항을 표현하기 위해 머리를 '올백'으로 올려붙이고 콧수염을
길렀다. 미국의 소설가 잭 케루악(1922~1969)은 낡아빠진 청바지에 지저분한 스웨터만 입었다. 틀에 박힌 사회를 향한 경멸을 보여주려는
의도였다. 프랑스 디자이너 장 폴 고티에는 여자 속치마를 남자에게 입혔다. 반체제는 반패션과 결합했고, 또 다른 유행을 낳았다. 남성복은 지금도
성(聖)과 속(俗), 규범과 탈규범을 오가며 줄타기를 한다. 오늘날의 남자가 여전히 그렇고 그래야 하듯이.
송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