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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해자의 친구들(1) ; 나침반 이야기

작성자김 태환|작성시간06.10.19|조회수240 목록 댓글 2

서양사 부분의 토론방이 없어 올리기 망설여집니다만 마침 제가 꼬리말로 말씀드린 나침반과 관련된 글이 있어서 올리게 되었습니다. 나침반이 대항해시대를 연 토대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이해하시는데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http://blog.naver.com/mdkdk/1500033208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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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바다에 익숙하지 않다. 태어나길 서울에서 태어났고 자라기를 서울에서 자라났다. 그러니 당연히 배에도 익숙하지 않다. 지금까지 타본 배라고 해 봐야 남해에서 제주도로 가는 여객선 한번, 강화~석모도를 운항하는 여객선 십 수번 타본 것이 다다. 그런데 가끔은 강화도에 배치되어 있는 행정선을 탈수 있는 기회가 2~3달에 한번 씩은 생기고는 한다. 행정선이라고 해 봤자 작은 고깃배보다 조금 큰 정도이니 뭐 특별한 게 있겠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이 행정선에서는 한 가지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다. 바로 조타실? 이라고 해야 할까? 아무튼 이곳을 방문하여 선장님이 배를 직접 운항하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다는 것이다. 넉살이 그리 좋지는 않아서 직접 키를 잡아보지는 못했지만 아무튼 배를 운항하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있다는 것은 특별한 일에 속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사실은, 이 특별한 일이 그리 특별하지는 않다. 자동차 핸들보다 조금? 큰 타륜을 잡고 배를 운항하는데 옆에는 배의 위치와 주변의 해도가 표시되는 GPS 네비게이션이 있고 그 옆에는 수심과 수면 아래의 장애물을 화면에 표시해 주는 초음파 측심기가 놓여져 있다. 마치 자동차를 운전하듯이 선장님은 이 네비게이션과 초음파 측심기를 이용하여 수월하게 항해를 하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관습적으로라도 하나 놓여있을 법 한 나침반 하나조차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에 약간 맥빠진 견학이었다고나 할까? 사실 이 나침반이라는 게 말이다, 지금은 구닥다리 장식품 정도로 취급받고 있지만 시대에 따라서는 최첨단 항해도구가 될 수 있다. 세계 3대 발명품중의 하나가 나침반이듯 남침반이 인간사에 미친 영향은 막대하다. 이 나침반을 이용해 인간들은 대양항해에 도전할 수 있었던 것이다.

 

 알다시피 나침반은 중국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육상에서 나침반의 사용은 문헌상 B.C. 4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해상에서의 사용은 그보다 더 늦은 것으로 생각되지만 이 모든 것은 다 ‘문헌상’ 기록이 없기 때문이다. 그럼, 이 나침반은 어떻게 해서 만들어 지게 되었을까? 일단, 나침반에 대해 알려면 천연자석에 대해 알고 있어야 한다. 천연자석이라 불리는 자철, 산화철, Fe3O4는 모두 지표면의 노두에서 볼 수 있는 흑회색의 광석을 지칭하는 말이다. 사람들은 아마도 처음에는 이 천연자석의 쇠를 끌어당기는 성질에 관심이 갔을 것이고, 누군가가 이 천연자석을 가느다랗게 쪼개 한가운데를 실로 묶어 공중에 매달면 자석의 양 끝이 각각 북쪽과 남쪽을 가리킨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것이다.

 

 그럼, 이 천연자석을 이용해 나침반이 만들어 졌을까? 그건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이 천연자석, 즉 자철광은 나침반으로 가공하기가 상당히 힘들다. 우선, 재료 자체가 일반 철광석 보다는 드물 것이고, 천연자석은 가열하면 자성을 잃을 수도 있기 때문에(자석은 퀴리점이라는 온도에서 자성을 잃는다. 자철석의 퀴리점은 575도) 원하는 모양으로 가열해서 가공하기 힘들다. 그렇다고 원하는 모양으로 쪼개어 사용하기도 그리 쉽지 않았을 것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대부분의 나침반은 천연자석으로 만들지 않는다. 일반 철을 천연자석에 문지르면 자성을 띄게 되는데, 대부분의 나침반은 이런 방식으로 만들어 진다. 즉, 원하는 모양으로 나침반의 바늘을 철로 만들고 이것을 천연자석에 문질러서 자성의 띄게 하는 것이다. 이 경우 연철보다는 강철로 바늘을 만드는 것이 자성을 더 오래 유지시킬 수 있었다. 만약 바늘이 자성을 잃게 되면 천연자석으로 다시 한 번 문질러 주면 된다. 다른 방법도 있다. 자석이 퀴리점에서 자성을 잃을 수 있듯이 일반 철도 상당한 고열로 가열한 뒤 냉각시켜서 퀴리점을 통과시키면 자성을 띄게 할 수 있다. 즉, 일반 철을 가열시켜 남북 방향으로 놓아둔 후 물에 넣어 냉각시키면 지구 자기장에 의해 자성을 띄게 되는 것이다. 이 경우에는 나침반을 만드는 데 자석이 전혀 필요치 않게 된다.

 

우리나라의 윤도장 김종대씨가 사용하는 자철광 원석

윤도輪圖란 풍수지리 등에 사용하는 일종의 나침반으로서 김종대씨는  나침반의 바늘을 제작한 후 위의 자철광 원석에 15~30분동안 붙여 놓아 자성을 띄게 한다고 한다.

 

중국 장인들이 철사를 뽑아서 나침반에 사용하는 바늘을 만들고 있다.

바늘을 달군 후 남북 방향으로 놓고 냉각시킨다. 이러한 자화법磁化法은 중국에서는 11세기 무렵에 발견 되었다고 한다.

<천공개물> 중에 수록된 그림.

 

 

자석 만드는 대장장이

대장장이가 남북 방향으로 놓인 쇠막대를 두둘겨 자석을 만들고 있다. 유럽인들은 이 방법을 1,600년 경에야 알 수 있었다.

 

 그럼, 천연자석, 혹는 자성을 띈 철을 초기에는 어떻게 이용했을까? 이용 방법은 다양하다. 손톱 위에 올려놓고 수평을 잡거나 가운데 끈을 달아서 매달아 놓는 방법, 좀 더 성의를 들인다면 짚 위나 수수깡에 바늘을 끼워 넣고 물그릇에 둥둥 띄우는 방법 등이 있었다. 동양에서는 이런 나침반이 항해에 적극 이용되기 보다는 풍수지리나 음양사들이 방위를 잡는데 사용하는 정교한 물품으로 많이 만들어 졌다.

 

갑 ; 손톱 위에 자침 올려놓기

을 ; 수수깡에 자침을 꿰서 물 위에 띄우기

병 ; 자침에 밀랍으로 실을 붙여서 대들보에 매달기

정 ; 사발 가장자리에 자침 균형잡아 올려놓기

 

사진 설명대로...

역시 이부분 최고最古 기록은 중국이 보유하고 있다. 풍수지리 쪽으로 많이 사용한 것이 흠이지만...^^

 

 이런 나침반이 유럽으로 전래된 후 좀 더 항해에 실질적인, 사실상 현대의 나침반이라 불릴 만한 물건이 만들어 졌다. 유럽에서는 항해에 필요한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에 따라 풍배도라는 방위도가 만들어졌다. 범선의 수준이 유치했던 시대에는 8가지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밖에 표시하지 않았지만 범장이 발달하면서 32가지 바람 방향을 표시하게 되었다(여기서 유래해서 서양 뱃사람들은 360도를 32방으로 나누게 되었다. 한 방위는 11.25도로 6점 방위라 하면 67.5도 방향을 가리킨다).

 

13세기 이탈리아의 선원들이 파악한 바람의 종류

8방향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나타내고 있다. 북풍이 트라몬타나, 동풍이 레반테 이다.

 

이탈리아 항해도(1492년경)에 나오는 풍배도. 32방으로 세분되어 있다.

 

32점이 표시된 나침 카드

붓꽃 모양이 북쪽, 십자가 모양이 동쪽이다.

 

처음에는 지푸라기에 바늘을 얹어 물 위에 둥둥 띄우던 수준의 나침반은 이제 빈 사발에 수직 바늘을 세우고 그 위에 바늘을 얹어 놓기 시작했고 드디어는 어떤 무명의 천재에 의해 이 바늘 위에 다시 풍배도가 놓여지게 되었다. 이제 선원들이 배를 움직일 때 마다 멋들어진 장식이 가해진 풍배도가 방위를 가리키게 되었다. 현대적인 나침반의 탄생이었다. 비록 자기편차의 존재가 규명되고 그에 의한 편차가 보정되기까지 앞으로 많은 시간이 더 흘러야 했지만, 나침반에 의해 바야흐로 대항해시대가 활짝 열리게 된 것이다.

 

마침내 완성된 나침반

14세기 초(1302년) 아말피의 플라비오 조이아가 발명자라는 설이 있으나 확실치 않다.

이 발명품은 현재까지 변화가 거의 없으며 단지 요즘 사용되는 나침반들은 얼지 않도록 알코올 위에 떠 있고 또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도록 바늘이 조금 위에 달려 있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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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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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을불 | 작성시간 06.10.19 와 좋은 글입니다. 그런데 사진이 모두 배꼽표시로- 보이질 않습니다. 수고스럽지만 다시 올려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
  • 작성자김 태환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06.10.23 이런.. 죄송합니다. 그림파일이 복사가 안되었나 봅니다... 수고로우시더라도 맨 윗줄의 해당까페 링크를 클릭하시면 바로 원문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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