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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 토론방

규염객전, 갓쉰동전, 연개소문, 그리고 평양소공주,,

작성자한단인|작성시간05.07.15|조회수571 목록 댓글 3
이미 규염객전은 카페에 한번 올라왔지만 올리는 김에 같이 올려봅니다. 앞부분은 규염객전, 뒷부분은 갓쉰동전입니다.(갓쉰동전은 조선상고사에 수록된 부분만입니다. 저도 전문은 모릅니다.) 예전에 생각만 해둔건데 글로 정리하는 건 오늘이군요. 게을러 터져가지고,,

원래 송나라 때에 만들어진 소설집의 하나에 실려있던 것으로 아시다시피 규염객은 연개소문으로 추정되는 인물입니다. 연개소문이 실제로 수말 혼란기에 중국대륙으로 간 것인지 아닌지는 불분명합니다. 전설이 많은 것과 전승지 같은 것이 많이 남아있긴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전설에 불과합니다. 인구의 이동에 의해서 전혀 엉뚱한 지역에 관련도 없는 인물의 전승이 남아 있는 경우가 꽤 많거든요. 그래서 연개소문의 중원 유랑 사실은 전설 자체를 그대로 믿는 것은 위험하긴 합니다만 연구 가치는 충분히 있다고 생각합니다.(뭐 김용만 선생님은 세대 상으로 가능성이 없다고 하시긴 하지만,,세대 계산은 추정이니까 얼마든지 변수 요소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소설의 내용을 보면 연개소문으로 추정되는 규염객이 이정을 만나기 전에 어떤 원한 관계를 맺었던 것으로 나오는데 전후 사실에 대한 기록이 없는 것으로 봐서 당나라 명장 이정이 연개소문을 잠시나마 만났던 사실이 소설이나 전설로 남았을 수도 있지만 이정의 행적을 기록한 이위공병서에서 이정은 연개소문을 만난 적이 없었던 것 처럼 말을 합니다. 당 태종이 연개소문을 사로 잡을 수 있냐고 묻자 이정이 자기가 친히 병법을 행하면 연개소문을 사로잡을 수 있다고 뻥포를 치는데,,물론 실제로 만났긴 하지만 이정 자신이 당 태종 앞에서 알랑방귀 뀌려고 일부러 그런 말을 했을 가능성도 있지만 전반적인 상황은 이정이 연개소문을 만나지 않았을 가능성이 더 크다고 봅니다.

물론 저는 연개소문이 중원 유랑을 실제로 했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좀더 무게를 두고 있긴 합니다. 연개소문의 또다른 전승인 '갓쉰동전'에서 갓쉰동이 달딸왕의 공주에 의해 풀려나고 이세민으로 추정되는 둘째 달딸 왕자에 의해 공주가 죽는 것으로 나오는데 그 공주에 상응될만한 인물을 자치통감하고 신당서, 구당서에서 검색하다 우연히 찾은 바 있거든요. 물론 심증적인 증거입니다. 실제로 그 공주는 이세민에 의해 죽은 것이 아니라 원인 불명의 급사였습니다.

이 공주는 평양공주라고 하는데 623년 2월에 죽었습니다. 이 공주는 이연이 태원에서 봉기했을 당시 장안에서 낭자군이라고 하는 군대를 일으켰던 엽기적인 인물입니다. 아마도 봉기 시점은 장안에서 설치고 다녔다고 하니 이연의 군대가 봉기하는 617년 6월 14일에서 장안 점령하는 617년 11월 병진일(몇일인지는 간지만으로는 알 실력이 안되놔서,,,ㅡ,.ㅡ;;) 사이가 아닐까 하지만 다른 사정이 있을 수도 있긴 합니다. 어쨋거나 군대 구성원이 실제로 여자였는지 아니면 여자 장수가 이끈다고 해서 낭자군인지는 당췌 알 순 없지만 그 병세가 7만에 달했다고 하더군요. 물론 뻥포겠죠..그런데 623년 2월에 사망했는데 당시 이세민의 나이가 24살이었습니다. 이세민이 둘째 아들이고 평양공주는 배다른 누이라고 쳐도 3녀이기 때문에 이세민보다 나이가 어릴 가능성이 높은데 설사 누나라고 해도 최소한 30대 이전에 요절했다는 것이죠. 군사 봉기를 할정도로 혈기 왕성한 여인네가 원인 불명의 급사라,,뭔가 있겠다 싶지만 그 이상 추적은 불가능했습니다. 뭐,,대강 그렇다는 겁니다.

평양공주가 이끈 낭자군에 대한 기록은 신당서 기록을 올립니다.(위에 것이 신당서, 아래가 자치통감입니다. 서로 교차되는 기록은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신당서는 더 뒤지면 평양공주의 사망 기록을 찾을 수도 있었겠지만 그냥 자치통감으로 때웠습니다. 그리고 자치통감에서는 낭자군 기록이 없습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사마광이 굳이 기록할 필요를 못느낀 듯 싶습니다. 언제 활약했다는 기록도 없고,,전황에 큰 영향을 끼쳤다는 내용도 없이 이세민의 군세에 흡수당했다는 기록이 있어서 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신당서


平陽昭公主, 太穆皇後所生, 下嫁柴紹. 初, 高祖兵興, 主居長安, 紹曰:“尊公將以兵清京師, 我欲往, 恐不能偕, 奈何?”主曰:“公行矣, 我自爲計.”紹詭道走並州, 主奔鄠, 發家貲招南山亡命, 得數百人以應帝. 於是, 名賊何潘仁壁司竹園, 殺行人, 稱總管, 主遣家奴馬三寶喻降之, 共攻鄠阝. 別部賊李仲文、向善志、丘師利等各持所領會戲下, 因略地盩厔、武功、始平, 下之. 乃申法誓眾, 禁剽奪, 遠近鹹附, 勒兵七萬, 威振關中. 帝度河, 紹以數百騎並南山來迎, 主引精兵萬人與秦王會渭北. 紹及主對置幕府, 分定京師, 號“娘子軍”. 帝即位, 以功給賚不涯. 武德六年薨, 葬加前後部羽葆、鼓吹、大路、麾幢、虎賁、甲卒、班劍. 太常議:“婦人葬, 古無鼓吹.”帝不從, 曰:“鼓吹, 軍樂也. 往者主身執金鼓, 參佐命, 於古有邪?宜用之.”


자치통감



二月,庚戌,上幸驪山溫湯;甲寅,還宮. 平陽昭公主薨. 戊午,葬公主. 詔加前後部鼓吹ㆍ班劍四十人,武賁甲卒. 太常奏:“禮,婦人無鼓吹.”上曰:“鼓吹,軍樂也. 公主親執金鼓,興義兵以輔成大業,豈與常婦人比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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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염객전

수 양제가 강도로 행차하였을 때 사공(司空) 양소(楊素)에게 명해서 서경(西京-장안)을 지키게 했다. 양소는 귀하게만 자라 세간의 일을 잘 모르고 있었는데, 또 때마침 난세를 당해 천하의 권세가 크고 명망이 높은 사람이라면 나만한 사람은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으므로, 사치와 호화로움을 마음껏 부려 예제(禮制)도 다른 신하와는 달리했다.

공경(公卿) 등의 벼슬아치들이 일이 있어 찾아오거나 손님들이 인사차 올 때도 언제나 의자에 걸터앉은 채로 만나고, 미인으로 하여금 접대를 시켰다. 그리고 시녀들을 나란히 세워 놓는 모양도 매우 분수에 넘쳐 마치 천자와도 같았다. 말년에는 그런 버릇이 더욱 심해져 다시는 자신이 맡은 바 임무를 다할 것을 깨닫지 못했고, 천하를 잘 다스려 위난을 극복할 마음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위공(衛公) 이정(李靖)이 평민의 신분으로 있을 대 가서 면회하고 기발한 정책을 진언하려고 했다. 그러나 양소는 역시 의자에 앉은 채로 만나 보는 것이었다. 그래서 공은 앞으로 나아가 인사를 하고 말했다.

"바야흐로 천하가 어지러워 영웅들이 앞다투어 봉기하고 있습니다. 공께서는 황실의 중신이시므로 반드시 호걸들을 모아 심복으로 삼아야지, 이처럼 거만한 자세로 손님을 접견해서는 안 됩니다."

그러자 비로소 양소는 숙연한 표정으로 일어서 공에게 사과하고 그와 더불어 이야기를 나누는데, 아주 마음에 들어 공의 정책을 받아들이기로 하고 물러가게 했다.

그런데 바로 공이 한참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 용모가 아주 뛰어난 기녀가 붉은 먼지털이(홍불-紅拂))를 들고 그 앞에 서서 공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러더니 공이 물러나오자 마루 끝까지 쫓아 나와서는 관리를 불러 말했다.

"지금 물러가신 처사(處士)는 뉘시며 어디에 살고 계시는지 물어봐 주세요."

(이리하고 관리가 묻는 대로)공은 모두 대답해 주었고, 그 말을 전해들은 기녀는 그것을 입 속으로 외우면서 안으로 들어갔다.

공은 여관으로 돌아왔는데, 그날 밤 오경(五更-오전 3-5시)에 갑자기 문을 두드리면서 나지막한 목소리로 부르는 소리가 들려, 일어나 물어보려고 밖으로 나갔다. 밖에는 자주색 옷을 입고 모자를 쓴 사람이 지팡이에 자루 하나를 걸치고 서 있었다.

공이 누구냐고 물었더니, "저는 양씨 댁에서 붉은 먼지떨이개를 들고 있던 기녀입니다."라고 말했다.

공은 황급히 그녀를 안으로 들어오게 했다. 그리고 바깥 옷과 모자를 벗고 난 다음 그녀 모습을 보았더니, 곧 이제 18, 9세의 미인이었다. 소박한 얼굴 그대로 아롱진 옷을 입은 채 공에게 절을 했다. 공도 놀라면서 답례를 했다. 그녀가 말했다.

"저는 오랫동안 양사공을 모시고 있으면서 세상 사람들을 많이 봐 왔습니다만, 공과 같이 훌륭한 분은 없었나이다. 이끼는 혼자 사는 것이 아니니, 높은 나무에 의지하고 싶어서 이렇게 집을 뛰쳐나와 찾아왔습니다."

공이 말했다.

"양사공은 경사(京師)에서도 권세가 대단한데 이렇게 해도 괜찮을까?"
"그는 죽은 시체나 다름없어 남은 약간의 기운으로 살고 있기 때문에 두려워할 게 못됩니다. 그 집의 기녀 가운데 그가 성공하지 못할 것을 알아차리고 달아난 자도 많습니다. 그리고 그는 뒤쫓아서 찾으려고 하지도 않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 점에 대해 세밀한 계획을 세우고 있으니 아무쪼록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녀의 성을 물었더니, "장씨입니다."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형제간의 순차를 물었더니, "첫째입니다."라고 대답했다. 공이 그녀의 피부라든지 예모(禮貌), 말투라든가 기질 같은 것을 보니 진정 하늘에서 내려온 사람 같았다.

공은 뜻하지 않게 이와 같은 미녀를 얻어 기쁨이 더하면 더할수록 그에 따라 두려움도 커졌기 대문에, 순식간에 여러 가지 걱정거리가 생겨서 불안했다. 그런데다 집안을 기웃거리며 구경하는 사람은 그치지를 않았다.

며칠이 지나니 과연 기녀의 행방을 찾고 있다는 소문이 들렸지만, 역시 엄중히 찾고 있는 눈치는 아니었다. 어쨌든 그녀를 남장시켜 말에 태우고 여관 문을 열고 나와 태원을 향해 길을 떠났다.

도중에 그들은 영석(靈石)의 여관에서 묵게 됐다. 침대도 이미 가설해 놓고 화로에는 고기를 올려놓았는데 곧 익으려 했다. 장씨는 머리가 길어 땅바닥까지 끌렸으므로 침대 앞에 서서 빗질을 하고 있었고, 공은 말을 손질하고 있었다.

바로 이때 갑자기 한 나그네가 나타났다. 체격은 크지도 작지도 않은 보통이었고 수염은 붉으면서도 용의 수염처럼 구불구불했는데, 당나귀를 타고 그곳으로 왔다. 와서는 가죽 배낭을 화롯가에 내던지며 베개를 가지고 와 비스듬히 기대고 누워 장씨가 머리를 빗고 있는 것을 보고 있었다. 공이 이 꼴을 보고 매우 화가 났으나, 겉으로는 드러내지 않고 계속 말만 씻어 주고 있었다.

장씨는 그 사람의 얼굴을 자세히 보면서, 한쪽 손으로는 머리카락을 잡고 또 다른 손으로는 등뒤에서 공을 향해 가로 저어 보이며 화내지 말라는 암시를 주었다. 그리고는 급히 머리를 다 빗고 나서 의상을 단정히 하고, 그 나그네에게 가 성씨를 물었다.

누워있던 그 나그네는 "장씨요."라고 하였다.

그래서 장씨는 "저도 성이 장씨인데, 그럼 제가 누이동생이 되겠네요."라고 말하면서 서둘러 그에게 절을 했다. 그리고는 그에게 형제 중에서 몇째인가를 물었더니 "셋째요."라 대답하고는 잇따라 누이는 몇째고 물었다.

그래서 "첫째에요."라고 말했더니, 그는 "다행히도 오늘 첫째 누이동생을 만나게 됐군!" 하면서 기뼈했다. 그래서 장씨는 멀리서 이공을 부르면서 "이랑! 빨리 오셔서 우리 셋째 오라버니와 인사하세요!"라고 소리쳤다. 그래서 공은 달려와 그에게 인사를 했다. 그리고 나서 세 사람은 화로를 중간에 두고 둘러앉았다. 나그네가 먼저 입을 열었다.

"삶고 있는 것이 무슨 고기요?"
"양고기인데 아마 다 익었을 겁니다." 하고 대답하니, 그 나그네는 "배가 고프군!" 하고 말했다.

그래서 공이 밖으로 나가 호떡을 사오자 그 나그네는 허리에서 비수를 뽑아 고기를 잘라 셋이서 함께 식사를 했다. 식사를 마치고 나서 먹다 남은 고기를 난도질 해 당나귀에게 갖다 먹이는데 그 동작이 매우 빨랐다.

나그네가 말했다. "이랑의 행장을 보아하니 가난한 선비인데, 어떻게 이런 미인을 얻었소?"

"나 이정은 비록 가난하지만 그래도 생각이 있습니다. 다른 사람이 이런 것을 물어 온다면 결코 답변해 주지 않겠지만 형님께서 물어 오셨으니 감추지 않겠습니다."

라고 하면서 그 유래를 자세히 말해 주었다. 그랬더니 그가 다시 물었다.

"그렇다면 장차 어디로 갈 생각이오?"
"장차 태원으로 피해 갈 생각입니다."
"(나도 그곳으로 가려 하지만) 그대 때문에 그곳에 가려는 것은 아니지."라고 말했고, 또 이어서, "술 있소?"라고 물었다. 이에 공이 "이 집 서쪽이 곧 술집입니다."라고 말하면서 술 한 말을 사왔다.

술잔이 돌자 나그네가 말했다.

"내게 술안주가 조금 남아 있는데 이랑이 같이 좀 드시겠소?"
"좋습니다."

이리하여 나그네는 가죽 배낭을 열고 사람의 머리 하나와 염통과 간을 꺼냈다. 그러더니 머리는 다시 배낭 속에다 집어넣고, 비수로 염통과 간을 썰어서 이공과 함께 먹었다.

그러면서 말하기를 "이 놈은 천하의 배신자로서 내가 10년 동안이나 원한을 품어 오다가 이제야 비로소 이 놈을 잡게 돼서 가슴에 맺혔던 원한을 풀었지." 라고 말하고, 또 이어서 말했다.

"이랑의 풍채나 태도를 보아하니 진정 대장부임에는 틀림이 없는데, 태원 땅에 혹시 이인(異人)이 잇다는 말을 못 들었소?"
"일찍이 한 사람을 알고 있는데, 저는 그 사람을 큰 인물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나머지는 모두 장수에 불과한 인물들입니다."
"그의 성씨가 무엇이오?"
"저와 같습니다."
"나이는 얼마나 됐소?"
"스무 살 밖에 안 됐습니다.."
"지금 무엇을 하고 있소?"
"주장(州將)의 아들입니다."
"그 사람 같은데 만나 봐야 되겠는데. 이랑이 나를 그와 한 번 만나게 해 줄수 있습니까?"
"저의 친구로 유문정(劉文靜)이란 사람이 있는데, 그가 그 사람과 아주 친합니다. 그러니 유문정을 통해서 그를 만나 보시면 됩니다. 그런데 형님께선 그를 만나서 무얼 하시려고 그러십니까?
"망기자(望氣者-구름이 피어나는 모습을 살펴 미래를 예언하는 사람)가 태원 땅에 기이한 기운이 서려 있다고 하면서, 나에게 그를 찾아보라고 했소. 이랑은 내일 떠나면 어느 날 태원에 도착하시오?"

공은 날짜를 계산해 보았다.

그 나그네는 "그러면 태원에 도착하는 그 다음날 아침해가 돋을 무렵 분양교(汾陽橋)에서 나를 기다려 주시오."라고 말을 마친 다음 나귀를 타고 나는 듯이 달려가 순식간에 어디론지 사라졌다.

공과 장씨는 한편 놀랍기도 하고 또 한편은 기쁘기도 해 한참 동안 갈피를 못 잡다가 "열사(烈士)는 사람을 속이지 않는 법이야. 아무 것도 두려워 할 건 없어!"라고 말하고 서둘러 말에 채찍질하며 출발해 예정한 날짜에 태원에 들어갔다.

거기서 약속한 대로 그들은 과연 서로 만나 매우 기뻐하면서 함께 유문정에게 갔다.

공은 유문정을 속이면서 "관상을 잘 보는 사람이 있는데, 이공자(李公子:이세민?)를 한번 보고자 하니, 아무쪼록 그를 데리고 와 주시오."라고 말했다.

유문정은 항상 이공자를 비범하게 보아온 터인데, 갑자기 상을 잘 보는 사람이 왔다는 말을 듣고는 당장 사람을 보내 이공자를 데려오게 했다. 보낸 사람이 돌아왔는데 이공자도 따라왔다.

그런데 그의 모습은 예복도 입지 않고 관화(官靴)도 벗은 채 그냥 평복 그대로 왔는데, 의기는 충만했고 용모 또한 보통사람과 같이 않았다. 그 규염객( 髥客-용의 수염을 한 나그네)은 묵묵히 말석에 앉아 있다가 이공자의 모습을 보더니 그만 기가 죽고 말았다. 그래서 몇 잔의 술을 마시고 나더니 공을 불러서 "진정한 천자의 상이오!"라고 말했다.

공이 이 말을 유문정에게 전해 주니, 유문정은 더욱더 기뻐하면서 자신의 사람 보는 눈이 틀리지 않았음을 자부하고 있었다.

유문정의 집을 나와 규염객은 "내가 보기에 십중팔구는 틀림이 없소. 그러나 도형(道兄)이 보아야 합니다. 그러니 이랑은 누이동생과 함께 다시 서울로 올라와 아무 날 정오에 마행(馬行)의 동쪽에 있는 술집 아래층으로 나를 찾아와 주시오. 거기에 이 나귀와 또 다른 말라빠진 나귀가 있으면 곧 나와 도형이 함게 그 위에 있는 것인, 도착하는 대로 위에 올라오시오."라고 일러주고 또 작별하고 EJ나갔다.

공과 장씨는 또다시 규염객의 말대로 하기로 했다.

약속한 시간에 그곳으로 가 보았더니 틀림없이 두 마리의 나귀가 있었다 옷깃을 움켜잡고 위층으로 올라가니, 규염객과 도사가 때마침 마주앉아 술을 마시고 있다가 공이 올라온 것을 보고 아주 기뻐하면서 맞아 자리에 앉혔다. 그리고 둘러앉아 10여 잔의 술잔이 돈 다음 규염객이 말했다.

"아래층 금궤 속에 10만 전이 있으니, 그 돈으로 어딘가 다른 사람들의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을 골라 누이동생을 안주시키고 난 다음, 아무 날 분양교로 나를 다시 찾아 주시오."

공이 약속한 날짜에 가보니 도사와 규염객은 이미 와 있었다. 그래서 그들은 함께 유문정에게 갔다. 가서 보니 마침 유문정은 바둑을 두고 있었는데, 인사를 하고 나서 그들이 온 뜻을 말했다. 유문정은 그들이 찾아온 의도를 알자, 곧 편지를 써서 지급으로 사람을 보내 문황(文皇-이세민?)을 바둑 구경하러 맞아오게 하였다. 이리하여 도사는 대국을 벌이고 규염객은 공과 더불어 옆에서 관전하고 있었다.

그러자 곧 문황이 도착했다. 정신과 풍채가 모두 사람을 놀라게 할 정도였는데, 정중히 인사를 하고 나서 자리에 앉았다. 또 기분이 상쾌해서 만좌(滿座)에 바람이 이는 듯했으며 돌아보는 눈동자도 번쩍번쩍 빛났다.

도사는 한눈에 기색이 참변해 바둑알을 놓으면서, "이 판은 완전히 졌소이다. 이쪽에서 그만 온 판을 망쳐버렸단 말이야! 살려낼 도리가 있어야지, 말해봤자 소용없어!"라고 말하고, 바둑을 끝내고 작별인사를 했다.

그 집에서 나와 도사는 규염객에게 말했다.

"이 세상은 공의 세상이 아니니, 다른 곳으로 가 보는 것이 좋을까 하오. 노력해 보십시오. 그리고 이로 인해 상심하지 마십시오."

그들은 함께 서울로 들어가기로 했다. 그리고 규염객은

"이랑의 일정을 계산해 보니 모일(某日)에 서울에 도착하게 되는데, 도착하는 그 다음날 누이동생과 함께 모지(某地) 모리(某里)에 있는 내 집으로 찾아와 주시오. 이랑은 누이동생과 서로 의지하게 됐는데, 한푼도 가진 것이 없는 빈털터리란 말이야. 하여튼 우리 집사람을 인사도 시키고 겸해서 조용히 의논하고자 하는 일도 있으니 미리부터 사양일랑 하지말고 와 주시기 바라오."

라고 말하고 말을 마치더니 탄식하면서 돌아갔다.

공도 말을 달려 돌아왔다. 그리고 약속한 날 드디어 장씨와 함께 규염객의 집을 찾아갔다. 한 조그마한 판자문이 달려 있었다. 그 문을 두드리니 어떤 응접하는 사람이 나와 인사를 하고는, "삼랑(三郞)께서 이랑와 큰아씨를 기다리고 있으라고 저에게 분부하신 지가 오래 되었습니다."라고 말하면서 두 사람을 안내하였다.

여러 대문을 들어가는데 들어갈 수록 대문은 더욱더 웅장하였다. 40명의 시녀가 뜰 앞에 서서 도열해 샀고, 20명이나 되는 하인이 그들을 인도해 동쪽 대청으로 들어갔다. 대청 안의 진설(陳設)은 지극히 진기했고, 상자 속에 있는 화려한 화장품, 모자, 거울, 머리 장식품 등은 모두 이 세상의 물건으로는 생각되지 않았다.

세수를 하고 머리를 빗고 화장을 하고 나니 또 옷을 갈아입으라고 청하는데, 그 옷 또한 진기한 것이었다.
옷을 다 갈아입고 나니, 어떤 사람이 "삼랑(三郞)께서 오십니다."하고 전갈을 했다. 이때 규염객은 사모(紗帽)를 쓰고 가죽옷을 입고 나왔는데, 또한 용과 범 같은 위용이 있었다. 규염객은 반가이 그들을 맞이했다. 그리고 나서는 자신의 아내를 재촉해 나와서 인사를 하게 되었는데, 그 또한 선녀와 같은 미인이었다.

드디어 중앙의 응접실로 안내됐는데, 그곳에 차려 놓은 요리의 풍성함이란 비록 왕공의 집이라 할지라도 이에 비할 바가 못 됐다. 네 사람이 자리를 잡고 요리 상 앞에 앉으니 곧 여자 악사 20명이 그 앞에 나란히 자리잡고 음악을 연주하는데,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것 같았으며 이 세상에 있는 곳이 아닌 양 싶엇다. 식사를 끝마치고 나니 이번에는 술이 나왔다.

이러는 가운데 하인들이 동쪽 집채로부터 20개의 상을 맞들고 나왔는데, 상마다 비단으로 수를 놓은 보자기로 덮어놓았다. 앞에 늘어놓은 다음 그 보자기를 모두 벗기는데, 보니 그 속에는 문서와 열쇠로만 가득 차 있었다. 규염객이 말했다.

"이것은 보물과 돈의 숫자를 전부 기록해 놓은 것이오. 이것이 모두 나의 소유인데, 전부 이랑에게 기증하겠소. 왜 그러느냐면, 실은 내가 이 세상에서 큰일을 좀 해보려고 2~30년 동안이나 천하의 패권을 다투어 왔고, 그 결과 조그마한 공업(功業)을 세우게 되는가 했소이다만, 그러나 이제는 이미 주인이 나타났으니 내가 이곳에서 더 머물러 있은들 무엇하겠소?" 태원에 있는 이씨는 진정한 영주(英主)입니다. 3~5년 이내에 천하는 태평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니 이랑은 기특한 재능으로 천하를 통일할 군주를 보필해 마음과 몸을 다 바친다면 반드시 신하로서 가장 높은 지위에 오르게 될 것이오. 누이동생은 선녀와 같은 용자(容姿)로 특출한 지략을 쌓아 부군의 출세에 따라 현귀(顯貴)한 영화를 누리게 될 것이오. 실로 누이동생이 아니었던들 이랑의 인물을 알아볼 수 없었을 것이며, 또 이랑이 아니고서는 누이동생을 영광되게 해 줄 수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군웅들이 기회를 만나 일어나기 시작하는 때에는 의례 영명한 임금과 어진 신하가 서로 만나게 되는데, 이는 마치 범이 으르렁거리면 바람이 일고 용이 으르렁거리면 이에 따라 구름이 모이는 것처럼 실로 우연한 일이 아닙니다. 이랑은 내가 기증하는 이 재물을 가지고 진정한 주군을 보좌해 그의 창업에 협찬하시오. 힘껏 노력하시오! 그리고 지금으로부터 10년 뒤에 동남쪽 수 천리 밖에서 무슨 큰 사건이 일어날 것입니다. 그러면 누이동생과 이랑은 동남쪽을 향해 술을 뿌리며 축하해 주기 바라오."

그리고 집안에 있는 하인들을 열을 세워 절을 하게 하고. "이제부터는 이랑과 누이동생이 너희들의 주인이다."라고 일러주었다.

규염객은 말을 마치고 나서 그의 부인과 함께 하인 한 사람만 데리고 말을 타고 떠나는데, 몇 걸음 못 간 듯했으니 어디론지 사라지고 다시는 보이지 않았다.

그리하여 이공은 이 집을 차지해 대부호가 됐고, 그 재산으로 문황이 창업하는 일을 도와줄 수 있었으므로 드디어 천하를 바로 잡게 됐다.

그 후 정관(貞觀) 10년 공은 좌복사평장사(左僕射平章事)의 벼슬에 있었다. 이때 남만(南蠻)으로부터 사람이 들어와 (황제에게) 보고하기를 "어떤 사람이 천 척의 선박과 10만의 갑병(甲兵)을 거느리고 부여국(夫餘國)으로 들어와 그 나라의 임금을 죽이고 스스로 왕위에 올랐습니다. 그런데 국내의 질서는 이미 안정됐습니다." 라고 해 공은 마음속으로 규염객이 한 일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집으로 돌아와 장씨에게 일러주었다. 두 사람은 예복으로 갈아입고, 멀리 동남쪽을 향해 술을 뿌리며 축하의 예를 올렸다.

이로 미루어 진명(眞命)의 영주가 일어날 때는 보통의 영웅 따위는 천하를 바랄 바가 못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하물며 영웅도 못 되는 자에게 있어서랴! 신하가 되어 가지고 난을 꾸며 모반하려고 망상하는 것은 마치 사마귀가 그의 팔뚝으로 굴러오는 수레바퀴에 대항하려는 것과 같이, 결국은 자멸하고 말뿐이다. 우리 황실이 만세토록 복을 누리는 것이 그 어찌 요행으로 얻은 것이리오!

어떤 사람은 또 말하기를, "위공의 병법은 그 절반이 곧 규염객에게 배운 것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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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쉰동전

연국혜라는 한 제상이 있었는데 나이 50이 되도록 슬하에 자녀가 없어서 하늘에 제사를 올려 아들의 점지를 기도하여 한 옥동자를 낳아 이름을 갓쉰동이라고 하였다. 갓 쉰 살 되던 해에 낳았다는 뜻이었다. 자라나매 용모가 비범하고 재주가 월등하므로 연국혜가 손 안의 구슬 같이 사랑하여 늘 곁에서 떠나지 못하게 하였다. 갓쉰동이가 7살 되던 해에 문 앞에서 장난을 하고 노는데 어떤 도사(道士)가 지나가다가 그를 보고 “아깝다, 아깝다.” 하고 갔다. 연국혜가 그 말을 듣고 뒤쫓아가 도사를 붙잡고 그 까닭을 물으니 도사가 처음에는 굳이 사양하고 말하지 아니하다가 나중에 하는 말이

“이 아이가 자라면 부귀와 공명이 무궁할 것이지마는 타고난 수명이 짧아서 그때를 기다리지 못할 것이요,“

하였다. 그러면 그 액을 면할 방법이 없느냐고 물으니까

”15년 동안 이 아이를 내버려 부모와 서로 만나지 못하면 그 액을 면할 것이오.“

하였다. 연국혜는 차마 못할 일이었지마는 도사의 말을 믿고 아들의 장래를 위해 하인을 시켜서 갓쉰동이를 멀리멀리 산도 설고 물도 선 어느 시골에 데려다 버리게 하였는데, 다만 훗날 도로 찾을 표적을 만들기 위해 먹실로 등에다가 ‘갓쉰동’이란 석 자를 새겨서 보냈다. 갓쉰동이가 버려진 곳은 원주(原州) 학성동(鶴城洞)이었다. 그 동네의 장자(長者) 유씨가 그날 밤 꿈에 앞내에 황룡이 하늘로 올라가는 것을 보고 괴이하게 여겨 새벽에 앞 내에 나가보니 한 준수한 어린아이가 있으므로 데려다가 길렀는데 그 등에 새긴 글자를 보고 이름을 그대로 ‘갓쉰동‘이라 불렀다.

갓쉰동이 자랄수록 미목(眉目)이 청수하고 용모가 영특하나 그 내력을 알 수 없어 온 집안이 천한 사람으로 대접하였다. 장자는 그를 사랑하기는 하였으나 남의 시비를 싫어하여 그 신분을 높여주지 못하고, 다만 글을 약간 가르쳐 자기 집 종으로 부렸다.

하루는 갓쉰동이가 산에 올라가 나무를 베는데 난데없는 청아한 퉁소 소리가 들리므로 지게를 버티어 놓고 소리나는 곳을 찾아가니 한 노인이 앉아서 퉁소를 불고 있었다. 노인이 갓쉰동이를 보더니

“네가 갓쉰동이가 아니냐? 네가 오늘에 배우지 아니하면 장래 어찌 큰공을 이루겠느냐?”

하고 학문의 필요함을 이야기 해주었다. 갓쉰동이는 그 이야기에 취하여 해 지는 줄도 모르고 듣고 있는데 노인이 석양을 가리키며 오늘은 늦었으니 내일 오라고 하며 어디론지 휙 가버렸다. 갓쉰동이가 그제야 깜짝 놀라 내가 나무를 하러 왔다가 빈 지게를 버티어 놓고 해를 다 보내었으니 주인의 꾸중을 어찌하나, 하고 내려와 보니 누구의 짓인지 나무를 베어 지게에 지워놓았다. 갓쉰동이가 그 이튿날부터 나무를 하러 가면 반드시 그 노인을 만나고 만나서는 검술(劍術)・병서(兵書)・천문(天文)・지리(地理) 등을 배우고, 그리고 내려오면 반드시 그 지게에 나무가 지워져 있어서 지고 돌아올 뿐이었다. 장자는 아들은 없이 딸만 셋을 두었는데 문희・경희・영희라 하였다. 세 사람이 다 뛰어난 미인인데 영희가 더욱 뛰어났다. 갓쉰동이가 15살 되던 해 봄 어느날, 장자는 갓쉰동이를 불러 세 딸을 가마에 태워 가지고 화류(花柳) 구경을 가라고 하였다. 갓쉰동이 그의 말에 따라 교군을 가지고 문희의 방 앞에 가서 “아가씨, 가마를 대령했습니다.” 라고 했다. 문희가 버선발로 마루 끝에 나서더니 “아이고, 맨땅을 어떻게 디디겠느냐? 갓쉰동아, 네가 거기 엎드려라.” 하여 갓쉰동이의 등을 밟고 내려와 가마에 들어갔다. 경희를 태울 때 경희도 그러는지라 갓쉰동이 노하여 한 주먹으로 때려주고 싶었지만 장자의 은혜를 생각하여 꾹 참고, 영희의 방에 가서는 이 년도 그 년의 동생이니 별다르겠냐는 하는 생각이 나서 “가마를 대령하였습니다.” 한 마디 하고는 미리 뜰에 엎드렸다. 영희가 문에서 나와 보고는 놀라 “갓쉰동, 이것이 무슨 짓이냐.” 하였다. 갓쉰동이가 말했다.

“갓쉰동이의 등이야 하느님이 아가씨를 위해 만든 것이 아닙니까? 이 등으로 나무를 져다가 아가씨들의 방을 덥히고, 이 등으로 쌀을 실어다가 아가씨들의 배를 불리고, 아가씨들이 앉고 싶으면 갓쉰동이의 등을 자리로 쓰시고, 아가씨들이 걷고 싶으면 갓쉰동이의 등을 다리로 삼으시고…….”
말이 채 끝나지 아니하여 영희가 달려들어

“아서라, 이게 무슨 짓이냐? 사람의 발로 사람의 등을 밟는 법이 어디 있느냐?

하고 갓쉰동이를 일으켰다. 갓쉰동이는 일어나 영희의 꽃 같은 얼굴, 관옥 같은 살결과 정다운 말소리에 마음을 잡지 못하며,

”나도 어렴풋이 어릴 때의 일을 생각하면 너와 결혼할 만한 집안인데……,“

라고 말하며 눈물이 글썽해졌다. 영희도 갓쉰동이의 용모가 범상치 아니하고 음성이 우렁참을 보고 이 같은 남자가 어찌하여 남의 집 종이 되었을까 생각하고 눈물이 흐름을 깨닫지 못하였다.
이 뒤로부터 갓쉰동이는 영희를 생각하고 영희는 갓쉰동이를 사랑하여 두 사람 사이의 정의가 점점 두터워졌다. 갓쉰동이가

“내가 일곱 살 때 집을 떠나던 일을 어렴풋이 기억하는데, 아마 우리 부모가 도사의 말을 믿고 나를 버려 훗날 다시 찾으려 한 것 같다. 나도 집에 돌아가면 귀한 집 아들이니 너 나하고 결혼하자.”

라고 하니 영희는

“나는 귀인의 아내 되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사나이가 아닐진대 귀한 집 아들이라도 내 남편이 못될 것이고, 네가 사내라면 종이라도 나는 너 아니면 아내가 되지 않겠다. 그러니 너는 그 회포를 말해보아라,”

하였다. 갓쉰동이

“달딸이는 늘 우리나라를 침범하여 백성을 괴롭히는데 우리는 다만 침입하는 달딸이를 물리칠 뿐이요, 달딸국에 쳐들어가지 못했으니 나는 이것이 분하여 늘 달딸이의 땅을 한 번 쳐서 백 년의 태평을 이룩하려고 생각한다.”

하고 요즈음 나무하러 가서 어떤 선관(仙官)에게 날마다 검술・병서・천문・지리 등을 배우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영희는 크게 기뻐하며

“그렇지만 적국을 치자면 적국의 형편을 잘 알아야 할 것인데 네가 친히 달딸국에 들어가 그 산천을 두루 돌아다녀서 국정을 살펴보아 훗날 성공할 터를 닦아가지고 오면 나는 너의 아내가 못되면 종이 되어서라도 네 앞에서 백년을 모시려 한다.”

고 하였다. 갓쉰동이가 쾌히 허락하고 장자의 집에서 달아났는데 영희는 제가 가진 금가락지와 은그릇 등을 주어 노자를 만들게 하였다.

갓쉰동이가 달딸국에 들어가서는 달딸의 말도 배우고 달딸의 풍속도 익히고 ,또 그 내정을 알기 위해 이름을 돌쇠라 고치고 달딸국왕의 가노(家奴)가 되었는데 행동이 영리하므로 왕의 신임을 받았다. 그런데 둘째 아들이 영매하고 또 사람을 잘 알아보아 갓쉰동이는 비상한 영걸이요 또한 달딸의 종자가 아니니 죽여서 그 후환을 없애자고 그 아비에게 고하여 철책 안에 잡아가두고, 음식을 끊어서 굶겨 죽이려고 하였다. 갓쉰동이는 곧 자기의 몸이 위태로움을 깨달았으나 계책이 없어 답답히 앉았다가 자기 곁에 매를 길들이려고 잡아넣은 새장을 보고 와락 달려들어 새장을 부수고, 그 안에 있는 매를 다 날려보냈다. 이때 마침 달딸왕 부자는 다 사냥을 나가고 달딸왕의 공주가 그를 지키고 있다가 놀라

“네가 왜 매를 놓아 보내느냐? 더욱 우리 아버지와 오빠에게 죄를 짓는 것이 아니냐?”

하였다. 갓쉰동이가 말했다.

“내가 나 갇힌 것을 답답하게 여기는 마음으로 갇힌 매를 보니 곧 매가 답답해 할 것을 생각하였다. 나를 풀어주지 않는 사람을 원망하면서 내 곁에 갇혀 있는 매를 풀어 보내지 못한다면 매가 얼마나 나를 원망하랴. 차라리 매를 위해 죽을지언정 매의 원망을 받지 않으리라 하는 마음이 불같이 일어나 갇혀 있는 매를 놓아주었다.”

공주가 그의 말을 듣고 측은히 여겨

“내가 우리 둘째 오라버니에게 들으니 네가 우리 달딸을 멸망시키려고 생긴 사람이라 하던데 네가 어찌하여 달딸을 망치려고 하느냐?”

라고 하였다. 갓쉰동이가 말했다.

“하늘이 나를 달딸을 망치려고 내셨다면 너의 오라버니가 나를 죽이려고 해도 죽지 않을 것이고, 또 나를 죽일지라도 나 같은 사람이 또 나올 것이다. 너의 오라버니에게 이렇게 잡혀 죽게 된 몸이 어찌 달딸을 멸망시킨단 말이냐? 공주가 만일 나를 풀어주면 나는 저 매와 같이 산으로 물로 훨훨 날아다니면서 ‘나무아미타불’을 불러 공주를 사랑하고 보호해달라고 외울 뿐이요, 다른 생각이 없겠다.”

공주가 더욱 측은히 여기는 빛이 있더니

“오냐, 내 아무리 무능한 여자인들 우리 아버지의 딸이요 우리 오라버니의 동생이니 어찌 너 하나를 살려주지 못하겠느냐? 얼마 안 가 우리 아버지와 오라버니가 돌아오시거든 너의 무죄함을 아뢰어 너를 돌아가게 할 것이다.”

라고 하였다. 갓쉰동이 공주의 얼굴을 한참 쳐다보다가 고개를 숙이고 말했다.

“공주는 애쓰지 말라. 돌쇠 한 놈 죽는 것이 무슨 큰일인가. 나는 들으니 부처님은 사람을 구할 때에 아버지와 오라버니에게 고한 일이 없다던데…….“

공주가 그 말에 얼굴빛이 더욱 변하더니 내전(內殿) 불당에 들어가 기도하고 열쇠로 철책의 문을 열어 갓쉰동이를 내보냈다. 공주가 손목을 잡고

”내가 너를 처음 보았지마는 너를 보내는 데 내 마음도 따라간다. 네 몸은 매같이 훨훨 날아서 가더라도 네 마음이랑 나를 주고 가거라.“

하니 ”공주가 나를 잊을지언정 내가 어찌 공주를 잊겠는가?“ 하고는 갈 길이 바빠 걸음아 날 살려라 두 주먹을 불끈 쥐고 도망하여 성문을 나와 풀뿌리를 캐먹으면서 낮에는 숨고 밤에는 걸어 달딸의 국경을 벗어나 귀국하였다. 달딸의 둘째 왕자가 돌아와 공주가 갓쉰동이를 사사로이 놓아준 것을 알고 크게 노하여 칼을 빼서 공주의 목을 베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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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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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麗輝 | 작성시간 05.07.13 좋은 게시물이네요. 스크랩 해갈게요~^^
  • 작성자이도형 | 작성시간 05.07.16 갓쉰동전과 규염객전은 중국 소설입니다. 비슷한 부분이 있을 수 잇고, 님 말대로 연개소문을 모델로 햇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인에게 연개소문은 상당히 부정적인 이미지라는 것을 아신다면 그 소설들이 가지는 문제는 쉽게 답이 나오지 않을까요?
  • 작성자麗輝 | 작성시간 05.07.17 소설과 전설, 신화는 역사적인 근거가 없이 만들어지기가 어렵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런 것들이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역사성을 거의 띄지 않았다는 겁니다. 그렇다고 했을때 한단인님의 생각은 단순한 생각일 뿐이지, 더 이상 논리전개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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