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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인물탐구 - 현대판 예형

작성자해내리|작성시간11.03.22|조회수1,218 목록 댓글 2


                 삼국지 인물탐구 - 현대판 예형



 삼국지연의를 읽어 본 사람이라면 예형이란 인물을 기억할 것이다. 연의에서 예형은 조조가 유표를 설득시킬만한 인물을 찾던 도중 공융이 추천하게 되어 처음 등장한다. 그러나 예형은 조조를 처음 대면한 자리에서 그의 아끼는 쟁쟁한 모사며 무사 여타 측근들을 오만 독설로 일거에 깔아뭉갠다. ‘ 순욱은 초상집 문상이나 할 것이며, 순유는 묘지기 노릇이나 하게 하고, 허저는 마소나 기를 사람이고... ’ 격분한 조조의 측근들은 그를 죽일것을 간하지만 조조는 그래도 예형이 나름대로 세간에 신망이 두터운 인물이니 섣불리 죽이면 자신이 민심을 잃게 될 것을 우려 죽이지 않는다. 그리고 강제로 그를 형주의 유표에게 보낸다.


 형주로 간 유표 앞에서도 예형은 그에게 독설을 서슴치 않고, 유표도 조조처럼 예형을 귀찮다 여겨 자신의 휘하 황조에게로 보낸다. 유표 역시 예형을 섣불리 죽이지 못하는 이유로 조조와 비슷한 핑계를 댄다. 그러나 예형은 황조에게 의탁하고 있을때 역시 세치혀를 경솔히 놀리다가 황조의 칼에 목이 달아나게 된다.


 정사에서 예형의 기록도 연의와 그리 크게 다르지는 않다. 다만 연의에선 예형이 조조에게 대항하다 결과적으로 죽음을 당한 것으로 묘사되어 마치 아까운 재사(才士)가 젊은 나이에 불행히도 목숨을 잃은것처럼 느껴지나, 그의 삶을 다시한번 음미해보면 그의 오만과 무례함 그리고 경솔함도 느껴지게 된다.


 과연 예형은 얼마나 대단한 인재이길래 조조의 아끼는 휘하 인물들을 한바탕 독설로 싸잡아 깔아뭉갠 것일까. 자신의 눈에 사람으로 보이는 인물은 공융과 양수 정도밖에 없다고 했을 정도니 그의 자신의 학문과 지식에 대해 갖고 있었던 자부심이 어느정도였을지는 대충 짐작이 간다. 후한서에는 유표가 그의 문필에 감탄했다는 기록도 있으니 예형이 어느정도 뛰어난 인재였음은 사실인것 같다.


 문득 한 삼국지 관련 게시판에서 이런 문제제기를 한 네티즌의 게시물이 생각난다. 그런데 과연 그 예형을 게임 삼국지의 능력치로 평가하자면 어느정도쯤 되었을까 하는것이 그 네티즌이 제기한 문제였다. 글쎄, 정사에서도 연의에서도 예형은 그저 막연히 재주와 학식이 뛰어난 인물이라고만 언급했을뿐 실제 그가 어떤 역량을 발휘한 흔적은 없으니 그 무슨 능력치 같은 객관적 수치로 비교하는것이 쉽지는 않다. 말로는 순욱,순유같은 조조의 최측근 모사까지 깔아뭉갠것이고, 스스로 상대할만한 인물은 공융,양수정도 밖에 없다고 했지만. ‘ 천문지리와 삼교구류 그 어느것 하나 막히지 않는다 ’고 까지 자신의 능력을 한껏 추켜올린 실제 그의 역량은 ? 아쉽게도 정사에선 그가 어떤 정치적 역량이나 지혜를 발휘한 기록이 없고, 연의에도 예형이 딱히 무슨 지혜를 내서 어떤 주군을 도운 사건도 없으니 다른 모사나 장수들과 능력치를 비교분석할 방법은 없다.


 헌데 현실속에서도 종종 삼국지의 예형같은 군상들을 만나게 된다. 특히 인터넷 공간에서. 인터넷이 대중화된지 어언 10년세월, 그간 우리사회와 문화에 많은 변화를 가져다 주었지만 그중 대표적인 것을 꼽자면 역시 인터넷 논객문화라 할 수 있다. 특히 나름대로 타고난 재주와 지혜 그리고 공부해온 바가 있어 그것이 세상에 쓰여지기만을 애타게 기다렸으나 빛을 보지 못하고 초야에 묻힌 이라면 인터넷은 그 빛을 발할수 있는 얼마나 좋은 기회가 되었으랴. 실제 인터넷 논객이나 웹진 운영자 중엔 역사가 되었든 또는 철학이나 종교가 되었든 혹은 과학이나 기타 다른 전문 학문분야가 되었든 그 해당 전문분야에 대한 탁월하고 해박한 지식을 갖춘 이들을 많이 만나볼 수 있다.


 그러나 때론 그러한 논객들 중엔 자신의 지적과시와 오만이 지나친 이들을 적잖이 보게 된다. 이러한이들의 공통점은 해당 전문분야에 탁월한 전문지식을 갖추고 있음은 분명하나, 자신의 지적오만이 지나쳐 남들과 자주 부딪히거나 불필요한 소모적 논쟁을 자주 벌이고 또 때로는 자신을 비난하거나 비판하는 이들을 쉽사리 깔아뭉개거나 비아냥거리고 격하시킨다. 실로 조조의 후덜덜한 측근들을 모두 한바탕 독설로 깔아뭉갠 예형의 그것과 무엇이 다를까.


 또 게중엔 자신의 토론대상은 최소한 이명박이나 노무현 또는 이문열이나 황석영쯤은 되어야 대화상대가 되지 너희같은 하찮은 (주로 자신을 비난하는 네티즌들에게) 존재들은 말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극언도 서슴치 않는이도 있다. 글쎄, 그 사람의 전문지식이나 토론수준이 그 무슨 이 모나 노 모 또는 황 모 같은 유명인사들과 견줄바가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실제 그러한 인물이 이 모나 황 모씨 같은 인물에게 맞장토론을 제안한다면 그 상대방이 받아주기나 할 지는 의문이다.


 또 이러한 논객이나 웹진 운영자일수록 쉽사리 남과 융화하지 못하고 자주 다툼을 벌이는 경우를 자주 본다. 물론 그만한 외고집과 외곬수가 있었기에 역사든 철학이든 정치든 나름 그 분야의 한 우물을 파며 오랜세월 공부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 모난 정 같은 사람들이 둥글둥글하게 다른 이들과 융화되고 부대끼며 잘 살아가기를 바라는 것 자체가 무리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예부터 수많은 현자와 지자들이 겸손과 겸양의 도를 가르쳐 왔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말도 분명 그런 지적오만과 지적과시로 가득찬 이들을 경계하며 남긴 격언이리라.


 무릇 글을 쓰는 문사(文士)라면 그 글의 해악(害惡)적인 이면도 있음을 깨달아 마땅히 삼가며 경계해야 할 것이다. 날카로운 비판은 때론 상대방을 뜨끔하게 만들기도 하다 그 비판의 도가 지나치면 자칫 타인의 영혼을 해칠수도 있다. 또한 글은 천사를 악마로 만들수도 있고 악마를 천사로 만들수도 있는 요물이기도 하다. 예를들자면 똑같은 정치인을 놓고도 그를 미화시키고자 글을 쓴다면 세종대왕 이상의 성군으로 추켜올릴수도 있고 작심하고 비하하고 격하하려 한다면 사탄과 동격의 수준의 존재로 만들어 버릴수 있는 요사스러운 것이 글이다. 멀리 서역(西域)의 사서(史書)까지 뒤적이며 사례를 찾을것도 없이 당장 인터넷의 정치사이트나 웹진에서도 동일한 인물에 대한 평가가 극과 극으로 엇갈리는 사례를 수두룩하게 본다. 이래도 글이 천사를 악마로 만들수도 있고 악마를 천사로 만들수도 있는 존재가 아니라 말할수 있겠는가.


 예형은 학문과 재주는 뛰어났을지 몰라도 아무래도 지혜와 겸손은 부족한 인물이었던 것 같다. 만약 예형이 처세의 도를 조금이라도 아는 인물이었다면, 때에 따라선 자신을 낮추기도 하고 높이기도 했을 것이다. 허나 예형의 끝모를 자부심은 결국 그를 쓰려했던 사람마다 되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게 만들고 귀찮게 여기게 해 결국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게 만든다.


 조조는 예형을 죽이면 되려 자신이 신망을 잃을까봐 강제로 그를 유표에게 보냈으며, 유표 역시 예형을 귀찮아 해 자신의 휘하장수 황조에게 보낸다. 그러나 예형은 그 황조 앞에서마저 ‘ 네놈은 죽어서도 효험이 없는 귀신 ’이라며 비아냥거리다 결국 격분한 무부(武夫) 황조의 칼에 목이 달아난다. 지나친 지적오만에 겸손은 커녕 자신을 낮춰야 할 때와 장소조차 분간할 판단력조차 없었던 한 어리석은 젊은 문사의 비참한 최후다. 오늘날 인터넷 논객이나 웹진 운영자들중에도 지적오만과 과시가 지나친 현대판 예형같은 이들을 적잖이 볼 수 있으니, 글쓰는 이라면 자신 또한 언제부터인가 예형을 닮아가고 있지 않은지 마땅히 가슴에 손을 얹고 겸손하게 반성해 봐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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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해내리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1.03.22 글 올릴만한 마땅한 곳이 없어 일단 임시로 여기에 올립니다. 실은 이글루스에서 한번 '삼국지 인물탐구' 시리즈를 한번 연재해볼 생각으로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런저런 사정으로 차일피일 미루기만 하다가 관련 카테고리가 1년 넘게 개점휴업 상태가 되었더군요 -.- 그래서 눈물을 머금고 관련 카테고리를 삭제하고 이 글만 보존차원에서 역사문에 올려보는겁니다. 실은 그전에도 다른 사이트에서 삼국지 인물탐구 시리즈로 관우,장비,양수,유안편을 쓴적이 있기도 한데...그건 벌써 10년전 일이라 관련 사이트들이 지금은 다 사라지고 없는 상태라 글을 찾는게 사실상 불가능하더군요. 그래서 이 글 하나만이라도 좀 보존을 하고 싶어서요
  • 작성자귀거래사 | 작성시간 11.03.24 연의도 읽어보았고 정사삼국지도 역사서를 통하여 대충은 알고있지만 예형이란 인물이 있었다는 것은 처음 알았네요. 나름대로 독특한 생을 살고 간 사람이군요. 과연 인물탐구 시리즈에 출연할 자격이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됩니다. 인생을 살면서 한 우물을 판다는 것, 쉬운 일이 아니지요. 또 아 틀리고 어 틀리지요. 글자 하나로 악인도 되고 선인도 되지요. 삼국지를 인물 중심으로 재구성하는 것도 역사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단지 제갈공명 등 현재 나와있는 것은 너무 상세하여 싫증이 나는 점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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