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방대법, 총기규제에 또 제동, 수정헌법 2조 보호 확대
▶ 총기 소유권 논란 재점화
연방 대법원이 가끔 마리화나를 사용하는 사람의 총기 소지 권리를 정부가 일률적으로 제한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이번 결정은 총기 규제 관련 연방법 적용 범위를 크게 제한하는 판단으로 평가된다. 연방 대법원은 18일 텍사스 주민 알리 다니알 헤마니 사건에서 9대0 만장일치로 정부의 기소가 수정헌법 제2조(총기 소지권)에 위배된다고 판결했다.
문제가 된 법은 “불법 약물을 사용하거나 약물에 중독된 사람”의 총기 소지를 금지하는 연방법이다. 이 법은 지난 2024년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의 아들인 헌터 바이든이 유죄 판결을 받았던 동일한 조항이다. 해당 법 위반 시 최대 15년의 징역형과 평생 총기 소지 금지 처분을 받을 수 있다.
연방수사국(FBI)은 2022년 헤마니의 자택을 수색하는 과정에서 권총을 발견했고, 검찰은 그가 마리화나를 사용했다는 이유로 총기 소지 혐의를 적용했다. 이와 관련한 대법원 상고심에서 다수 의견을 작성한 닐 고서치 대법관은 이번 판결이 “제한적인 결정”이라며 약물 중독자의 총기 소지 금지 여부 등 보다 광범위한 쟁점은 다루지 않았다고 밝혔다.
고서치 대법관은 정부가 “마리화나 사용자라면 누구나 위험하다”는 전제를 내세웠지만 이를 입증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판결문에서 “약물과 총기가 때로는 위험한 조합이 될 수 있다는 점은 인정한다”면서도 “정부가 과거 ‘상습 음주자’를 무장 해제했던 사례를 근거로 삼은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특히 마리화나가 많은 주에서 합법화돼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현재 수백만 명의 미국인이 합법적으로 마리화나를 사용하고 있지만, 연방법상으로는 여전히 불법 약물로 분류된다. 총기 권리를 폭넓게 인정해온 연방 대법원 보수 성향 다수파는 지난 2022년 총기 휴대 권리를 확대하는 판결을 내린 바 있으며, 이후 전국적으로 총기 규제 법률에 대한 소송이 잇따르고 있다.
헤마니 측을 대리한 미국시민자유연맹(ACLU)의 세실리아 왕 법률국장은 “정부가 위험성에 대한 근거 없는 추정만으로 대규모 국민 집단을 범죄자로 취급할 수 없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법원이 보냈다”고 환영했다. 총기 권익 단체인 수정헌법 2조 재단 소속 변호사 윌리엄 색은 “앞으로 검찰은 단순한 약물 사용 사실만으로는 부족하며, 해당 인물이 실제로 공공에 위험하다는 점을 입증해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총기 규제를 지지하는 측은 이번 판결의 적용 범위가 제한적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총기 규제 단체 기포즈 법률센터의 리 로마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정부가 합리적인 범주의 총기 소지 제한 조치를 시행할 권한 자체를 부정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한편 헤마니는 미국과 파키스탄 이중국적자로 검찰은 그가 미국에 적대적인 이란계 단체들과 연관성이 있을 수 있다고 주장했으나 관련 혐의로 기소되지는 않았다. FBI 수색 과정에서는 권총 외에도 마리화나와 코카인이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해당 총기 규제법을 옹호하는 입장을 취했으며, 이에 일부 총기 권리 옹호론자들은 수정헌법 제2조 지지를 강조해온 행정부의 태도와 모순된다고 비판했다.
한편 연방대법원은 현재 사유지 소유주의 허가 없이 특정 사유지에 총기를 휴대하는 것을 금지한 하와이 주법의 적법성 여부도 심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