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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는 아름답다◆

[스크랩] 타이거를 풀어 줘 _ 문정희

작성자수원 (樹園)|작성시간26.06.13|조회수3 목록 댓글 0

문정희 시인 (1947년~ )

 

 

타이거를 풀어 줘

― 스트루가의 14세기 수도원에서

 

넓게 파진 검은 드레스에 하이힐 신고

수도원 절벽 오르다가

바위에 채어 휘청 넘어질 때

바로 곁에선 아미르가 마치 중세의 기사처럼

절묘하게 날 붙잡아 주었을 때

 

바로 이거였어! 내가 원하던 것이

세상에 이런 일 자주 없을까

여름 한창일 때

돌들이 물고기처럼 물속을 헤엄칠 때

 

당신 이름 정희(貞姬)는 무슨 뜻이야?

허리 감은 채로 그가 물었을 때

응, 곧고 정숙한 여성이 되라고

우리 아버지가 지어 준 이름이야

 

당신 아버지 바람둥이였군

뭐라고? 당신은 한국을 몰라서 그래

식민지와 전쟁을 거친 나라

딸에게 바르고 안전한 길을 주고 싶은 거지

 

바르고 안전하다고?

위험하지 않은 곳에는 아름다움도 없어

바르고 안전하기를 원하면 어서 무덤으로 가

영원히 안전한 곳은 그곳뿐이니까

 

정희! 당신의 타이거를 얼른 풀어 줘

으르렁거리는...... 나는 벌써 보았어

당신 안에 타오르는 포효를!

 

어흥! 어흥!

 

/ 문정희 시집 『늑대처럼 싱싱하게 울고 싶었다』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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