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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여행경험담

2010년 11월, 앙헬레스 (05) - 두 바바에

작성자유노바교|작성시간10.11.13|조회수1,561 목록 댓글 1

 

 

여행의 둘쨋날 밤. 앙헬을 방문한 이래 처음으로 혼자 잠이 들었다.

사실 밤도 아니다. 날이 훤하게 밝았을 때 호텔로 돌아왔으니

그저 밖에서 밤을 새웠다고 하는 것이 더 옳은 표현이다.

이제 짧은 일정의 여행자에겐 단 하룻밤의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있다.

그러는 동안에도 앙헬에서는 크고 작은 해프닝들이 일어나곤 한다.

 

 

 

 

 

 

 

 

2010년 11월, 앙헬레스 (05) - 두 바바에

다시 초보가 된 찌질이 고수

 

 

 

 

 

 

 

 

이른 새벽이 되어서야 잠자리에 들었기에 늦잠을 즐길까 하다

일정이 그리 길지 않음을 인식하고 애써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래도 얼른 일어나 하루를 즐겨야 한다.

그래서 여행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체력인 것이다.

 

 

일단 아침식사를 하려고 방콕호텔을 나서는데 바바에 두명이 오라빠에 앉아 있다.

오라빠 바바에라곤 하지만 처음보는 바바에들이다.

 

 

“이 시간에 여기서 뭐해?”

“연습하러 왔어요!”

 

 

연습?

연습은 오후 2시부터인데 아침 11시에 뭐하는 것일까?

 

 

“식사는?”

 

그러자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보더니 아직 안했다며 부끄러운지 고개를 가로젓고 있었다.

 

“요앞에 졸리비 새로 생겼다기에 가는 길인데 같이 가자.”

 

 

바바에들은 별다른 거부감없이 따라왔다.

하긴 나는 그들을 모르지만 그들은 매일 한 두 차례씩 오가는 나를 봤을 테고,

가끔 자신들의 사장이나 매니저하고 친하게 지내는 걸로 보아

뭔가 있는 듯한 사람일 거라 생각했을 것이다.

나도 어차피 관심없다.

오히려 혼자 궁상맞게 아침 식사하는 것보다야 바바에들이 함께 하면 더 좋은 것 아닌가?

 

 

바바에들은 졸리비에서 햄버거 한 개와 스파게티 한 개를 주문다.

여기서 잠깐 눈여겨봐야 하는 대목은

음료를 주문할 때 ‘얼음없는 파인애플 쥬스’를 시켰다는 점이다.

이 대목은 조금만 필리핀에 대해서 알고 있어도 쉽게 예상이 가능한 부분이다.

 

두 바바에는 졸리비에서 재미있게 시간을 보내줬다.

내가 아침 식사 한번 하기에 충분한 즐거움을 주었다.

한 바바에는 뛰어난 몸개그 능력이 있어서 더 분위기는 명랑했다.

특이한 대목은 배고프다기에 데리고 왔는데 전혀 음식에 손을 대지 않는다는 점.

결국 두 바바에는 남은 음식을 싸가지고 나갔다.

얼음없는 파인애플 쥬스는 싸가지고 나갈 때 적절한 음료였을 것이다.

 

 

식사를 마쳤으니 천천히 걸어서 오라빠로 돌아왔다.

아침 이른 시간이니 낮바로서는 전통의 명가인 부두(VOODOO)를 찾아가려고 했다.

그때 두 바바에가 상당히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내게 무언가를 부탁했다.

 

 

“저, 선생님....(영어로 Sir라고 호칭했다.)

혹시 방 비워져있으면 두시까지 우리가 좀 쉬면 안될까요?”

“......?”

 

나는 되물었다.

 

“아가씨들 어제 바파인 나갔다가 그냥 쫓겨온 거 아냐?”

“아니에요. 집이 좁아서 일찍 나왔어요.”

“그래?”

 

 

그럴 수 있다. 어떤 집에는 정말 많은 바바에들이 한방에서 지내곤 하니까.

일단 방으로 안내했다. 조금 지저분할 거라니까 괜찮다고 했다.

간밤에 아무도 들어오지 않았다니까 입을 삐죽 내민다. 정말인데.....

 

방으로 안내하니 저들끼리 대충 치운다. 그러더니 침대 위로 올라가 편한 자세를 잡았다.

저 상황에서 그냥 조용히, 잘 쉬라며 젠틀맨 아저씨처럼 문닫고 나갈 내가 아니다.

얼른 가운데 누웠다.

 

 

“자, 밥도 먹었으니 밥 값 해야지! 누가 할래?”

 

 

두 바바에 중에 몸개그 능력이 뛰어났던 바바에가 무슨 말인지 얼른 눈치 채고

내 배 위로 올라왔다.

그러더니 뭐가 신이 났는지 온갖 야한 시늉을 내며 호들갑을 떠는데

실제 행위보다 이게 더 볼만했고 이게 더 느낌이 좋았다.

박자를 맞춰주며 놀다가 내가 음흉한 목소리로 물었다.

 

 

“낮이니까 얼마?”

 

그러자 그 몸개그 바바에 왈.

 

 

“10페소!”

“.....!”

 

잘하면 필리핀 방문 역사 이래 최초로 동전으로 마무리할 뻔했다.

그렇게 잠깐 놀아주고 방을 나섰다.

 

 

“프론트에 말해 둘테니 잘 쉬다 가거라. 그리고 가면서 방 청소 좀 해달라고 애기하고.

여기 TV 밑 서랍속에 10,000페소 있으니 없어지면 니네 죽는다! 오케?”

 

 

그들은 긴장했다. 얼른 돈을 보자고 했다.

나는 안보여준다고 했고 분명히 저 안에 있다고 했다.

그리고 도망치듯 방에서 빠져나왔다.

아마 10,000페소 없어졌다고 걱정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 * *

 

 

커피나 한잔 하려고 호텔을 나서는데 방콕사장이 인사한다.

혹시나 바바에에 대해 오해할까봐 조금 전에 있었던 바바에 얘기를 했다.

방콕사장은 이름과 인상착의를 묻더니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 아이들 어젯밤 바파인 나갔다가 팁을 못받았아 배고프다고 해서

내가 라면 한 개씩 사주고 오는 길인데?”

“......?”

 

 

그 바바에들이 졸리비에서 음식을 먹지 않은 건 배가 고프지 않아서였다.

그렇다고 굳이 테이크 아웃을 해야 했던 이유도

나중에 연습마치고 먹으려는 이유가 아니었다.

옆에서 슬쩍 지켜보니 호텔 가드였는지, 아니면 공사하는 인부였는지

싸온 음식을 누군가에게 슬쩍 건네주었던 장면이 떠올랐다.

그럼 그들은 왜 졸리비까지 따라왔을까?

 

 

아마도 그들은 내가 무언가를 물었을 때, 내가 어떤 의사를 타진했을 때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대답한 것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답을 말했던 것이다.

가끔 바바에들과 또는 필리핀 사람들과 얘기를 할 때 이런 경우를 자주 본다.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상대방의 입맛을 맞춰주는 경우 말이다.

이것이 오랜 식민지의 영향인지

아니면 손님을 접대하는 그들의 순수한 마음인지는 모르겠다.

다만 내가 느꼈던 것은 우리와는 다른 정서라는 것뿐이었다.

 

 

고개를 끄덕이고 있자 옆에 있던 방콕사장이 말을 건넸다.

 

 

“준비 다 되셨나요?”

“준비라뇨?”

“어제 약속하시지 않았습니까? 오늘 저랑 어디 같이 가기로....”

“.......!”

 

 

이제 생각났다.

어제 수빅에서 돌아오면서 방콕호텔 사장은 어딘가 함께 가자고 내게 부탁을 했다.

나름 위험한 곳이라 아무 손님하고 같이 가면 안될 것 같고

그냥 믿을 만한 사람이 필요했던 모양이다.

그러나 문제는 약간의 위험요소가 있는 장소라고 했다. 신변의 위협 말이다.

 

 

“어떤 위험이 있는 곳이라 했죠?”

“뭐 별일 있겠습니까? 고작해야 돈을 뺏기거나 조금 맞거나

아니면 후장..... 음. 죄송합니다.”

 

 

이제 모든 게 기억났다. 어제 수빅에서 돌아오면서 방콕사장은

나름 흥미로운 곳에 탐방하자고 했고, 나보고 작가정신을 앞세워 동행을 요구했었다.

나는 위험 요소는 별로 귀담아 듣지 않고

단순히 재미있고 흥미로울 거라는 생각으로 흔쾌히 승낙했었다.

그런데 바로 그 시간이 지금 다가왔다. 도망갈 것도 없고 둘러댈 핑계도 없다.

그리고 방콕사장은 이미 차에 시동을 걸고 있었다.

 

 

 

이제는 그냥 몸으로 부딪히는 일만 남은 셈이다.

과연 나는 무사히 돌아올 수 있을까?

 

 

 

 

오라빠의 두 바바에.

몸개그 능력이 일품이다. 나중에 사장 말을 들으니 제법 인기 좋은 바바에라고 한다.

오른쪽 바바에가 몸개그가 일품인 바바에.

 

촬영 : SIGMA DP-2

 

 

 

 

 

마부Hi

그날 나는 밥을 미리 먹고 가길 참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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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민min | 작성시간 10.11.15 순한얼굴이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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