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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계(三戒)

작성자장원섭(천하대장군)|작성시간19.06.30|조회수63 목록 댓글 5


세상을 살아가면서 스스로 경계해야 할 일들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가장 기본이 되는 자세는 다른 사람에 대한 경계심이 아니라 스스로 자신의 갖춤이 확실한가를 돌아보는 것이다. 먼저 자신을 알아야 남과 비교할 수 있다. 그러면 스스로 어떻게 처신해야 할 바를 알고 마주칠 상황에 대비할 수 있다. 옛 현인들이 스스로를 경계(警戒)했던 고사를 통해 교훈을 배우는 것 역시 중요하다. 당나라 시인 유종원(柳宗元)이 지은 삼계(三戒)가 그 중의 하나다

 

유종원(柳宗元, 773819)은 중국 당나라 때 고문체의 명문장가로 당송 8대가의 한 사람이다. 그는 자신의 근본을 모르고 날뛰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모두 동물을 비유하여, 무릇 사람은 세 가지를 스스로 경계(三戒)할 것을 설명하고 있다. 그는 삼계(三戒)’를 지은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나는 세상 사람들이 자신의 근본을 미루어 알지 못하고 다른 것을 빌어 제멋대로인 것을 항상 싫어하였다. 어떤 사람은 세력가에 빌붙어 자기 류()가 아닌 것을 범하고 재주를 드러내다가 강자에게 노여움을 산다. 시기를 틈타 방자하고 난폭한 짓을 하는데 그러다가 마침내 화를 당한다. 어떤 손님이 노루, 당나귀, 쥐라는 세 가지 동물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 그 일과 비슷해서 삼계(三戒)를 지었다’.


삼계 가운데 임강의 노루(臨江之糜) 이야기가 먼저 나온다.


임강 사람이 새끼노루를 사냥해 집으로 데려왔다. 집에 있는 개들이 새끼노루를 보고 군침을 흘렸으나, 주인이 그 개들을 꾸짖었다. 개들은 어쩔 수 없이 침을 삼키면서도 노루와 잘 지낼 수밖에 없었다그렇게 3년이 지나는 사이에 노루는 자신이 노루임을 망각하고 말았다. 노루는 자신이 개와 같은 부류라 생각해서 혼자 바깥으로 나갔다. 노루가 길에서 놀고 있는 개들을 보고 반가워서 달려갔다. 기회를 노리던 개들이 마침내 노루를 잡아먹었다. 하지만 노루는 살점이 뜯겨져 죽어가는 중에도 자신이 왜 죽임을 당하는지 깨닫지 못했다.’


이 이야기는 세력가와 어울리다 보면 자신이 세력가인 줄 착각해, 세력가처럼 굴다가 결국엔 화를 당한다는 교훈을 담고 있다

 

두 번째 사례는 검주의 당나귀(黔州之驢) 이야기이다.


검주 땅에는 원래 당나귀가 없었다. 그런데 일 벌이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당나귀를 들여와 곧 쓸모없게 되자 산에 버렸다. 호랑이가 처음 보는 당나귀의 큰 몸집에 놀라 신()이라 여기고 무서워 숲에 숨어서 조심스레 살피고 있었다. 다음날, 당나귀가 한 번 울자 호랑이는 크게 놀랐다. 시간이 흘러 그 울음소리에 익숙해지면서 자세히 살펴보니 특별한 재주가 없어 보였다. 호랑이가 다가오자 겁을 먹은 당나귀가 뒷발질로 걷어찼지만 호랑이에게는 별 것이 아니었다. 마침내 호랑이가 달려들어 당나귀잡아 먹었다.’


이 이야기는 권문세가로서 거기에 걸맞는 재주와 능력을 갖춰야 하지만, 자신의 권세만 믿고 행세하다가 무식함이 들통 나면, 몸집 작아도 능력 있는 자에게 잡아먹히는 것을 비유한 내용이다

 

마지막으로 영모씨의 쥐(永某氏之鼠) 이야기이다.


영주에 사는 한 사람이 미신을 두려워하고 금기(禁忌)에 얽매이는 게 심했다. 자신이 태어난 해가 쥐띠 해이므로 쥐를 좋아했다. 고양이를 기르지 않았고 하인들에게 쥐를 잡지 못하게 했다. 그의 집 창고와 부엌은 늘 난장판이었다. 동네 쥐들이 그의 집으로 몰려들었다. 쥐들이 식량을 모조리 축내고 몰려다니며 물건을 갉아대고 소란을 피워도 그는 쥐를 몰아내지 않았다. 몇 년이 지나 그가 집을 팔고 이사를 갔다. 새 주인이 왔는데도 쥐들은 예전과 같이 행동했다. 주인은 고양이를 풀고 하인들에게 쥐를 잡도록 했다. 죽은 쥐가 언덕처럼 쌓이자, 쥐들이 다 도망가고 말았다. 쥐의 행패로 생긴 냄새가 몇 달이 지나고서야 없어졌다.’


이 이야기는 자신이 남에게 해를 가하고도 화를 입지 않는 시대를 틈타서 .그 시절이 영원히 지속될 거라 생각해 마음대로 굴다가 화를 당한다는 것을 일러주는 교훈이다

 

예로부터 선비는 곤궁할 때 비로소 절개와 의리를 보여준다고 했다. 평상시에는 함께 놀러 다니며 손을 잡고 폐와 간을 꺼내 서로 보여주며 하늘의 해를 가리켜 눈물을 흘리며 생사를 걸고 서로 배반하지 않는다고 맹세한다. 그러다가 어느날 머리카락 한 가닥만큼 작은 이해관계가 생기면, 거들떠보지도 않고 마치 알지도 못하는 척한다. 함정에 빠져도 손을 뻗어 구해 주기는커녕 돌을 던지는 게 오늘의 세태가 아닌가?

유종원의 삼계는 오늘날 읽어봐도 세상을 지혜롭게 사는 법을 일러주는 사례로서 가히 금과옥조로 여길만하다. 깊은 감명을 넘어 스스로를 돌아보고 반성하며 깨우치고 또 깨우친다.(2019.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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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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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윤승원 | 작성시간 19.06.30 소중한 가르침을 담은 옥고 잘 읽었습니다. "머리카락 한 가닥만큼 작은 이해관계가 생기면, 거들떠보지도 않고 마치 알지도 못하는 척한다. 함정에 빠져도 손을 뻗어 구해 주기는커녕 돌을 던지는 게 오늘의 세태"라는 지적, 누구나 자신을 한번쯤 돌아다 보게 하는 좋은 글입니다. 동물에 빗댄 三戒의 교훈, 사회 교과서 삼아 인생 공부해야 할 일입니다.
  • 작성자장원섭(천하대장군)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9.06.30 삼계의 가르침을 반추하면서 스스로를 늘 돌아보며 부끄러움을 느낄 때가 많습니다.
    좋은 격려의 말씀 감사합니다.
  • 작성자낙암 (정구복) | 작성시간 19.06.30 천하데장군님 아주 좋은 옛글을 인용하여 현재의 정치가는 물론 그에추종하는 사람에게 경종을 울려 좋은 명 논설입니다. 불교의 계율 중 3계는 탐진치를 들 수 있습니다. 이는 탐욕, 진은 성냄, 치는 어리석음으로 인한 것을 뜻합니다. 저는 유종원의 3계는 아마 벗어날 수 있겠으나 불교의 탐진치를 벗어나지 못해 마음속으로 깊은 참회를 합니다. 쓸데 없이 불교 이야기를 한 것을 양해하여주시기 바랍니다. 장박사의 글이 올사모의 주가를 높여주리라 믿습니다. 감사합니다.
  • 작성자장원섭(천하대장군)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9.06.30 부족하고 서툰 곳이 많은데도 늘 격려해 주시는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더 열심히 공부하겠습니다.
  • 작성자Siberia Tiger | 작성시간 19.07.18 이곳의 글들은 사람냄새나는 추억의 사랑방 냄새가 납니다. 틀림없는 금과옥조같은 가르침인데도 현 시대가 오로지 눈앞의 이익과 영달만을 쫏는 시국이어서인지 더욱 가슴에 와닿습니다.
    훌륭한 가르침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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