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동안 통 못 만나 궁금하던 참인데 드디어 쓱~ 나타나셨다.
나의 고딩님들!
수빈이와 친구 채빈이.
반가워라~
"알모~ 책 주문 하려고요."
수빈이가 디자인에 관련된 책을 한 권 주문했다.
"그런데요. 한 권 더 주문하면 제가 거지가 되는데 그래도 주문 해야겠지요?"
그럼~ 당연히 주문해야지.
필요한 책 보고 싶은 책 보고 우선 당장 거지로 사는 것도 좋아.
아이스크림 먹을래?
냉장고에 둔 아이스크림을 꺼내주니 반색을 한다.
내친 김에 '서울연인파이'까지 우아하게 함께 먹고~
(이 아름다운 파이는 책방에 놀러온 아름다운 여인이 사온 거다. 감사~)
애들을 보면 이렇게 먹이려드는 걸 보면 아무래도 내가 할머니 스타일로 가고 있는 것 같은데 도무지 멈출 수가 없네.ㅠ.ㅠ
배도 든든하겠다 느네 둘 이제 할 일이 있어.
여기 있는 새로 나온 그림책을 훑어보고 너네 마음에 드는 책을 한 권씩만 골라주라.
수빈이와 해빈이에게 은근슬쩍 책읽기를 떠넘겼다.
책 읽는 사진 좀 찍자 하니 얼굴 숨기기에 바쁘다.ㅎㅎ
채빈이는 <악어 엄마>와 <단어수집가>를 골랐다.
<악어 엄마>가 왜 좋으냐고 물었더니 표현이 좋단다.
그림을 표현한 재질도 좋고.
책을 읽으니 뭐랄까 슬프고 말랑말랑 푹신한 느낌도 들고 따뜻해서 좋단다.
<단어수집가>는 뭔가 깨달음이 온다나.
주인공이 흑인이어서 인종 차별 이런 것도 배려한 것 같아 좋단다.
책 속에 나열된 다양한 단어들이 좋다기에 어떤 단어가 가장 좋으냐 물었다.
책을 보면서 수빈이와 둘이 단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봤기 때문에 궁금했다.
'명멸하는'이라는 단어가 좋단다.
무슨 뜻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좋단다.
그림책의 종이 재질과 잉크 느낌도 좋다한다. 뽀득뽀득한 느낌이 좋다나.
나는 그런 부분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고 못 느꼈다고 얘기 하니까 색이 입혀진 부분과 하얀 부분을 문질러 보라 한다.
과연 그렇다.
특히 주인공이 산에 오르는 부분을 비교해주었는데 손에 닿는 느낌이 아주 미묘하게 다르다.
채빈이는 삐꺽삐꺽하는 느낌이 좋고 하얀 부분과 다른 느낌이란다.
책장 넘길 때 소리도 다르다는데...
대단한 녀석이다.
수빈이가 좋다고 고른 책은 <위대한 청소부>이다.
청소부에 대한 편견을 깨고 '위대한'이라는 수식어를 붙여주어 좋단다.
미국은 어떤지 모르지만 한국 기준으로는 청소부가 위대한 역할이라 생각하진 않는데 말이다.
이 청소부가 왜 위대한 것 같으냐 물었더니 사람들에게 두루 인사를 하는 것도 대단하고 쓰레기 하나 용납하지 않은 직업정신도 그렇단다.
물이 빠지고 다 휩쓸려갔는데 사람들이 도와주는 건 평소에 해놓은 게 있기 때문이 아니냐고, 그런 건 평소에 해놨어야 하니까 그렇단다.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수빈이가 갖고있는 가치관의 한 면을 본 것 같다.
그림도 색깔도 좋단다.
그렇지, 그림책은 역시 그림과 색감이 좋아야지.
전체적인 이야기와 그림 색감이 어울린단다.
역시 대단한 녀석이다.
여유롭게 책을 읽기 시작하니 좋았는지 각자 추억 속 책들을 소환한다.
알모~ 그 책 있잖아요. 잘은 생각이 안 나는데 투란도트 책인데 그림이 아름답고 전에 많이 읽은 책이요.
그래 기억하지.
그책은 절판되었는데 다행히 책방엔 한 권 있다.
책이 안 팔리는 서점의 장점이다.
자~ 여기~
책을 찾아주었더니 무척 기뻐한다.
알모~ 무지개물고기는요? 무지개물고기도 있어요?
자~ 여기~
수빈이와 채빈이 덕분에 신간 구간을 넘나들며 시간여행을 했다.
내가 사랑하는 고딩 수빈이와 채빈이.
자주 보지는 못하지만, 틈틈히 얼마나 자랐는지를 보고하러 오는 이 녀석들이 있어 좋다.
오~ 나의 보물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