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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모책방이야기

[책방일기]민음사를 생각한다(2026.6.18)

작성자알모|작성시간26.06.18|조회수13 목록 댓글 0

500글쓰기 32-15 민음사를 생각한다(2026.6.18)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500번째 책이 출간되었다. 이미륵의 <압록강은 흐른다>이고 안삼환 선생님이 번역하셨다. <압록강은 흐른다>가 세계문학전집에 들어간 것에 대해 의아하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이 책은 독일어로 쓰였고 '1946년 독일 문단이 그해 최고의 작품으로 꼽은 소설' 이라니 세계문학전집 500번으로 출간될 자격과 의미는 충분하다. 이 책을 전집 500번으로 넣을 생각을 누가 했는지는 모르지만 마구 칭찬해야 한다.
어제는 마침 <파우스트> 강의를 하는 날이어서 시작 전에 길동무들과 함께 <압록강은 흐른다> 출간 축하를 하기로 했다. 그런데 거래처에 입고가 안 되어서 책을 주문할 수가 없다. 이미 주문받은 책이 있는데다 책이 있어야 출간 축하를 할 것이 아닌가. 출판사로 전화를 하고 주문서를 넣고 사정을 설명하고 거래확인서가 나오는 11시 30분쯤 가서 책을 받아왔다. 책을 받아들고 좋아하는 내게 출고팀 직원분들이 "첫 출고예요"라고 얘기해주셔서 더 기뻤다.
책도 준비했고 케이크도 준비했고... 강의 시작 10분전쯤 대면모임 참석하신 분들과 줌모임 참석하신 분들이 함께 출간 축하를 했다. 안삼환 선생님께 번역하신 얘기 짧게 듣고 "출간 축하합니다~ 출간 축하합니다~ 사랑하는 안삼환~ 출간 축하합니다~~" 노래도 불렀다. 독자로서, 민음사 세계문학 500번과 창립 60주년도 축하한다. 민음사에서 낸 귀한 책들 덕을 많이 봤다.
오늘 아침에 길동무 단톡방에 <압록강은 흐른다> 출간 축하 소식을 올렸다. 귀한 책 많이 구매해주시고 이왕이면 생존이 힘든 집 근처 동네책방에서 구매하시면 좋겠다는 당부도 얹었다. '동네책방이 살아야 출판도 문화도 살 수 있다'는 게 내 생각이다. 다양한 사람들이 많이 모인 단톡방에는 가급적 내 생각을 안 올리는데 정말 간곡하게 호소하고 싶었다.
민음사는 작년에 역대 최고의 영업이익을 올렸다고 한다. 축하할 일이다. 그런데 그 영업 이익을 어떻게 올렸는지 점검하면 좋겠다. 민음사 뿐 아니라 창비 을유문화사 등 지명도와 자산이 있는 출판사들의 판매 기반은 온라인 서점이고 오디오북 서비스 시스템이고 자체 북클럽이다. 그곳에서 온갖 다양한 방법으로 마케팅을 하고 도서정가제를 피한 편법 할인을 하며 이익을 창출한다. 출판사와 독자의 이익 커넥션 속에서 동네책방이 살아날 길은 없다.(단언한다)
알모책방은 2008년 2월 말에 문을 열었으니 올해 19년째 영업 중이다. 아니, 영업 중인가?
올해 2월부터는 '예약제 운영'이라는 잠정적 휴업을 선택하고 이곳저곳을 떠돌아 다녔다. 책방 문을 안 여니 들어가는 돈도 줄고 정말 속이 편하고 좋았다. 떠돌면서도 그러나 책방 생각은 떠나지 않았다. 문은 닫아야 하나... 책방에서 만난 좋은 사람도 좋은 일도 많았지만 점점 더 외롭고 지쳤다. 내가 생각하는 서점은 '사람들이 와서 책을 고르고 사는 곳'이다. 그 쉬운 일을... 해낼 수가 없어서 절망했다.
7월부터 알모책방은 다시 문을 열고 운영을 하겠지만 그건 내가 못 다한 일이 있어서다. 내가 원하던 서점은 버렸다. 출판사도, 독자도, 동네책방을 지킬 마음이 없다. 나는, 내가 해야할 일을 조금 더 하고 책방 문을 닫을 것이다. 출판사도 독자도 나는 모르겠고... 내가 할 수 있는 일만 하겠다.
민음사 세계문학 500번째 책 <압록강은 흐른다>의 출간과 민음사 60살을 축하하는 독자로서의 나와는 별개로 19년차 동네 구멍가게 책방 주인인 나는 웃고 떠드는 내내 쓸쓸하고 씁쓸했다. 그냥 그랬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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