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아와 함께 도쿄 6: 도쿄 여행 5일차의 기록(2025.2.3)
오늘은 느긋하게 일어나 하루를 시작했다. 느긋하게라고 해도 늦잠을 잔 건 아니고 시간을 정해 가야할 곳이 없기 때문에 서두르지 않아도 되었다는 얘기다.
오늘도 호텔 조식을 든든히 먹고 하루를 시작했다. 이 호텔 조식은 보통 수준이다. 호텔 로비를 나눠 쓰는 공간이라 추워서 외투를 입고 먹어야 한다는 점과 내가 좋아하는 치즈가 없다는 게 아쉽다. 그래도 호텔에거 조식을 먹으면 좀 여유를 부릴 수도 있고 양치도 마친 상태에서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오늘이 근아랑 함께하는 도쿄 여행 5일째, 내일 아침 비행기로 돌아간다. 오늘은 요코하마 컵누들박물관에 가기로 했다. 오늘의 여정은 이렇다.
신바시역으로 갔다. 역사 안에 있는 칼디 커피 팜 신바시점에 들러 혹시 품절된 메론스프래드가 들어왔나 봤는데 있다, 있어. 짐이 무거우니 숙소에 들어가는 길에 사기로 했다. 못 사면 말고...
--> JR 야마노테센 타고 아키하바라역에서 내려 요도바시카메라에 갔다. 7층 다이소에서 휴대용 조명 기구랑 스티커 몇 장 사고 요도바시카메라 6층 가챠정글과 닌텐도샵에 들렀다.
뭔놈의 가챠가 이리도 많은지 완전 정글이라 가챠정글이다. 근아가 원하는 가챠 두 개를 뽑았는데 하나는 좋아하는 캐릭터고 하나는 별로 안 좋아하는 캐릭터가 나와서 일희일비 했다.
닌텐고샵에서는 아리 근아와 내가 좋아하는 피크민 랜덤 피규어 3개와 스티커를 샀다. 이건 집에 가서 아리와 함께 개봉할 거다.
4층 헤드셋 용품 코너에서는 드디어 소니 노이즈캔슬링 헤드폰에 쓸 항공기용 잭을 샀다. 소니 헤드폰은 2개인데 잭 한 개는 잃어버리고 한 개는 부서져서 전국을 뒤져 간신히 한 개를 구했다. 이게 없으면 항공기에서 틀어주는 것들을 노이즈캔슬링 헤드폰으로 즐길 수 없기 때문에 은근 불편하다. 워낙 애써 구하던 거라 여유분을 몇 개 더 샀다.
--> 석철원 작가님이 맛있다고 극찬한 커피집이 근처에 있러서 가다가 북오프 안내판을 봤다. 이번에는 서점에 안 들렀는데 북오프 간판을 보니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찾아 가서 다시마 세이조 그림책과 스즈키 코디 그림책 등을 샀다. 이휴, 가방이 무거워졌다.
--> 석작가님이 좋아하는 커피는 '사루타히코 커피'인데 아트레라는 쇼핑몰 1층에 있는 작은 커피집이었다. 오늘의 커피와 발렌타인스페셜 한 잔과 커피과자를 주문하고 먹고 마시며 어떤 원두를 사갈까 궁리를 했다. 어떤 걸 고를까 고민하다 석작가님께 어떤 원두를 좋아하시냐 여쭤봤더니 본인 취향, 부인 취향 두 가지를 알려주셨다. 거기에 모험용 원두 하나를 샀다. 당분간 알모책방엔 '사루타히코 커피' 향기로 채워질 거다. 기다려랏, 알모책방 친구들, 내가 간다.
--> 아키하바라역에서 JK선을 타면 안 갈아타고 요코하마까지 간다. 우리는 요코하마 다음인 사쿠라기초역에서 내렸다. 날씨는 맑고 푸르고 쾌청하다. 이곳에 온 이유는 근아가 컵누들 박물관에서 하는 치킨라면 만들기 체험을 신청했기 때문인데 꼭 그것이 아니더라도 요코하마은 와볼 만한 곳인 것 같다. 대관람차 등 놀이기구도 있는데 2월 첫 주에 점검이라 쉰단다. 대관람차를 타면 요코하마 항구를 요모조모 둘러볼 수 있었을 텐데 운행을 안 하는 건 아쉽지만 덕분에 놀이기구 운행하는 소리 없는 조용하고 한가로운 산책을 즐길 수 있었다.
--> 근아가 오자 해서 오긴 했지만 컵누들 박물관에 대해서는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그런데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좋았다. 우리는 이곳에서 박물관 관람과 함께 2시간 가까이 걸리는 '치킨라면 만들기 체험' 30분쯤 걸리는 '컵라면 만들기 체험'을 했는데 이것에 대해서도 나중에 얘기할 수 있을 거다. 박물관 4층에서 맛볼 수 있었던 세계 각 나라의 국수(한국은 냉면이었다)와 컵라면 아이스크림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 이미 1만2천 걸음을 걸었기 때문에 다리가 무척 아팠다. 며칠 동안 젊은이를 졸졸 따라 다녔더니 슬슬 고관절 부분 컨디션까지 안 좋았지만 툴툴거리지 않고 열심히 따라 다녔다. 보나씨가 추천한 '아카렌가소코'에도 들렀는데 한가하게 왔으면 좋았을 뻔 했다. 예전에 창고로 쓰던 거대한 건물이라는데 요코하마 특산품 등과 까페 베이커리 음식점이 있는 쇼핑몰로 바꿨단다. 뭔가 단정한 느낌이 드는 그런 곳이었다. 근아는 요코하마 특산 과자가 맛있다며 몇 개 샀다.
건물 밖에는 항구를 조망할 수 있는 멋진 테라스가 길게 이어졌는데 그 끝에 종 두 개가 나란히 달린 종탑이 있었다. 두 개를 동시에 치면 사랑이 이루어진다나 어쩐다나. 기운차게 종을 쳤더니 엄청나게 큰 소리가 났다. 어디선가 멀리서 들리던 종소리가 이 소리였구나.
집으로 가기 위해 역쪽으로 가다 요코하마 월드 포터스라는 쇼핑센터를 통과하게 되었다. 쇼핑센터 초입에 동물을 분양하는 곳인지 온갖 동물이 수용된 가게가 있었다. 뜬금없이 커다란 카피바라 몇 마리와 미어캣 새 등 온갖 동물이 환한 조명 아래 있는데 마음이 안 좋았다. 이런 짓은 안 해야 한다. 인간이 다른 종을 이렇게 학대할 자격이 있는가.
이곳에는 요도바시카메라보다 훨씬 거대하고 다양한 갓챠정글이 펼쳐져 있었다. 걋챠정글까지 함께 탐험하기에는 힘이 딸려 근아가 마음껏 구경할 동안 나는 의자에 앉아 기다렸다. 나중에 보니 나는 일만육천몇백 걸음, 근아는 일만팔천 걸음을 걸었다.
이제 사쿠라기초역에서 신바시역으로 가서 마지막 쇼핑을 하기로 했다. 칼디 커피팜에 가서 메론스프레드랑 이것저것 사고 3,000엔 이상 사면 주는 장바구니에 담아 왔다. 도착 첫 날이었다면 안 샀을지도 모르는 물건들인데 내일 가면 언제 오나 하는 마음이 구매충동을 부채질 했다. 집에 가서 잘 해서 먹어야지.
내일은 아침 9시 45분 비행기라 일찍 나가야 한다. 씻고 짐을 정리하고 늦잠 자도 여차하면 튀어 나갈 준비를 하고 아침 알람도 설정하고 잠을 잤다. 긴장해서인지 너무 피곤해서인지 잠이 안 들어 이리 뒤척 저리 뒤척이다 잠이 들었다가 알람보다 더 일찍 깨버렸다.
맑고 쾌청한 도쿄 5박 6일 여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