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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촛불처럼

작성자다락방|작성시간23.12.02|조회수15 목록 댓글 0

피에트라 수도원의 긴 아침기도가 끝난 후, 풋내기 수사가 수도원장에게 물었지요.

“기도를 통해 인간 존재가 하느님에게 가까워질 수 있습니까?”

“답하는 대신 하나 묻겠다.” 수도원장이 말했습니다.

“너의 간절한 기도가 내일 아침 해를 뜨게 하겠느냐?”

“그럴 리가 없지 않습니까? 해가 뜨는 것은 우주의 섭리니까요.”

“그 말 속에 네 질문에 대한 답이 들어 있다.

하느님께서는 항상 우리 가까이에 계신다. 얼마나 기도하는 가와는 상관없이.”

풋내기 수사는 충격을 받았습니다.

“말씀인즉, 우리의 기도가 쓸모없다는 것입니까?”

“절대 그런 말이 아니다.

일찍 일어나지 않으면 해돋이를 볼 수 없듯, 하느님께서 늘 우리 곁에 계셔도 기도를 하지 않으면 느낄 수가 없는 것이다.”

-펌-

 

“이 모든 일에서 벗어나 사람의 아들 

앞에 설 수 있는 힘을 지니도록 늘 깨어 기도하여라.”(루카 21,36)

흔들리는 촛불처럼 한 해가 이렇게 저물어갑니다.

흔들리며 뿜어내는 촛불의 향기처럼 흔들리며 한 해를 기도안에서 떠나보냅니다.

모든 생명의 주인이 다시금 누군지를 깨닫게됩니다.

달걀 껍질을 벗기듯 한 해를 되돌아보니 주님께서 이끌어 온 주님의 시간들이었습니다.

한 해를 봉헌하며 감사할 일들을 찾아보니 모든 것이 감사할 일이 되었습니다.

깨어있는 삶이란 이렇듯 감사하며 떠나보내는 삶입니다.

 

끝은 시작입니다. 죽음이 새생명의 시작임과 같은 이치입니다.

배밭농사를 봐도 한 눈에 들어오는 진리입니다.

배수확이 끝나자 마자 배나무 가지치기로 농사가 시작되었습니다.

무수히 쳐낸 크고 작은 가지들로 새롭게 꼴잡힌 나무들을 보며, 매일, 매달,

매년 우리도 삶의 가지치기를 통해 새롭게 꼴잡아 가야 함을 깨닫습니다. 

 

아픔과 슬픔까지도 기도의 소재가 되어 감사로 체온을 나누는 한 해의 마지막 되시길 기도드립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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