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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회 공지

창립 기념, 전문가 초대 - 아이들에게 시간이 없다 (지금 여기 심리 상담센터, 하 혜민)

작성자카페지기|작성시간26.06.06|조회수25 목록 댓글 0

 

하혜민

 

저는 알트루사의 모람 하혜민입니다. 저는 현재 서울신학대학교 상담심리학과 박사 과정에 재학 중인 학생이며 군산에서 지금 ‘여기 심리 상담센터’라는 1인 상담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상담사입니다. 인천과 군산을 오가며 올해로 3년째 상담사로 일을 하고 있고요. 상담을 공부한 지는 8년 정도 되었습니다. 그 시간 동안 제가 유독 어린 아이들을 많이 만났는데요. 그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오늘 이렇게 여러분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자리에 서게 되었습니다.

 

상담실을 찾고 있는 아이들은 대부분 어떤 어려움을 안고 옵니다. 그리고 그 어려움의 뿌리를 들여다보면 많은 경우에 애착의 문제, 그리고 아이들의 상황의 문제로 이어져 있습니다. 아이들을 만나면서 저는 점점 마음이 좀 무거워지는 걸 경험하고 있는데요. 충분히 뛰어놀고 또 실수도 하고 천천히 자라가야 하는 그 시기에 아이들은 늘 무언가를 해내야 하는 압박 속에 살아가고 있다는 걸 느끼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아이들에게서 공통으로 발견한 것이 하나 있었는데요. 그건 바로 아이들에게 시간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는 어릴 때 충분히 움직이고 뛰어놀고 성장해야 합니다. 사실은 사람들의 신체를 기준으로 봤을 때 고등학교 3학년까지는 저희가 열심히 땅을 밟고 뛰어놀도록 설계되어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너무 이른 시기부터 무언가가 되어야 한다고 배웠죠. 좋은 성적을 내야하고 좋은 대학에 가야하고 그러한 좋은 결과들이 행복으로 이어진다는 믿음 속에서 아이들은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부터 경쟁 안으로 들어가는 사회 구조가 되었습니다. 물질적으로는 이전보다 훨씬 풍요로운 시대입니다. 좋은 옷을 입고 좋은 학원에 다니고 더 많은 교육을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점점 아이들의 마음은 더 가난해지고 있다고 느끼게 됩니다. 이것은 저만의 생각이 아니라 함께 상담 일을 하시는 분들의 사례를 들으며 공통적으로 경험하고 있는 부분입니다.

 

아이들에게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 심심한 시간도 꼭 필요한데요. 그 시간 속에서 상상력이 자라고 자신만의 놀이를 만들고 실패와 성공을 반복하며 자기 삶을 만들어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금의 아이들은 정해진 놀이, 정해진 교육, 정해진 답 안에서 살아가고 있죠. 스스로 길을 만들어 가는 것보다 누군가 정해놓은 정답을 외우는 데 훨씬 더 많은 시간을 쓰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기준에 맞추지 못했을 때 아이들은 쉽게 죄책감을 경험하기도 합니다. “내가 너한테 얼마나 투자했는데”, “너를 위해서 내가 얼마나 애썼는데”라는 말들이 아이들에게는 때로 사랑보다 부담으로 마음의 죄책감으로 자리하기도 한다는 것을 보게 됩니다. 그렇게 결국 아이들은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볼 방법도 여유도 배우지 못한 채 자라게 되었는데요. 그러다 보니 오늘 우리가 함께 나누고 있는 이 우울이라는 주제 앞에 마주하게 되지 않았나 생각이 듭니다.


감정을 표현하고 이해하는 경험보다 옳고 그름을 구분하는 방법만 반복해서 배우게 됩니다. 그것을 통해서 사람들을 만나는 방법만 계속해서 배우게 됩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 우리 아이들의 우울과 불안이 단순히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가 함께 바라봐야 할 문제라고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아이들에게 정말 필요한 건 더 많은 경쟁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을 안전하게 느끼고 표현할 수 있는 관계, 그리고 존재 자체로 존중받고 사랑받는 경험입니다. 아이들이 잘해도 잘하지 못해도 너의 시간 너의 노력 너의 존재 자체로 너는 이미 충분하다는 그 경험, 그 사랑을 아이들이 경험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무엇보다 저는 어른들이 이 행복을 먼저 경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스스로 경험한 삶 속의 기쁨과 안정, 사랑이 있을 때 그것이 자연스럽게 아이들에게 흘러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어른의 불안으로 아이들을 다루기보다 아이들이 마음껏 꿈꾸고 희망을 품고 살아갈 수 있도록 함께 지켜주고 사랑해 주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빠른 결과보다 조금은 느리더라도 아이들의 마음이 건강하게 자라날 수 있는 그 단단한 길을 우리가 함께 차근차근 만들어 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아이들의 마음은 생각보다 훨씬 연약하지만 동시에 놀라울 만큼 회복할 힘도 가지고 있습니다. 어른 한 사람의 진심 어린 관심과 공감이 아이 한 명의 삶을 바꾸기도 합니다. 저는 상담실에서 그 가능성을 매일 만나고 있습니다. 그리고 오늘 이 자리가 우리 모두가 아이들의 마음을 다시 바라보는 시작이 되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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