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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상가들

작성자신동|작성시간26.06.20|조회수0 목록 댓글 0

영화 몽상가들은 어떤 영화지?

 

영화 《몽상가들》(The Dreamers, 2003)은 이탈리아의 거장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이 연출한 작품으로, 1968년 프랑스 파리의 5월 혁명(68혁명)이라는 격동의 시기를 배경으로 세 청춘의 뜨겁고도 위태로운 사랑과 성장을 그린 영화입니다.

1968년 파리의 봄, 세상과 격리된 채 자신들만의 세계를 만들어가는 세 청춘. 출처: Quad Cinema

 

영화는 파리로 유학 온 미국인 청년 '매튜'(마이클 피트)가 영화관에서 프랑스의 쌍둥이 남매 '이자벨'(에바 그린)과 '테오'(루이스 가렐)를 만나며 시작됩니다. 부모님이 여행을 떠나고 세 사람만 남게 된 거대한 아파트에서, 이들은 현실의 경계를 허무는 기묘한 동거를 시작하죠.

 

이 영화를 이해하는 핵심 키워드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 지독한 시네필(Cinephile, 영화 애호가)들의 유희 영화 자체가 고전 영화에 대한 거대한 오마주입니다. 세 사람은 온종일 영화 이야기만 하거나, 고전 영화의 한 장면을 재연하는 퀴즈를 냅니다. 정답을 맞히지 못하면 파격적인 '벌칙'을 수행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세 사람 사이의 묘한 성적 긴장감과 탐닉이 싹트게 됩니다. (고다르의 영화를 오마주해 루브르 박물관을 전속력으로 질주하는 장면이 아주 유명합니다.)

  • 성(性)적 해방과 금기의 파괴 프랑스 배우 에바 그린의 강렬한 스크린 데뷔작이기도 합니다. 영화는 청춘의 나체와 성적 탐구를 아주 대담하고 미학적으로 스크린에 담아냈습니다. 이자벨과 테오 쌍둥이 남매가 가진 기묘한 유대감, 그리고 여기에 이방인인 매튜가 얽히면서 기존의 도덕 관념과 금기를 깨부수는 청춘의 자유와 방황을 보여줍니다.

  • 방 안의 낭만 vs 거리의 혁명 바깥세상의 파리는 학생 운동과 노동자 파업(68혁명)으로 붉은 깃발이 나부끼며 최루탄 가스로 가득하지만, 세 청춘은 아파트 문을 걸어 잠근 채 자신들만의 '몽상'과 유희에 몰두합니다. 매튜는 이들의 폐쇄적인 도피에 의문을 제기하지만, 이자벨과 테오에게는 그 방 안이 곧 온 우주이자 혁명이었습니다.

"현실이 창문을 깨고 들어올 때까지 그들은 꿈을 꾸고 있었다."

결국 영화의 후반부, 거리의 시위대가 던진 돌멩이가 이들의 아파트 창문을 깨부수며 들어오는 순간, 세 사람의 비밀스러운 낙원은 끝이 나고 이들은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됩니다.

 

아름다운 OST(에디트 피아프, 지미 헨드릭스 등의 음악)와 함께 60년대 말의 화려하면서도 쓸쓸한 공기, 그리고 청춘이라는 가장 찬란하고 위태로운 순간을 감각적인 영상미로 포착해 낸 명작입니다.

 

가스를 틀어놓고 셋이 단체로 자살시도하는 것처럼 보이는 장면이 있어. 그건 뭐지?

 

네, 정확히 보셨습니다. 그 장면은 영화의 결말부이자, 세 사람의 비밀스러운 낙원이 어떻게 종말을 고하는지 보여주는 가장 결정적이고 비극적인 순간입니다.

영화 속에서 그 장면이 가지는 맥락과 의미는 다음과 같습니다.

 

1. 부모님의 발견과 '환상의 붕괴'

 

세 사람이 세상과 문을 닫아걸고 방 안에서 그들만의 유희를 즐기는 동안, 여행을 떠났던 이자벨과 테오의 부모님이 예고 없이 아파트에 돌아옵니다. 부모님은 거실 텐트 안에서 세 청춘이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 난장판 속에서 잠들어 있는 모습을 목격하죠.

 

큰 충격을 받은 부모님은 이들을 깨우지 않고, 그저 책상 위에 수표(돈) 한 장만 남겨둔 채 조용히 집을 떠납니다. 뒤늦게 잠에서 깨어 이 수표를 발견한 이자벨은 부모님이 자신들의 비밀을 모두 알게 되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절망에 빠집니다.

 

2. 현실을 거부하는 '피터팬 증후군'의 극단적 발현

 

이자벨에게 그 아파트는 바깥세상의 도덕이나 규범, 어른들의 시선으로부터 완벽하게 격리된 '성역'이었습니다. 하지만 부모님이 다녀간 흔적을 본 순간, 잔인한 '현실'이 그들의 낙원을 침범했다고 느낀 것이죠.

 

이자벨은 현실로 돌아가 어른들의 사회에서 심판받거나, 이 아름다운 꿈이 끝나는 것을 견딜 수 없어 합니다. 결국 "가장 아름답고 완벽한 순간에 함께 멈추는 것"이 현실을 마주하는 것보다 낫다는 극단적인 가치관에 사로잡혀, 잠든 테오와 매튜 곁으로 가스 호스를 끌고 와 가스를 틀어버립니다. 두 남매의 기묘하고도 탐닉적인 유대감에 매튜까지 엮인 비극적인 동반 자살 시도였습니다.

 

3. 깨진 창문, 꿈에서 깨어나는 청춘들

 

세 사람이 가스에 취해 의식을 잃어가던 일촉즉발의 순간, 바깥 거리에서 68혁명 시위대가 던진 돌멩이 하나가 아파트 창문을 와장창 깨부수며 안으로 날아들어 옵니다.

 

이 깨진 창문은 엄청난 상징성을 가집니다.

  • 가스로 가득 찼던 방 안에 신선한 공기를 불어넣어 세 사람의 목숨을 구합니다.

  • 동시에 방 안의 '몽상'에 갇혀 있던 이들을 바깥세상의 '진짜 혁명(현실)'으로 강제로 깨우는 신호탄이 됩니다.

결론적으로 이 가스 자살 시도 장면은 현실을 피하려던 청춘들의 나약함과 비극성을 극대화해 보여주는 장치입니다. 베르톨루치 감독은 날아든 돌멩이로 이 자살을 중단시킴으로써, 아무리 아름다운 몽상일지라도 결국 청춘은 창문을 깨고 들어오는 진짜 현실과 부딪치며 성장(혹은 파멸)할 수밖에 없음을 상징적으로 표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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