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 오브 브라더스 - 제1부 커래히
HBO의 10부작 드라마 ‘밴드 오브 브라더스’는 비슷한 시대를 배경으로 한 ‘라이언 일병 구하기’와 자주 비교되는 작품입니다. ‘밴드 오브 브라더스’는 ‘라이언 일병 구하기’와 마찬가지로 노르망디 상륙 작전을 비롯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유럽을 무대로 펼쳐지는 전쟁 영화이기 때문입니다. 큰 스케일의 화려한 전투 장면 또한 압권이며 ‘라이언 일병 구하기’의 감독인 스티븐 스필버그가 ‘밴드 오브 브라더스’에서는 제작을, ‘라이언 일병 구하기’의 주인공 밀러 대위였던 탐 행크스가 ‘밴드 오브 브라더스’에서는 공동 감독과 제작을 맡기도 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라이언 일병 구하기’와 ‘밴드 오브 브라더스’는 완전히 다른 작품입니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가 밀러 대위를 비롯한 소수의 영웅적인 미군의 활약상을 그린 작품이라면 ‘밴드 오브 브라더스’는 보통 사람들이 전쟁터에서 드러내는 다양한 군상들을 가감 없이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밴드 오브 브라더스’의 10부작 중 제1부인 ‘커래히’도 그렇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처음 창설된 제101공수사단 506연대 이지 중대가 훈련소를 거쳐 노르망디 전선에 투입되기 직전 까지의 상황을 그렸기 때문에 전투 장면은 없습니다. 하지만 전쟁 영화가 전투 장면이 없어도 성립할 수 있다는 것을 ‘커래히’는 증명하고 있습니다. 1시간이 넘는 러닝 타임은 어느새 훌쩍 지나가 버리고 다양한 군상들의 모습은 화려함이나 꾸밈은 없지만 마치 우리 자신들의 이야기를 보는 것처럼 강한 설득력이 있습니다.
‘커래히’의 주인공은 제1부를 끝으로 거의 등장하지 않게 되는 소블 대위입니다. 이지 중대의 중대장인 그는 사소한 꼬투리를 잡아 중대원들을 괴롭히며 지도를 볼 줄도 모르고 직속 부하의 승진을 시기하는 ‘꼴통’입니다. 이런 ‘꼴통’은 군에 갔다 온 대한민국의 남자라면 누구나 기억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그것이 중대장이 되었든, 하사관이 되었든, 고참병이 되었든 간에 ‘꼴통’에게 괴롭힘을 당해 군생활이 고통스러웠던 기억은 누구에게나 있으니 말입니다. 소블이 밉기는 했지만 덕분에 ‘커래히’는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볼 수 있었습니다. 소블은 이지 중대 대원들의 개성을 부여하는 역할을 담당합니다. 과묵하지만 불의에 지지 않는 윈터스, 술을 달고 다니는 시니컬한 닉슨, 하사관들의 리더 격인 립튼(립튼으로 분한 것은 ‘뉴 키즈 온 더 블락’의 도니 월버그입니다. 그는 ‘혹성 탈출’ 리메이크 버전의 주인공인 마크 월버그의 친형이기도 합니다. 세월을 거스를 수 없는 지 대머리 아저씨가 된 도니 월버그의 모습은 격세지감을 자아냅니다.), 유태인 리브갓과 이탈리아 혈통의 가니에까지 앞으로 활약한 대원들의 면면을 조금씩 파악할 수 있습니다. 결국 소블은 이지 중대 하사관들의 단결로 인해 이지 중대를 떠나게 되지만 이것이 끝은 아닙니다. 제1부에서의 ‘꼴통’ 짓에 상응하는 또 다른 대가가 제10부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