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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물연구

선비와 황금돼지 설화

작성자신동|작성시간10.09.06|조회수197 목록 댓글 0

황금돼지 이야기-고대 설화


옛날 옛적 아주 옛날, 어느 먼 시골에 한 선비가 가난하게 살고 있었다. 그동안 몇 번 과거를 보았으나 실패한 그는 마음을 새롭게 고쳐 먹고 다시 과거 보러 길을 떠났다. 천만리 먼 길을 그는 누룽지 뭉치를 끼니 삼아 등에 지고 씩씩하게 나섰다.

길을 가던 어느 날, 어느 마을 어귀의 주막에서 잠자리를 얻었다. 그리고 그 때 그는 한 방(榜, 여러 사람에게 알리는 글)을 보았다.

"뭣엔가 잡혀 간 내 딸을 찾아오면 누구든 사위로 삼고, 전 재산의 절반을 주겠노라."

라고 한, 마을의 제일 가는 부자의 방이었다.

선비는 그 부자를 만나 약조를 받고는 처녀를 찾아 나섰다. 그는 무턱대고 산 쪽으로 가다가 중간에서 다리가 부러져 울고 있는 까치를 만나 다리를 고쳐 주었다. 그러자 까치는 고맙다면서

"이 길을 조금만 더 가면 조개 껍데기 하나가 엎어져 있을 것입니다. 그 조개 껍데기로 그 밑에 난 구멍을 계속 후벼 파 보십시오."

라고 일러 주는 것이었다. 한참 가니까 과연 까치의 말대로 조개 껍데기가 있었다. 그는 까치가 시키는 대로 했다. 그러자 그 구멍은 점점 넓어져 사람 하나 능히 드나들 수 있는 땅굴이 되었다. 선비는 그 굴을 타고 내려가다가 마침내 땅 밑 깊은 속에 뚫린 넓은 광장에 다다랐다. 그 광장에는 어마어마하게 큰 집이 한 채 버티고 있는 게 아닌가.

선비가 숨을 죽이고 그 집 대문까지 다다랐을 때, 갑자기 안에서 인기척이 났다. 선비는 날쌔게 대문 옆 우물가에 솟은 나뭇잎 그늘에 몸을 숨겼다. 대문에서 처녀가 물동이를 이고 나타난 것이다. 그녀가 바로 잡혀온 부잣집 딸이었다. 처녀는 물을 긷다가 물에 비친 사람 모양을 보고 화들짝 놀랐다.

선비는 앞뒤 사정을 이야기하고는 같이 달아나자고 하였다. 하지만 처녀는 자기를 잡아 온 것은 황금 돼지 모양을 한 힘센 커다란 괴물인데, 그놈이 살아있는 한 달아날 수 없다고 하였다. 선비는 뚜렷한 방안이 없었다. 그러나 처녀는 자기가 그 멧돼지 괴물을 구슬러서 무슨 방책이 없는가를 알아볼 테니, 그때까지 나무 뒤에 꼭꼭 숨어 있으라고 말했다.

다음 날 다시 나타난 처녀는 멧돼지가 다른 것은 다 무서워하지 않는데, 다만 흰 말 가죽만 보면 겁을 먹고 오금을 못 편다는 것을 일러 주었다. 마침 선비에게는 흰 말 가죽으로 만든 담배 쌈지가 있었다.

선비는 안으로 들어가 흉물스런 괴물 앞에 나타나서 흰 말 가죽을 들이댔다. 괴물이 벌벌 떠는 틈을 타서 칼로 목을 쳤다. 하지만 떨어진 머리는 자꾸만 목에 가서 다시 달라붙곤 했다. 처녀가 부엌에서 재를 가져와 목을 벤 자리에 뿌리자 괴물의 머리는 방바닥에 나동그라지고 말았다.

선비는 처녀를 그의 아버지에게 인도하고 약조대로 사위가 되어 부자로 잘 먹고 잘 살았다.


*핵심정리
- 갈래 : 민담
- 성격 : 전국적 분포를 지닌 보편적 설화, 찾음의 이야기 구조
'지하국 대적 퇴치 설화'의 한 유형
- 주제 : 지하의 괴적을 물리치고 납치된 처녀를 구출함
- 출전 : 《한국 전래 민담》(손진태 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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