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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은 원래 수학자이자 과학자였다. 과학자 렌의 관심은 물체의 정지와 이동 사이의 이분법적 관계에 집중되었다. 렌은 둘을 다른 것으로 보았으며 물체의 본성은 이 가운데 실제 자연력의 지배를 받는 이동 상태에 있다고 보았다. 라이프니츠의 주름 이론에서 영향을 받은 생각으로 향후 렌의 동적인 바로크 건축이 탄생하는 데 밑바탕이 되었다. 건축은 독학으로 공부했으며 1650년대 말에는 건축가가 될 전문성을 갖추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런던 대화재가 났고 교회 45채를 통째로 설계할 기회가 주어진 것은 천재일우였다. 렌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평소 건축에 대해 가져왔던 생각들을 과감하게 펼치며 주요 작품들을 남기기 시작했다. 이 교회들은 ‘시티 교회(City Churches)’ 혹은 ‘런던 교회(London Churches)’라는 별칭으로 불리는데 대표작으로 세인트 메리 엣 힐(St. Mary at Hill, 1670~76), 플리트 거리의 세인트 브라이드(St. Bride, Fleet Street, 1670~84), 월브룩의 성 스테파노(St. Stephen at Walbrook, 1672~87), 피커딜리의 성 야고보(St. James, Picadilly, 1676~84) 등을 들 수 있다.
시티 교회와 월브룩의 성 스테파노

렌은 한 번에 45채의 교회를 설계하는 부담을 유형학으로 해결했다. 지금은 다소 진부할 수 있는 방법론이지만 유형학의 역사에서 한 개인이 명확한 의식 아래 이 방법을 사용한 것은 렌이 처음이라 할 수 있다. 다분히 과학적 방법론을 건축에 접목시킨 결과였다. 유형 분류 기준은 기하형태, 평면 유형, 천장 유형의 셋이었다. 기하형태는 사각형, 정사각형, 팔각형, 원, 타원 등을 사용했다. 평면 유형은 일랑식 바실리카, 삼랑식 바실리카, 홀 교회, 그릭 크로스, 중앙 집중 형 등을 사용했다. 천장 유형은 평천장, 크로스 볼트, 배럴 볼트, 돔 등을 사용했다. 이 셋의 조합으로부터 다양한 공간 유형을 얻어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