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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우스트는 의심에 빠져 파멸하는 인간 묘사

작성자신동|작성시간26.06.11|조회수0 목록 댓글 0

키에르케고그는 파우스트가 배신을 다룬 내용이라 보았니?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키에르케고르는 《파우스트》에서 주인공이 연인을 저버리는 '배신(혹은 기만)'의 서사를 매우 깊게 분석한 것은 맞지만, 작품의 본질을 단순한 배신 이야기로 보지는 않았습니다.

​키에르케고르에게 파우스트는 단순한 배신자라기보다, '지독한 회의(의심)와 절망'에 빠져 자신과 주변을 모두 파멸로 이끄는 인간의 상징이었습니다.

​키에르케고르가 그의 대표작 《이것이냐 저것이냐(Enten-Eller)》에서 파우스트와 그가 저지른 배신을 어떻게 바라보았는지 핵심만 명쾌하게 짚어드릴게요.

​1. 파우스트는 '회의(의심)'의 상징

​키에르케고르는 인간 정신의 부정적인 단계를 설명할 때 세 가지 문학적 인물을 시그니처로 내세웁니다.

​돈 후안: 감각적 쾌락과 성적 욕망의 상징

​파우스트: 모든 가치와 진리를 의심하는 지적 회의의 상징

​방랑하는 유대인(아하스페르): 완전히 고립된 실존적 절망의 상징

​여기서 파우스트는 세상의 모든 지식을 섭렵했지만 결국 아무것도 알 수 없다는 깊은 회의감에 빠진 인물입니다. 이 정신적 고통을 달래고 탈출구를 찾기 위해 순수한 여인인 **'마르가레테(그레첸)'**를 유혹하게 됩니다.

​2. '실루엣' 장에서 다룬 마르가레테의 슬픔 (배신의 분석)

​틀린 직관은 아닙니다. 실제로 키에르케고르는 《이것이냐 저것이냐》 제1부의 **'실루엣(Shadowgraphs)'**이라는 장에서, 사랑하는 남자의 기만과 배신으로 인해 고통받는 세 명의 여인을 집중적으로 분석합니다. 그중 한 명이 바로 파우스트에게 버림받은 마르가레테입니다.

​하지만 키에르케고르는 파우스트의 배신을 일반적인 '변심'이나 '지조 없음'과는 전혀 다르게 보았습니다.

​돈 후안의 배신: 돈 후안은 그저 다른 여자가 좋아서, 혹은 욕망이 충족되어서 미련 없이 떠납니다. 그의 배신에는 복잡한 생각이 없습니다.

​파우스트의 배신: 파우스트는 마르가레테를 진심으로 사랑했고, 그녀의 순수함을 통해 자기 안의 지독한 의심을 치유받고 싶어 했습니다. 그러나 뼛속까지 회의주의자인 파우스트는 '이 여자의 순수한 사랑마저도 진짜일까?', '이 사랑이 나를 구원할 수 있을까?'라며 사랑마저 의심하기 시작합니다.

​결국 파우스트가 그녀를 파멸로 몰고 가고 떠나버린(배신한) 것은, 더 좋은 여자를 찾아서가 아니라 자기 영혼을 잠식한 회의주의와 절망을 이기지 못해 도망친 것에 가깝습니다.

​요약하자면

키에르케고르에게 《파우스트》는 단순한 남녀 간의 배신극이 아니라, 신과 진리를 잃어버린 인간의 '지적인 의심(회의)'이 어떻게 주변의 가장 순수한 존재까지 파괴하고 배신하게 만드는지를 보여주는 거대한 실존적 비극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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