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시호님의 직업은 성우다. 그러나 보통 성우가 아니다. 팬 클럽까지 있을 정도로 그 목소리를 사랑하는 분들이 많다. 당연히 대부분의 일은 소리와 싸우는 것이다. 주로 스튜디오에 들어가 원고를 읽는 일이지만, 대사에다가 해당 캐릭터의 성격과 개성을 집어넣어야 하기에, 일종의 연기가 들어간다. 좋은 성우는 좋은 연기자다. 좋은 연기자의 첫 번째 조건이 좋은 발성임을 고려하면, 이는 당연한 등식이다.
그런데 이런 연기를 하고 나오면 대부분 소리에 질려버려 집에서 음악을 듣는 행위는 상상할 수 없다. 하지만 이 분은 다시 집에서 음을 듣는다. 이열치열이라고나 할까? 소리로 받은 스트레스를 소리로 날리는 것이다. 당연히 귀가 예민하고, 자기 주관이 뚜렷해서, 이 분이 선택한 오디오는 독특한 색깔을 갖고 있다. 절대로 남들이 좋다는 음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의 개성에 부합되는 음을 찾는다는 점에서, 과연 연기자다운 면이 있다고 하겠다. 심하게 말하면 성격파 배우라고나 할까?
그 때문에 상당히 많은 오디오가 그의 손을 거쳤다. 오랜 기간에 걸쳐 사랑을 준 제품도 있지만, 며칠만에 퇴짜를 맞고 나간 제품도 많다. 이런 그의 기기 이력을 추적하자면 책 한 권의 분량도 모자랄 지경이지만, 인터뷰라는 성격상, 간략하게 훑고 가겠다. 이 과정에서 현재 기기 구매나 교체를 고민하는 분들에게 유용한 정보가 있으면 하는 바램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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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을 위해 간략하게 자기 소개부터 해주시죠.
홍 : 저는 현재 성우 일을 하고 있습니다. KBS 성우 20기로 시작해서, 92년도에 독립한 다음 많은 애니메이션과 영화 더빙 일을 했습니다. 대표작으로는 93년의 [캡틴 테일러]를 시작으로, [슬램 덩크]의 강백호가 있습니다. 톰 크루즈, 성룡, 유덕화, 반데라스 등이 출연한 작품의 목소리는 모두 제가 녹음한 것입니다. 덕분에 2007년에 KBS 성우 부문 연기 대상을 수상했고, 2008년에는 PD 협회에서 주는 성우 대상을 받았습니다.
-참, 화려한 경력입니다. 아무래도 일반인에게 성우라는 직업은 생소하겠지만, 그래도 영화랄지 연극이랄지, 이런 분야와 모종의 관련이 있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성우이면서 좋은 연기를 펼친 분들도 꽤 되니까요.
홍 : 어릴 적부터 이쪽 연예 분야에 진출하고 싶은 생각이 많았습니다. 초등학교에 다닐 때엔 구봉서나 배삼룡씨가 좋아서 코미디언을 동경했고, 실제로 당시 MBC가 주최한 코미디 극본 공모에 응모까지 했으니까요. 커서는 연기자가 되고 싶었는데, 결국 성우쪽으로 풀렸죠. 초기에는 성우 일을 계속 하느냐 마느냐 고민도 많았지만, 어느새 자리를 잡아가면서 다른 쪽에 대한 욕심을 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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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처음 음악에 관심을 가졌는지 궁금합니다.
홍 : 제가 초등학교에 다닐 무렵이니까, 한 1960년대 말로 기억하는데, 당시 큰삼촌이 유광호씨라고 가수였습니다. 그 분의 LP를 할머니 댁에 있는 장전축으로 듣고 놀랐죠. 커서 가수나 할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까요.(웃음) 사실 저희 가문은 모두 가수라 해도 좋을 만큼 노래를 잘 합니다. 그런 음악에 대한 “끼”랄까, 뭐 그런 감수성이 일찍부터 있었던 것 같습니다.
-오디오를 의식하게 된 것이 언제인지 궁금합니다.
홍 : 그 사연이 재미있습니다. 제가 대학에 다닐 무렵, 학교는 서울에 있고, 집은 대전에 있어서 자주 왕복했습니다만, 그때 덜컥 사고를 쳤습니다. 우연히 상점에서 오디오를 보고 겁도 없이 구매한 것입니다. 인켈의 전신이었던 필소닉의 앰프에 스코트의 스피커였는데, 78년 당시 35만원이나 했던 것입니다. 지금으로 치면 500만원쯤 될까요? 문제는 이 돈을 지불할 능력이 없다는 거였습니다. 집에다가는 아르바이트를 해서 갚겠다고 큰 소리는 쳤지만, 결국 부모님께서 고스란히 지불하고 말았죠. 어쨌든 이것을 방에 갖다 놓고 듣기 시작했습니다. 해적판이니 라이센스니 닥치는 대로 샀죠. 당시에 아바, 이글스, 존 덴버, 엘튼 존, 카펜터스 등을 즐겼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집이 서울로 이사올 때 어찌어찌 되어서 이 시스템이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아마 제가 군대에 가고 뭐하고 하면서 쓰지 않게 되자 친척에게 준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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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35만원이면 큰 액수인데, 겁도 없이 오디오를 들였다는 점에서 미래 오디오파일의 가능성이 엿보이는군요.
홍 : 그렇죠. 지금도 일단 저지르고 보니까요. 아무튼 이후 군대를 다녀오고 한 스물 다섯쯤 되었을까, 우연히 충무로를 지나다가 오디오 숍을 하나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거기서 매킨토시를 보고 얼어붙고 말았습니다. 아마 C30에 MC2205 정도로 기억하는데, 그 빼어난 자태에 넋을 잃고 만 것이죠. 그래서 안에 들어가 가격을 물었더니 당시의 저로서는 도저히 살 수 없는 수준이었습니다. 그래도 보는 것만으로 감동하고 말았죠. 그전까지 오디오는 그냥 음악을 듣는 도구였다면, 이때부터 그 자체의 존재감을 본격적으로 의식하게 된 것입니다.
-다시 오디오에 손을 댄 것은 언제입니까?
홍 : 1986년에 KBS에 입사해서 성우 일을 하면서, 아무래도 금전적인 여유가 생기니까 오디오 생각이 나더군요. 그래서 인켈의 AM1310이라는 앰프 세트에다가 AR 스피커를 샀습니다. 아마 어떤 사건이 벌어지지 않았다면, 그 정도에서 오디오를 그쳤을 지도 모릅니다.
-어떤 사건이 생겼죠?
홍 : 도둑을 맞았습니다.
-예?
홍 : 오토바이를 탄 도둑이 집에 들어와 앰프 세트만 들고 날라버린 겁니다. 나중에 이 장면을 목격한 이웃이 이렇게 전해주더군요. 참, 어이가 없고, 참담하더군요. 그래서 반 년 정도 음악을 끊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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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죠. 그런 일을 겪고 나면 아무래도 정이 떨어지게 되니까요.
홍 :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도난 사건이 없었다면 계속 인켈로 음악을 들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일단 스피커만 덜렁 놓여있는 게 안쓰럽고 해서 물어 물어 세운상가를 갔습니다. 여기서 EQ가 딸린 야마하의 프리 파워를 들였습니다. 이게 화근이었죠. 일단 세운상가에 발을 들여놓다 보니, 자연스럽게 바꿈질이 시작된 거였습니다.
-도난을 계기로 더 큰 수렁에 빠졌다고 볼 수 있군요.
홍 : 그렇게 되나요? 아무튼 이때 스피커로는 JBL 4344, 4345, 유레이 813C, 와트 퍼피 초기 모델을 거쳐 패트리션 2에 이르게 됩니다. 중간에 알텍 스피커도 있군요. 19라는 모델로 기억하는데, 4344와 같은 사이즈였습니다. 이 즈음부터 1996년도에 여의도에 올 때까지니까 제 오디오 라이프의 1기쯤에 해당하는군요.
-앰프는 어떤 것을 썼습니까?
홍 : 처음에는 진공관을 많이 썼습니다. 여기엔 계기가 있습니다. 알텍을 쓸 때인데, 우연이 이연구소에서 나온 66CB 프리와 우륵 파워를 걸고 나서 깜짝 놀란 겁니다. 합계 100만원도 안 되는 세트에서 이런 소리가 나오는 게 참 믿어지지 않았습니다. 제 오디오 라이프에서 이것은 하나의 전환점이었죠. 이후, 진공관에 푹 빠져서 오디오 리서치 SP11, SP15 등도 썼고, 매킨토시는 C20에다가 MC275를 두 대나 물리는 등, 다양하게 써봤습니다. 그러다 와트 퍼피를 들인 것을 계기로 마크 레빈슨 26 & 20.5를 들이면서 본격적으로 솔리드 스테이트에 다다르게 됩니다. 소스로는 하만 카든의 7600과 스튜더의 A730 등을 CDP로 사용했고, 턴테이블은 토렌스 520과 126이 떠오르는군요.
-당시 신혼 초라 여건이 좋지 않았을 텐데, 참 기기 섭렵이 대단합니다.
홍 : 거기에는 사연이 있습니다. 아내는 교사입니다. 지방으로 발령을 받은 바람에 주말에만 만나는 처지였죠. 그러므로 신혼 초에는 주말 부부였습니다. 게다가 큰 애는 친정에서 키우는 상황이었으므로, 거의 총각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래도 아내는 이런 바꿈질이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장인 어른에게 하소연을 했더니 이렇게 말씀하시더랍니다. “놔둬라. 그것도 다 한 때다.” 물론 지금까지 아무 말씀 안 하십니다. 덕분에 아내에게 돈까지 빌려서 오디오를 산 적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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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오디오파일 입장에선 행운아라고 할 수 있군요.
홍 : 이때 참 끔찍한 일도 있었습니다. 알텍을 쓸 때인데, 이 녀석을 받침대에 올려놓고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스피커 케이블에 문제가 있어서 새로 결선을 하려고 받침대 밑에서 끙끙거리는 사이, 그만 이 녀석이 뒤로 벌렁 쓰러지는 겁니다. 만일 깔리면 죽고도 남을 상황이었습니다. 어찌어찌 번개같이 손을 뻗어 쓰러지는 것을 막았는데, 지금 생각해도 등에서 식은땀이 날 만큼 아찔한 상황이었습니다.
-무거운 파워 앰프를 들다가 허리를 다친 분도 있고, 조심스럽게 계단을 내려오다가 들고 있던 턴테이블과 함께 추락해서 와장창 깨먹은 분도 있고, 아무튼 오디오파일에게 이런 수난은 숙명처럼 다가오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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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 그 당시 제가 오디오 룸으로 사용하던 방은 불과 4평 남짓이었습니다. 여기에 알텍이라던가 JBL이 들어왔으니 공간에 여유가 있을 턱이 없죠. 그런데도 이때 오디오를 좋아하는 애호가들 여럿이 몰려와 밤새 술도 마시고, 음악도 듣고 했으니 지금 생각해보면 꿈만 같습니다. 어떤 이는 바로 스피커 앞에 앉아야 했으니까요. 물론 이 분들은 지금도 만나고 있습니다. 그 중에는 재테크에 능통한 분도 계셔서 그 분에게 사회 공부도 했습니다. 오디오를 하면서 얻은 소득이라고 할까요?
-이때 사용한 것 중에 인상에 남는 것이라면?
홍 : 원래는 JBL의 호방하고 스케일 있는 소리를 좋아했는데, 와트 퍼피를 만나면서 이 이게 내가 좋아하는 소리구나, 하고 깨달았습니다. 타이트하면서 해상력이 좋고, 밀도감도 있고 ... 일체의 틈이 없이 꽉 짜인 음이라고나 할까요? 이후 여의도에 가면서도 항상 와트 퍼피는 놔두고 다른 스피커를 교체하는 식으로 해서, 항상 두 종 이상의 시스템을 운영하는 스타일을 유지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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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항상 두 개 이상의 시스템을 운용하고 계셨군요. 특별한 이유라도?
홍 : 당연하죠. 하나 갖고는 도저히 충족이 되지 않으니까요. 서로 대조적인 스타일의 시스템을 갖고 있으면 분위기나 기분에 따라 선택할 수 있으니 아무래도 충족감이 더하지 않겠어요?
-자, 이제 오디오 라이프 2기가 시작됩니다. 96년도에 여의도에 가면서 새롭게 라인업이 정비되죠?
홍 : 그렇죠. 여의도는 지금 살고 있는 곳 이전에 다른 곳에서 산 적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여의도 시절이라고 해도 전기, 후기쯤으로 나눠야겠죠. 당시 살던 곳의 리스닝 룸은 지금처럼 크지는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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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습니다. 지금 계신 곳은 두 개의 방을 터서 10평 이상을 확보했으니까 오디오파일로서는 이상적인 환경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전에는 그런 환경이 아니었군요.
홍 : 맞습니다.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두 개의 시스템을 사용했는데, 하나는 와트 퍼피 시리즈 5였고, 또 하나는 아인슈타인의 오데온 30이었습니다. 앰프는 마크의 26S & 20.6 세트였죠. 그때는 나름대로 괜찮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당시에는 오데온 30이 더 낫게 들렸습니다. 그래서 한차례 방출했다가 이곳에 오면서 다시 들였는데, 환경이 바뀐 탓인지 예전만 못하더군요. 확실히 리스닝 룸이 얼마나 중요한지 절감했습니다.
-이어서 악마같은 JBL S9500이 등장하죠?
홍 : 네. 정말 이 스피커로 온갖 짓 다했습니다. 물론 와트 퍼피는 갖고 있으면서, 이것을 최대한 구동하기 위해 다양한 앰프를 동원했습니다. 심지어 채널 디바이더까지 사용했으니까요. 그런데 당대 최고라는 파워를 들여도 도무지 소리가 나지 않았습니다. 20.6을 걸면 깽깽이 소리라고 할까요, 아무튼 라디오 튼 것 같은 소리가 나왔습니다. 그 중에 희한하게도 매킨토시 MC1000이 제일 궁합이 잘 맞았습니다. 단품으로 들으면 그렇게 인상적이지 않았던 이 앰프가 유독 이 스피커만 만나면 날아다니는 겁니다. 특별히 채널 디바이더를 쓸 필요가 없는데도 그렇더군요. 단, 파워 앰프만 보면 아무래도 최고 제품은 아닌 만큼, 결국 더 나은 파워를 찾다가 제프 9에 와서 막혀버렸습니다. 이게 뭐하는 짓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결국 S9500을 내놓고 말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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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왜 S9500에 몰두했는지 궁금하군요.
홍 : 아크릴 혼에서 나오는 쫙쫙 뻗는 소리가 너무나 시원시원했습니다. 또 디자인도 상당히 세련되었고요. 결국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나중에 한 차례 더 들여서 고생하다가 포기했습니다. 당시 일본쪽 사정을 보니까 채널 디바이더는 물론이고, 저역에 FM 811을 쓰고, 중고역에 FM 711을 물린 데다가 수퍼 트위터까지 동원하는 분도 계시더군요. 이것은 어지간한 물량 공세가 아니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방출해버린 겁니다.
-그 다음 타자가 누구인지 궁금하군요.
홍 : IMF가 터지고 나서, 한동안 어수선하다가 들인 것이 결국 윌슨 오디오의 그랜드 슬램입니다. 버전 2였죠. 이것을 볼더 2010 프리에 마크 레빈슨 33에 물렸죠. 소스는 마크 31.3 CDT에 첼로의 R-덱 DAC. 이 정도 조합에 걸맞는 소리가 나오더군요. 또 심심해서 첼로 MIV 프리를 번갈아 썼던 기억도 납니다. 그러다 아무래도 불만이 생겨서 패스의 X600을 들였습니다. 한데 소리가 멍청하다고 할까요, 절대 고급 소리가 아니더군요. 그래서 부메스터 911MK3를 브릿지로 써보고도 했는데, 결국 코드 12000이 제일 나았습니다.
-이후 현재의 시스템으로 정착한 겁니까?
홍 : 이쪽으로 이사를 오고 나서도 몇 번의 편력이 있습니다. 아인슈타인, 와트 퍼피 6, 맥스 등을 거쳐서 결국 그랜드 슬램 3에 안착했습니다. 한동안 좋았죠. 이때 몇 번의 바꿈질을 거쳐 부메스터와 매칭한 것이 좋았다고 봅니다. 956 MK2를 모노 모노로 쓰고, 프리는 여러 제품을 거쳐서 결국 부메스터 808 MK3로 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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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제품을 방출하게 된 이유가 궁금합니다.
홍 : 지금 보면 알겠지만 이 공간은 상당히 큽니다. 그런데도 역시 공간 문제가 떠오르더군요. 말하자면 공간이 너무 소리로 꽉 차서 숨이 막힐 정도라고나 할까요? 이 스피커의 정점에 다다르고자 한다면 더 큰 공간이 필요하겠구나, 하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미련이 없어지더군요.
-그 가운데 현재의 록포트 메락 & 쉐리탄이 떠오른 것이군요.
홍 : 이 스피커는 정말 우연히 만났습니다. 별 정보도 없었고, 관심도 없었으니까요. 당시는 그랜드 슬램 3을 어떻게 운용할까 고심하던 터였는데, 바꿈질 속에서 우연히 편입되어 내 방에 온 것입니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이 공간에서는 이 제품이 더 낫게 다가오는 겁니다. 이때부터 이쪽으로 관심이 확 쏠리더군요. 결국 그랜드 슬램 3를 내치고, 지금은 메인으로 자리잡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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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는 록포트와 비올론 두 개의 스피커가 자리잡고 있는데, 각각의 성격을 비교한다면 어떨까요?
홍 : 록포트가 다분히 사실화라면 비올론은 유화에 비교할 수가 있습니다. 전자가 세밀하게 소스의 정보 대부분을 묘사하는 쪽이라면, 후자는 해상력도 좋지만 아무래도 분위기나 뉘앙스 등에서 살포시 귀에 다가오는 부분이 있습니다. 말하자면 마음을 먹고 본격적으로 듣는다고 하면 전자를 켜고, 그냥 음악이나 듣자 하는 생각이 들 때엔 후자를 켭니다. 참고로 저희 큰 애도 꽤 음악을 좋아하고 해서 둘을 비교해줬더니 비올론을 택하더군요. 이게 더 사실적으로 들린다는 겁니다.(웃음) 아무튼 두 개의 시스템을 운용하면 이렇게 비교하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참, 최근에 골드문트 소스의 최고봉 에이도스 레퍼런스를 들였더군요. 이 제품에 대한 소감이 궁금합니다.
홍 : 원래부터 한 번 써보고 싶었던 기기입니다. 일단 디자인이 멋있고, 영상까지 제공하니까 편의성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이전에는 부메스터 969 CDT에 골드문트 20 DAC를 사용했는데, 이와 비교하면 잘 지어진 건축물을 보는 듯한 조형미가 빼어나다고 할까요? 이전 조합이 중고역의 살랑거리는 질감이 좋았지만, 약간 쇳소리가 나는 것이 불만이었는데, 여기에 오면서 음의 밸런스가 빼어날 뿐 아니라, 중저역의 탄탄한 느낌이 기분 좋게 하더군요.
-자디스 500S도 최근에 들인 것이죠?
홍 : 네. 부메스터 956 MK2를 교환한 것인데, 과연 대역이 더 넓어지고, 해상력이 좋아지더군요. 확실히 제 취향에 부합되는 소리입니다. 특히 고역의 질감이 너무나 좋아서 상당히 만족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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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에 거실에도 B&O 라던가, MBL의 스피커가 보이더군요.
홍 : 네. B&O는 일종의 AV 개념으로 들였는데, 별로 욕심이 없다면 충분히 만족할 만한 소리라고 봅니다. MBL의 경우 외관이 예뻐서 들였습니다. 사다 놓은 지 1년이 넘는데 아직 제 배필을 만나지 못해서 놀고 있습니다. 조만간 적당한 짝을 찾아줄 생각입니다.
-홍선생님은 숱한 기기 편력으로 유명한 분입니다. 특별히 추구하는 음이 있다면?
홍 : 아무래도 세밀한 소리를 찾는다고 할까요? 질감이 좋다고 해도 세부를 파고드는 오디오적 쾌감이 없으면 제 취향이 아니라고 봅니다. 일단 소스에 들어있는 신호를 모두 드러내는 시스템을 좋아합니다. 지금 사용하는 록포트를 좋아하는 것도 이런 부분 때문이죠. 또 앰프를 업그레이드 해줄수록 계속 성능이 좋아져서 그 무궁무진한 세계에 매료된 이유도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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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 앞으로 기기 교체나 업그레이드를 생각한다면?
홍 : 큰 욕심은 없지만, 나중에 알렉산드리아 2를 한번 써볼까 하는 생각이 있습니다. 얼마 전에 FM 611을 들어보니 꽤 좋더군요. 811 정도를 들이면 어떨까 하는 마음도 있지만 아직은 관심이 없습니다. 골드문트는 앰프의 성격이 별로 다가오지 않아 망설이는 브랜드인데 이번에 에이도스 레퍼런스를 들이면서 소스쪽은 괜찮구나 깨달은 부분도 있고요. 예전에 처음 진공관을 접했을 때만큼의 충격을 주는 제품이 있다면 앞으로도 기기 교체는 계속 되지 않겠습니까?
-아무튼 장시간, 취재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홍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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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시스템
| 스피커 | 록포트 메락 & 쉐리탄 |
| 파워앰프 | 자디스 500S |
| 프리앰프 | 부메스터 808 Mk-III (포노단 포함) |
| CD플레이어 | 골드문트 에이도스 레퍼런스 CDP |
| 튜너 | 부메스터 Rondo 튜너 |
| 턴테이블 | VPI TNT MK5 턴테이블 |
| 암 | JW 암 |
| 카트리지 | 벤츠 마이크로 루비2 |
서브시스템 및 그외
| 스피커 | 아카펠라 비올론 2001 |
| 앰프 | 자디스 DA30L |
| 소스기기 | 메인 시스템 사용 |
| 그외 | B&O 2500 및 7000 스피커 |
| MBL 121 | |
| 유니슨 리서치 심플리 2 등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