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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아슈바고사의 붓다짜리따(불소행찬)

작성자천장암|작성시간15.10.19|조회수47 목록 댓글 1

아슈바고사의 붓다짜리타(佛所行讚)

 

 

 

제 1장 왕자의 탄생

 

가. 마야부인의 태몽

1. 이크슈바크 왕의 후예로서 견줄 데 없는 석가족,

해와 달과 같이 뭇사람이 우러러보는

바르고 깨끗한 정반왕이 계셨다.

 

2. 제석천에 비등할 그에겐 걸맞는 비(妃)가 있어

대지 같이 어젓하고 연꽃같이 아름다워

비할 데 없는 마야신 같으시니

마하마야라 이름하였다.

 

4. 수태에 앞서 잠이 들 때

꿈속에 흰 코끼리가 몸 속으로 들어오니

모습은 사라지고 보이지 않았다.

 

5. 천녀와 같은 왕비 마야는

길상의 씨를 받아들였으니

노곤함도 없고 근심도 없이

청정하여 더러움 없는 고요함 속에서

깊은 생각에 잠겼더라.

 

나. 룸비니 동산의 탄생

6. 온갖 종류의 나무가 우거진 룸비니 동산

짜이트라라타의 낙원 같이 즐거운 숲

명상하기 좋은 한적한 곳을 원하여

그 곳으로 가서 머물고자 왕에게 청했다.

 

8. 왕비는 저 길상의 동산에서

산기가 온 것을 알아차리고

수많은 시녀들의 축복을 받으며

가리개를 펼쳐 놓은 침상으로 갔다.

 

9. 그리하여 푸슈야 성좌가 나타났을 때

몸과 마음을 깨끗이 한 왕비는 겨드랑이로

괴로움도 없고 병도 없이

세계를 이롭게 할 왕자를 낳으셨다.

 

10. 우루왕은 다리로부터, 무리투 왕은 팔로부터

인드라 신과 같은 만다트리 왕은

정수리로부터 태어났으나,

카크시바트 왕은 겨드랑이로부터 태어났으니

왕자의 탄생도 그와 같았다.

 

11. 겨드랑이로부터 내어난 왕자의 몸은

하늘에서 떨어진 것과 같았으니

생문(生門)으로 나오지 않았다.

수많은 겁(劫)을 닦은 왕자는

일체를 여실히 알고 있었다.

 

12. 왕자는 대지에 떠오른 태양과 같이

맑게 빛나서 건실하였으며

달처럼 우러러 보여 사람의 눈을 빼앗았다.

 

13. 몸에서 솟아난 빛은

태양이 등불의 밝음을 누르듯 했고

더없이 고운 황금빛 몸의 광명이

시방을 두루 비춘 때문이다.

 

14. 흔들림 없이 곧바로 다리를 들어

넓게 대지를 밟고

감연히 일곱 걸음 내디디니

그 모습 칠선성좌(七仙星座)와 같구나.

 

15. 보리(菩提)를 위해 유정의 이익을 위해 태어났으니

이것은 나의 마지막 탄생이라고

사자와 같이 사방을 둘러보면서

뜻 깊은 이로운 말을 설하셨다.

 

16. 하늘에서 퍼붓는 달빛 같이

맑으면서 차갑고 더운 두 물줄기가

동자의 머리 위에 부어졌다.

청량한 감촉의 즐거움을 주려고.

 

20. 본성이 청정한 정거천도

여래의 오심을 기뻐하였다.

고뇌에 빠진 중생이

해탈을 이루게 되었으니.

 

21. 그가 태어날 때 수미산이 솟아났고

대지는 흔들려 바람에 밀려가는 배와 같았고

구름 없는 하늘에서는 전단향 그윽하게

청색, 적색 수련 꽃이 비와 같이 쏟아졌다.

 

22. 부드러운 바람이 불어

하늘에서 옷을 내리니

태양은 더욱 빛나고

적정의 불꽃이 고요히 타올랐다.

 

27. 이 세상 구제하러 스승 나오시니

세상 사람들은 더 없이 안온한데

홀로 욕계천만이 기뻐하지 않았다.

 

28. 왕자의 탄생으로 놀란 부왕은

기쁨 가운데 근심을 품으니

눈에서는 두 가지 눈물이 흘렀다.

 

29. 인간 이상의 아들의 힘과

어머니의 연약한 힘이 만나니

차고 더운물이 섞인 강과 같이

왕비는 두려움과 기쁨에 가득 찼다.

 

30. 오직 두려움을 느끼고 다른 일을 잊은 채

오로지 왕자의 탄생을 기리는 의식을 행하니

늙은 여인들은 안온을 위해서 재계하고 빌었다.

 

31. 행실과 학식과 웅변으로 유명한 바라문들은

그의 명성과 특이한 상모에 만족하면서

기쁘면서도 두려워하는 왕에게 말했다.

 

32."이 지상에서 자식을 얻은 것보다

더한 행복이 없나이다.

그러하니 기뻐하고 축복할 일이옵니다.

당신의 이 등불은 종족의 등불입니다.

 

33. 그러니 염려 말고 기뻐하소서.

석가족은 반드시 번영할 것입니다.

당신의 아들로 태어난 이분은

세상의 고뇌를 없앨 분이십니다.

 

34. 더 없이 뛰어나 황금 같이 빛나고

등불 같은 상을 지닌

이분은 진리를 깨달아서 성자가 되거나

또는 대지를 지배하는 자(轉輪聖王)가 되리라.

 

35. 만일 이분이 대지의 왕이 되려 한다면

그 때에는 힘과 법으로써 왕중의 왕이 되리로다.

마치 태양이 뭇 별을 다스리듯이.

 

36. 그가 해탈을 위해서 숲 속으로 간다면

지식과 진리로써 지상의 모든 것을 항복시키리니,

모든 산 중의 왕인 수미산과 같으리라.

 

37. 모든 쇠붙이 중에 황금이 최고요,

산 중에 수미산, 물 중에 바다요,

별 중에 달, 밝은 것 중에 태양과 같이

당신의 아들은 모든 사람 가운데 가장 높습니다.

 

38. 그의 눈은 늘 열려 있고

맑고, 크고, 안온하구나.

길고 긴 눈썹에 위용이 빛나니

뭇 사람과 같지 않구나."

 

47. 이와 같이 바라문에 의해서 축복을 받고,

왕은 마음의 의혹과 근심을 없애니

지극한 기쁨으로 가득 찼다.

 

48. 만족한 왕은 그 바라문에게

공경하는 마음으로 재보를 바치면서 말했다.

"이 아들이 지상의 주인이 되게 하리라."

 

다. 아시타 선인의 예언

 

49. 이때에 아시타 선인은

왕자의 출생이 윤회를 떠났음을 알고

석가족의 왕궁으로 들어갔다.

 

50. 바라문의 위세와 고행의 힘으로 빛나는

바라문 중의 바라문인 최고의 지자(智者)를

왕은 공경하여 정중하게 맞이했다.

 

51. 왕자의 탄생을 기리며 기뻐하는 그는

아름다운 왕비의 시녀들 곁에 앉았으나

마치 고요한 숲에서 명상하듯 하였다.

 

52. 왕은 발씻을 물과 청정한 물을 공양하고

옛날 안티데바가 바시슈타에게 하듯

예의를 갖추어 청했다.

 

53. "나의 일족에게 영광이 있도록

축복해 주실 고마운 분.

은혜를 베푸시라, 평화로움 있어라,

제자의 예를 다하니 자비를 베푸시라."

 

54. 이과 같이 왕은 선인에게 공양하고

간절히 바라니, 성자는 이에 응하여

놀라운 눈으로 기이한 표정을 지으며

뜻 깊은 여러 가지 가르침을 설했다.

 

55. "당신은 본성과 가문과 지식과

연령에 걸맞게 법을 즐기고

올바른 가르침을 구하십니다.

 

56. 미묘한 법으로 재보를 얻고

항상 법에 따라 공양을 베풀어

고행으로 만족하고 재보를 나누소서.

 

57. 내가 여기에 온 까닭이 무엇이리요.

당신은 기뻐하소서.

정각(正覺)을 이루기 위해 아드님이 나오셨나이다.

나는 하늘의 말을 태양의 길에서 들었소이다.

 

58. 이 말은 듣고 곰곰이 생각하고,

여러 가지 상서로운 조짐을 보고는

인드라의 깃발같이 높이 드날리는

석가족의 깃발을 보려고 왔나이다."

 

59. 이와 같은 그의 말을 듣고는

왕은 감격하여 몸을 떨면서

유모의 무릎에 있는 왕자를 안아서

거룩한 고행자에게 보였다.

 

60. 저 선인은 발의 윤상과

손과 발가락의 물갈퀴와

코끼리 같이 숨겨진 고환을 보았다.

 

61. 여신 데비의 무릎에서 쉬고 있는

화신 아그니의 아들과 같이

유모의 품에 있는 왕자를 보고

눈시울을 적시며 하늘을 우러러 탄식하였다.

 

62. 눈에 눈물이 가득한 아시타 선인을 보고

왕은 자식에 대한 연민으로 몸을 떨었다.

눈물로 목이 메어 말을 못하더니

합장하고 예배하며 물었다.

 

63."왕자의 몸은 천인과 같고

모든 것이 최상이라 말하였거늘

어찌 눈물을 흘리십니까?

 

64. 존자시여, 왕자의 수명이 짧아

나에게 근심이 될까 그러하십니까?

오랫동안 기다려 얻은 이 감로수

죽음의 신이 마시려 들지 않을는지요?

 

65. 나의 명성은 무량하여 다하지 않고

나의 손에 있는 힘은 확고한지요?

저 세상에서 나는 안락함을 얻고

죽음의 잠 속에서 자식을 위해

한 눈을 뜰 수 있을는지요?

 

66. 내 종족의 싹은 자라지 않을까요?

꽃도 피기 전에 마르지나 않는지,

존자시여, 불안하오니 속히 말해 주소서.

모든 부모는 자식을 연민히 여기오이다."

 

67. 이와 같이 애타는 마음을 알고 성자는 말했다.

"걱정하지 말고

나의 말을 의심치 말소서.

 

68. 불길한 징후를 느낀 것이 아니라,

윤회의 손길을 벗어날

지혜의 길을 열어 보이실 분이 태어났건만

나는 갈 때가 가까웠기 때문입니다.

 

69. 왕국을 버리고 쾌락을 떠나

무서운 고행으로 진리를 얻어서

이 세상의 미망을 없애는

지혜의 태양으로 빛나리다.

 

70. 병듦의 물보라, 늙음의 파도,

죽음과 괴로움의 바다에 떠밀려

고뇌하는 이 세상의 뭇 중생들을

지혜의 큰배로 건질지니.

 

71. 지혜의 물살을 타고

굳건한 계행을 둑으로 삼으며

삼매에 의해서 청량을 얻어

짜크라바카와 같은 서원을 세워

이 뛰어난 진리의 강물에서

목마른 자는 물을 마실 것이니.

 

72. 괴로워하며 대상(對象)에 끄달리고

미망의 황야에 서 있는 자에게

이 분이 해탈의 길을 설하시리니.

길을 잃은 나그네에게 길을 가리켜 주듯.

 

73. 대경(對境)을 섶으로 삼아 타오르는

탐욕의 불에 고통받는 이 세상 사람들을

가르침의 비로 서늘케 하리이다.

여름날 큰 구름이 비를 뿌리듯.

 

74. 애욕과 미망의 겹문

탐욕의 빗장으로 닫혀 있으나

얻기 어려운 뛰어난 가르침으로 열리리다.

 

75. 스스로 지은 미망의 굴레에 매여서

고뇌에 억눌려 의지할 곳 없더니

법의 왕이 나타나매 그 깨달음으로 풀려나리라.

 

76. 미망과 애욕, 쾌락과 오만으로

이 분의 가르침을 듣지 않는 자는

이 세상에서 가장 불쌍한 사람입니다.

당신은 이 분 때문에 근심하지 마소서.

 

77. 공덕의 바다에서 미혹하는 나는

비록 선정을 얻어도 이익이 없으리라.

장차 이 분의 정법을 듣지 못할 나야말로

제천에 머문다 해도 완전하지 못하리다."

 

78. '이 아들은 그런 상이로다.' 하고

왕은 슬픔을 거두고 기뻐하였다.

그는 성자의 법으로 해탈하리라고

마음속에 행복함을 간직하였다.

 

79. 그러나 왕자는 성자의 길을 갈 것이므로

고뇌 속에 잠기는 왕은

종족이 끊어질 것을 스스로 보았다.

 

80. 왕자에 대한 고뇌로 슬퍼하는 왕이

왕자가 갈 길을 여실히 보매,

성자 아시타는 정중히 예배하고

바람의 길을 따라 온 길을 되돌아갔다.

 

81. 진실을 안 유모는 왕자를 다시 보며

성자의 가르침대로

자식과 같이 사랑으로 얼싸안았다.

 

82. 왕 또한 만족하여

나라 안의 죄인을 모두 풀어 주고

스스로 감각의 대상에서 벗어나니

예정으로 이를 축복하기 위해서

종족의 옛 격식대로 탄생게를 행했다.

 

85. 왕은 마음을 안온하게 하여

선근과 공덕으로 사람들을 기쁘게 하고는

길상의 날을 잡아 도성으로 들어갔다.

 

88. 여섯 얼굴의 왕자인 스칸다의 탄생을

시바신이 기뻐하듯 모두들 기뻐하니

왕은 번영과 찬양의 행사를 명하고

석가족의 도성은 명성으로 빛났다.

 

 

 

제 2장 궁중의 생활

 

가. 평화로운 왕국

 

1. 생사를 떠난 아들을 낳은 왕에게

마치 뭇 물이 모여 큰 강이 되듯이

날로 재물과 코끼리, 말, 친척이 늘어났다.

 

2. 그 때에 왕은 많은 보옥, 황금을 얻었으나,

그것들은 너무도 많고 무거운 재물이라

마음의 수레로는 나를 수가 없었다.

 

5. 백성의 만족함은 더해 가고

좋은 젖을 가진 암소가

송아지를 데리고 구름처럼 몰려왔다.

 

6. 왕의 적은 평화를 원하여

친밀한 벗이 되니

왕에겐 이 두 가지뿐, 다른 것은 없었다.

 

7. 왕을 축복하듯

바람도 상쾌하고 천둥소리 멀어지니

구름은 번갯불로 채색 구름 이루고

운석도 없고 벼락도 없이

때에 따라 바란 둣이 비가 내렸다.

 

8. 밭 갈아 애 안 써도 계절 따라 무르익어

수확이 더욱 늘어나며

이것저것 모두 다 먹을 것이 되는구나.

 

9. 싸움은 그쳐 평화만 있고

질병도 없어 안온하니

여인들은 순조로이 아기를 낳았다.

 

10. 세상 모든 사람들은

재물이 없어도 탐하지 않고

구걸하는 자에겐 마다하지 않았다.

 

11. 그 때에 왕국에는 무례한 자가 없고

기쁘게 베풀지 않는 자도 없으며

거짓말하는 자도, 살해하는 자도 없었다.

마치 나후샤 왕의 아들 야야티의 왕국 같이.

 

14. 쾌락을 얻기 위한 애욕을 바라지 않고

애욕을 얻기 위해 재물을 탐하지 않고

재물을 얻기 위해 공덕을 쌓지 않고

공덕을 얻기 위해 살생하지 않았다.

 

15. 도둑도, 적도 없이 안온하며

나의 권속이 남에게 도움을 받고

풍년이 들어 곡물이 넉넉하고 풍요로우니

마치 아나라니야 왕국 같았다.

 

16. 왕자가 태어난 때의 왕국에는

기쁨이 가득하고 죄악이 없고

덕행이 빛나고 더러움이 없었으니

태양의 아들 마누의 왕국 같았다.

 

17. 바라던 왕자가 탄생하여

이와 같이 왕족의 번영이 성취되니

왕은 태자를 살발타싯다라고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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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야부인의 별세

 

18. 왕비 마야는 성왕 같은 왕자의 힘을 알고

벅찬 기쁨을 이기지 못해

하늘에서 살기 위해 세상을 떠났다.

 

19. 그리하여 이모가 어머니 같은 애정으로

친자식을 대하듯

왕자를 키웠다.

 

20. 동쪽 산마루 떠오르는 해와 같고

바람 탄 불길, 차 오는 반달 같이

왕자는 맑고 깨끗하게 성장하였다.

 

21. 값비싼 전단, 보석의 목걸이

여러 가지 약초를 담은 상자,

사슴이 끄는 황금의 수레.

 

22. 어린이에게 알맞는 여러 가지 장식물,

황금과 은으로 된 코끼리, 사슴, 말 인형을

소가 끄는 수레로 왕자에게 봉정했다.

 

23. 어린 완자는 이것들로 즐기나

침착하고 청정하여 지혜로우니

재능의 숙성함이 어른과도 같았다.

 

24. 어린 시절이 지나 성장함에 따라서

모든 행업을 올바르게 수습하고,

오랜 세월 익혀야 할

여러 가지 학문을 단시일에 익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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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소다라와 결혼

 

25. '왕자는 장차 출세간의 복락을 얻으러

숲으로 가리라.'고 한

아시타 선인의 말을 들은 왕은

왕자를 애욕에 물들게 하려 했다.

 

26. 왕은 아들을 위하여 왕자비를 맞으니

품위 높은 가문에서 자라 덕이 있고 아름다워

온순하고 겸양하며 예절 바른 야쇼다라.

이름 높이 친송되는 길상녀를 맞았다.

 

27. 사나트쿠마라와 같이 용모가 수려한 왕자는

왕자비와 함께 즐겁게 지내니

인드라신이 그의 비와 같이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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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시궁의 호화생활

 

28. 마음이 흔들릴 어떤 것도 보지 못하고

땅 위를 걷지 않는 장엄한 궁전,

숲속 깊은 누각에 머물게 했다.

 

29. 드높은 가을의 흰 구름 같이

사계절에 따라 즐거운 누각.

하늘의 궁전이 땅 위에 세워진 듯

시녀들은 우아한 음악을 연주하였다.

 

30. 가냘픈 미녀들의 연주는

황금의 술이 달린 북소리에 따라서

상쾌한 가락을 만들고

천녀들이 춤을 추는 화려한 왕궁은

카이라사의 눈과 같이 아름다웠다.

 

31. 또한 아름다운 이야기와 기예.

아리따운 자태, 환락과 취홍,

또는 눈썹을 치켜올리고, 눈을 흘기는 놀이

뭇 여자들은 그를 즐겁게 하였다.

 

32. 애욕으로 매이게 하는 기교와

성애가 능한 요조 숙녀들이 둘러쌌고

왕자는 궁전의 깊은 곳에서 나오지 않았다.

천인이 천궁에서 내려오지 않듯이.

 

33. 또한 왕은 오직 왕자의 성장과

장차 해야 할 행업에 마음을 써서

평안함과 선업과 교훈과 보시를 베풀었다.

 

34. 왕은 애욕에 물들지 않고

상응하지 않게 사랑하지 않으며,

굳은 마음으로 말을 삼가고

모든 친척과 백성을 덕으로 다스렸다.

 

35. 왕은 백성을 괴롭히는 조세법을 쓰지 않고

이로운 지식을 남김 없이 배우며

모든 백성의 이익을 바랐다.

 

38. 왕은 진실이 아닌 말은 하지 않고

불쾌한 말도 하지 않았다.

듣기에 좋은 거짓, 진실하나 포악한 말은

스스로 삼가고 말하지 않았다.

 

39. 송사하는 자를 좋아한다고 동정하지 않고

싫어한다고 죄를 무겁게 주지 않았다.

공정한 재판은 신성한 것이니

청정하기가 제례와 같았다.

 

40. 소망을 가지고 오는 자에겐

은혜를 베풀어 목마름을 없애고

적의 교만함은 지혜의 도끼로 정복했다.

 

42. 죄인에겐 다시 죄짓지 않게 하고

노하지 않고 죽이지 않으며 벌하니

엄정하지 못한 방면은 악정임을 알았다.

 

43. 옛 선인이 전한 뛰어난 서원을 지키고

오래 쌓인 원한을 풀었으니,

덕의 향기로 명성을 얻고

마음을 더럽힐 티끌을 씻었다.

 

44. 신성하지 않은 공물을 받지 않고

남의 재산을 바라지 않으며

원한이나 잘못을 탓하지 않고

노여움은 마음에 두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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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훌라의 탄생

 

46. 그 때에 탐스런 유방을 가진

명성 그대로인 야소다라비와

태자 사이에서 라후와 같은 아들

라훌라가 태어났다.

 

47. 그리하여 왕은

종족의 계승과 번영을 믿고

아들의 탄생 때와 같이 손자의 탄생을 기뻐했다.

 

48. '이 아이에 대한 나의 아들의 애정도

나의 애정과 다르지 않으리라.'고 믿으며

천상에 태어난 기쁨으로 의식을 행했다.

 

50. 또한 선행을 쌓은 왕은

고행에 따른 위엄으로 빛나고

가문과 공덕과 지혜로 빛나니

천 가닥 빛을 발하는 태양과 같았다.

 

51. 왕은 자손의 안녕을 위해서

자생자(창조자)를 칭송하고

행하기 어려운 고행을 닦았으니

마치 겁초에 범천이 행한 것과 같았다.

 

52. 무기를 버리고 학문을 즐기며

적정을 바라고 금계를 지켰다.

자기를 억제하여 대상에 흔들리지 않고

마치 아버지와 같이 국토를 수호했다.

 

53. 자식을 위해 왕국을 보호하고

종족을 위해 자식을, 천계를 위해 명성을,

자신을 위해 천계를, 법을 위해 자기의 존속을 바랐다.

 

54. 성전에 정해진 법에 따라서

왕은 여러 가지 의례를 행하니

결코 숲 속으로 가지 말기를 바라면서

자식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55. 세상의 법을 사랑하는 왕들은

자기의 영광을 위해 자식을 지킨다.

인드라도 나라를 버리지 않고

자식을 법으로 지킨다.

 

56. 그런 보살들은 선근을 가졌으므로

쾌락을 알고 왕자를 얻은 뒤에도 숲 속으로 가니,

왕자의 선업도 뿌리가 이와 같아

적정을 얻기까지는 쾌락을 구했다.

 

 

제 3장 괴로움의 인식

 

 

가. 세상 나들이

 

1. 푸른 초목 사이로 꾀꼬리가 노닐고

연꽃이 피어난 연못가 숲에서

태자는 아름다운 노랫소리를 들었다.

 

2. 여러 사람들이 서로 즐기면서

숲 속에서 노니는 소리를 들으니

왕자는 밖으로 나가고 싶어졌다.

마치 우리에 갇힌 코끼리 같이.

 

3. 왕은 이러한 태자의 소망을 알고

연민과 사랑으로

알맞은 놀이의 마련을 명했다.

 

4. 태자의 가는 길에 슬픔이 없도록

우수에 잠긴 이들이 눈에 띄지 않게 했으니

태자의 섬세한 마음이 상할까 염려한 때문이다.

 

5. 팔이나 다리가 불편한 사람이나

다섯 가지 감각 기관이 불구가 된 사람이나

늙은이와 병든 자를 멀리 보내고

깨끗하고 아름다운 행로를 꾸몄다.

 

6. 이렇게 행로가 아름답게 꾸며지고

영광스런 왕자를 신하들이 따르니

궁전의 누대에서 내려와

왕에게 알현하고 허락을 청했다.

 

7. 그 때 왕은 눈물을 흘리고

태자의 머리를 만지며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갔다 오너라" 하고 허락을 했지만

사랑하는 마음은 그를 떠나지 않았다.

 

8. 그리하여 왕자는 황금 마구를 갖춘

잘 조련된 네 필의 말을 끌고

늠름하고 총명한 마부가 고삐를 잡은

황금 수레에 올라탔다.

 

9. 그는 하늘에서 빛나는 별과 같았으며

따르는 시종들은 줄을 이었다.

향기로운 꽃들이 가득히 뿌려지고

펄럭이는 깃발은 길을 메웠다.

 

11. 어떤 사람은 그 앞에 와서 예배하고

어떤 사람은 영광과 사랑으로 찬양하고

어떤 사람은 행복과 장수를 빌었다.

 

13. 태자의 행차를 보기 위해서

여자들이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오고

어떤 이는 높은 누대에 올라갔다.

 

15. 높은 누대로 오르는 발소리

장식품과 발찌들이 흔들리는 소리

새들이 놀라서 지저귀는 속에서

서로 '밀지 말아요.'하며 앞을 다툰다.

 

16. 소담스런 몸매의 부녀자들은

숨이 차게 급히 나오는 발걸음이지만

풍만한 젖가슴과 수레바퀴 같은 엉덩이에

움직임이 둔하여 마음만 조급하다.

 

23. 단아하고 위엄 있는 태자를 보고

더 없는 행복함에 싸인 여인들은

이렇게 속삭였다.

"저분의 아내는 행복하여라."

 

25. 우아하고 단정하고 의젓한 태자는

뭇 사람의 모습을 보고 기뻐했다.

자신이 다시 태어나 인정받는 것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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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생노병사의 고통을 깨닫다

 

26. 한편 정거천의 여러 천인은

이 도성을 마치 천계와 같이 보고

태자의 출가를 권하기 위해

한 늙은 사람을 나타나게 했다.

 

27. 태자의 영광도 늙은이 앞에선 빛을 잃어

사람들과 다른 모습을 한 그를 보고

물끄러미 눈을 떼지 않고 바라보면서

마부에게 물었다.

 

28. "눈앞에 있는 저 사람,

머리가 희고 손에 지팡이를 가지고,

눈은 눈썹에 싸였고, 몸이 굽었으니,

이 사람은 누구인가? 어찌된 것인가?"

 

29. 신하들이 스스로 마음에 고뇌를 느껴

숨겨야 할 일을 분별하지 못하고

있는 그대로 고했다.

 

30. "아름다움을 빼앗고 힘을 없애며

슬픔을 낳게 하고 쾌락을 없애는 것,

기억력을 앗아가는 감각 기관의 적,

이것이 늙음이니, 이것으로 모두 멸하나이다.

 

31. 그러니 저 사람도 어려서 젖을 먹고

때가 되어 기고 엎드리고

점차로 자라서 청년이 되었으나

드디어 홀로 늙음이 왔나이다."

 

32. 이 말을 들은 태자는 마음이 흔들려

"이런 것이 나에게도 있겠는가?"

마부에게 물으니, 그는 대답했다.

 

33. "장수를 누리실 뛰어나신 분이시나,

겁파의 힘으로 저렇게 되리이다.

늙음은 이와 같이 용색을 멸하건만

사람들은 알면서도 보지 못하나이다."

 

34. 전생부터 출세간의 길을 갈 청정심에

무수겁의 공덕을 쌓은 태자는

늙음이란 말을 듣고 우수에 젖었다.

마치 뇌성 벽력을 들은 소와 같이.

 

35. 긴 한숨에 목을 드리우고

늙은이를 바라보면서

스스로 두려움 속에서 말했다.

 

36. "늙음은 이와 같이 기억, 용색, 기력을 빼앗는데,

사람들은 눈앞에서 이것을 보면서도

어찌하여 슬퍼하지 않는단 말인가?"

 

37. 그리하여 마부에게 분부하니

"말을 돌려라, 속히 집으로 돌아가자.

마음에 늙음의 두려움이 있거늘

어찌 숲엔들 즐거움이 있으랴!"

 

38. 마부는 태자의 명령에 따라서

수레를 돌렸다.

태자는 홀로 왕궁으로 들어가니

수심 가득한 마음은 텅 빈집과 같았다.

 

39. 그는 그 곳에서 또한 늙음을 생각하여

마음 편안함이 없었으니

다시 왕의 허락을 받아 밖으로 나갔다.

 

40. 이 때에는 정거천의 여러 천신들이

몸에 병을 가진 사람으로 나타났다.

그 사람을 본 태자는

그를 보고 마부에게 또 물었다.

 

41. "배가 부르고 숨이 차서 떨리고

어깨가 처지고 팔이 늘어지고

다리는 가늘어져 남에게 의지하여

헐떡이며 애소하는 저 사람은 누구인가?"

 

42. 마부는 조용히 말했다.

"일찍이 건장하여 힘이 세었으나

이제는 몸이 자유롭지 못하게 되니,

질병이란 것이 이토록 불구로 만들었나이다."

 

43. 태자는 연민의 정을 느끼면서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말했다.

"저 불행은 저 사람에게만 있는 것인가?

무서운 질병은 모든 생물에 있는 것인가?"

 

44. 마부는 다시 말했다.

"태자여, 이 불행은 고통된 것이니

이런 병으로 고통을 당하면서

한쪽으로는 이 세상을 즐거워합니다."

 

45. 이런 진실을 그대로 듣고 나니

태자는 마음이 괴로웠다.

마치 달이 물결에 흔들리듯.

그 남자를 가엾이 여기면서.

 

46. "모든 생물이 갖는 이 질병도

세상 사람들은 예사로이 여긴다.

벗어나는 길을 모르는 무지함으로

이것을 떠난 사람을 비웃는구나.

 

47. 밖으로 향하는 행렬을 멈추고

왕궁을 향하여 수레를 돌려라.

질병의 두려움을 듣고 나서는

내 마음엔 기쁨이 있을 수도 없구나.

마음이 떨리고 조이는 것만 같다."

 

48. 이와 같이 깊은 사색에 잠겨 돌아오니

왕은 이 일 때문에 걱정이 생겼다.

 

49. 그리하여 왕은

태자를 그냥 둘 수 없다고 느꼈다.

길을 인도한 사람을 책하면서도

무거운 벌은 주지 않았다.

 

50. 태자가 기뻐할 갖가지 일이

오근을 사로잡아 애욕을 일으켜

자신들을 떠나지 않기를 바랐다.

 

51. 그러나 태자는

오근의 즐거움을 느끼지 않았다.

왕은 다시 밖으로 나갈 것을 명했다.

 

52. 왕은 애욕의 과실을 알면서도

태자를 사랑하는 마음에 사로잡혀

기예에 통달한 여자들을 따르게 했다.

 

53. 행차하는 길목을

아름답게 장식하고 정돈한 뒤에

왕은 마부에게 명하여

태자를 밖으로 유행토록 했다.

 

54. 그리하여 태자가 밖으로 나가니

저 정거천은 죽은 자로 나타났다.

태자와 마부는 그것을 보았으나

남들은 그것을 보지 못했다.

 

55. 태자는 마부에게 물었다.

"네 사람이 지고 가는 저 사람은 누구인가?

슬퍼하며 따르는 사람들은 또 누구인가?"

 

56. 그 때 정거천의 신들은

마부의 마음을 사로잡았으므로

그는 고해서는 안 될 이 사실을

그대로 고하였다.

 

57. "저 사람이 누군지는 알 수 없으나

지성과 감각과 숨이 떠나고

모든 것이 없어져서 자고 있으며

의식이 없어져 초목 같이 되었나이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키워지고 지켜졌으나

이제는 모두에게서 버려졌나이다."

 

58. 이런 말을 들은 태자는

잠시 울적하여 망설이면서 말했다.

"이것은 이 사람만이 겪는 것인가

모든 생명도 결국 이와 같이 되는가?"

 

59. 마부는 대답했다.

"이것은 모든 생명이 겪는 것입니다.

비천하거나, 평민이거나, 고귀하거나

이 세상의 모든 것은 소멸합니다."

 

60. 이 때까지 태자는 의연하였으나

죽음이란 말을 듣자마자 침울해졌다.

수레의 난간에 팔을 기대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61. "이것이 살아 있는 자들의 최후인데도

세간 사람들은 두려움 없이 평온하다.

죽음의 길에 있으면서도

사람들은 이와 같이 예사로이 여긴다.

 

62. 그러하니 어서 수레를 돌려라.

우리들이 놀 때와 장소가 없다.

죽어 없어질 것을 안 이상엔

함부로 놀 수가 없구나."

 

63. 태자가 이렇게 말하니

마부는 수레를 되돌려서

연꽃이 피어 있는 동산으로 들어갔다.

그 곳은 여전히 꽃이 피고 숲이 우거져 있었다.

 

64. 꾀꼬리가 기쁘게 이리 저리 날고

연못엔 연꽃이 만발하여

마치 인드라 신의 숲과 같이 아름다웠다.

 

65. 그리하여 태자는 숲 속으로 들어갔다.

아리따운 여인들이 모여 있는 곳.

계를 지켜 장애를 두려워하는 고행자가

억지로 끌려 온 듯이.

 

 

 

제 4장 삶의 환멸

가. 여인의 유혹

나. 우다인의 설득

다. 애욕의 대상은 무상하다

 

 

가. 여인의 유혹

 

1.그 때에 숲에 있던 여인들은

놀란 눈으로 바라보며

마치 새신랑을 맞이하듯

태자를 맞으러 숲에서 나왔다.

 

2. 그들은 놀란 눈으로 태자를 보며

연꽃 봉우리 같이 고운 손으로

정중하게 예를 올렸다.

 

3. 태자를 둘러싸고

기쁨으로 바라보는 그들은

태자를 눈 안에 넣을 듯 하였다.

 

5. 너무도 우아하고 수려한 그 모습은

달이 은밀히 그 빛을 가리고

지상에 스스로 내려온 것 같았다.

 

6. 태자의 모습에 압도된 그녀들은

갖가지 교태로도 태자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하자

서로 바라보며 한숨지었다.

 

7. 이와 같이 여인들은 태자를 본 순간부터

말과 웃음을 잃고

그의 위력에 압도되었다.

 

8. 애처롭게 연정에 마비되어

아무 일도 못하는 여인들을 보고

바라문의 아들 우다인이 말했다.

 

15. "저분이 굳건하고 위대하다면

여자의 힘도 그 만큽 위대하다.

그러므로 그대들도 굳건함을 보여야 한다.

 

16. 옛날 카시는 유녀였으나

고행을 닦은 위대한 선인을

걷어찼었다.

 

17. 암흑을 벗어난 선인 가우타마도

유녀인 쟝가와 교접하려고

육신을 내던졌다.

 

18. 위대한 선인 가우타마도

계급이 낮은 아리따운 여자가 무너뜨렸다.

 

20. 고행에 몰두하던 비슈바미트라는

천녀에게 매혹되고 말았으니

십년 공부가 하루만에 깨어졌다.

 

21. 이외에도 많은 선인들을 여성이 바꾸어 놓았다.

하물며 곱게 자란 젊은 태자는

어찌 설명할 필요가 있으랴.

 

22. 그러니 이와 같이 변하게 하여라.

왕족의 영예가 걸린 일이니

주저하지 말아라.

 

23. 젊은 여자는 젊은 남자를 유혹하여

마음을 사로잡아라."

 

24. 이와 같이 우다인의 말을 듣고 나서

그녀들은 태자를 맞이하려고

용기를 내어 달려들었다.

 

25. 그녀들은 조금 두려워하면서도

미소짓고 교태를 부리면서

아양떨고 몸을 움직여

갖은 모습으로 태자를 유혹했다.

 

26. 왕의 명을 받아 태자를 사랑하고

연정에 도취되어 태자를 대하니

그녀들은 조금도 스스럼이 없었다.

 

27. 태자가 여인들에 싸여 숲 속을 거니니

마치 수코끼리가 암코끼리 떼를 거리고

히말라야의 숲을 거니는 것과 같았다.

 

28. 아름다운 숲 속에서 천녀에 싸인 태자는

천녀 아푸사라스에 둘러싸인 비바스바트와 같이

여인들 앞에서 태양같이 빛났다.

 

29. 젊은 여인들은 유혹을 하려고

태자를 둘러싸고 몸을 맞대면서

통통하고 볼록한 젖가슴을 보이고

취한 듯이 육체를 자랑하였다.

 

30. 어떤 여인은 보드라운 팔로

몸을 감싸 안으며

드러내 놓고 연모의 정을 나타냈다.

 

31. 어떤 여인은 붉은 입술에

술 냄새를 풍기면서

은근히 귀에 대고 속삭였다.

 

32. 어떤 여인은 몸에 향유를 바르고

태자를 포옹하며 '사랑해 달라.'고

명령하듯 애욕을 표시했다.

 

33. 어떤 여인은 취한 것을 구실로

황금의 옷을 펄럭이며 허리통을 흔들어

하얀 속살을 드러내 보였다.

 

34. 어떤 여인은 황금의 장신구를

요란하게 흔들면서

궁둥이를 내보이며 서성거렸다.

 

38. 다른 여인은 아름다운 얼굴과

활과 같은 눈썹을 곤두세우고

알몸을 자랑하며 사랑을 표시했다.

 

50. 여자들에 둘러싸인 태자는

저 물 가운데 한 무리의 암컷이 따르는

수컷 백조와 같았다.

 

52. 하늘을 나는 새들은 봄에 취했으나

생각이 없는 남자의 마음에는

도취도 없고 애착도 없다.

 

53. 이와 같이 젊은 여인들은

향락과 애정에 빠져들어

온갖 방법으로 태자에게 다가갔다.

 

54. 이와 같이 여인들에게 유혹 당해도

태자는 감관을 굳게 지켰다.

기쁨도 두려움도 갖지 않았다.

 

55. 비로소 여인들도

태자같이 뛰어난 사람을 보고는

곤혹스러운 마음을 어찌할 줄 몰랐다.

 

 

나. 우다인의 설득

 

56."늙어서 없어질 몸뚱이의 아름다움으로

미혹 속에서 애만 썼으니

어찌하여 우리들은 이렇게 어리석은가?

 

57. 모두들 이와 같이 환락에 젖어

늙고 병들어 죽는 것을 모르는구나.

 

58. 일체를 빼앗을 죽음을 모르고

근심도 없이 즐거워하며

놀고 웃으며 머물러 있구나.

 

59. 늙음과 질병과

죽음을 안다면 어느 누군들

마음 편히 잠자고 웃을 수 있으랴.

 

60. 늙고 병들고 죽어서

모두 다 없어지는 것을 보고도

본능에 이끌려 근심이 없으니

어찌 무심하게 이렇게 있으랴."

 

62. 이와 같이 태자가 생각에 잠겨

욕망을 떠난 것을 보고

우다인은 벗으로서 그에게 말했다.

 

63. "당신의 벗으로 적당하다 여기시고

대왕께서 나를 보내셨으니

대왕의 신뢰에 보답하기 위해서는

당신께 말씀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64. 이롭지 않은 것을 저지하고

이로움으로 들어가게 하는 일

어려움이 있어도 버리지 않는 일

이것이 원만한 지혜의 표식입니다.

 

65. 내가 우정을 맹세하고 나서도

시자로서 의무를 저버리고

당신의 이로움을 무시한다면

또한 벗의 자격이 없게 됩니다.

 

66. 그러므로 당신의 벗으로서 말하건대

여인들에게 이런 실례를 하시면

젊고 훌륭하신 당신에게 알맞지 않습니다.

 

67. 여인들의 바람에 따라 허락하면

그것이 비록 옳지 않다고 하여도

수치를 주지 않게 하는 것과 함께

당신의 기쁨을 위해서 온당합니다.

 

68. 여인들의 마음을 결박하여 잡으면

순종과 연민으로

여인들은 굽히고 존경합니다.

 

69. 그러므로 큰 눈을 가진 그대여,

비록 마음에 내키지 않는다 해도

알맞은 방법으로 총명하게 분별하소서.

 

70. 총명함은 꽃다운 향기요

예절은 최상의 장식입니다.

총명한 예절을 잃은 몸가짐은

꽃이 없는 숲과 같습니다.

 

71. 그러나 총명만으론 충분치 않으니

정성스런 마음으로 맞이하소서.

감각의 쾌락을 취하기 힘들어도

그녀들을 버리는 일은 옳지 않습니다.

 

72. 그 옛날 인드라 신까지도

사랑이 최고라고 여기고

가우타마 선인의 아내에게 다가갔으니

마음껏 사랑하고 정욕을 채우소서.

 

81. 이들과 같이 뛰어난 사람들도

비천한 여인과 환락을 즐겼으니,

하물며 미덕을 갖춘 여인이야 숙세의 인연입니다.

 

82. 그대는 귀한 몸으로 젊고 힘이 있으면서

감각의 대상을 멀리 하고 있으나

이 세상을 사는 일은 대상에 집착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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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애욕의 대상은 무상하다

 

83. 이와 같은 우다인의 말을 듣고서

왕자는 우뢰와 같은 소리로 대답했다.

 

84. "우정으로 하는 이 말은

그대로서는 당연한 말이다.

그러나 그대는 나를 오해하고 있구나.

 

85. 나는 감각의 대상을 무시하지 않는다.

그것은 이 세계의 본질임을 알고 있다.

그러나 이 세계가 무상함을 아는 나는

결코 즐겁지 않구나.

 

86. 만일 늙음과 병과 죽음

이 세 가지를 없앨수 있다면

나도 감각의 대상을 즐길 것이다.

 

87. 만일 여인들의 아름다운 그 몸이

영원히 변치 않는다면

애욕이 비록 허물어져도 애욕에 기울 것이다.

 

88. 그러나 여인들의 아름다운 모습도

늙음에 삼켜지면 스스로 싫어지니

그것을 즐기는 것은 미망 때문이로다.

 

89. 스스로 늙음과 병과 죽음에 따르면서

비애 없이 즐기는 자는 금수와 같다.

 

90. 위대한 사람들이 애욕에 빠졌다고 말하나

그들도 또한 어리석게 즐기다가

멸망하고 말았으니 두려운 일이로다.

 

91. 여기에는 근심이 있고 모두 없어지느니

대상에 집착함이 스스로 옳다 하나

위대한 사람은 그렇지 않다.

 

92. 여인과의 접촉과 대상에 집착함이

마땅한 일이라고 그대는 말하나

나 스스로는 그런 것을 인정하지 않는다.

 

93. 진실됨이 없이 여자를 따르고

거짓으로 순종하는 사랑은 저주받을 일이니

그것은 내 취할 바 아니다.

 

94. 그것은 모두 물질이 쌓인 것이요,

없어지면 떠나게 될 것인데,

굳지 못한 마음에 잘못임을 모르는구나.

 

95. 애착으로 정욕에 불붙는 자는

어떤 것에 유혹되어 물들어 가는가?

여자는 남자에게, 남자는 여자에게 물든다.

 

96. 늙음과 죽음을 따르게 될 나를

애욕의 대상으로 여겨 유혹하지 말라.

보고 따를 아무 것도 없느니.

 

97. 애욕의 대상을 진실로 보는 그 마음은

참으로 굳고 끈덕지구나.

죽음으로 가는 대상에 유혹되고 있으니.

 

98. 나는 이제 존재하는 모든 것이

불에 타는 것을 보고

늙음과 죽음의 무서움에 떨고 있을 뿐,

안온함도 즐거움도 없다.

 

99. 죽음을 알면서 욕정을 일으키는 사람,

크나큰 위험 속에 즐기는 그 마음은

쇠로 된 마음이라 생각되는구나."

 

100. 애욕의 대상에 끌릴 수 없다는

태자의 말이 끝나자

태양은 서산으로 지고 말았다.

 

101. 그리하여 여인들은 아음다운 장식도 헛되고

기예의 재능도 소용이 없이

애타는 연정을 삼키며 도성으로 돌아갔다.

 

102. 도성의 동산에서 머물던 태자는

여인들의 모습이 어둠 속으로 사라지자

모든 것의 무상함을 생각하며 왕국으로 돌아갔다.

 

103. 태자가 애욕을 떠난 것을 전해들은 왕은

심장에 창이 박힌 코끼리 같은 심정으로

밤새워 군신들과 의논했으나

애욕 외에는 태자를 잡을 길이 없었다.

 

제 6장 마부를 돌려보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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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잠부 나무 아래의 정관

나. 한 줄기 빛, 사문를 만나다

다. 향락을 누린 뒤에 출가하라

라. 아름다움 이면의 추함

마. 마침내 성을 넘어 출가하다

 

 

▶ 가. 잠부 나무 아래의 정관

 

1. 왕은 뛰어난 보배로 유혹했지만

석가족의 태자는 편안치 않았다.

마치 심장에 독화살을 맞은 사자와 같이.

 

2. 어느 때, 태자는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해

화술이 능하고 총명한 대신의 아들을 데리고

왕의 허락을 받아서 밖으로 나갔다.

 

4. 그는 아름다운 숲 속으로 깊이 들어갔다.

농부가 씨를 뿌리려고 갈아 놓은 땅에서

물결같이 굽이치는 밭 이랑을 보았다.

 

5. 흩어진 풀이 쟁기에 끊겨 찢기고

작은 벌레와 곤충들이 죽어 있는 밭에서

태자는 마치 자기가 죽은 듯이 슬펐다.

 

6. 바람과 먼지에 쌓인 농부의 몸은 변해 있고

짐을 나르는 소도 피로에 지쳐 있었다.

이것을 본 거룩한 태자는 측은함을 느꼈다.

 

7. 태자는 말에서 내려와

슬픔에 가득 차 대지를 거닐면서

이 세상의 생멸을 애처롭게 느꼈다.

 

8. 홀로 깊은 생각에 잠겨

따르던 벗들을 뒤로 물리고는

잎이 흔들리는 쟘부 나무 밑으로 갔다.

 

9. 아리따운 풀에 싸인 청정한 대지 위에 앉아

이 세상의 생멸하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의 안온함을 얻는 길로 들었다.

 

10. 드디어 마음의 안온함을 얻고

대상에 대한 애욕에서 벗어난 왕자는

무루의 고요한 초선(初禪)을 얻었다.

 

11. 최고의 기쁨과 안락한 삼매를 얻어

세간의 유정(有情)들을 여실히 관찰하고

다음과 같은 것들을 자세히 생각했다.

 

12. "아! 슬프다. 유정들은

늙음과 질병과 죽음을 따르면서도

늙음과 질병과 죽음에는 눈이 멀었구나.

 

13. 유정의 모습을 여실히 본 내가

남의 생명을 못 본 체 한다면

최고의 법을 아는 것이 아니다."

 

14. 그는 기쁨도 없고 괴로움도 업고

의혹도 없고 침울함도 없으며

애욕에 끌리지 않고 교만도 없어졌다.

 

▶ 나. 한 줄기 빛, 사문를 만나다

 

15. 애욕의 티끌이 없는 청정한 자각으로

이 위대한 사람의 슬기가 더욱 빛나자

비구의 옷을 입은 자가 홀연히 나타났다.

 

16. 태자는 물었다.

"그대는 누구십니까?"

"뛰어난 분이여, 나는 생과 죽음의 두려움에서

벗어나려고 출가한 사문입니다.

 

17. 이 세상의 모든 것은 멸하는 법이므로

생사에서 벗어난 불멸의 경지를 구합니다.

감관과 대상에 애착하지 않습니다.

 

18. 나는 사람 없는 빈집이나

숲 속 나무 밑에 머물면서 애욕을 떠나

최고의 목적을 위해서 걸식하고 있습니다."

 

19. 이렇게 말한 그는 태자의 곁으로 다가와서는

공중으로 사라져 버렸다.

그는 태자에게 전생을 떠올리게 하기 위해

나타난 천계의 사람이었다.

 

20. 그가 새와 같이 하늘로 올라갔을 때,

뛰어난 분은 기뻐하며 놀랐으니

도리를 확실히 보고 출가를 결심했다.

 

21. 그러나 따라온 사람들을 생각해서

숲 속에 오래 머물지 않고

급히 말을 타고 왕궁으로 돌아왔다.

 

22. 그는 늙음과 죽음을 멸하기 위해

숲 속에 머물고 싶으면서도

마치 코끼리 왕이 숲에서 성으로 돌아오듯이

내키지 않는 길을 다시 돌아왔다.

 

23.석가족의 부녀자는 그를 우러러보고

길가에 앉아서 합장 예배하며 말했다.

"아! 이런 남편을 가진 여인은

얼마나 즐겁고 행복할 것인가?"

 

24. 이 때에 그 음성은 뇌성 같이 울렸다.

태자는 이 소리를 듣고 최고의 적정을 얻었으니

'행복'이라는 말에서 그는 '완전한 열반'을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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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 향락을 누린 뒤에 출가하라

 

25. 그 때에 황금산의 봉우리 같은 몸과

코끼리 같은 손, 우뢰 같은 목소리와

비쉬누의 눈, 사자의 힘과 달 같은 얼굴의 태자는

불멸의 법을 얻고자 궁전으로 들어갔다.

 

26. 사자의 걸음으로 서서히 왕 앞으로 나가니

그 모습은 천계의 신 사나트크라마가

인드라 앞으로 나가는 듯하였다.

 

27. 몸을 굽혀 합장하며 말했다.

"부왕 마마, 저의 바람을 허락해 주소서.

이 삶을 떠나 해탈을 위해서 출가코자 하옵니다."

 

28. 그의 말을 들은 왕은

코끼리에게 부딪친 나무와 같이 떨면서

흰 연꽃망울 같은 왕자의 손을 잡고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29. "부디 그런 마음을 갖지 말아라.

그대는 아직 법을 구할 때가 아니다.

젊은 나이에 출가하면 많은 과실이 있느니라.

 

30. 감관이 대상에 대하여 호기심을 느끼고

고행을 감내하지도 못할 것이니,

한적한 곳에서는 수행할 수 없을 것이다.

 

31. 사람의 도리를 다하는 그대여,

그대에게 왕위를 넘기고 내가 출가할 때이다.

용감한 그대여, 아비를 버리고 떠나간다면

그대의 길은 옳지 않구나.

 

32. 그러하니 그대는 결심을 버려라.

그대는 가문의 법을 즐겨라.

젊음의 향락을 누린 뒤에 고행림으로 들어가라."

 

33. 왕의 말을 듣고 태자는

칼라빙카의 목소리로 대답했다.

"마마, 만일 네 가지를 해 주신다면

고행림으로 가지 않겠나이다.

 

34. 나의 목숨이 죽음으로 가지 않도록

나의 몸이 질병에 빼앗기지 않도록

나의 젊음이 늙음으로 가지 않도록

이 세상의 영화를 빼앗기지 않도록 해 주십시오."

 

35. 얻기 어려운 것을 말한 아들에게 부왕은 말했다.

"그런 쓸데없는 마음을 버려라.

지나친 희망은 마땅치 않느니라."

 

36. 이 때 수미산과 같이 중후한 태자는 말했다.

"만일 이 희망을 이룰 수 없다면

불타는 집안에 있는 것과 같습니다.

 

37. 이 세상에서는 헤어짐이 확실한 것이니

올바른 법대로 헤어짐이 최상이옵니다.

나는 죽음을 떠날 힘이 없으니 만족이 없습니다."

 

38. 이와 같이 해탈을 바라는 아들의 결심을

확실하게 들은 왕은 '가지 마라'고 엄명하고

그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여러 가지 특별한 방법을 생각했다.

 

39. 대신들은 존경과 애정으로 설득하고

아버지는 눈물로 만류하니

태자는 비탄 속에 거처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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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 아름다움 이면의 추함

 

40. 흔들리는 귀걸이에 아리따운 젖빛 얼굴,

수심에 찬 얼굴에 흔들리는 젖가슴,

사슴 같은 표정으로 바라보는 젊은 여인들.

 

41. 황금의 산과 같이 빛나는 태자는

아리따운 여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말씨와 감촉과 몸매와 성품으로

그녀들의 마음을 빼앗아 버렸다.

 

42. 그리하여 해질녘에 왕자가 높은 누각에 오르니

태양같이 빛나는 몸은 스스로 붉게 솟아올랐다.

마치 어두움을 없애려는 태양이 수미산에 오르듯이.

 

43. 달빛이 백설의 히말라야 상상봉을 비추듯이

천녀들이 비사문천을 둘러싸고 있듯이,

밤이 되자 여인들은 여러 가지 악기를 가지고

거룩한 그에게 다가갔다.

 

44. 그러나 태자는 하늘의 음악에도

관심이 없고 즐거움도 없었다.

오직 최고의 목표, 지극한 행복을 찾을 뿐이었다.

 

45. 이 때에 고행에 뛰어난 아카니슈타 천이

그의 결심을 알고 심히 걱정하며

몸을 바꾸어 나타나서 그녀들을 모두 잠들게 했다.

 

46. 어떤 여인은 무릎 위에 빛나는 보물을 걸치고

노한 듯이 손을 뒤척이며

손으로 뺨을 만지고 누워 있었다.

 

47. 어떤 여인은 비파를 놓고 팔을 벌려

가슴을 헤친 채 자고 있었다.

 

48. 어떤 여인은 갓 피어나는 연꽃송이같이

부드러운 두 팔로 작은북을 안고 자고 있으니

마치 연인을 품에 안고 있는 듯했다.

 

52. 어떤 여인은 팔찌를 한 채

서로 얼싸 안고 몸을 굽히고 자고 있는데

젖을 먹이듯이 유방이 축 쳐져 있었다.

 

54. 어떤 여인은

사랑의 유희 뒤에 오는 피로한 기색으로

두 다리 사이에 악기를 끼고 누워 있었다.

 

56. 어떤 여인은 머리가 흩어진 채

옷깃을 풀어헤치고 배를 내밀고 있었다.

마치 코끼리에게 매를 맞는 여인과 같았다.

 

57. 어떤 여인은 몸을 가누지 못하고

부끄러움이 없이 코를 골며

은밀한 곳을 움직이면서 몸을 드러냈다.

 

59. 다른 여인은 입을 크게 벌리고

침을 흘리고 술에 취해 쓰러진 것이

여인의 아름다움은 간 데 없고 추악해 보일 뿐이었다.

 

60. 이와 같이 품성과 생각따라

잠을 자면서도 여러 가지 광태와 추태를 보였다.

마치 연꽃잎이 바람에 떨어져 물위에 뜬 듯.

 

61. 이와 같이 각양각색으로 누워 있는 모습이

몸은 아름답고 말은 감미로우나

태자에게는 지극히 비천하여 혐오스럽게만 느껴졌다.

 

62. 추악함이 세상의 본질이니

여인의 본성도 이와 같구나.

여러 가지 옷과 장식에 현혹되어

남자들은 여인에게 애착을 느낀다.

 

63. 만일 남성이 여인들의 모습을 제대로 본다면

결코 방일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여인이 수승하다는 생각에 애착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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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 마침내 성을 넘어 출가하다

 

64. 이와 같이 나타난 모습과 본성을 알고

그날 밤에 성문을 나갈 마음을 일으키니

신들은 그 마음을 알고 성문을 열었다.

 

65. 잠자고 있는 여인들을 비천하게 여기면서

누각을 내려온 왕자는

미혹을 떨쳐 내고 궁전 밖 뜰로 나갔다.

 

66. 마부 짠다카를 깨워 말했다.

"급히 말 간타카를 끌고 오라.

나는 죽지 않는 감로를 얻기 위해 나가련다.

 

67. 오늘 나의 마음은 만족스럽다.

나를 이끌어 줄 스승이 있으니,

나는 지금 애욕을 없앴다.

 

68. 시녀들이 부끄러움도 모르고 내 눈앞에서 잠을 자고

성문도 스스로 열렸으니

이젠 내가 이 곳을 떠날 때로다."

 

69. 짠다카는 대왕의 뜻을 잘 알았고

명령도 알고 있었으나

신묘한 힘에 이끌려

말을 끌고 오게 됐다.

 

70. 황금 재갈을 물려

넓은 안장을 씌우고

힘과 용기가 넘치는

준마를 끌고 곁으로 왔다.

 

72. 태자는 말을 껴안고

연꽃 같은 손으로 쓰다듬으면서

적진으로 돌진하려는 사람과 같이 조용히 명했다.

 

73. "대왕은 너를 타고 자주 적을 정복하였다.

나도 또한 죽지 않는 경지를 얻으려고

너를 타고 지금 가려고 한다.

 

74. 감각의 대상을 얻으면 즐거움을 얻고

재보를 얻으면 벗을 얻기 쉽다.

불행에 떨어지거나 법을 구할 때에는 벗을 얻기 어렵다.

 

75. 그릇된 경우에나 올바른 경우에나

이 세상에서 벗이 된 자에겐

반드시 얻은 것을 나누어 줄 것이니라.

 

76. 그러하니, 나에게 올바른 법이 있음을 알고

유정을 이롭게 하기 위해 출가함을 알아라.

그대는 자신을 위해서 유정을 위해서

속력과 용기로써 노력해다오."

 

77. 마치 친구를 대하듯 말에게 이른 뒤 떠나려 하니

어둠 속의 발걸음은 광명으로 빛나고

태양이 가을 구름 위에 떠오른 둣 하였다.

 

78. 한밤중에 하인들이 잠을 깨지 않도록

용감한 준마는 울부짖음도 없이 침착하게

슬픔도 두려움도 없이 뚜벅뚜벅 나아갔다.

 

79. 이 때에 야크샤들은 기뻐하여 몸을 굽히고

황금의 팔찌로 장식한 팔을 뻗어

연꽃 같은 손으로 말굽을 받들었다.

 

80. 무거운 빗장으로 굳게 닫혀서

코끼리도 쉽게 열 수 없는 성문이

왕자가 나갈 때엔 소리 없이 열렸다.

 

81. 사랑하는 아버지와 어린 아들,

그를 사랑하는 사람들과 더 없는 영화를

미련 없이 버리고 궁성을 떠나갔다.

 

82. 진흙 속에 피어난 연꽃 같은 눈을 뜨고

도성을 바라보며 사자후를 토했다.

"삶과 죽음을 떠난 저 언덕을 보지 않으면

다시 가필라 성으로 돌아오지 않겠노라."

 

83. 이 말을 듣고 비사문천의 권속을 기뻐하고

천상에 사는 천녀들도 마음으로 기뻐하며

왕자의 성취를 지성으로 찬양했다.

 

84. 불의 몸을 가진 다른 천신들은

그의 결심이 지극히 어려움을 알고,

마치 구름 사이로 비치는 달빛같이 밤길을 비췄다.

 

85. 저 말을 마치 태양이 떠오르듯

흐르는 별 같이 달려서

별빛이 아직 남았을 때에

수많은 유순을 나아갔다.

 

제 6장 마부를 돌려보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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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세계의 눈인 태양이 떠오를 때에

가장 뛰어난 분은 발견했다.

저 바르가바 선인의 고행처를

 

2. 거기에는 사슴이 잠자고 새가 쉬고 있었으니,

그것을 본 그분은 마음이 놓였고

뜻한 바를 이룬 듯 하였다.

 

3. 교만을 없애고 고행을 받들기 위해서

스스로의 위의를 지키기 위해서

말에서 내려 땅을 딛고 섰다.

 

4. 그는 말의 목을 만지면서 만족한 듯이

마부 짠다카에게 말했다.

 

5. "가루다(금시조)와 같이 빠른 이 말을 따라서

그대는 나에 대한 충성과

자신의 용기를 보여 주었다.

 

6. 또한 서로 목표는 다르다 해도

그대는 최선을 다했다.

진심은 서로 통하는 법.

 

7. 경애심이 없어도 능력 있는 자가 있고,

능력이 없어도 충성심이 있는 자가 있으나

그대와 같이 경애심 있고

능력 있는 사람은 얻기 어렵다.

 

8. 그러므로 나는 그대의 고귀함을 기뻐하노라.

그러한 것을 모두 나에게 바쳤으나

보답을 바라지 않는 그 정신.

 

9. 보답을 바라지 않는 자가 어디 있으랴.

보답이 없으면 누구도 합칠 수 없다.

이에 반하면 친족이라도 남이 된다.

 

10. 사람은 가족을 이루어 자식을 기르고

자식을 위해서 사랑을 쏟고

그것에 의해 탐심을 키우나

그대는 그 모든 것으로부터 벗어나 있다.

 

11. 많은 말이 필요치 않구나.

그동안 그대는 나를 기쁘게 했다.

이제는 말을 끌고 돌아가라.

나는 드디어 오고 싶은 곳에 왔노라."

 

12. 태자는 노고를 치하하려고

자기의 몸에 걸친 모든 장식을 벗어

슬퍼하는 마부에게 고스란히 내주었다.

 

13. 빛을 발하여 등불이 됐던 보석을

머리에서 떼어 손에 들고

태양을 떠받드는 빈다야 산같이 서서 말했다.

 

14. "짠다카여! 이 보석을 가지고 왕에게 예배하라.

이것으로 슬픔을 없애기를 바라노라.

 

15. 모든 애착을 없애기 위해

태어남과 죽음에서 벗어나기 위해

나는 고행림으로 들어갈지니,

천계에 태어나기 위함도 아니고

애정이 다했거나 노여움에 의한 것이 아니다.

 

16. 그러하니, 이와 같이 출가한 나 때문에

근심하거나 슬퍼하지 말아라.

오래도록 같이 있어도 때가 되면 헤어지느니라.

 

17. 누구나 다 이별을 피할 수 없으니

나의 마음은 해탈을 바라고 있다.

또다시 친족의 이별이 없기를 바란다.

 

18. 슬픔을 떠나려고 출가하였으니

나를 위해서 근심하지 말고 슬퍼하지 말라.

슬픔이나 근심은 욕망과 집착 때문이니

집착하는 자는 슬퍼지느니라.

 

19. 이것은 우리 조상의 굳은 의지이니,

나는 조상으로부터 계승한 길을 갈 뿐

슬퍼할 일이 아니다.

 

20. 사람이 죽어서 유산을 계승하나

진리를 계승하는 자는 드물다.

그것은 이 지상에서 지극히 어려운 일이로다.

 

21. 숲으로 들어갈 때가 아니라고

모든 사람이 비난할지 모르나

목숨은 덧없으니 때아닌 때가 없구나.

 

22. 그러므로 지금 나는 결심했다.

결단코 지극한 것을 얻겠노라고.

죽음의 적이 달려들 때에 그 누가 안온하리오.

 

23. 이와 같이 그대는 왕에게 전해 다오.

나를 연모하지 말아 달라고.

그대는 스스로 지극하게 애써 다오.

 

24. 또한 나는 덕이 없다고 말해 다오.

덕이 없으므로 애정을 버리니

애정을 버리면 슬픔이 없어지리라."

 

25. 이 말을 듣고 슬픔에 젖은 마부 짠다카는

합장하며 눈물 섞인 말로 대답했다.

 

26. "태자시여, 당신의 생각은 친족을 괴롭힙니다.

나의 마음도 괴로움에 잠깁니다.

코끼리가 늪에 빠져드는 것 같습니다.

 

27. 그와 같은 결심은 눈물을 흘리게 합니다.

쇠로 된 마음도 그러하온데

더욱이 애정에 매인 마음이야 어떠하오리까.

 

28. 궁전의 침실은 당신에게 알맞으나,

가시 돋친 쿠샤 나무숲의 굳은 땅은

당신에게 어울리지 않습니다.

 

29. 당신의 결심을 듣고 말을 끌고 온 것은

나의 힘으로 끌고 온 것이 아니고

천신이 그렇게 하신 것입니다.

 

30. 어찌 내 스스로 말을 끌고 가겠나이까.

가필라 성 사람들의 슬픔을 앞에 두고.

 

31. 애정이 깊으신 왕은 늙었사오니

자식에 대한 애정을 배반하지 마옵소서.

 

32. 당신을 키우면서 지친 왕비,

양모의 은공을 잊어서는 안 되옵니다.

 

33. 덕을 갖추어 칭찬 받는 그분.

어린 아들을 키우고 있는 부인,

행복의 여신 야쇼다라 부인을 버리지 마소서.

 

34. 법을 지켜서 이름이 높고 뛰어나며,

희망이 있어 칭찬 받는 어린 아들을

방탕자가 명성을 버리듯이 버리지 마소서.

 

35. 비록 친족과 왕국을 버린다 해도

뛰어난 이여, 나를 버리지 마옵소서.

결코 당신을 떠나지 않겠나이다.

 

36. 수미트라가 라마 왕자를 숲에 머물게 하듯이

당신을 이 숲에 머물게 하고

애타는 마음으로 궁성에 갈 수 없나이다.

 

37. 당신을 버리고 궁성으로 돌아가면

대왕은 나에게 무어라고 하시겠으며

당신의 비와 권속도 볼 수가 없나이다.

 

38. 대왕 앞에서 부덕함을 말하라 하나,

과실이 없는 당신에 대해

어찌 거짓으로 말할 수 있으리오.

 

39. 비록 당신이 일러 준대로

감히 그렇게 고한다 해도

어느 누가 그것을 믿으오리까.

 

40. 달에 뜨거운 열이 있다 하고

당신에게 허물이 있다고 한들

어느 누가 믿으오리까.

 

41. 언제나 자애로운 당신은

사랑하는 사람들을 버릴 수 없나이다.

저를 연민히 여기시어 다시 돌아가소서"

 

42. 이와 같이 슬퍼하는 짠다카의 말을 듣고도

스스로 자약하여 조용하고 평온하게

지극히 좋은 말로 달랬다.

 

43. "짠다카여 나와 헤어짐을 슬퍼하지 마라.

모든 생물은 저마다의 모습으로 살다가

반드시 헤어지지 않을 수 없느니라.

 

44. 모든 생물은 스스로 연민할지니

비록 애정으로 친족을 버리지 않아도

죽음이 다가오면 우리들은 모두 버려질 것이다.

 

45. 크나큰 바람으로 괴로움을 참고

나를 뱃속에 품어주신 어머님도

공허하게 떠나셨으니, 나와 어머님은 어디에 있는가.

 

46. 나무 위에 모여 사는 새들이

모였다가 흩어져서 떠나가듯이

모든 생물은 모이면 반드시 떠나는 법이다.

 

47. 무리를 이룬 구름이 다시 흩어지듯이

생명 있는 것은 만나면 헤어지느니

이것은 모든 생물의 법칙이니라.

 

48. 이 세상은 거짓으로 속고 서로 떠나니

꿈과 같은 만남 속에 있는 것들이다.

이것들을 나의 것이라고 생각지 말라.

 

49. 한 나무의 나뭇잎이 한 때에 붉은 색으로 물들어도

제각기 가지에서 떠나가나니,

하물며 본래 다른 두 사람이야.

어찌 떠나지 않을 수 있으랴.

 

50. 그러므로 이와 같이 변하는 것이니

마음을 괴롭히지 말고 떠나가거라.

만일 다시 애정이 남아 있다면

갔다가 다시 돌아옴이 좋으리로다.

 

51. '저 분에 대한 애정을 거두시오.

저 분의 결심을 들으시오.'

이렇게 가필라 성 사람에게 말해 다오.

 

52. 또한 생사를 멸할 수 있으면

속히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

그러나 올바른 노력과 성과도 없으면 죽을 것이라고."

 

56. 그리고는 언제나 짠다카가 들고 따르던

보배로 장식한 칼을

뱀을 구멍에서 꺼내듯이 뽑아 들었다.

 

57. 우담바라의 잎같이 푸른 칼로

번쩍이는 장식과 머리털을 잘라

백조를 연못에 던지듯이 공중으로 던졌다.

 

59. 다시 태자는 몸에 찼던 장식과 머리에 달았던 장식,

황금으로 백조를 수놓은 옷을 보고

숲에서 입을 옷이 아님을 알았다.

 

60. 천인이 그의 마음을 알고 사냥꾼의 모습으로 변하여

황갈색 옷을 입고 가까이 나타나니

석가족의 태자는 그에게 말했다.

 

61. "그대가 입은 옷은 성선의 표지니라.

살생하는 사람에겐 맞지 않노라.

만일 그 옷에 대한 욕심이 없다면

나에게 주고 이것을 받으라."

 

62. 사냥꾼 말했다.

"원하신다면 드리오리다.

그러나 이 옷으로 사슴을 속여 잡을 수 있었으니

아끼지 않는 바 아니옵니다.

그러나 인드라 신 같은 당신이 원하신다면

이 옷을 받으소서."

 

63. 태자는 크게 기뻐하며 황갈색 옷을 받고

사냥꾼에게 자신의 비단옷을 벗어 주니

그는 다시 하늘로 올라갔다.

 

65. 그 뒤에 눈물을 흘리며 마부가 떠나고

태자는 별중의 왕인 달과 같이

구름에 싸인 듯 황갈색 옷을 입고 떠나갔다.

 

66. 이와 같이 주인이 왕위를 바라지 않고

황갈색 옷을 입고 고행림으로 떠날 때

마부는 두 손을 들어 울면서 땅에 넘어졌다.

 

67. 돌아보며 두 팔로 말을 얼싸안고

큰 소리로 통곡하며 속절없이,

몇 번이고 되돌아 보니 몸은 가도 마음은 남는구나.

 

68. 깊은 생각에 잠겼다가 다시 슬퍼하니

때론 땅에 넘어지고 때론 몸부림쳤다.

경애하며 걸으면서 괴로워하나 이미 제 뜻이 아니더라.

 

제 7장 고행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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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울고 있는 짠다카를 뒤로하고

미련 떨쳐 고행림으로 들어가니

일체를 성취한 완성자와 같았다.

 

2. 사자와 같이 걸어가는 태자는

영화를 버렸으나 그 모습이 의젓하여

그곳 고행자를 놀라게 했다.

 

3. 무거운 짐을 실은 소와도 같이

손을 모으고 다가와서 경탄하니

인드라가 머리를 숙이는 모습이었다.

 

4. 호마를 위해서 밖에 나온 고행자는

최고의 수행으로 지혜를 닦았으나

그에게 눈길을 빼앗기지 않을 수 없었다.

 

10. 여러 고행자를 여실하게 보면서

해탈을 굳게 바란 태자는

생천(生天)을 바라는 고행림에 머물렀다.

 

11. 고행림 속에서 고행자의 기괴함을 보고

진실한 길을 알고자 하여

어느 바라문에게 말했다.

 

12 "오늘 나는 이 곳을 보았으나

어떻게 수행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원컨대 가져야 할 마음을 가르쳐 주소서."

 

13. 이에 바라문은

소와 같이 용감한 석가족의 태자에게

고행의 종류와 결과를 말했다.

 

14. "사람이 사는 마을이 아닌 곳에서 나는 깨끗한 물과

나뭇잎과 과실과 뿌리를 양식으로 하는

고행림엔 갖가지 다른 도가 행해지므로

먹을 것 또한 다릅니다.

 

15. 어떤 자는 사슴 같이 풀을 먹고

어떤 자는 새와 같이 열매를 먹고

어떤 자는 뱀과 같이 바람을 먹습니다.

 

16. 어떤 자는 돌로 부순 것을 먹고

어떤 자는 이빨로 낟알을 씹고

어떤 자는 남이 남긴 것을 먹습니다.

 

17. 어떤 자는 머리를 말아 올려 물로 적시고

만트라를 두 번 외우며 호마를 하고

어떤 자는 물 속에서 거북이와 삽니다.

 

18. 이와 같이 오래도록 수행하면

뛰어난 자는 천계로 가고 다음은 인간계로 가니

고행으로 안락을 얻는 것이 목표입니다."

 

19. 이와 같은 고행자의 말을 들었으나

양족존(兩足尊)은 진실을 보지 않으면 만족할 수 없어

떠나기를 결심하며 혼자 말했다.

 

20. "고행은 여러 가지이나 결과는 고통뿐이다.

고행의 목표는 오직 천계일 뿐,

세상의 흐름에 이로움이 없구나.

 

21. 친족이나 감관의 대상을 버리고

천계로 가려고 수행하는 사람은

보다 큰 괴로움에 결박될 것이다.

 

22. 몸을 괴롭히는 방법으로

욕망을 달성하기 위해 다시 태어나기를 바라면

괴로움에 의해서 괴로움을 얻게 된다.

 

23. 생물은 항상 죽음을 두려워한다.

생명 있는 곳에 죽음이 있으니

다시 하늘에 태어나도 또한 괴롭다.

 

24. 어떤 자는 이 세상을 위해서 애쓰고

어떤 자는 천계를 위해서 애쓴다.

생물은 안락함을 구하나 얻지 못해 괴롭다.

 

25. 열등한 것을 버리고 거룩함으로 가는 일

이런 노력은 나쁜 일이 아니나

참으로 지혜 있는 자는 무위의 도를 닦아야 한다.

 

26. 몸의 고행이 옳고 안락은 옳지 않다 하나

피안에 이르러 안락을 얻으려 하니

인(因)은 법이되 과(果)는 법 아니리.

 

27. 마음의 힘으로 몸이 있으니

몸의 조절은 마음의 조절에 따른다.

마음을 떠난 몸은 고목과 같다.

 

28. 만일 청정한 음식으로 공덕을 쌓는다면

사슴 같은 동물도 공덕이 있을지니

모든 외도에도 과보가 있어야 한다.

 

29. 행복을 위해서 고통으로 간다면

어찌 안락으로 가지 않는가.

안락에 뜻이 없다면 고통도 뜻이 없다.

 

30. 행위를 정화하려 목욕을 하며

몸을 씻어도 만족함은 마음에 있다.

물은 죄업을 청정케 하지 못한다.

 

31. 덕 있는 자가 목욕하여 공덕이 있다면

마땅히 그 공덕을 준중해야 할 뿐,

물은 틀림없이 물일 따름이다."

 

32. 이과 같이 태자가 논리 정연하게 말하니

태양은 서쪽 하늘에 기울어지고

숲 속에는 호마의 연기가 자욱했다.

 

33. 타오르는 불을 받들며

소리 높이 주문을 외우며 목욕하는 선인들.

숲 속은 고행자들로 가득했다.

 

34. 밤을 밝히는 달과 같은 태자,

여러 가지 고행을 보면서 몇 날을 지내고

고행의 숲을 떠나려 하니 장로들이 따랐다.

 

35. 고행자들은 태자의 거룩함에 감명하여

그를 따르니

죄악의 땅에서 성자들이 떠나는 듯하였다.

 

36. 머리를 틀어 올리고 나무 껍질을 걸친 채

지친 고행자를 본 태자는

그들에게 경의를 표하러 나무 아래로 다가갔다.

 

37. 많은 바라문들이 다가가서

그를 둘러싸고 돌아가지 못하게 할 때

가장 나이 많은 바라문이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38. "당신이 여기에 오셨을 때

이곳은 활기로 가득찼습니다.

이제 떠나시면 텅 빈 들판같이 될 것입니다.

 

39. 부디 자애로움을 버리지 마소서.

모든 바라문과 하늘의 선인들이 사는 히말라야에서는

고행의 공덕이 더욱 큽니다.

 

40. 또한 하늘로 올라갈 단계인 목욕장도 있으니

법에 따라서 마음을 제어하는

위대한 선인이 살고 있습니다.

 

41. 이 곳으로부터 북쪽이 가장 뛰어나므로

법을 따라 머물기에 적당합니다.

남쪽으로 가는 것은 맞지 않소이다.

 

42. 이 고행림에서 제사를 행하지 않거나

깨끗하지 못한 의식을 행하는 자들 때문에

떠나려 하십니까?

간곡히 청하건대 좀더 머물러 주십시오.

 

43. 우리들은 고행의 보장(寶藏)과 같은 당신을

고행의 벗으로 삼기를 바랍니다.

인드라와 같은 당신은 브리하스파티 신과도 같소이다."

 

44. 장로 바라문이 이와 같이 말하니

윤회를 멸하고자 서원한 분

현명한 태자는 조용히 말했다.

 

45. "정직하고 법도를 따르는 여러 성자여

나를 친족같이 생각하는 당신들의 호의를

더 없는 기쁨과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46. 애정어린 말로 마음을 씻어 주니

수행의 길로 들어선 지 얼마 되지 않지만

기쁨은 더욱 커졌습니다.

 

47. 이와 같이 고맙고 친절하신 당신들을

버리고 떠난다고 생각하니

친족과 헤어지 듯이 마음이 허전합니다.

 

48. 당신들은 천계에 태어나려고 수행을 하나

나는 삼계(三界)에 다시 태어나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나는 이 숲을 떠나려 합니다.

 

49. 이 숲이 싫어서가 아니고

어느 누가 장애가 되어서도 아닙니다.

당신들은 태고의 거룩한 선인들과 같습니다."

 

50. 태자의 말을 들은 바라문들은

정중하고도 위엄있는 그 뜻에

각별한 존경을 보냈다.

 

51. 그때 누런 눈과 우뚝한 코에

언제나 나뭇잎 옷을 입고 재를 덮고 누운

한 바라문이 말했다.

 

52. "당신은 삶의 불완전함을

모든 것을 통찰하여

해탈에 뜻을 둔 현명한 분입니다.

 

53. 고행으로 천계에 가려 함은

애욕을 가지고 천계로 가고자 함입니다.

그러나 해탈로 가려면 욕망과 싸워야 합니다.

 

54. 당신이 진실로 그러하다면

속히 빈다야 산의 동굴로 가십시오.

거기에는 지극한 행복을 얻은 성자 아라다가 있소이다.

 

55. 그분에게서 당신은 진리를 얻으리니

만일 마음에 들면 그를 따르시오.

내가 보기에는 당신은 그도 버리고 떠날 것입니다.

 

56. 우뚝한 코, 길쭉한 눈, 붉은 입술,

하얀 이, 붉은 혀 이와 같은 당신은

더 많은 것을 찾아 떠날 것입니다.

 

57. 깊이를 모를 당신의 마음과

빛나는 몸의 표지를 생각하면

태고의 성선들도 얻지 못한 것을 얻으리라."

 

58. 태자가 기뻐하면서 떠나가니

여러 고행자들도 그에게 예를 갖추며

오른쪽으로 세 번 돌아 고행림으로 들어갔다.

 

제 8장 가족들의 슬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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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주인이 모든 것을 버리고 숲으로 가니

마부의 마음은 괴로움으로 가득 차

눈물이 흘러서 앞을 볼 수 없었다.

 

2. 전에는 주인의 명령으로 하룻밤에 간 길인데

8일이 걸려서 성으로 돌아왔다.

 

3. 그다지도 힘이 센 간타카도

마음이 우울하고 힘이 빠지니

아름다운 장식도 빛을 잃었다.

 

4. 고행림을 되돌아 보며 슬피 울고

길가에서 풀이나 물을 보아도

기뻐하지 않고 먹지 않았다.

 

5. 가필라 성에 이르러

텅 빈 도성으로 들어가니

태양이 사라진 하늘과 같았다.

 

6. 연못엔 연꽃이 아름답게 피었고

나무들도 꽃으로 아름답게 장엄했으나

꽃은 빛을 잃고 사람들은 기쁨을 읽었다.

 

7. 마부와 말이 성으로 돌아오니

사람들은 눈물을 흘리며 배회했다.

 

8. 석가족의 소와 같은 태자를 보내고

힘없이 돌아오는 그들을 보고

라마의 수레가 돌아온 듯이 슬퍼했다.

 

9. 눈물을 흘리며 다가오는 사람들은

"온 도성이 기뻐할 태자가 어디 갔는가?"하고

마부에게 물으면서 그 뒤를 따랐다.

 

10. 그 때에 충성스런 쨘다카는 말했다.

"내가 태자를 버린 것이 아닙니다.

세속의 옷과 울고 있는 나를 그가 버렸습니다."

 

11. 이 말을 들은 사람들은 이렇게 탄식했다.

'실로 어려운 일이로다.

이제 우리는 명줄 끊어진 몸과 같다.'

 

12. 이에 한 바라문이 위엄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코끼리와 같이 걷는 태자가 간 숲으로 가자.

태자가 없으면 살고 싶지 않다.

 

13. 태자가 없으면 숲이요, 태자가 있으면 도성이다.

그가 없는 도성은 빛이 없으니

브리트라를 죽인 인드라가 없는 신의 나라와 같다."

 

15. 아들이 돌아오기를 애태우는 왕은

슬픔에 심신이 피로했으나

신에게 기원하는 제의를 행했다.

 

16. 마부는 눈물 어린 눈으로 말을 끌고

슬픔에 싸여서 왕궁으로 들어갔다.

주인이 적에게 잡혀 간 듯이

 

19. 왕궁에 있던 여인들도 기뻐하며

"간타카가 소리치니 왕자가 돌아왔구나."하며

왕비의 주위로 모여들었다.

 

20. 슬픔에 빠져 있던 여인들은

가을 구름 사이에 번쩍이는 번갯불같이

왕자를 보려고 밖으로 뛰어나왔다.

 

21. 풀어헤친 머리에 더러운 옷,

눈물로 얼룩진 얼굴.

여인들은 새벽 하늘의 작은 별 같이 빛이 없었다.

 

24. 이 때에 왕비 가우타미가 손을 뻗으며 쓰러지니

물소가 송아지를 잃고 울 듯

황금색 파초나무가 쓰러지듯 하였다.

 

26. 슬픔에 잠긴 여인들은

흐르는 눈물로 젖가슴을 적셨다.

간다라 산에서 흐르는 물이 바위를 씻듯이.

 

27. 눈물에 젖은 그녀들의 얼굴은

쓸쓸한 왕궁에 처연함을 더했다.

연꽃에 떨어지는 빗방울 같이.

 

30. 가슴을 쳐도 가슴을 쓸어도

괴로운 마음 달랠 길 없어

손과 가슴만으로 괴로워했다.

 

31. 이 때에 분함을 삭이지 못한 야쇼다라는

눈물을 쏟으며 목멘 소리로 말했다.

 

32. "쨘다카여, 내 마음의 등불은 어디로 갔는가?

자는 동안에 나를 버렸구나.

셋이 갔는데 둘만 오니

떨리는 마음 가눌 길 없구나.

 

33. 냉정하고 의리 없는 그대여

그렇게 하고 나서 지금 왜 우는가.

눈물을 흘리지 말라. 눈물 흘릴 이유가 없다.

 

34. 그대는 태자의 올바른 친구였는데

함께 가서 홀로 돌아오니

웃음을 울음으로 바꾼 것 같구나.

 

35. 어리석은 내편보다 현명한 적이 낫다.

그대는 현명한 친구가 아니다.

왕족을 파멸시킨 어리석은 사람이다."

 

36. 여인들의 애정은 눈물로 바뀐 듯

모든 장신구를 버리고 괴로워하니

히말라야 산 같은 의지처를 잃은 과부와 같았다.

 

37. 태자를 잃은 궁전의 여인들은

비둘기가 긴 소리로 울 듯이

높은 누대 전각에서 큰 소리로 울었다.

 

38. "여기에 있는 말 간타카도

나에게 못할 짓을 하고 울고 있으니

밤중에 보물을 훔치듯이 나의 모든 것을 훔쳤다.

 

39. 날아오는 채찍도 감내하는 말이

채찍쯤이야 어찌 참을 수 없었겠는가.

설마 채찍이 두려워서 나의 행복을 빼앗았을까.

 

40. 지금은 슬픔으로 가득하여

큰 소리로 울부짖고 있으나

그분이 떠날 때는 벙어리같이 말이 없었다.

 

41. 만일 소리쳐 울거나 발굽으로 땅을 굴렀거나

또한 큰 소리로 깨웠더라면

나에게 이와 같은 괴로움은 없었을 것을."

 

42. 이와 같은 태자비의 말을

마부는 눈물로 듣고 있다가

합장하며 조용히 눈물 섞어 대답했다.

 

43. "간타카를 책하거나 내게 노하지 마소서.

나와 간타카가 죄가 없음은 천신이 아옵니다.

천신의 힘으로 천신같이 떠나갔나이다.

 

44. 왕의 명령을 알고 있었으나

천신에 이끌린 듯 말을 끌고 갔으니

태자를 따를 필요도 없었나이다.

 

45. 이 뛰어난 말도 대지를 달릴 때

하늘을 나는 듯 발이 땅에 닿지 않고

운명에 따르듯 울지도 않았나이다.

 

46. 태자가 밖으로 나갈 때 문은 스스로 열리고

어두움은 태양같이 밝아졌으니

이것은 하늘의 신이 한 일이옵니다.

 

47. 왕의 명령으로 수천 명이 경계했는데

모두 잠이 들어 이 일을 몰랐으니

이것은 하늘의 신이 한 일이옵니다.

 

49. 태자의 출가를

나와 간타카의 죄라고 생각지 마옵소서.

왕자가 스스로 신의 뜻에 따라 행한 것이옵니다."

 

50. 이와 같은 말을 듣고

여인들의 슬픔은 놀라움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태자의 고행을 슬퍼하지 않을 수 없었다.

 

51. 이 때 가우타미 왕후는 넋을 잃고

병아리가 수리에게 채인 듯이 괴로워하며

정신없이 소리쳐 울었다.

 

52. "태자의 머리털은 검고 부드러우며

고르게 나서 위로 말려 길게 물결쳤는데

왕관을 두를 그 머리를 땅에 던졌구나.

 

53. 긴 팔에 사자 걸음, 금빛 나는 큰 소의 눈,

뇌성 같은 목소리에 가슴 넓은 태자가

고행림에서 살기에 어찌 맞을까 보냐.

 

54. 확실히 이 대지는 다시없을 그분을 갖지 못한다.

태자는 떠났고 그와 같은 분이 다시 태어나는 것은

백성에게 복과 덕이 충만한 때이다.

 

55. 태자의 손가락은 아름다운 망이 있고

부드럽고 연꽃 같은 발에는 윤상 있으니

그런 분이 어찌 숲 속의 대지를 밟을 것인가.

 

56. 궁전에서 앉고 누우며

고귀한 옷과 전단향으로 장엄한 몸인데

어찌 춥고 더운 숲 속에서 견딜 것인가.

 

57. 몸과 힘과 심성이

더없이 은혜롭고 거룩한 그분은

주는 일엔 익숙하나 받는 일은 모른다.

 

58. 황금 침대와 음악에 젖은 태자가

이젠 고행자로 홑옷을 걸치고

땅 위에서 어떻게 잘 수 있을까."

 

59. 애처로운 비탄의 말을 듣고

여인들은 서로 얼싸안고 우니

바람에 흔들리는 꽃에서 꿀물이 떨어지는 것 같았다.

 

60. 이 때 야소다라는 짝을 잃은 거위같이

땅 위로 쓰러져 슬피 울면서

몇 번이고 되풀이하여 한탄하였다.

 

61. "법을 같이 행할 아내를 버리고

법을 바르게 행하려고 고행을 한다 하나

어찌 올바른 법을 행할 수 있겠는가.

 

63. 공양을 베풀고 베다의 제식을 닦아서

남편과 아내가 다 같이 과보를 즐기는데

태자는 나를 버리고 홀로 가지려 하는구나.

 

64. 나의 마음은 질투와 다툼이 일건만

태자는 홀로 법열을 느끼며

인드라의 나라에서 천녀와 즐기려 하는구나.

 

65. 왕위와 사랑을 버린 남편은

천녀들을 얻기 위해서 고행을 하니

그녀들이 얼마나 아름다울지 마음에 걸리는구나.

 

66. 하늘 나라에 나서 안락하기를 바란다 하나

사려 깊은 사람은 얻기에 어렵지 않으니

나를 버리지 않고도 얻을 수 있을 것을.

 

67. 거룩한 눈매와 단아한 용모,

청정하게 미소짓는 그 얼굴

나야 다시 보지 못한다 해도

불쌍한 라훌라는 언제 아버지 무릎에 안길 것인가.

 

68. 귀엽게 말을 하며 적조차 기쁘게 할

이 어린 자식을 어찌 버리는지.

어질고 현명한 분이 마음은 잔인하구나.

 

69. 주인을 사랑하는 나의 마음은 굳기도 하다.

돌로 되었는가, 쇠로 되었는가.

안락함을 버리고 숲으로 갔는데

내 마음은 무너지지 않으니."

 

70. 이와 같이 태자비는 남편을 생각하며

슬픔에 실신하고 몇 번이고 울었다.

강건하고 의젓한 성품이었으나

부끄러움도 잃었다.

 

71. 이와 같이 슬퍼하며 쓰러진 야쇼다라를 보고

여인들은 다 같이 큰 소리로 우니

마치 비에 젖은 연꽃과 같았다.

 

72. 왕이 기도를 마치고

호마를 행한 다음 밖으로 나오니

마치 우뢰에 놀란 코끼리와 같았다.

 

73. 왕은 아들의 굳은 결심을 자세히 듣고서

마부와 말을 보며 슬픔을 누를 길 없어

재사가 끝난 인드라 깃발같이 땅 위에 쓰러졌다.

 

74. 자식을 잃고 한동안 실신한 왕은

고귀한 사람들의 부축을 받고

말을 바라보며 엎드려 통곡했다.

 

75. "간타카여, 너는 싸움에서 나에게 기쁨을 주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슬픔을 주는구나.

태자를 태우고 숲 속으로 갔으니.

 

76. 태자는 어디로 갔는가? 나를 데리고 가거라.

그렇지 않으면 속히 가서 데리고 오너라.

약이 없으면 죽는 병자와 같이,

아들이 없으면 나는 죽는다.

 

80. 너는 나의 아들을 어디로 가게 했느냐.

그가 간 곳을 나에게 고하라.

죽음으로 가려는 나의 혼이 목마름을 느끼는구나."

 

81. 이와 같이 아들이 떠나 괴로워하는 왕은

대지와 같이 굳은 위엄을 버리고

라마를 잃은 다샤라타와 같이 실신 통곡했다.

 

82. 학문, 예의, 덕을 갖춘 대신과

늙은 궁중의 제관들은 슬픔을 감추고

애써 침착하게 말했다.

 

83. "가장 뛰어난 분이여, 슬퍼하지 마소서.

눈물을 흘리면서 약한 모습을 보이지 마소서.

이 지상의 훌륭한 왕들은 떨어지는 꽃과 같이

왕위를 버리고 숲으로 갔나이다.

 

84. 아시타 선인의 말을 생각하소서.

태자의 일은 이미 결정된 것입니다.

천상이나 전륜성왕의 국토에도 안주할 수 없나이다.

 

85. 거룩하신 왕은 명했다.

"자식을 사랑하는 숲 속의 새와 같이

나의 마음은 불안하니 곧 떠나라."

 

86. 왕의 명을 받고 대신과 제관은 숲으로 가고

왕과 왕비와 연인들은 제의를 끝내니

할 일은 다했다고 생각하였다.

 

제 9장 왕자의 설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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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대신과 재관은 왕의 눈물에 감동되어

각각 준마를 타고 곧바로 숲으로 갔다.

 

8. 그들은 길가의 나무 밑에 앉아 있는 태자를 보았다.

장식물은 없으나 단아하게 빛나니

구름 속으로 들어간 태양과 같았다.

 

9. 제관과 대신은 말에서 내려 가까이 다가갔다.

바시슈타 선인과 바마데바 왕이

숲에서 사는 라마를 만나려고 하듯.

 

10. 천국에서 슈크라와 부리하스파티가 인드라에게 하듯이

그들은 태자에게 공손히 인사를 했다.

태자도 인드라가 슈크라와 브리하스파티를

공경하듯이 인사를 했다.

 

11. 석가족의 깃발인 태자의 곁에

두 사람은 허락을 받고 앉았다.

달을 따르는 푸나르바수 별과 같이.

 

12. 나무 밑에 앉아서 빛나는 태자에게

대신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브리사스파티가 쟌얀타에게 말하듯이.

 

13. 부왕께서 당신을 생각하는 마음,

창에 심장이 찔린 듯하여

슬픔에 사무쳐 쓰러졌습니다.

그리고 눈물의 비를 내리며 이렇게 말씀했습니다.

 

14. '진리에 대한 그대의 생각을 나는 안다.

출가한 목적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숲으로 갈 때가 아니다.

 

15. 그러니 진리를 사랑하는 그대여,

나를 기쁘게 하고 진리를 위해서 돌아오라.

강물이 불어서 둑이 무너질 것 같구나.

 

16. 슬픔이 우리를 방황하게 하고 메마르게 하고

불태우고 파괴하고 있다.

마치 바람, 햇볕, 불, 번개같이.

 

17. 그러므로 왕의 생활을 누리고

때가 되면 숲으로 가라.

진리란 만물에 대한 연민이로다.

 

18. 진리는 숲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니

고행은 세간에서도 가능한 것.

오로지 의지와 노력이니

숲으로 가는 것은 마음 약함이다.

 

19. 왕으로서 누릴 수 있는 행복을 누리며

왕관에 귀걸이, 팔지, 목걸이를 가졌더라도

윤회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21. 이 왕들은 행복을 얻는 방법을 알아서

집에 머물면서 할 일을 다했으니

그대도 재보와 왕의 권위를 있는 대로 누려라.

 

22. 정수리에 향수를 붓는 의식을 마치고

흰 우산으로 수호되며

만백성에게 우러러 받들어지는 것을

이 눈으로 보게 하고 숲으로 들어가라.'

 

23. 왕은 이와 같이 눈물 어린 말씀으로

당신에게 지상의 주인이 되라고 하셨으니

왕께서 기뻐하도록 자애로써 따르시오.

 

24. 석가족의 왕은 고해에 빠졌습니다.

그대 때문에 깊은 슬픔의 물에 잠겼으니

바다에 빠진 사람을 사공이 건지듯이 구하소서.

 

26. 당신을 키운 왕후는 목숨이 위태하니

얼마 안 가서 아가스티야가

좋아한 쪽으로 갈 것입니다.

송아지를 잃은 어미 소와 같이 항상 울고 있습니다.

 

27. 수기러기를 잃은 암기러기와 같이.

수코끼리에게 버림받은 암코끼리같이

남편을 읽고 괴로워하는 아내를 구하소서.

 

28. 육친의 정을 생각하여 아들을 괴롭히지 마옵소서.

악마 라후가 달을 먹으려고 할 때에

만월을 구하듯이 라후라를 구하소서.

 

29. 궁중의 권속과 백성들이 슬픔의 불에 타고 있습니다.

이별의 섶, 한숨의 연기, 우울한 불길이 절정에 달하니

당신이 물이 되어 꺼 주길 바랍니다."

 

30. 지혜를 갖춘 태자는

제관의 말을 듣고 생각한 뒤에

이치에 따라 말했다.

 

31. "아들에 대한 아버지의 마음,

더욱이 나에 대한 부왕의 사랑은 아오나,

병과 늙음과 죽음이 두려워 그 은혜를 버렸소이다.

 

32. 사랑하는 사람과도

끝내는 이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소중한 줄 알지만 사랑마저 버렸소이다.

 

33. 부왕의 슬픔이 나 때문이라고 하나,

그 말은 맞지 않습니다.

꿈과 같이 덧없으니 미혹이 괴로움입니다.

 

34. 이 세상의 일들을 잘 관찰하면

자식이나 육친이 괴로움의 원인이 아니고

무지가 원임임을 알게 됩니다.

 

35. 이 세상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나그네와 같으니 때가 되면 이별하는 법.

육친의 약속도 버려지리니.

 

36. 전생에 육친을 버리고 이생으로 오고,

이생에서 육친과 만나 다시 떠나리니,

저 곳도 떠나서 다른 곳에 갈 뿐인데 애착이 있을 소냐.

 

37. 무든 생명은 태로부터 태어나고 머무나

언젠가는 죽음에 이르리니

어찌 숲으로 갈 때가 아니라고 하시나요.

 

38. 쾌락을 누리고 재보를 얻는 때가 있으나

언젠가는 죽음을 맞이할지니

참된 해탈의 시기가 따로 있을 수 없나이다.

 

39. 부왕은 나에게 왕위를 받기 바라나,

비록 아버지의 사랑이라도 받을 수 없습니다.

병자가 해로운 음식을 받지 않듯이.

 

40. 미흑의 자리인 왕위에 현인은 머물지 않는 법.

공포와 교만과 피로가 따르고

부당한 행위로 정법을 멸하게 할뿐입니다.

 

41. 왕위는 찬란히 빛나나 독이 있는 곳,

흔들리는 연꽃 위의 물방울 같아라.

왕국은 황금 같으나 고뇌가 머뭅니다.

 

42. 이와 같이 왕국은 진실함도 없고 즐거움도 없습니다.

훌륭한 옛 왕들은 그것을 알아

늙어서 괴로움을 피하려고 숲으로 갔으니.

 

43. 왕위는 독을 품은 뱀과 같으니

진귀한 보배로써 채워진 삶을 버리고

한가한 곳에서 풀을 먹고사는 게 나으리.

 

44. 왕위를 버리고 진리를 구하여

숲으로 들어감은 높이 받들 일이니

서원을 깨고 어찌 다시 집으로 갈 것인가.

 

45. 남자가 진리를 구하여 숲에 머물렀으니

황갈색 옷을 버리는 것은 부끄러운 일입니다.

인드라의 성에도 머물지 못하리니.

 

46. 애욕과 고뇌와 두려움으로

토한 음식을 다시 먹는 사람이면,

한 번 버린 쾌락을 다시 취할 수 있을 것입니다.

 

47. 불붙는 집안에서 위험을 피해 나온 뒤

다시 집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사람이라면

재난을 알고도 집으로 돌아갈 것입니다.

 

48. 왕궁 생황에서는 해탈을 얻을 수 없으니

마음의 안온함이 최상의 해탈.

왕위야말로 최상의 형벌.

 

49. 욍위에 올라 마음의 고요함을 취할 수 없는 법.

왕권에 뜻이 있으면 안온함은 없습니다.

안온함과 형벌은 물과 불같아라.

 

50. 이와 같이 생각하여 왕위를 버리고

마음의 안온함을 얻은 왕도 있으며

왕위에 있으면서 고행으로 해탈했다는 왕도 있소이다.

 

51. 왕위에 있으면서 마음의 안온을 얻었다 해도

나는 숲으로 들어와 결심을 굳혔으니

집과 권속의 그물을 끊은 지금 다시 갈 수 없소이다.

 

52. 이와 같은 태자의 말은 논리정연할 뿐 아니라

욕망을 버리려는 굳은 결의가 담겨 있었다.

이에 대신은 이렇게 말했다.

 

53. "진리를 얻으려는 당신의 결의는 잘 알겠으나

시기에 맞지 않으며

늙으신 아버지를 슬프게 함은 법이 아닙니다.

 

54. 보이지 않는 결과를 위해 현실을 무시하고

집을 나온 당신의 판단은 너무도 무디며,

법과 재보와 쾌락만 버릴 따름입니다.

 

55. '인생은 무상하다'고 어떤 사람은 말하고,

'인생은 영원하다'고 어떤 사람은 말하나,

있고 없음은 판단할 수 없으니

지금의 행복을 누리소서.

 

56. 만일 한 번 더 태어난다면

지금의 인생과 같이 그 때도 즐길 것이며

내세에 태어나지 않는다면 노력 없이도 해탈할 것입니다.

 

58. 윤회와 해탈은 본래 결정되어 있다고 말하기도 하니

모든 것은 결정되어 있음이요,

노력은 뜻이 없소이다.

 

59. 대상의 좋고 나쁨은 결정되었으며

인간의 늙음이나 괴로움은 떠날 수 없으니

모든 것은 정해진 것, 어찌 노력이 필요하리.

 

63. 세계는 브라흐만이 만들었다고 말합니다.

그렇다면 인간의 할 일은 자명합니다.

 

64. 노력 없이 사물은 능히 발생하고

노력 없이 해탈을 얻는다고도 말합니다.

 

65. 하늘의 제사와 베다를 배우는 것과

자식을 얻는 것은 인간의 책무이니

이것을 다함을 해탈이라 말합니다.

 

66. 이와 같이 정해진 의식을 행함으로써

해탈을 얻는다고 현자는 말하니

해탈을 바라는 사람은 이 법에 따를지니.

 

67. 정녕 해탈을 바라신다면

올바른 방법으로 정해진 의식을 지킬지니,

해탈도 얻고 왕위의 괴로움도 없어집니다.

 

68. 고행림에서 집으로 돌아온다고 하여

그것이 허물이라고 생각지 마소서.

옛날 제왕들도 숲에서 돌아왔습니다."

 

72. 대신의 말은 다정하고도 유익했으나

왕자는 다시 의연하게 말했다.

논리가 정연하며 위엄이 있었다.

 

73. "내세가 있고 없고는

남의 말을 근거로 결정할 일이 아닙니다.

고행과 적정으로 스스로 알뿐입니다.

 

74. 의혹과 모순 있는 견해는 믿지 못하니

남의 말을 따름은 현명치 않습니다.

어두운 밤에 눈먼 이를 따르는 것 같이.

 

75. 나는 아직 진리를 보지는 못했으나

선과 악을 가려서 선으로 가렵니다.

얻음이 없더라도 선은 최상의 기쁨이리니.

 

76. 세간에 전해오는 이런 저런 주장들

진리라는 이름으로 서로 전하며 믿고 따르나

그것에는 결코 진실함이 없으니

나는 거기에 안주하지 않습니다.

 

77. 숲에서 집으로 돌아오라며

라마와 그 밖의 예를 들었으나

그들은 진리의 기준이 되지 않습니다.

 

78. 태양이 비록 땅에 떨어지고

히말라야가 움직여 바뀔지라도

진리를 보지 못하고는 돌아가지 않겠습니다.

 

79. 나는 타오르는 불 속에 들어가더라도

헛되이 집으로 가지 않겠소이다.

이와 같이 말하고 걸림 없이 일어났다.

 

80. 이 때에 대신과 제관은 눈물을 흘리며

태자의 굳은 결심을 듣고

슬퍼하며 도성으로 돌아갔다.

 

81. 그러나 태자를 경애하는 마음

걱정으로 바뀌어 되돌아서지 못하니

태양과 같이 빛나는 그를 버릴 수 없었다.

 

82. 태자가 가는 길을 알고 싶어서

은밀히 변장한 감시자를 남기고

태자를 그리워하는 왕궁으로 돌아갔다.

 

제 10장 빔비사라 왕의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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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가슴이 넓고 건장한 태자는

대신과 제관의 권고를 뿌리치고

파도치는 갠지스 강을 건너 왕사성을 향했다.

 

2. 다섯 뫼에 둘러싸인 수려한 곳,

타포다의 청정한 연못이 있는 도성으로 들어가니

브라흐만이 세상으로 들어가는 듯했다.

 

3. 태자의 모습은 의젓하고 위엄이 있어

뭇 사람을 압도하였으니

시바 신과 같은 그를 보고 사람들은 크게 놀랐다.

 

4. 태자를 보고 사람들이 따르매

급한 사람도 발걸음을 늦추고

앉은 사람은 일어서서 바라보았다.

 

5. 어떤 자는 합장하여 예배하고

어떤 자는 머리 숙여 공경하고

어떤 자는 애정어린 말로 찬양하고

어떤 자는 경의를 표하며 지나 갔다.

 

6. 태자를 보고는 복장을 다듬고

잡담하던 자는 침묵을 하고

누구도 그릇된 생각과 행동을 하지 않았다.

 

7. 일을 하던 사람들이

일을 멈추고 태자를 바라보니

여자든 남자든 신과 같이 우러러보았다.

 

9. 미간의 백호와 길쭉한 눈과 빛나는 몸,

엷은 망이 있는 아름다운 손을 가진 탁발승의 모습.

대지의 왕이 될 그를 보고 사람들은 놀랐다.

 

10. 그 때에 마가다 국의 빔비사라 왕은

궁성 밖에서 떠드는 대중을 보고

그 연유를 물으니, 신하들이 대답했다.

 

11. "최상의 지혜를 얻거나 대지의 영광을 얻거나

그 어느 것을 누릴 분이라고 바라문이 예언한

석가족의 태자를 사람들이 보고 있습니다."

 

12. 이 말을 들은 왕은 놀라운 마음으로

"어디로 가는지 자세히 알아 보라." 하니,

"그리 하겠나이다."하고 시자가 뒤를 따랐다.

 

13. 곧바로 앞을 보는 눈은 움직이지 않고

위의로 가득한 거동으로

서서히 나아가며 탁발을 했다.

 

14. 주는 대로 받은 음식을 가지고

한적한 곳으로 돌아와 법대로 공양하고

판드바 산으로 올라갔다.

 

15. 로드라의 숲이 우거지고

공작의 울음소리 가득한 숲 속에서

젊은이의 황색 가사는 태양같이 빛났다.

 

16. 왕의 권속은 태자의 모습과 행동을 자세히 살핀 다음

모든 것을 고하니, 왕은 기뻐하며

은밀히 시자를 거느리고 그 곳으로 향했다.

 

17. 산같이 우람한 빔비사라 왕은 왕관을 쓴 채

사자 같은 걸음으로 판드바 산을 올랐다.

사자가 갈기를 흔들고 산에 오르듯이.

 

18. 왕은 산머리에서 진리를 찾는 사람을 보았다.

육근을 억제하고 고요하게 결가부좌한 모습이

구름 사이에 나타난 달과 같았다.

 

19. 색신이 원만하고 지극히 안온하여

법의 화신같이 단아했다.

왕은 인드라가 브라흐만에게 하듯이 경탄하며 다가갔다.

 

20. 최상의 지혜를 가진 태자에게로 가까이 간 왕은

건강과 평안함을 물으니

태자도 왕에게 근엄하게 안부를 물었다.

 

21. 코끼리 귀와 같이 넓고 평평한 바위에 앉은

태자의 곁에 다가간 왕은 이렇게 말했다.

 

22. "나는 당신의 가문에 애정을 가집니다.

선조 때부터 오래도록 흠모해 왔습니다.

애정으로 나의 말을 들어주소서.

 

23. 당신의 가문은 태양의 족속이니

마땅히 건강하며 현명한 그대는

어찌하여 왕위를 버리고 수행자의 길을 택했습니까?

 

24. 붉은 전단향을 바를 몸이니

누런 가사는 맞지 않으며

백성을 수호할 당신에겐 거친 음식이 맞지 않소이다.

 

25. 그러므로 태자여, 부왕에 대한 애정으로

왕위를 탐내거나 기다릴 수 없다면

이제 곧 내 영토의 반을 받으소서.

 

26. 이와 같이 한다면 모든 번민 사라지고

때가 오면 평화롭게 왕위를 이으리니

나의 애정어린 권고를 받아들인다면

뛰어난 영광을 누리리라.

 

27. 가문의 명예 때문에

내 도움을 받지 않으려면 광대한 여러 나라

힘으로 정복하여 뜻대로 가지소서.

 

28. 둘 중에 하나를 택하여 세 가지를 즐기시오.

이 세상에서 인생의 세 가지 목적을 어기면

이 생에나 저 생에도 파멸을 못 면하리.

 

29. 실리와 의무를 떠난 사랑, 의무와 사랑을 떠난 실리,

사랑과 실리를 떠난 의무는 좋지 않소이다.

세 가지 목적을 달성하려면 이것들을 버리지 마소서.

 

30. 그러므로 이 세 가지를 완전히 얻어서,

인생을 보람있게 하소서.

의무와 실리와 사랑의 목표를 달성하소서.

 

31. 활을 쏘는 데 알맞은 그대의 팔은

천계와 공계와 대지를 정복할 만하니,

만다트리의 팔과 같소이다.

 

32.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오로지 우정일 뿐

욕망이나 애착에서가 아닙니다.

가사를 입은 모습을 보니 눈물이 납니다.

 

33. 고귀한 그대의 몸도 멀지 않아 늙어서

빛을 잃게 되리니

그 때야말로 법을 따를 때입니다.

 

34. 늙으면 쾌락을 즐길 수 없으니

법은 늙어서 얻음이 좋습니다.

젊은이에겐 쾌락, 중년에겐 부,

늙은이에겐 법이 있나이다.

 

35. 이 세상에서 젊은이는 고락을 쫓고

쾌락 또한 젊음을 이끌고 가니

법과 실리는 얻으려 해도 얻기 어렵소이다.

 

36. 늙은이는 사려가 깊고 분별이 있어

평온함을 굳게 지켜 부끄러움을 아니

늙은이는 적은 노력으로 고요함에 이릅니다.

 

37. 젊은이는 경망스럽고 인내가 부족하며

쾌락에 이끌려 멀리 생각하지 않으나,

때가 가면 평온을 얻으리라.

황야를 떠나서 숨을 돌리듯.

 

38. 그러므로 자제심이 적고 경솔한 젊음의 한 때를

지나가는 시기로 맡겨 둠이 어떠하리오.

젊음은 카마의 표적이니 지키기 어렵소이다.

 

39. 그대가 진리를 알고자 한다면

신께 공양함이 올바른 길입니다.

공물을 바쳐 신을 받들면 천상에 갑니다.

 

40. 황금으로 팔찌하고 보석으로 왕관을 쓰고

제사를 행하면 천계에 이릅니다."

 

41. 이와 같이 마가다의 빔비사라 왕이

인드라가 말하듯 엄숙하게 말하나

움직임 없는 태자는 카이라 산과 같았다.

 

제 11장 욕망의 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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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순결한 가문에 태어난 숫도다나의 아들은

마가다 국왕의 애정어린 말에도

흔들림 없이 이렇게 말했다

 

2. "당신은 하리앙카 가문의 뛰어난 후손으로

생각 또한 청정하여

우정어린 말을 했습니다.

 

3. 조상으로부터 우정이 이어져 오니

못난 사람이 아니라면

능히 우정을 더해 갈 것입니다.

 

4. 안락할 때보다

곤란한 때에 우정을 베푸는 사람이

참된 벗입니다.

 

5. 의로운 사람은 재보를 얻어서

우정과 진리를 위해서 베푸니

죽은 뒤에도 후회가 없습니다.

 

6. 왕이시여, 고귀한 마음에 우정을 담아

나에게 베푸심을 알고 있으니,

나도 우정으로써 대답하겠나이다.

 

7. 나는 늙음과 죽음의 두려움을 알고,

해탈을 위해서 이 길로 들어왔으니

눈물로 친족을 떠났고 악의 근원을 버렸나이다.

 

8. 사람의 욕망은 두려우나

독사나, 하늘에서 떨어지는 벼락,

바람에 흔들리는 불 따위는 두렵지 않소이다.

 

9. 사람의 욕망은 무상하므로 보배로움을 빼앗고

허깨비와 같아 마음을 현혹하니

불과 같은 이 마음 어디에 머물까.

 

10. 욕망에 집착하여 괴로워하는 사람들

타오르는 불에 섶을 던지는 것 같아서

내생에도 안온함이 없으리.

 

11. 이 세상에서 욕심보다 더 큰 허물은 없는데

인간은 미혹에 끌려서 이에 집착하는 구나.

진리를 바르게 알면 어찌 허물이 있을까.

 

12. 바다에 둘러싸인 대지를 가졌어도

다시 대양의 저쪽을 갖고자 한다.

강물이 바다로 들어오듯이 욕심 또한 끝이 없다.

 

13. 황금의 비를 뿌리고 사천하를 점유하여

인드라 자리의 반을 얻었다 해도

만다트리는 만족을 몰랐으며

 

14. 악마 나휴샤는 신의 나라를 점유하고

오만하게 선인에게 수레를 끌게 했으나

욕심이 채워지지 않아 뱀의 몸으로 떨어졌고

 

15. 마왕 엘리는 신의 나라를 교란하고

미모의 선녀 우르바시를 뜻대로 했으나

성자들의 황금을 빼앗으려다가 파멸했습니다.

 

17. 성자가 나무껍질을 입고 나무 열매를 먹고

뱀과 같이 머리를 길게 늘어뜨려 고행을 해도

탐욕 때문에 몸을 망치니, 탐욕을 구할 바 아닙니다.

 

18. 탐욕은 마음의 독과 같아 죽음을 부릅니다.

하물며 수행자가 어찌 서약을 깨리요.

무서운 무기를 가진 우그라유다도

비슈마에게 죽었소이다.

 

19. 욕망의 대상을 손에 넣으면 속박은 더하고

만족을 몰라 죄를 짓게 되니

이런 독을 어느 누가 마실 것인가.

 

20. 욕망에 끌리는 사람에게는 괴로움이 따르고

욕망이 없으면 마음이 안온하리니

자제심이 있는 사람은 욕망을 버려야 하리.

 

21. 욕망의 대상이 얻어지면 오만해지고

해서는 안 될 일을 하고 할 일은 안 하게 되니

파멸만을 되풀이할 뿐입니다.

 

22. 욕망은 애써 다스려도 끝없이 고개를 듭니다.

빌린 것과도 같아서 주인을 속입니다.

현명한 사람이라면 어찌 이것을 기뻐하리요.

 

23. 소망이 얻어지면 더욱 욕심이 성하니

버리지 않으면 끊임없이 고통만 따를 뿐입니다.

욕심은 불붙은 섶과 같은데 어찌 기쁨이 있으리.

 

24. 욕망의 대상에 대하여 자제심이 없으면

만족이 없고 평온함이 없어 파멸로 갈 것입니다.

진노하는 뱀과 같은데 어찌 기쁨이 있으리.

 

25. 주린 개가 뼈다귀를 씹는 것 같이

욕망은 아무리 채워도 만족을 모릅니다.

썩은 해골 같은 것이데 어찌 기쁨이 있으리.

 

26. 욕망은 불안과 괴로움을 가져옵니다.

빼앗기거나 홍수에 쓸려가게 되거나

불에 탈지 모르니, 어찌 기쁨 있으리.

 

27. 탐욕은 친족으로부터도 위해를 부릅니다.

맹수가 사람을 해치듯.

자제심이 없는 자에게 어찌 기쁨이 있으리.

 

28. 욕망을 따라서 산이나 숲이나 바다로 달려가면

끝내는 멸망할 것입니다.

나무 위의 과실 같은데 어찌 기쁨 있으리.

 

29. 피나는 노력으로 바라는 것을 구하나,

그것은 찰라에 소멸하고 말 것입니다.

꿈속에 맛보는 향락과 같은데 어찌 기쁨 있으리.

 

30. 바라던 것을 얻고 불리고 늘리고 지키려면

안온한 날은 없게 됩니다.

불붙은 아궁이와 같은데 어찌 기쁨 있으리.

 

32. 욕망은 형제도 갈라놓아 끝내는 멸하게 합니다.

아수라의 형제 순다와 우타다는

서로 미워하다 멸하고 말았으니 어찌 기쁨 있으리.

 

33. 탐욕을 위해서는 물불을 가리지 않고

맹수와 같이 몸을 던집니다.

적과 같이 미운 것인데 어찌 기쁨 있으리.

 

34. 탐욕을 위해서 비천한 짓을 하고

죽기도 하고 결박되기도 하여 괴로워합니다.

인간은 이렇듯 괴로움에 지쳐 죽음에 이릅니다.

 

35. 사슴은 부드러움에 끌려 목숨을 잃고

부나비는 불빛에 끌려 불 속으로 뛰어들고

고기는 먹이를 탐해 낚싯밥을 뭅니다.

이와 같이 탐욕은 해로운 것입니다.

 

36. 탐욕을 즐길 것이 못됩니다.

의복은 괴로움을 없애는 수단일 뿐,

행복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37. 물은 목마름을 없애고, 음식은 배고픔을 없앱니다.

집은 바람과 더위와 비를 막으며

의복은 추위와 더위를 막습니다.

 

38. 잠을 위한 침대와

앉기 위한 좌석, 편안히 움직이기 위한 수레,

청결과 건강을 위한 목욕.

 

39. 이 모든 것은 고뇌를 없애는 수단일 뿐

그 자체엔 즐거움이 없습니다.

'즐기기 위해 먹는다'고 누가 말하리요.

 

40. 모든 유정은 쾌락을 따라서 괴로워하니,

괴로움이 따른다면 쾌락이 아닙니다.

고뇌를 없애려다 스스로 유전하는 것입니다.

 

41. 욕망은 상대적인 것이고 즐길 것이 못됩니다.

바라는 것이 채워지면 행복을 느끼나,

그것은 다시 괴로움을 가져오나니.

 

42. 두꺼운 옷은 추울 때는 쾌적하나 더울 때는 괴롭고

더운 여름날 밤의 달빛과 전단향은 쾌적하나

추울 때의 달빛과 전단향은 괴로움을 줍니다.

 

43. 이 세상의 모든 것은 무상한 것이므로

한상 존재하는 행복이나 불행이란 있을 수 없습니다.

 

44. 즐거움과 괴로움이 어울려 있으니

왕도 노예도 다를 바 없습니다.

왕이라고 항상 웃지 않고

노예라고 항상 괴롭지 않습니다.

 

45. 왕에게는 많은 권력이 따르지만

그 때문에 많은 괴로움이 기다립니다.

왕은 백성을 위해서 오로지 참을 뿐입니다.

 

46. 왕이 국토를 버리면 벗이 사라지고

그것에 의지하면 몸을 망치고

의지하지 않으면 두려움이 생기니,

어찌 안온함이 있으리요.

 

47. 온 세계를 정복해도 한 도읍에 살며,

그 몸은 한 궁전에 머물 뿐이니

왕이란 남을 위해서 애쓸 뿐입니다.

 

48. 왕이 입은 옷은 위와 아래의 한 벌,

주림을 없애기 위한 음식,

잠자는 침대와 의자 외에 다른 것은 장식일 뿐.

 

49. 만족을 채우기 위해서 재보를 바란다면,

나는 왕위가 없더라도 만족합니다.

 

50. 그러므로 나는 안온한 길을 택했으니,

사람들이 바라는 것에 끌리지 않소이다.

오히려 우정으로 서원을 지키라고 말해 주소서.

 

51. 나는 갑작스레 숲으로 왔거나, 적이 무섭거나

좋은 과보를 얻기 위해서 온 것이 아닙니다.

그러므로 당신의 말은 따를 수 없나이다.

 

52. 노하여 물어뜯는 뱀이나 타는 불을

한 번 버리고 다시 잡을 이 없듯이

욕망을 버리고 다시 잡을 수 없나이다.

 

53. 눈 있는 이가 눈먼 이를, 자유인이 결박된 이를,

유복한 이가 빈궁한 이를,

건전한 이가 광인을 부러워 할 수 없듯이.

버린 욕망 다시 잡을 수 없나이다.

 

54. 늙음과 두려움을 없애려는 사람은

걸식을 해도 가련하지 않습니다.

마음의 안락을 얻으면 내생도 즐거우리니.

 

55. 오히려 크나큰 영화 속에 머물면서

집착하고 있는 사람이 가련할 뿐입니다.

이런 사람은 이승을 떠나 저 세상에서도 괴로우리니.

 

56. 이렇게 말함은 성품과 가문에 의함이니,

당신은 당신의 용맹함과 가문에 따르고,

나도 가문의 용맹함과 성품에 따른 것입니다.

 

57. 나는 윤회의 화살에 맞서서

마음의 적정을 얻으려고 출가했소이다.

생천도 왕위도 바라지 않나이다.

 

58. 왕이시여, 인생의 세 가지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인생의 최고의 목표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그 또한 결국은 소멸할 것이므로

마땅히 뒤따를 수 없습니다.

 

59. 인생의 최고의 목표는

늙음도 없고 두려움도 없고 병도 없고 태어남도 없고

죽음도 없고 번민함도 없는

모든 행위가 끊어진 경지입니다.

 

60. 젊음은 흔들리니 늙음을 기다리라고 하나,

오히려 그렇지 않습니다.

늙은이가 흔들리고 젊은이가 굳건합니다.

 

61. 자기가 지은 업이 끝나면 어디론지 가고 마니

나이에 관계없이 야마에게 끌려갑니다.

고요함을 바라는 현자가 어찌 늙음을 기다리리요.

 

62. 사냥꾼 같은 야마가 늙음을 무기로 하여,

병의 화살을 쏘아 운명의 숲에 있는 인간을

짐승처럼 잡을 때에 늙음이 무슨 의지가 되리요.

 

63. 오로지 바르게 행하고 마음을 다스려

진리를 찾아 해탈을 얻어야 할 것입니다.

젊음과 늙음이 무슨 관계 있으리요.

 

64. 법을 위해서 제사를 행하라고 말하나

제사를 행하여 얻어지는 행복은 바라지 않나이다.

 

65. 비록 제사의 과보가 영원하다 해도

죄 없는 동물을 죽이는 것은

훌륭한 사람이 할 일이 못됩니다.

하물며 제사의 과보가 무상함에 있어서랴.

 

66. 마음의 고요함과 금계와 정진과

서원의 의식으로 진리가 얻어진다면서

어찌 생명을 죽여서 과보를 얻겠습니까?

 

67. 이 세상에서 남을 해쳐서 행복하게 된다 해도

자비심을 가진 자는 그런 행복을 바라지 않습니다.

하물며 중생을 죽여 내생의 복을 구하리이까.

 

68. 왕이시여, 나는 윤회의 세계를 벗어나려 합니다.

비에 맞는 돌이 이리저리 뒹구는 듯한 이 세상을.

 

69. 그러므로 나는 해탈을 설하는 성자 아라라를

만나고 싶어서 여기에 온 것이니 나는 갑니다.

왕이시여, 행복하소서. 나의 말을 용서하소서.

 

70. 하늘의 인드라같이 행복하고 태양같이 빛나며

공덕을 쌓고 선을 행하고 대지를 지켜 장수하시고

영화를 누리시고 해탈의 법을 보호하소서..

 

71. 여름날 비구름이 비껴 가듯이

뱀이 꺼풀을 벗어 던지고 앞으로 가듯이

그와 같이 태양을 가리는 어두움을 뚫고 나가십시오."

 

72. 왕은 합장하고 부러워하며 말했다.

"바라는 것이 잘 이루어지길 빕니다.

때가 되어 이루어진 날, 나에게 은혜를 베푸소서."

 

73. "그리 하겠나이다. "하고 굳게 서약하고,

태자는 고행림으로 갔다.

왕은 감명 깊게 바라보며 왕사성으로 돌아갔다

 

 

제 12장 웃다라카의 가르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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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쿠슈바쿠 족의 달과 같은 태자는

한가로이 살고 있는 아라라의 집을 찾았다.

 

2. 성자 카라마를 조상으로 하여 태어난 아라라가

멀리서 다가오는 태자를 보고 "어서 오십시오"하고

소리 높이 말하니 태자가 곁으로 다가왔다.

 

3. 그들 두 사람은 서로의 건강을 묻고

고요한 고행림 속

청정한 땅 위에 앉았다.

 

4. 지극히 뛰어난 성자 아라라는

경의를 표하면서 두 눈을 크게 뜨고

태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5. "코끼리가 고삐를 끊듯이

안락의 고삐를 끊고

집을 나오셨음을 알고 있습니다.

 

6. 독이 있는 과실을 버리듯이

왕권을 버리고 이곳으로 왔으니

그대는 마음이 굳고 지혜롭습니다.

 

7. 옛 왕들이 오래 사용한 꽃다발을 주듯

자기 자식에게 왕위를 물려주고

늙어서 숲으로 간 것은 놀랄 일이 아닙니다.

 

8. 쾌락에 빠질 젊은 나이인데

왕위를 이어받지 않고 여기에 왔습니다.

그것은 실로 놀라운 일입니다.

 

9. 그러므로 나의 가르침을 받으시오.

그대야말로 올바른 법을 받을 그릇이오이다.

지혜의 배를 타고 고해를 속히 건너시오.

 

10. 제자로 삼기 전에 누구나 거치는 일이지만

그대는 총명하고 굳세므로

내 그대를 시험하지 않겠소이다."

 

11. 이와 같은 아라라의 말을 듣고

태자는 더없이 기뻐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12. "모든 감정을 떠난 당신께서 더 없는 호의를 보내니

나는 아직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지만

이미 이룬 것 같습니다.

 

13. 내가 생각하기에 당신의 가르침은

보려고 하는 자에겐 빛이고,

길가는 자에게 안내자요,

구제를 바라는 자에겐 배와 같습니다.

 

14. 늙음과 죽음의 괴로움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길이 있다면

그것에 대해 설명해 주십시오."

 

15. 이와 같은 태자의 청을 듣고

아라라는 다음과 같이 가르침을 설했다.

 

16. "수행자 중에서 가장 뛰어난 그대여,

윤회의 원인과 그것을 소멸에 이르는 길은

이와 같습니다.

 

17. 근본 자성이 변해서 나타난 상태,

생과 죽음과 늙음, 이것이 인간의 삶입니다.

굳은 의지를 자진 분이여,

이것을 알아 두십시오.

 

18. 자성이란 地·水·火·風·空의 다섯 원소와

자아를 일으키는 기관과 판단 기관이니

이것은 '나타나지 않은 것'입니다.

 

19. '변해서 나타난 상태'인 감각의 대상과

감각기관과 손발, 발성기관, 배설기관,

생식기관과 사고 기관이 몸을 구성합니다.

 

20. 자성의 '나'는

아트만이 있는 '밭'을 알기 때문에

'밭을 아는 것'이라고 일컬어지니

'아트만'을 생각하는 사람도 그렇게 부릅니다.

 

22. 태어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 것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고 알 것이며,

그것과 반대의 것이 '나타나지 않는 것'입니다.

 

23. 무지와 업과 욕망, 이 셋을

윤회의 원인이라고 말합니다.

이것이 있는 한 윤회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24. 이 셋이 있는 한

오류와 아집과 혼동과 혼란과

그릇된 분별과 그릇된 방편과 애집에 사로잡힙니다.

 

25. 그 중에서 '오류'가 있을 경우엔

가치가 뒤바뀌어 그릇된 짓을 하고

그릇된 생각을 하게 됩니다.

 

26. '나는 말한다', '나는 안다', '나는 간다',

'나는 서 있다'고 하는 것과 같이

자기에 집착하는 것입니다.

 

27. 만일 모든 것에서 '혼동'이 없으면

오직 자성의 전변에 의한 것입니다.

마치 뒤섞인 흙덩이와 같은 '혼동'입니다.

 

28. '나는 곧 이성과 행위다.

이성과 행위는 곧 자기다.'

하고 생각하는 것이 '혼란'입니다.

 

29. 진리를 아는 자와 모르는 자,

이들 사이게 구별이 없다고 하는 것,

네 가지 근원에 구별이 없으면 '그릇된 분별'입니다.

 

30. 신에 대한 예배와 신에 대한 공물과

손을 들어서 청정수를 뿌리는 것과

손을 내려 청정수를 뿌리는 것 등은 '그릇된 분별'입니다.

 

31. 생각과 말과 행위에 집착하고

대상에 끌리는 것은

그릇된 '애착'입니다.

 

32. '나는 이렇다', 이것이 나다'하며

어떤 것에 끌려서 괴로움을 생각하면

이것은 사고의 전락이니 윤회에 떨어집니다.

 

38. '나는 보고 듣고 생각하고 행한다.'

이렇게 '나'를 내세우는 사람은

윤회를 거듭합니다.

 

39. 모든 생사의 흐름은 원인에 의해 되풀이되니,

원인이 없으면 결과 또한 없음을 알아야 합니다.

 

40. 해탈을 바라는 자여, 이것을 여실히 알아야 합니다.

진리를 알고 있는 것과 모르고 있는 것,

나타나고 있는 것과 나타나지 않는 것을.

 

41. 실로 이 네 가지 법을 바르게 구별하면

삶과 죽음이 되풀이되는

윤회의 거센 물결을 버리고 불멸의 경지에 이릅니다.

 

42. 그러므로 이런 최고의 세계를 안 바라문은

최고 원리를 아는 수행을 닦아서

브라흐만의 위치에 머물게 됩니다."

 

43. 태자는 선인의 말을 듣고,

궁극에 이른 이치와 그 방법을

소상히 생각하며 다시 물었다.

 

44. "이 생을 가지고 어떤 수행으로

어떤 궁극의 경지에 이르게 되는지,

자세히 설명해 주십시오."

 

45. 그리하여 아라라는 논서에 따라서

분명하고 요령 있게 교리를 설하고

방편으로써 그것을 설명했다.

 

46. "먼저 집을 떠나 탁발승의 차림을 하여,

올바른 행동으로 계율을 지키고

봉사하는 생활을 증진할지니.

 

47. 어디에서나 어떤 것이나 최상으로 만족하고,

한적한 곳에 머물러 기쁨이나 슬픔,

좋고 나쁜 것을 분별하지 말고 수행하십시오.

 

48. 탐욕에 의해서 두려움이 생기니,

탐욕이 없어지면 최상의 행복이 얻어지는 법,

모든 감각 기관을 억제하고

마음을 편안히 하십시오.

 

49. 그리하면 애욕을 떠나고 악의가 없어져

초선의 상태에 도달되나

아직 생각의 작용은 남아 있습니다.

 

50. 어리석은 사람은 이 선정의 기쁨을 얻고

여기에 깊이 빠져들게 됩니다.

 

51. 이런 사람은 스스로 만족하여 자기를 잊고

이러한 마음의 적정에 의해서

브라흐만의 세계를 얻게 됩니다.

 

52. 현명한 사람은

생각이 마음의 동요를 가져옴을 알고

만족과 기쁨 따위의 생각이 따르지 않는

제 2 선정의 상태를 얻게 되느니.

 

54. 그러나 보다 현명한 사람은

그런 만족과 기쁨에서 떠나

기쁨과 만족이 없는 제3 선정에 이릅니다.

 

55. 그러나 이러한 안락함에 잠겨서

보다 더 노력하지 않고 안일에 머물면

슈바크리트스나의 신들과 같은 행복을 얻게 됩니다.

 

56. 이와 같은 안락을 얻고서도

집착하지 않는 사람은

만족도 고뇌도 떠난 제4의 선정을 얻습니다.

 

57. 어떤 사람은 이 단계에서 교만해져서

만족도 고뇌도 떠나고 마음도 없으니

해탈을 얻었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59. 지혜 있는 사람은 다시 이 제4 선정으로부터 일어나

몸에서 생하는 여러 가지 허물을 보고,

이를 소멸하는 지혜를 갖는 선정에 듭니다.

 

60. 그리하여 이 제 4선정을 버리고

보다 높은 것을 얻으려고 더욱 나아가면

육체에 있어서도 애착이 사라집니다.

 

61. 먼저 몸 속의 여러 빈곳을 생각하고

다음에 밀도가 높은 물체 속에도

공간이 있음을 알아차립니다.

 

62. 공간에 존재하는 아트만을 보고

'이것이 영원한 것이다'라고 생각하여

보다 높은 경지인 무변식을 얻습니다.

 

63. 지혜는 있는 다른 사람은 아트만을 잘 부려서

아트만으로써 아트만의 기능을 정지시켜서

모든 존재의 공함을 봅니다.

 

64. 이로부터 일어나서 새가 우리를 나가 듯이

껍질에서 벗어나듯이 몸에서 탈출하니

그것을 일러 해탈이라 합니다.

 

65. 현명한 사람들이 해탈이라고 칭찬한 것,

그것이 바로 불생불멸이요,

속성이 없는 최고의 법입니다.

 

66. 이와 같이 나는 해탈의 방법을

그대에게 그대로 가르쳤소.

바라건대 올바르게 닦아 이루도록 하소서.

 

68. 이와 같이 아라라의 말을 듣고

태자는 그 말의 이치를 잘 생각한 다음

다시 또 물었다.

 

69. "당신으로부터 지금

미묘한 가르침을 자세히 들었으나,

아트만을 완전히 버리지 않았으니 최고는 아닙니다..

 

70. 아트만이 전변과 자성으로부터

해탈되었다고 하더라도

능히 生하는 기능, 종자의 기능을

아직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71. 청정한 아트만은 해탈된 것이라 해도

다시 생하는 원인을 가지기 때문에

그것은 아직 해탈이라고 할 수 없나이다.

 

72. 시기가 맞고 땅과 물이 있으면

종자는 생하듯이

모든 조건이 갖추어지면 아트만도 그와 같으리니.

 

 

73. 무지의 업과 인과 욕망을 버리면

해탈이 있다고 말씀하셨으나

아트만이 있는 한, 이들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74. 점차로 이들을 끊어 버리게 되면

드디어 높은 경지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아트만이 있는 한 이 셋은 남게 됩니다.

 

75. 무지의 허물이 없어졌거나

마음의 작용을 떠났거나

수명의 영구함을 얻었다고 하여 해탈이라 합니다.

 

76. 아집을 완전히 떠났다고 하는 것도 아트만에 의한 바,

참된 떠남이 아니니

아트만이 존재하는 한 아집도 떠나지 않습니다.

 

77. 아트만은 사유 작용이 있으며

고유한 속성을 떠나지 않았으니

이것은 참된 해탈이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78. 색이나 열을 갖지 않는 불이 없듯이

속성을 지닌 것은 속성 없이는 존재할 수 없습니다.

 

79. 몸에 머무는 아트만은 몸을 전제로 하고

또한 속성을 가지는 것은

속성을 전제로 하니

비록 해탈했다고 해도 다시 몸에 속박됩니다.

 

80. 아트만이 몸을 떠났다고 할 경우에도

사유 작용은 남으니

인식이 있다면 그 대상이 있으니 해탈이 아닙니다.

 

81. 만일 아트만에 인식 능력이 없다고 하면,

어찌 아트만을 생각해 낼 수 있습니까.

나무나 돌이 인식할 수 없는 것처럼.

 

82. 세 가지 허물을

완전히 버리면 완성된다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아트만도 버려야 합니다."

 

83. 이와 같이 태자는 아라라로부터 가르침을 얻고도

그것이 불완전하다고 만족하지 않았으니

그 자리로부터 떠나갔다.

 

 

 

제 13장 고행을 포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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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리하여 보다 수승한 법을 배우려고

태자는 웃다라카 선인을 찾아갔다.

그러나 그의 가르침도 아트만의 집착이 있었다.

 

2. 의식이 있거나 없음은 모두 모자란 상태이니

웃다라카는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닌

그런 경지에 있었다.

 

3. 아트만을 의식하지 않는 것도 의식하는 것도 아닌,

의식의 대상 또한 존재하지도 않고

존재하지도 않은 것도 아닌,

그러한 애매한 존재를 최고라고 여긴다.

 

4. 여기에 머물러서 다른 대상에 대해 작용하지 않으면

지성이 지극히 미세하여 약하게 되므로

아트만은 의식의 기능이

없는 것도 아니고 있는 것도 아니다.

 

5. 그러므로 이것을 얻었다고 해도

윤회는 끝나지 않으리니

최승을 얻으려는 태자는 웃다라카를 떠났다.

 

6. 웃다라카를 떠나 다시 나아가서

고행자의 도성에 이르렀다.

 

7. 무니는 한적하고 청정한 곳,

사람이 살지 않는 나이란쟈나 강변을 즐겨,

머물 곳으로 정하고 자리를 잡았다.

 

8. 여기에서 다섯 비구를 보았다.

그들은 고행을 하며

이곳에 머물고 있었다.

 

9. 해탈을 바라고 고행하던 비구들은

그를 보고 가까이 다가가서 공경하니

마치 자재천을 대하듯 하였다.

 

10. 이들 다섯 비구는

마치 다섯 감각 기관이 뜻에 따르듯이

그를 스승으로 섬겼다.

 

11. 성자는 죽음과 삶을 뛰어 넘으려고

생사를 없애는 방법을 행하니

식음을 끊고 고행을 시작했다.

 

12. 남이 하기 어려운 단식의 고행과

여러 가지 방편을 몇 번이고 행하니

어느덧 6년이 흘러 몸은 쇠약해졌다.

 

13. 끊임없는 윤회의 바다에서

저 언덕으로 가려고

한 알의 대추와 쌀과 깨알로 목숨을 이었다.

 

14. 혹독한 고행으로

몸은 말라 초췌하였으나

정신의 힘은 더욱 강해졌다.

 

15. 몸은 말라 보잘 것 없어도

상서로운 거룩한 빛은 사람의 눈을 기쁘게 하니

가을의 달빛이 연꽃을 비추듯 했다.

 

16. 골육은 상접했으나

거룩함은 더욱 깊어져

깊이가 줄지 않는 바다와 같았다.

 

17. 비길 데 없는 고행으로 몸을 괴롭혔으나

오로지 다시 태어남을 두려워하며

궁극의 깨달음을 위해 이렇게 생각했다.

 

18. '이 법으로는 애욕을 떠날 수도 없고

깨달음이나 해탈을 얻을 수도 없다.

저 쟘부 나무 밑에서 얻은 법만 못하다.

 

19. 또한 저 가르침은 취약한 사람은 얻지 못하니,

도는 약한 몸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하고,

다시 다음과 같이 생각했다.

 

20. '주림과 목마름으로 지쳐 있는 사람은

초췌하여 마음의 안락함이 없다.

마음에 안온함이 없는 사람이

어찌 깨달음을 얻을 것인가.

 

21. 항상 오근이 충족되어 있으면

마음의 안온이 여실하게 얻어진다.

오근의 청정으로 마음은 자성에 머문다.

 

22. 건전하고 청정한 마음은

깊은 삼매를 낳게 하리니

깊은 삼매로부터 고요한 선정으로 들어간다.

 

23. 고요한 선정으로부터 올바른 법을 얻고

올바른 법으로부터 최상의 적정이 있어,

저 죽지 않는 최고의 법이 얻어지리니.

 

24. 그러므로 이 법은 공양이 근본이다.

의지가 굳고 예지에 빛나는 성자는

드디어 무량한 사려로써 공양을 결심했다.

 

25. 나이란쟈나 강변에서 목욕을 하고

서서히 기슭으로 올라가니,

우거진 나무들이 가지를 내려 손을 잡았다.

 

26. 이 때 소치는 이의 딸 난다바라는

천신에게 격려를 받아 횐희심을 가지고

성자의 곁으로 가까이 갔다.

 

27. 팔은 마치 야므나 강의 흰 물줄기 같고

푸른 물빛 같은 옷을 입고 있었으니,

흰 팔과 푸른 옷이 청정하게 빛났다.

 

28. 연꽃 같은 눈을 뜨고 인사를 하며,

귀의심이 더욱 깊어져 기쁜 마음으로

우유를 성자에게 공손히 바쳤다.

 

29. 성자가 우유를 드시게 되니

그녀는 세상에 태어난 과보를 얻었고

육근이 청정한 성자는 깨달음을 얻게 되었구나.

 

30. 체력은 증장하여 명성을 더해가서

달빛이 바다를 비추는 듯

광택과 평안이 한 몸에 머물렀다.

 

31. 고행을 그만두고 해탈의 길을 가니

다섯 비구는 성자의 곁을 떠났다.

地·水·火·風·空이 아트만을 떠나듯이.

 

32. 스스로 다시 노력하여 부지런히 닦아서

진실한 깨달음을 얻으려는 결심으로

푸른 풀이 덮힌 아슈밧타 나무 밑으로 갔다.

 

33. 그 때에 가장 뛰어난 용이

코끼리같이 용감한 발걸음 소리를 듣고

성자의 결심을 찬양했다.

 

34. "성자여, 당신의 발이 밟은 대지는

몇 번이고 되풀이하여 진동하였나이다.

당신의 광명은 태양과 같으니

기필코 바른 깨달음을 이루오리다.

 

35. 연꽃 같은 눈을 가진 분이시여,

하늘에는 새가 둥글게 무리지어 날고

서늘한 바람이 부니 반드시 붓다가 되실 겁니다."

 

36. 가장 뛰어난 용에게서 찬사를 받은 성자는

청정한 풀을 베어서 나무 밑에 깔고,

깨달음을 서원하고 앉았다.

 

37. 잠자는 태룡이 몸을 틀고 있듯이

금강 같은 가부좌로 앉았다.

구경을 이루지 않으면 이 땅에서 떠나지 않겠다고.

 

38. 거룩한 분이 스스로 결심하고 앉으니

천신들은 더없이 기뻐하며

짐승과 새는 소리내지 않고,

숲 속의 나무들도 가지를 움직이지 않고 서 있었다.

 

제 14장 마라를 항복 받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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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왕족으로 태어난 대성자가

해탈을 위해서 그 곳에 앉으니,

온 세계는 기뻐했으나, 악마는 공포를 느꼈다.

 

2. 욕계천의 신인 카마는

애욕을 지배하면서 꽃 화살을 가졌으니

해탈의 적인 악마라고 불린다.

 

3. 그의 아들인 비브라마 하르샤 다르파와

그의 딸인 아라티 프리티 트리샤가 있어,

고민하는 아버지에게 물으니 이렇게 대답했다.

 

4. "이 성자는 결연한 갑옷을 입고

용맹의 활과 지혜의 화살을 가지고

내 나라를 정복하려 하니 내가 걱정하노라.

 

5. 만일 나를 정복하여 해탈을 설하면

나의 영토는 공허로 화할지니

비데하 왕의 영토가 그렇게 되었듯이.

 

6. 그러하니 그가 지혜의 눈을 뜨기 전,

나의 영토에 머무는 동안에 타파할지니

넘치는 물이 둑을 무너뜨리듯."

 

7. 그리하여 꽃의 활을 손에 잡고,

세상을 미혹할 다섯 개의 화살을 들고

카마는 성자를 교란시키려고

아슈밧타 나무 밑으로 갔다.

 

8. 왼손을 화살 끝에 대고 화살을 만지면서,

윤회의 저쪽으로 건너려고 앉아 있는 성자에게

악마는 말했다.

 

9. "죽음의 공포에 떨고 있는 크샤트리아여! 일어나라!

해탈의 수행을 버리고 세간법을 행하라.

싸움과 제사로써 세간을 조복하고 주권을 얻으라.

 

10. 이것은 여러 선왕이 행한 길이니,

이것을 취함이 명예로운 길이다.

왕족으로 태어난 자의 걸식은 비난받으리니.

 

11. 굳게 맹세한 그대가 지금 일어나지 않으면

내 기필코 화살을 쏘리라.

고기의 적인 어부 슈르파카를 죽인 것처럼.

 

12. 이 화살을 맞으면 달의 자손이라도 마음이 흔들리고

산타누도 자제력을 잃게 되니

말세의 약한 자는 말할 것도 없다.

 

13. 그러니 어서 일어나 의식을 찾으라.

언제든지 이 화살을 쏠 수 있으나 쏘지 않으리니,

짜크라바카 새와 같이 사랑에 응한다면."

 

14. 이 때, 대성자는 카마의 말을 마음에 두지 않고

앉은자리를 흐트리지 않았으니,

악마는 화살을 쏘았다.

 

15. 악마가 화살을 쏘았으나

대성자는 태연스레 움직이지 않으니

놀라서 근심하며 중얼거렸다.

 

16. "이 화살을 맞고 시바신도 파르바티에게 흔들렸는데,

이 사람은 꿈쩍도 않는구나.

 

17. 꽃 화살도 소용이 없고

향락이나 사랑 또한 인연이 없다.

마군의 힘으로써 해치우겠노라."

 

18. 그리하여 악마는 마군을 모아

창과 몽둥이와 칼을 들고 둘러쌌다.

 

19. 멧돼지, 물고기, 말, 당나귀, 낙타

범과 곰, 사자, 코끼리의 얼굴과

한 눈에 입이 여럿이고, 머리 셋에 배가 부른 것.

 

20. 무릎과 다리가 없는 것, 물병 같은 정강이,

날카로운 이빨, 긴 손톱, 해골뿐인 것.

반쪽 얼굴, 큰 얼굴, 몸이 여럿인 것.

 

25. 어떤 무리는 정기를 빨아먹고 날뛰고

어떤 무리는 서로 가슴을 쥐어뜯고

어떤 무리는 공중으로 날고, 나무 위에 오른다.

 

26. 어떤 무리는 창을 돌리며 춤을 추고,

어떤 무리는 곤봉을 끌며 소리치고,

어떤 무리는 소와 같이 울부짖으며 몸의 털을 태운다.

 

27. 이와 같이 악마의 무리가 몰려와서

성자를 죽이려고

주인의 명령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28. 이에 석가족의 성자는

악마와 싸울 때가 온 것을 알아차리니,

하늘은 빛을 잃고 땅은 흔들리며 사방이 불타올랐다.

 

29. 심한 바람이 사방에서 불어오고,

별과 달도 빛을 잃었다.

밤의 어둠이 더욱 퍼지고 바닷물은 광란했다.

 

30. 대지를 지탱하고 법을 지키는 용은

크게 노하여 몸을 떨었다.

 

31. 정법을 이루려 고요히 앉은 정거천의 무리들은

악마의 방해를 받는 성자를 안타까이 지켜보았다.

 

32. 진리를 구하여 해탈을 바라는 자들은

악마의 무리 속에서도

의연함을 잃지 않는 성자를 보고

'아-'하는 찬탄의 소리를 토해 냈다.

 

33. 진리를 파괴하는 악마의 무리를 보고도

위대한 성자는 흩어짐이 없고 동요가 없으니,

소의 무리 속에 있는 사자와 같았다.

 

35. 어떤 자는 흔들리는 혀가 몇 개씩 늘어졌고,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고 눈을 희번덕거리며

송곳 같은 귀를 치켜들었다.

 

36. 그러나 위대한 성자는 조금의 흔들림도 없었으니

마치 장난하는 아이들을 대하듯 하였다.

 

37. 어떤 자는 노여움으로 눈을 크게 뜨고

몽둥이를 높이 들고 덤볐으나,

옛날 인드라의 탈과 같이 굳어 버렸다.

 

38. 어떤 자는 바윗돌과 나무를 들었으나

성자에게는 던질 수가 없었으니

빈디야산의 절벽 같이 무너져 버렸다.

 

39. 어떤 자는 공중으로 뛰어올라서

바위와 나무와 도끼를 던졌으나

서쪽 하늘 채색 구름같이 공중에 머물렀다.

 

40. 어떤 자는 산더미 같은 나무통을

성자에게 던졌으나 공중에 머물다

성자의 위력으로 산산이 부셔졌다.

 

41. 어떤 자는 떠오르는 해와 같이 빛나면서

숯불의 큰 비를 퍼부었다.

이 세상이 끝날 때

수메르 산의 황금덩이가 부서지 듯.

 

42. 흩어져 쏟아지는 불꽃이

보리수 밑에 뿌려졌으나

성자의 자비로 붉은 연꽃으로 변했다.

 

43. 몸과 마음을 괴롭히려고 갖가지를 쏟아 부어도

석가족의 성자는 굳은 결심을 가슴에 새기니

마치 육친을 포옹하듯 하였다.

 

44. 또 다른 자는 썩은 나무에서 뱀을 토하듯,

입에서 많은 뱀을 토했으나

주문에 걸린 듯이 성자의 앞에선 움직이지 못했다.

 

45. 어떤 자들은 번갯불과 천둥을 거느린 구름이 되어

큰 소리를 일으키며 나무와 돌을 쏟았으나

아름다운 꽃비로 바뀌고 말았다.

 

46. 어떤 자는 활에 화살을 메겼으나

화살은 불에 타서 날지 못하니

자제심이 없어 참지 못하는 자의 분노는 불붙듯 하였다.

 

47. 어떤 자는 다섯 개의 화살을 쏘았으나,

공중에 머물러 성자에게는 떨어지지 않았다.

윤회를 두려워하며

깊이 관찰하는 자의 오근과 같이

 

48. 어떤 자는 분노하여

곤봉을 잡고 성자의 앞으로 갔으나

굳은 듯 움직이지 못했다.

죄만 짓고 뜻은 이루지 못하는 세간사와 같이.

 

49. 또한 비구름 같은 검은 피부의 여인은

해골을 손에 들고 성자를 괴롭히려고 다가갔으나

자신 없이 이리저리 오갈 뿐이었다.

 

50. 어떤 자는 독사같이 불을 뿜어 태우려고 하였으나

성자를 보지 못했다.

욕망에 사로잡힌 자가 길상을 못 보듯이.

 

51. 어떤 자는 무거운 바위를 들었으나

애만 쓰고 말았다.

지혜와 선정으로 얻어질 최고의 진리를

몸을 괴롭혀서 얻으려고 하듯.

 

52. 어떤 자는 사자와 같이

큰 소리로 천지를 울리니

동물들은 하늘이 무너진 양 떨고 있었다.

 

53. 짐승들은 소리쳐 달려가 숨고

천지는 고요한데

새들은 소리치며 사방으로 날아갔다.

 

54. 이와 같이 비명으로 만물이 진동하나

성자는 두려움이 없으니

큰 소리에도 꿈쩍 않는 가루다 같았다.

 

55. 두려움을 몰고 온 한 떼의 무리들에게

성자는 어떤 공포도 느끼지 않았으나

진리의 적인 악마는 분노에 떨었다.

 

56. 그 때 모습은 보이지 않았으나

공중에 있는 거룩한 어떤 것이

분노하는 무리를 향해 소리쳤다.

 

57. "악마여, 무의미한 짓을 하지 말라.

포악을 버리고 안온함을 얻으라.

바람이 수미산을 흔들 수 없듯이

성자는 움직일 수 없느니라.

 

58. 불의 뜨거움과 물의 습함과 땅의 굳음은

능히 버릴 수가 있을지라도

수겁 동안 쌓은 이 분의 결심은 버릴 수 없다.

 

59. 이 결심과 자제력과 유정에 대한 자비심은

진리를 얻지 않으면 일어날 수 없으니,

태양이 어두움을 제거하듯이 굳건하다.

 

60. 나무를 비벼서 불을 얻고, 땅을 파서 물을 얻듯이

올바른 방법으로 행하여 정진하면

성취하지 못할 것은 세상에 없다.

 

61. 애욕이란 병을 앓고 있는 세상 사람을 연민히 여기고

지혜라는 약을 구하여 애써 노력하는

위대한 의사는 방해할 수 없다.

 

62. 그릇된 길에서 미혹한 사람들은

올바른 길로 인도하는 이 분을 방해하지 말라.

황야에서 길 잃은 대상을 인도하는 안내자와 같다.

 

63. 어두운 밤에 길 잃은 자를 위해

지혜의 등불을 이 사람이 밝히고 있으니

어둠 속의 등불 같은 거룩한 이의 불을 끄지 말라.

 

64. 유정들은 윤회의 강에 빠져서

피안을 보지 못하고 고민하고 있다.

이들을 건지려고 애쓰는 성자는 거룩하다.

 

65. 인내와 굳은 의지의 뿌리를 두고,

올바른 행위의 꽃과 생각과 판단의 가지가 자라나

진실이란 열매를 맺을 지혜의 나무를 뽑지 말라.

 

66. 미망의 쇠사슬에 굳게 매인 사람들을

결박에서 푸는 것이 이 사람의 소원이니

매인 것을 풀려고 애쓰는 이를 해치지 말라.

 

67. 깨달음을 얻기 위한 수행이

무르익을 때가 되었으니

옛 성자들이 그랬듯이 여기에 앉아 있다.

 

68. 이 장소는 지상의 배꼽이다.

모든 오묘한 힘이 응집된 곳이니

선정의 힘을 감내 할 곳은 여기뿐이다.

 

69. 그러하니 노하지 말고 고요히 물러가라.

악마여, 그대는 오만하지 말라.

변하기 쉬운 위세를 부리며 동요하고 있구나,"

 

70. 이런 말을 여실히 들은 악마는

움직이지 않는 위대한 성자를 보고

유정의 마음을 쏘는 화살을 가지고 사라졌다.

 

71. 애쓴 보람없이 기쁨은 사라지고

바위와 곤봉과 나무를 버려둔 채

적에게 우두머리를 잃은 듯 흩어져 갔다.

 

72. 악마가 항복을 하고,

마군들도 다 같이 도망쳐 가니,

달은 하늘에서 미소짓는 여인 같이 비추고

향기로운 꽃이 비오듯 쏟아졌다.

 

73. 꽃을 든 악마들이 항복했을 때,

사방은 빛나 밤은 아름답고

하늘에서는 꽃비가 쏟아지니

미소짓는 처녀같이 천지가 빛났다.

 

제 15장 깨달음의 성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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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굳은 의지와 마음의 안온함으로

악마를 항복시키고 최고의 진리를 깨달은 성자는

깊고 오묘한 선정에 들었다.

 

2. 첫째 날 초저녁

선정에 든 성자는

거듭된 과거 생을 생각하였다.

 

3. 그 곳에서는 이런 이름이었고,

거기에서 나와서 여기에 온 것이다.

이와 같이 몇 천 번의 과거를 생각했다.

 

4. 모든 생명의 거듭되는 삶과 죽음을 생각하며

모든 중생을 연민히 여기니

크나큰 자비심이 솟아났다.

 

5. "이 생애를 버리고 다음 생애로 떠나니

실로 이 세상에서 얻을 것이란 없다.

수레바퀴같이 돌고 돌아서 윤회하는구나."

 

6. 이와 같이 삶의 진실을 깊이 생각하니

윤회의 세계는 파초의 속과 같아서

실다운 것이 없음을 여실히 알았다.

 

7. 한밤중에 이르러서는

천안통(天眼通)을 얻게 되었다.

 

8. 그의 청정하고 뛰어난 천안통은

깨끗한 거울에 비친 것을 보듯이

세계의 실상을 꿰뚫어 보았다.

 

9. 뛰어난 행위든 옳지 못한 행위든

끝없는 윤회의 씨앗이 됨이

자비심을 더욱 증장케 했다.

 

10. 나쁜 짓을 한 사람은

반드시 나쁜 세계에 태어나고

착한 일을 한 사람은 천상에 머문다.

 

11. 어떤 사람은 무서운 지옥에 태어나서

여러 가지 괴로움을 받으니

이 어찌 가슴 아픈 일이 아니랴.

 

17. 괴로움이 없는 안락을 원했으나

그가 행한 행위의 결과는 구속뿐이니

오직 고뇌만을 감수할 뿐이다.

 

18. 즐거움을 위해서 악을 행했으나

그것은 모두 괴로움의 원인이니

어떤 즐거움이 있겠는가.

 

19. 그릇된 행위는 고통의 원인이니

들떠 소란스럽게 울부짖으며

그 결과를 받게 된다.

 

20. 만일 악한 짓을 한 사람이

그 업의 결과를 볼 수 있다면

무서움에 떨면서 피를 토할 것이다.

 

21. 이런 불행한 사람은 괴로움 속에서

지옥의 업을 마음에 지니고 있다.

악한 자와 사귀고 괴로워함은 이 때문이다.

 

22. 이 마음이 여러 가지로 움직여서

업을 지으니

축생의 세계에 태어나 근심뿐이다.

 

23. 탐욕과 오만으로

살과 가죽과 털과 이빨을 위해서

육친들이 보는 앞에서 서로 죽인다.

 

26. 이 모든 괴로움

서로 미워하여 싸우기 때문이며

남을 지배하려 하기 때문이다.

 

27. 새는 새에게 고기는 고기에게

지상에 사는 것은 지상에 사는 것에게

서로서로 모여서 괴로움을 당한다.

 

28. 인색한 사람은

빛이 없는 저승에 태어나서

가련한 과보를 받는다.

 

29. 아귀로 태어나서

송곳 같은 주둥이에 산과 같은 배를 가지고

주림과 목마름으로 괴로워한다.

 

30. 희망도 없이 업의 힘으로 목숨을 지탱하며

던져진 더러운 것을 먹으려 하나,

그것도 얻을 수가 없어 괴로워한다.

 

31. 베풀지 않은 결과가 이러함을

알 수만 있으며

시비 왕같이 자기의 수족도 떼어 줄 것이다.

 

32. 이런 사람은 지옥과 같은 자궁,

청정하지 않은 물 속에 다시 태어나,

사람들 사이에서 괴로움을 받을 것이다.

 

33. 그들은 처음 태어날 때에

손에 날카로운 칼을 잡고 있어

칼에 베인 듯이 불쌍하게 운다.

 

34. 친족들은 자애와

세심한 배려로 잘 양육하나

'각자의 업에 의해서 고에서 고로 이어진다.

 

35. 이 세상에서 욕망을 가진 범부들은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한다며

끊임없이 괴로움을 받는다.

 

36. 어떤 사람들은 복을 지어서 천상에 태어나나

맹렬한 욕망의 불꽃에 몸을 태운다.

 

37. 그들은 하늘에 나서도 대상에 만족하지 못하며

위세를 잃고 빛을 잃어

슬픈 듯이 눈을 치켜뜨며 그곳에서 떨어진다.

 

43. 많은 선행으로 얻은 천계의 삶도

언젠가는 변하고 말 것이니

이별은 또 고뇌를 부른다.

 

44. 실답지 않은 행위가

세간을 만드는 법임을 모른다.

진리는 욕심을 떠나서 얻어지느니.

 

45. 욕심을 떠나서 천계를 얻으나

이것이 영원할 거라 여기는 마음 때문에

다시 세간으로 떨어진다.

 

46. 지옥에는 극심한 고통이 있고

축생들은 서로 잡아먹는 고통이 있고,

아귀들에겐 기갈이 있고,

인간에겐 욕망의 고통이 있다.

 

47. 천계에서는 사랑하는 자와 헤어지고

서로 이별하는 더 큰 괴로움이 있으니

윤회에 미혹된 세계에 안온함이 있으랴.

 

48. 의지할 곳 없는 윤회의 강물에 빠져

죽음으로 떠나가며 이곳저곳으로 유전하니

유정은 머물 곳을 얻지 못한다.

 

49. 이와 같이 그는 천안을 가지고

다섯 세계를 관찰하였으나

생존의 실상은

벗겨내도 속이 없는 파초와 같았네.

 

50. 그리하여 그날 밤 한밤중에 이르러

최고의 선정에 들어

이 세계의 실상을 보았다.

 

51. 아, 이 세간이 모든 생물은

되풀이하여 태어나서는 죽고,

죽어서는 다시 태어나서 괴로울 뿐이다.

 

52. 애착이라는 어두움에 가려져서

눈먼 사람같이 앞을 못 보고

두려움에서 벗어나는 길을 모른다.

 

53. 이와 같이 관찰하고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늙음과 죽음은

어디에서 비롯되는가.'

 

54. 그것이 생하는 곳을 관찰하니

실상이 드러났다.

늙음과 죽음은 생겨남에서 비롯되는 것.

 

55. 머리가 있으면 두통이 있고

나무가 있으므로 그것을 베게 된다.

 

56. 다시 이와 같이 관찰했다.

'이 생겨남은 어디에서 비롯되는가'

모든 존재의 행위로부터

생겨남이 비롯됨을 알았다.

 

57. 다시 천안으로써 업의 원인을 보니

자재신으로부터도 아니고

자성(自性)으로부터도 아니며

아트만(自我)으로부터도 아니고

원인의 없음도 아니었다.

 

58. 대나무의 첫마디가 갈라지면

나머지 모든 것이 쉽게 갈라지듯이

진실의 드러남도 그와 같았다.

 

59. 이와 같이 골똘히 생각하니

모든 존재의 행위는 집착에서 비롯됨을 알았다.

 

60. 계를 지키려는 집착과 욕망에 의한 집착

견해의 집착과 아트만이 있다는 집착 등은

섶이 불을 만난 것처럼 '행위'에 집착한다.

 

61. '어떤 것이 집착의 원인인가?'

다시 이런 생각이 일어났다.

그는 집착의 원인이 갈애(渴愛)임을 알았다.

 

62. 작은 불씨가 숲을 태우는 것처럼

집착은 갈애로부터 비롯되는 것이다.

 

63. 다시 '무엇으로부터 갈애가 생겨나는가?'

하고 생각하니

감각의 작용이 원인임을 알았다.

 

64. 감각의 작용에 이끌리는 유정은

그것의 만족 갈망하니

목이 마르면 물을 찾는 것과 같다.

 

65. 그리고 다시

'감각의 작용은 왜 일어나는가?'

하고 생각하니 접촉이 원인임을 알았다.

 

66. 대상과 감각 기관과 의식

이것의 결합이 접촉이니

나무를 문지르면 불이 일어나듯이

접촉에서 감각의 작용이 생겨난다.

 

67. 그리고 다시 접촉의 원인을 생각하니

여섯 가지 인식기관(六處)이 원인임을 알았다.

 

68. 색깔이나 형상을 모르는 맹인은

시각과 의식이 결합하지 못하지만

눈이 있으면 그것과 결합하여 알게 된다.

 

69. 그리고 다시 여섯 가지 기관의 작용은

이름(名)과 모양(色)에서 비롯됨을 알았다.

 

70. 싹이 있으므로 잎과 줄기가 생겨나듯이

이름과 모양이 있을 때에

여섯 가지 기관은 작용한다.

 

71. 다시 이름과 모양의 비롯됨을 생각하니,

그것은 인식 작용(識) 때문임을 알았다.

 

72. 인식 작용이 이루어질 때

이름과 모양이 비롯되는 것이니

종자가 발아하면 싹이 나온다.

 

73. 이어서 인식 작용 또한

이름과 모양에 의해 잇따라 생겨남을 알았다.

 

74. 이와 같이 원인의 앞 뒤 순서를 알게 되니

그의 관찰 또한

이러한 순서에 따른 것이었다.

 

75. 인식 작용을 인연으로 하여

이름과 모양이 생기는 것이요,

또한 이름과 모양에 의해서 인식이 이루어진다.

 

76. 마치 배가 사람을 나르고

사람이 배를 인도하듯이

인식 작용과 이름과 모양은 서로 원인이 된다.

 

77. 마치 달궈진 쇠가 풀을 태우나

그 타는 풀은 그 쇠를 달구듯이

서로 원인이 되는 것이다.

 

78. 이와 같이 그는 인식 작용으로부터

이름과 모양이 생겨남을 알았다.

그로부터 여섯 기관과 접촉이 생겨난다.

 

79. 접촉으로부터 감수가 생기고

감수로부터 갈애가 생기고

갈애로부터 집착, 집착에서 생존이 비롯된다.

 

80. 생존으로부터 탄생이 이루어지고

탄생에서 늙음과 죽음이 시작되니

모든 유정은 인연에 의해서 비롯됨을 알았다.

 

81. 이와 같이 하여 그는 이렇게 생각했다.

생이 다하면 노사(老死)가 없고

집착이 없으면 생존이 없다.

 

82. 그리고 갈애가 없으면 집착이 없고

감수가 없으면 갈애가 없고

접촉이 없으면 감수도 없고

감각기관이 없으니 감촉도 없다.

 

83. 이와 같이 이름(名)과 모양(色)이 여실히 멸하면

육처(六處)가 멸하고, 식(識)이 멸하면 육처가 멸한다.

행(行)이 멸하면 인식도 멸한다.

 

84. 이와 같이 어리석음이 없으면

행이 멸한다고 성자는 알았다.

알아야 할 것을 여실히 알았으니

붓다라고 불려지는 분이 세상에 나타났다.

 

85. 팔정도의 넓고 크며 곧은길로

광대한 산마루에 올라서니

유정천 사이에 최승자가 된 붓다는

무아를 관하고 타 버린 섶과 같이 떠나가셨다.

 

86. 이와 같이 스스로 완성한 최승의 성자는

높고 낮음을 안 옛 선인들이

최고의 진실을 찾아 간 길을 깨달았다.

 

87. 밤은 사경(四更)이라 날이 밝아 올 그 찰나에

움직이는 것, 움직이지 않는 것 모두 고요할 때,

최고의 성자는 불변의 지위와 일체지를 얻었다.

 

88. 스스로 진리를 깨달았다고 알았을 때에,

대지는 술에 취한 여인같이 진동하고

하늘에서는 북이 울렸다.

 

89. 상쾌한 바람이 솔솔 불어오고

구름 없는 하늘에서 젖비가 오고

나무에서는 꽃과 열매가 뿌려졌다.

 

90. 그 때 마치 천계인 양 만다라꽃이 피었고

황금과 유리로 된 연꽃이 하늘에서 내려와서

성자가 있는 곳에 두루 뿌려졌다.

 

91. 진노하는 자도 없고 병자도 없으며,

슬퍼하는 자도 없고 죄 짓는 자도 없으며,

오만한 자도 없이 세계는 안온했다.

 

92. 해탈을 바라던 하늘의 무리들은 즐거워하고

악한 곳에 태어난 자도 기뻐하니

더러움과 어두움이 가시고 법이 널리 퍼졌다.

 

93. 이크슈바쿠 족의 여러 왕과 선인들은

그에 대한 외경과 환희에 가득 차서

하늘의 궁전에서 정중하게 공양했다.

 

94. 보이지 않는 신령들도 큰 선인에게

찬탄하는 소리를 크게 외치니,

생명 있는 온 세계가 기뻐하니 악마는 크게 실망했다.

 

95. 이와 같이 이레 동안

청정하게 마음을 관하니

마침내 성자는 해탈의 원을 이루었다.

 

96. 이와 같이 연기의 진리를 얻고

올바르게 무아의 도리에 안주한 성자는

깨달음의 눈으로 세상을 관찰하였다.

 

97. 악한 견해에 빠져 헤매는 중생과

헛된 노력으로 지친 군생을 보고,

미묘한 해탈의 법 펼치기 어려움을 생각하여

마음을 움직이지 않으려고 결심했다.

 

98. 그러나 일찍이 세운 서원을 생각하여

적정의 가르침을 널리 베풀려고

크게 물든 이와 적게 물든 이를 분별하였다.

 

99. 이 때 적정의 가르침을 베풀려고

결심한 선서자(善誓者)의 마음을 알고

세간을 이롭게 하고자

천상에 사는 두 신(범천과 제석천)이

빛을 발하면서 가까이 다가왔다.

 

100. 죄악을 끊고 목적을 달성하여

최승의 진리를 보고 앉아 있는 그에게는

두 가지 보배(佛·法)가 갖추어졌으므로

두 신은 찬사를 올리고 세간을 위해서 권청했다.

 

101. "아, 이 세상의 군생은 얼마나 행복한가.

당신이 군생을 연민히 여기시니.

세상 모든 유정은 많고 적은 차이는 있으나

하나같이 더러움에 물들어 있습니다.

 

102. 성자여, 생존의 바다를 스스로 건넜으니,

고뇌에 잠긴 군생을 구하소서.

좋은 상인이 재물을 베풀 듯이

남에게 덕을 나누어주소서.

 

103. 이 세상의 이익과 저 세상의 이익을 알고

범부는 이 세상에서 자신의 이익을 추구합니다.

그러나 세상의 행복을 위해서 나서는 사람

인간의 세계나 천계에서도 만나기 어렵습니다."

 

104. 이와 같이 위대한 성인에게 권청하고,

그들은 하늘의 주처로 되돌아갔다.

성자는 그의 말을 받아

중생의 해탈을 위해 마음을 굳혔다.

 

105. 그리하여 탁발의 때가 되니

네 천왕이 붓다에게 바루를 바쳤다.

붓다께서는 네 바루를 받아 법을 위해서

하나로 하셨다.

 

106. 그 때 두 상인이 천신의 권유로,

거룩한 붓다를 향해 기쁨으로 예를 올리고

처음으로 공양을 바쳤다.

 

107. 공양을 마치고 가르침 받을 사람을 떠올릴 때,

아라라와 웃다라카 두 사람이 생각났으나

지헤로운 그들은 이미 세상 목숨 마쳤으니

붓다의 마음은 다섯 비구로 향했다.

 

108. 그리하여 붓다는 떠오르는 해가 어둠을 파하듯,

적정의 가르침으로 암흑을 파하려고

바라나시의 아름다운 숲이 우거진 곳

비마라타와 인연 깊은 카시로 향했다.

 

109. 코끼리 같은 발걸음으로

모든 중생 건지기 위해 길을 나서며

지혜의 눈으로 보리수 주위를 돌아보았다.

 

제16장. 법륜을 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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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고요한 가운데 빛을 발하며

홀로 걸었으나 뭇 사람이 따르는 듯하니

길가에서 한 비구가 보고

기이하게 여겨 합장하고 물었다.

 

2. "애착 많은 중생이 애착을 끊고,

모든 감관을 제어할

영원한 감로의 지혜,

어떻게 원만히 이루셨나이까?

 

3. 의연하고 풍만한 얼굴

자재로운 감관

위대한 소의 눈을 어떻게 얻었나이까?

당신은 어떤 이를 스승으로 합니까?"

 

4. 비구의 물음에 이렇게 답했다.

"나에게는 스승이 없다.

공경하고 멸시할 사람이 따로 없으나

열반을 얻었으니 남과 다르다.

나는 법 속에서 스스로 생하여

진리 그대로 존재한다고 알아라.

 

5. 모든 사람이 알지 못하는 것을 알았다.

나는 깨달았다.

나는 깨달은 사람이다.

나는 모든 번뇌를 극복했다.

그러므로 나는 적정 그대로임을 알아라.

 

6. 번뇌에 시달리는 벗을 돕기 위해서

적정인 나는 바라나시로 가고 있다.

거기에서 깨달음의 법고를 울리리니,

명성이나 행복이나 자만을 위함이 아니다.

 

7. 세상 모든 유정의 괴로움을 보고

옛날에 나는 이렇게 서원했노라.

'괴로움에 빠진 유정들을 건지겠노라.

스스로 해탈케 하겠노라.'

 

8. 이 세상에서 재보를 손에 넣고

홀로 지키는 것도 경탄할 일이지만,

온 세상과 수승한 것 함께 나눔이

진정한 재보니라.

 

9. 물에 휩쓸려 떠내려가는 사람을

건지려고 하지 않으면 선한 사람이 아니다.

재보를 손에 넣고 가난한 사람에게

나누어주지 않는 것은 어리석은 것이다.

 

10. 질병을 앓고 있는 사람을 치료하려고

약을 가지고 방문하면 좋은 의사다.

이와 같이 악한 길에 떨어진 사람을

바른 길로 인도함이 도리이다.

 

11. 등불을 아무리 밝게 밝혀도

그로써 유정들을 밝게 하지 못한다.

그러나 붓다는 지혜의 불을 밝혀

모든 유정들 애착에 물들지 않게 하느니.

 

12. 마치 나무가 불을 내고

공중이 바람을, 땅이 물을 내듯이

성자는 가야에서 얻은 깨달음을

카시(바라나시)에서 설하기로 결정했다."

 

13. 이때 우파가는 "아, 그렇습니까?"하고는

스스로 뜻한 바대로 떠나갔으나

때때로 기이한 눈으로 붓다를 돌아보았다.

 

14. 붓다는 더 나아가서

보배를 간직한 궁전 같은 카시로 갔다.

바기라티와 바라나시의 두 강물이

서로 만나서 애인을 얼싸 안는 듯하였다.

 

15. 위력과 광채로 빛나는 붓다는

꾀꼬리가 노래하는 우거진 숲,

선인이 사는 사슴의 동산으로

태양같이 빛나는 모습으로 서서히 들어갔다.

 

16. 그때 콘단냐(교진여)와 마하나마와

바슈파, 아슈바지트, 바디야 등 다섯 비구는

멀리서 오는 붓다의 모습을 보고 이렇게 말했다.

 

17. "저 비구 고타마는 안락에 빠져

고행을 버리고 이리로 오고 있다.

일어서서 맞아 인사할 필요도 없다.

서원을 버린 자는 공양할 수 없다."

 

18. 찾아온 객에게 어떤 사람이라도

최선을 다하여 맞아야 하건만.

 

19. 이와 같이 말하는 비구들에게

붓다가 차츰 다가가니

그들의 약속은 깨지고 말았다.

 

20. 어떤 자는 옷을 받아 들고,

다른 자는 예배하며 바루를 받아 들고,

어떤 자는 좌석을 베풀고,

다른 두 사람은 발 씻을 물을 바쳤다.

 

21. 이와 같이 여러 가지로 공양하면서

그들은 모두 스승으로 모셨다.

그러나 그들이 고타마라 부르기를 그치지 않자

붓다는 그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22. "비구들이여, 거룩한 아라한에게

경의를 표하지 않고 옛 습관대로 말하지 말라.

칭찬이나 비난이 나에게는 다를 바 없으나

그대들에게는 공덕을 잃는 일이 될 것이다.

 

23. 세간의 이익을 위하므로 붓다라고 한다.

일체의 중생을 이롭게 하는

더 없는 스승의 이름을 어찌 그릇되게 부를 것인가.

무례한 자식에게 부모는 법으로써 가르친다."

 

24. 이와 같이 위대한 성자는

자비스런 마음으로 말했지만,

어리석음에 사로잡힌 그들

비웃는 듯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25. "고타마여, 당신은 고행을 버리고

환락을 위해서 안이함에 머물렀다.

당신이 진리를 보았다고 하나

어떻게 믿을 것인가?"

 

26. 이와 같이 다섯 비구들이

여래가 얻은 진리를 믿으려고 하지 않았으므로

붓다는 그들에게 깨달음의 길을 설했다.

 

27. "어리석은 자는 고행으로 스스로를 학대하거나

감각의 대상에 집착한다.

열반에 이르는 바르고 참된 길이 아닌

이 두 가지 극단을 잘 살펴라.

 

28. 고행은 몸을 괴롭혀 마음을 어지럽히고

세상 지혜마저 얻지 못하거늘,

하물며 감관의 대상에 매이지 않는

진리의 길을 어찌 알 수 있겠는가.

 

29. 밤의 어둠은 등불에 의해서 없어질 뿐

물을 뿌려서는 없앨 수 없다.

무지의 어둠은 지혜의 등불로 없애니

감로는 신체를 괴롭힘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30. 마치 불을 구하는 사람이

나무를 빠개서는 얻지 못하듯

감로는 신체를 괴롭혀서 얻어지지 않는다.

 

31. 하찮은 욕망에 집착한 자는

욕정과 어리석음으로 마음의 빛이 가려져

뜻은 알아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다.

하물며 집착을 떠난 지멸의 길에 있어서랴.

 

32. 마치 병을 앓고 있는 사람이

해로운 음식을 먹으면 회복되지 않듯이

무지의 병을 앓는 자가

욕망에 집착하여 어찌 안온함을 얻으랴.

 

33. 메마른 땅에 일어난 불이

바람을 만나면 더욱 성하는 것처럼

욕망의 대상에 집착하고

그것을 따르는 마음에는 안온함이 없다.

 

34. 나는 이 두 길을 완전히 떨쳐 버리고

중도(中道)에 의해서 깨달았다.

그것은 괴로움을 지극한 안온함으로 인도하고,

행복과 불행을 떠나 있다.

 

35. 올바른 견해가 태양처럼 밝은 가운데

청정하고 바른 사유의 수레를 타고

올바른 말을 정사로 삼고

올바른 행위의 동산에서 즐긴다.

 

36. 올바른 생활에 충분한 과일이 있고,

올바른 노력에 힘과 시종이 따르며

올바른 자각으로 굳게 지키면서

올바른 명상의 잠자리에 머문다.

 

37. 이와 같이 이 길은 뛰어난 여덟 가지니,

죽음과 늙음과 병으로부터 벗어나게 한다.

이로부터 인도되어 할 일을 다 행하고

이 세상과 저 세상에서 다시는 헤매지 않는다.

 

38. 모든 것은 괴로움이니

그 원인을 없애는 길이 바로 이 길이다.

해탈로 가는 진리의 길은 비로소 열렸다.

 

39. 태어남과 늙음, 병듦과 죽음,

사랑하는 자와의 이별, 미운 자와의 만남

원하나 얻지 못하는 것이 인간의 고뇌다.

 

40. 욕망을 가진 자나 욕망을 떠난 자나,

몸을 가진 자나 몸을 갖지 않은 자나

공덕이 없는 자들은 어디에 있든지

고통 속에 있음을 알아라.

 

41. 마치 타는 불이 사그라들어도

가지고 있는 뜨거운 본성은 버리지 않듯이,

고요하고 지극히 작으나 '나'라는 의식이 있으면

그것은 곧 고통의 원인임을 알아라.

 

42. 종자가 땅과 때와 물을 만나 싹을 틔우듯이

애욕은 여러 가지 과실을 낳고,

그 과실로부터 생하는 업이

여러 가지 고뇌의 원인임을 확실히 알아라.

 

43. 천계나 하계에 이르는 생존의 흐름은

탐욕 등의 허물에서 비롯된다.

하, 중, 상의 여러 가지 구별은

그로부터 생하는 업에서 비롯된다.

 

44. 죄가 멸하면 윤회의 흐름은 끊어지고

업이 다하면 고도 다한다.

그러므로 원인이 없으면 그것에 의한 결과도 없다.

 

45. 태어남도 없고 늙음도 죽음도 없다.

불도 없고 땅도 없고 물도 공간도 없고

바람도 없고 처음과 중간과 끝도 없고

거룩하여 없어지지 않고 지극히 선하여 변치 않는 것,

그것이 지멸이라고 알아라.

 

46. 그것이 이른바 여덟 가지 바른 길이다.

깨달음에 이르는 길은 이것밖에 없다.

세상 사람은 이 길을 보지 않기에

끝없는 윤회를 계속한다.

 

47. 고를 온전히 알고 그 원인을 끊어야 하며

고의 지멸도 또한 현증되지 않으면 안 되며

또한 이 길도 닦지 않으면 안 되느니

나는 이와 같이 하여 지혜를 얻었노라.

 

48. 나는 고를 모두 알고 그 원인을 모두 끊었다.

마땅히 그 도리를 증득하고 바르게 닦았다.

이와 같이 나는 법안이 열렸다.

 

49. 내가 마침내 성취한 거룩한 진리인

이 네 가지 진리를 보지 못하면

해탈은 필경에 없다고 말할 것이니

나 자신이 목적을 달했다고 할 수가 없다.

 

50. 내가 거룩한 진리를 깨닫고

다시 닦아서 끝냈을 때에

그 때에 나는 해탈했다고 말할 수 있어

나 자신이 목적을 이루었음을 알게 되었다."

 

51. 거룩한 성자는

자비심을 가지고 이와 같이 설하니

카운디냐 씨족과 백의 제천들은

티끌을 떠난 청정한 눈을 얻었다.

 

52. 할 일을 다하고 적정에 이른 카운디냐에게

그것을 안 붓다는 "그대는 알았는가?"하고

황소같이 큰 소리로 소리치니

"그러하옵니다. 나는 당신의 뛰어난 지혜를 알았나이다."

하고 대답했다.

 

53. "그러하옵니다. 나는 알았나이다."하고 대답하니

그를 '깨달음에 이른 카운니냐'라고 이름하였다.

최승의 스승이신 여래의 제자들 중에서

최초의 제자로서 진리를 깨달았다.

 

54. 지상에 사는 야크샤들이 붓다의 소리를 듣고,

우렁찬 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장한 일이로다.

확실히 유정의 죽지 않는 안온함을 위해서

정법을 관하여 법륜을 굴리셨구나."

 

55. 계를 바큇살로, 적정을 테두리로,

지혜와 정진을 바퀴통으로,

부끄러움을 못으로 하여

깊고 묘하여 허망하지 않은 가르침을 설하니

다시는 물러나 다른 가르침 따르지 않았다.

 

56. 지상의 야크샤들의 소리를 듣고

공중의 신중들도 따라 외치니,

더욱더 높이 울려 퍼지는 그 소리

브라흐만의 세계에까지 올라갔다.

 

57. 위대하신 성자에 의해서 삼계가 진동했기에

생각이 깊은 천계의 신들도

비로소 적정으로 들어갔다.

 

58. 이와 같이 최승의 적정을 위해서

천상과 지상에 법륜을 굴리실 때

구름 없는 하늘에서 꽃비가 내리고

삼계의 유정들은 법고를 울렸다.

 

제 17장 제자들의 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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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야사스와 친구들의 귀의

나. 전도 선언

다. 카사파 삼형제의 교화

라. 탐욕의 불길이 타고 있다

마. 빔비사라왕의 교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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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야사스와 친구들의 귀의

 

1. 이리하여 일체지자는 아슈바지트 등 비구가

마음에 가르침을 받을 준비가 되었음을 알고

법을 설하니 그들은 해탈의 법을 얻었다.

 

2. 다섯 감각 기관을 정복한

다섯 비구에 둘러싸인 그는

태양의 곁에 있는 다섯 별 사이에서

빛나는 달과 같았다.

 

3. 그 때 야사스라는 장자의 아들은

여자들이 난잡하게 누워 자는 것을 보고

세상이 싫어져 떠날 마음이 생겼다.

 

4. '이 모든 것을 비참하다'고 혼잣말을 하면서

화려한 장신구를 지닌 채

붓다가 머물고 있는 숲으로 갔다.

 

5. 그의 번뇌를 본 붓다는

고뇌에 찬 그를 향해 이렇게 말했다.

"열반에는 재앙이 없다.

오너라. 와서 지극한 행복을 얻으라."

 

6. 이와 같은 붓다의 말을 들은 그는

더위를 피해서 강물 속으로 들어간 듯

더 없는 만족을 느꼈다.

 

7. 그리하여 전생에 심은 선근의 힘으로

세속의 몸을 가진 그대로

아라한의 지위를 얻었다.

 

8. 가을의 맑은 물로 깨끗이 씻은 옷감처럼

빛깔이 잘 물들 듯이 희고 맑은 마음으로

올바른 가르침을 듣고 진실로 깨달았다.

 

9. 세속의 옷을 부끄러워하는

그의 마음을 헤아린 붓다는

이렇게 말했다.

 

10. "비구의 표상은 외형이 아니다.

유정에 대한 평등심을 가지고

적정과 수행으로 감관을 제어하면

몸을 장식했어도 법을 행하는 자이다.

 

11. 몸은 출가했어도 마음은 출가하지 않고

아직 애착을 버리지 않는 자는

집에 살고 있는 것과 같다고 알아라.

 

12. 몸은 출가하지 않았어도 마음은 출가하여

자아에 집착이 없는 자는

비록 집에 살아도 숲 속에 사는 것과 같다.

 

13. 집에서 살든

출가하여 유행을 하든

진리를 얻으면 그에게는 해탈이 있다.

 

14. 마치 적을 무찌르기 위해

갑옷을 입는 것과 같이,

번뇌의 적을 무찌르기 위해서

비구의 모습을 취할 뿐이다."

 

15. 이어서 여래는 그를 향해

"오너라, 비구여."하고 말하니

그는 비구의 모습을 취하고 홀연히 해탈했다.

 

16. 그리하여 그의 벗 오십 명과

다시 세 사람과 또 한 사람이

그의 우정에 이끌려 바른 법을 얻었다.

 

17. 잿물에 담궈 둔 옷감이 물에 빨면 깨끗해지듯이

전생에 선행을 닦은 사람은

그 선업 때문에 빠르게 청정하게 된다.

 

18. 이와 같이 아라한이 된 제자는

육십 명의 집단을 이루었으니

그들에게 공경을 받는 붓다는

바른 가르침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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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전도 선언

 

19. "비구들이여, 그대들은 괴뇌를 건너

자기의 할 일을 능히 다했다.

아직 괴로움을 가진 사람을 도와야 한다.

 

20. 그러므로 그대들은 각각 다른 길로,

이 땅위를 두루 걸어서

고통스런 세간을 연민히 여겨 법을 설하라.

 

21. 나도 또한 신통력을 지닌

카샤파의 세 형제를

교화하기 위해서

왕족 출신의 선인이 사는 가야로 가겠노라."

 

22. 그리하여 진리를 본 그들은

여러 곳으로 떠났다.

붓다 또한 가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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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카사파 삼형제의 교화

 

23. 가야에 이른 붓다는

고행자가 머무는 숲으로 들어가

카샤파를 만났다.

 

24. 곳곳이 머물기에 좋았으나

카샤파의 교화를 위해

열 가지 힘을 갖춘 다음

굳이 그에게 머물 곳을 부탁했다.

 

25. 카샤파는 붓다의 성취를 시험하려고

마호라가라는 큰 뱀이 살고 있는

성화당(聖火堂)을 거처로 내주었다.

 

26. 그 날 밤, 안온하게 잠든 성자를 보고

눈에 독을 품고 분노한 뱀은

숨을 내뿜으며 노여움을 불태웠다.

 

27. 뱀의 분노로 성화당이 불타올라

위대한 성자의 몸을 에워쌌으나

불길은 몸에 닿지 않았다.

 

28. 겁화(劫火)의 불길이 다 꺼졌을 때,

브라흐만이 머물러서 빛이 나듯이

성화당은 타버렸어도 붓다는 변치 않았다.

 

29. 화상도 입지 않고 움직이지도 않고

안온하게 머물고 있을 때,

뱀은 기이하게 생각하여

최고의 성자에게 머리 숙여 예배했다.

 

30. 이윽고 날이 밝아 카샤파가 다가가 보니

뱀을 잡아 바리때에 담아서

그에게 보였다.

 

31. 그 때 붓다의 위대함을 보고

놀라서 기이하게 생각했으나

오래된 교만은 여전히 스스로를

가장 위대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32. 그러나 붓다는 그의 마음을 알고 있었으므로

그가 생각하는 바에 따라

마음속으로 여러 가지 신통력을 보였다.

 

33. 이에 카샤파는 스스로

'나의 능력은 붓다에 미치지 못한다'고

깨닫게 되어 붓다의 가르침을 따르려고 결심하니,

 

34. 모든 것을 포기한 우루빌라 카샤파와

그의 오백 제자는 집단으로

붓다의 가르침을 받들게 되었다.

 

35. 그 때 카샤파의 두 아우 '가야'와 '나디'도

허망한 가죽옷을 벗어버린 형을 보고

그들의 제자 오백과 함께

붓다의 가르침을 받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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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탐욕의 불길이 타고 있다

 

36. 그리하여 붓다는 가야산에서

그들 세 가섭과 제자들에게

진실한 해탈의 가르침을 설하셨다.

 

37. "허망한 분별과

어리석음의 연기에 싸인

탐욕과 노여움의 불길에

모든 것은 힘없이 타고 있다.

 

38. 번뇌의 불에 안온함을 잃은

구제할 길 없는 세상 사람들은

다시 또 늙음과 병듦과 죽음의 불길에 휩싸이는구나.

 

39. 여러 가지 불길을 피할 수 없는 유정의 몸,

지혜로운 사람이라면 이를 떠나리니.

 

40. 고뇌를 떠남으로써 애욕을 떠나고

애욕을 떠나서 해탈에 이른다.

해탈에 이르러 일체로부터 떠나는 지혜를 안다.

 

41. 생의 흐름은 이미 다했고

청정행은 비로소 성취되었다.

해야 할 일이 행해졌으니

다시 몸 받아 나옴은 없다."

 

42. 붓다의 이 말을 듣고

천 명의 비구의 마음에 집착이 없어지니

모든 번뇌 사라지고

마침내 해탈을 이루었다.

 

43. 지혜가 광대한 세 가섭을 거느린 붓다는

보시와 지계의 가르침을 베풀고

다시 법의 바퀴를 굴리러 숲을 떠났다.

 

44. 수승한 장로가 떠난 고행림은

병든 사람과 같이 빛을 잃었다.

 

45. 가섭 삼형제와 천의 제자에 둘러싸인 붓다는

빔비사라 왕과의 약속을 떠올리며

마가다의 라쟈그리하(왕사성)를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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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 빔비사라왕의 교화

 

46. 라쟈그리하에 도착한 붓다가

베누바나 동산의 숲에 머무니

빔비사라 왕은 대신과 백성을 거느리고

붓다에게로 갔다.

 

47. 사람들은 기이한 눈으로 바라보면서

자신의 지위에 알맞게

걷기도 하고 수레를 타기도 하면서

도성에 나와 숲을 향했다.

 

48. 마가다 국의 왕은

거룩하신 붓다를 보고 공경하려고

급히 수레에서 내려

공경의 예를 갖추었다.

 

49. 왕은 야크의 털과 부채와

많은 시종들을 남겨 놓고

인드라가 범천에게 하듯이

붓다에게 예배했다.

 

50. 빔비사라의 공손한 예배를 받은 붓다는

한쪽을 가리켜 그를 앉게 했다.

 

51. 그리하니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했다.

'아, 샤카무니의 위력으로

존자 카샤파가 그의 제자가 되었구나.'

 

52. 그 때 붓다는 그들의 마음을 알고

카샤파에게 이렇게 물었다.

"카샤파여, 어떤 공덕을 보고 불을 버렸는가?"

 

53. 이에 카샤파는

스승에게 합장하고

뭇 사람들에게 들리도록 소리 높혀 대답했다.

 

54. "제사나 호마의 과보는 윤회에 머물고

여러 가지 마음의 병을 동반합니다.

이 때문에 나는 불을 버렸나이다.

 

55. 주문과 호마는 대상에 대한

애타는 사랑 때문이었습니다.

이제 나에게 갈애는 없습니다.

이 때문에 나는 불을 버렸나이다.

 

56. 주문과 호마는 해탈을 얻을 수 없고

거급 태어남에 괴로움이 끊이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나는 불을 버렸나이다.

 

57. 제사나 고행으로 복락을 얻으리라 믿었으나

그것은 거짓입니다.

이 때문에 나는 불을 버렸나이다.

 

58. 무릇 생사로부터 떠나는 것이

변치 않는 최상의 안온함이라고 알았나이다.

이 때문에 나는 불을 버렸나이다."

 

59. 이와 같은 말을 듣고

계율의 스승이신 붓다는 이렇게 말했다.

 

60. "축복 받은 그대여,

참으로 장한 일이다.

그대는 최상의 법을 얻었구나.

 

61. 그러므로 이렇게 모여드는 사람들 앞에서

여러 가지 신통을 보여서

그들의 마음을 이 세상에서 떠나게 하라."

 

62. 이에 카샤파는 "좋습니다."하고 말하고

자신을 자신 속에 받아들여

나는 새와 같이 바람을 타고 날아갔다.

 

63. 그는 허공에 머물러

마치 땅 위인 양

걷고 서고 앉고 누웠다.

 

64. 다시 불과 같이 타오르고

구름 같이 비를 내리고

또한 세찬 불을 뿜어내기도 했다.

 

65. 사람들은 놀란 눈으로 바라다보며

존경하는 마음으로 예배하면서

사자와 같이 소리치며 찬탄했다.

 

66. 이에 그는 신통을 거두고

"나는 할 일을 한 제자요.

나의 스승은 붓다이십니다."라고 예배했다.

 

67. 이와 같이 가장 거룩하신 성자에게

경배하는 카샤파를 본 마가다 사람들은

붓다를 일체지자라고 믿었다.

 

68. 이와 같이 지극한 마음으로

법을 듣고자 하니

잘 일궈 놓은 밭과 같은 빔비사라 왕에게 설했다.

 

69. "크나큰 위덕을 가진 왕이여,

감각 기관과 마음을 억제하라.

지상의 주인이여, 생하면 멸하는 법.

 

70. 공덕을 더하려면 남과 죽음을 알아야 한다.

이 둘을 바르게 알면 청정하게 되리니

몸의 실체를 여실히 알지니라.

 

71. 나고 멸하는 이치를 바르게 알면

'이 몸에 아트만이 있다'고 하거나

'아트만을 가진 것'이라고 집착하지 않는다.

 

72. 몸과 감관과 각성 이외에는

어떤 고의 원인도 없다.

이 고만이 생하고 멸한다.

 

73. 이들은 모두 내가 아니고

나의 것도 아니라고 알 때에

최상의 안온함(열반)이 얻어진다.

 

74. '내가 있다는 의식'에 의해서

'나의 것이라는 의식'에 속박된다.

무아(無我)임을 보면 애착을 떠난다.

 

75. 거짓을 보는 자는 속박되고

진실을 보는 자는 해탈한다.

아트만이 있다고 하면 진실을 알 수 없다.

 

76. 만일 아트만이 있다고 한다면

그것은 항상 아니면 무상이다.

이들 두 가지는 큰 허물이 된다.

 

77. 만일 아트만이 무상하다면

업의 과보 또한 없을 것이며

사람은 노력 없이 해탈하리라.

 

78. 또한 아트만이 항상 변재(遍在)한다면

허공이 항상 변재하여 생멸이 없듯이

생하는 일도 없고 멸하는 일도 없다.

 

79. 만일 아트만이 변재한다면

어디에도 머물지 않음이 없으리니,

이곳 저곳의 모든 곳에서 동시에 해탈하리라.

 

80. 변재하기 때문에 작용하지 않는 이것은

행함 또한 없을 것이니,

행위가 없다면 어찌 과보를 받겠는가.

 

81. 만일 아트만의 작용이 있다면

스스로 괴로움을 만들지 않으리니,

자재하다면 어찌 스스로를 속박하는 고를 지을 것인가.

 

82. 아트만이 항상이라면 변화도 없다.

그러나 즐거움과 괴로움을 실제로 받으니

그것이 항상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83. 지혜를 얻으면 번뇌를 끊어서 해탈에 이르리니

작용 없이 변재하는 아트만이라면

굳이 해탈을 이룰 까닭도 없다.

 

84. 이와 같이 아트만에는

해탈이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므로

아트만이 존재한다고 말할 수 없다.

원인이 되지 않으므로 어떤 작용도 없다.

 

85. 작용하는 것도 분명치 않고

어떤 것에 의해서 만들어진 것도 아니다.

그러므로 아트만은 존재하지 않는다.

 

86. 가장 뛰어난 왕이여, 이 말을 들으라.

행하는 자도, 아는 자도, 아트만도 없는 이 몸

밤낮없이 윤회의 강물로 흘러간다.

 

87. 육근과 육경에 의지하여 육식이 생기고

이 세 가지는 접촉을 이루느니,

이로부터 상념과 심의식과 업이 생긴다.

 

88. 마치 보석(볼록렌즈)과 섶과 햇빛이 만나면

그것이 결합하여 불이 일어나듯이

인간의 모든 것은

마음과 대상과 인식 기관이 만나서 생긴다.

 

89. 싹에 의해서 종자를 알 수는 없다.

그것은 다르지 않고 같지도 않다.

몸과 인식기관과 마음의 관계도 이와 같다."

 

90. 이와 같이 최승의 성자가 설하신

최고의 진실을 여실히 들은 마가다 국왕은

더러움이 없고 티끌이 없는 무량한 법안을 얻었다.

 

91. 이 모임에서 마가다의 도성에 사는 대중과 천신들은

붓다의 가르침을 듣고 마음을 청정하게 하여

변치 않고 죽지 않는 깨달음을 얻었다.

 

제 18장 위대한 제자들의 출가 가. 죽림정사의 기증

나. 사리푸트라와 목건련의 귀의

다. 마하카샤파의 귀의

 

 

가. 죽림정사의 기증

 

1. 마침내 빔비사라 왕은

붓다가 머물 길상의 숲 죽림정사를 바치고

새 사람이 되어서 왕궁으로 돌아갔다.

 

2. 그리하여 붓다는 그 곳에 머물며

유정을 이롭게 할 지혜의 등불을 밝히니

범계와 천계와 불계에 두루 머무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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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사리푸트라와 목건련의 귀의

 

3. 이 때에 아슈바지트는 이미 감관을 조복하고

라쟈그리하로 들어가 탁발을 하니

뛰어난 용모는 많은 사람의 눈길을 끌었다.

 

4. 그 때 카필라 선인 계열의 바라문으로

많은 제자를 거느린 샤라푸트라가

그를 보고 물었다.

 

5. "당신의 밝음과 고요함을 보고

놀라움을 느꼈습니다.

당신이 본 진리는 무엇인지,

당신의 스승은 누구이며, 무엇을 설했는지요?"

 

6. 이와 같이 바라문이 공손히 말하니,

"나의 스승은 이크슈바쿠 족의 후손인 일체지자로

최상의 지혜를 가진 분이십니다.

 

7. 나의 법은 아직 익지 않아

설할 만한 것이 못됩니다.

최상의 지혜를 가진 대성자가 설한 바를

간략히 말하겠소이다.

 

8. '무릇 모든 존재는 인연으로 생겨난다.'

이렇게 붓다는 모든 것이

인연에서 비롯됨을 설하셨습니다.

또한 모든 존재가 생사의 굴레에서 벗어날

무상의 도를 설하셨습니다."

 

9. 아슈바지트(馬勝)의 말을 듣고

우파티샤는 진리의 눈이 열려

고요함과 깨끗함을 얻었다.

 

10. 그는 지금껏,

일체는 원인과 작용 없이

오로지 자재천으로부터 비롯됨을 알았으나

이제 무아를 깨달아 진실을 보았다.

 

11. 깊고 미세한 번뇌를 멸하는 길은

오직 붓다의 가르침을 따르는 데 있음을 알았다.

 

12. '나의 것'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면

능히 '나'를 떠날 수 있다.

이 등불과 태양과 같은 가르침을 보고도

눈뜨지 못하랴.

 

13. 연꽃 줄기를 잘라도

가는 섬유는 끊어지지 않지만

붓다의 가르침은 돌을 자른 듯 남음이 없다.

 

14. 이리하여 바라문은 아슈바지트에게 예배하고

기쁜 마음으로 돌아가니

아슈바지트도 순차로 탁발을 끝내고 정사로 돌아갔다.

 

15. 마음이 지극히 맑고 깨끗해진 우파티샤가

집으로 돌아와 환한 얼굴을 하자

사려 깊은 마우드가라 족속의 아들이 물었다.

 

16. "바라문이여, 무엇을 보았길래

마치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기쁨에 가득 차서 돌아왔는가?

그대는 오늘 생사를 떠난 가르침을 얻었는가?

 

17. 그가 사실을 말하자

그는 그것을 가르쳐 달라고 말했다.

그 가르침을 말하니, 그 또한 눈이 열렸다.

 

18. 올바른 행위와 사유로 청정심을 얻은 두 사람은

손안에서 불을 보듯 진리를 보았다.

그들은 흔들림이 없는 마음으로 스승에게로 나아갔다.

 

19. 뭇 제자들 속에서 그들이 다가오는 것을 본

위대한 성자는 비구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지혜가 뛰어난 사람, 신통력이 뛰어난 사람,

가장 뛰어난 나의 두 제자가 오고 있다."

 

20. 그 때에 붓다는

깊고 오묘한 목소리로 두 사람에게 설했다.

"비구들이여, 고요함을 구하여 이 곳에 왔으니

참된 법 여실히 얻으라."

 

21. 이렇게 설하니

세 가지 지팡이를 짚고 머리를 묶어 맨 두 바라문은

가사를 갖춘 비구로 변했다.

 

22. 두 사람이 제자들과 같이 일체지자에게 정례하니

붓다는 두 사람에게 법을 설하여

마침내 이들은 지극한 복락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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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하카샤파의 귀의

 

23. 이 때 카샤파족의 등불로서

많은 재산을 가진 뛰어난 용모의 바라문이

모든 재산과 어진 아내를 버리고

해탈을 구하여 집을 나왔다.

 

24. 그는 비후푸투라가라는 탑묘 옆에서

금빛 기둥 같은 붓다를 보고는

공경의 마음으로 합장하며 다가갔다.

 

25. 붓다에게 나아간 그는

정례를 올리고 소리 높여 말했다.

"스승이신 세존이시여,

어둠 속에서 나의 등불이 되어주소서"

 

26. 이 바라문이 진리에 주려서 온 것을 아시고

감로의 법어로 병든 마음을 소생시키는 여래는

"잘 왔노라."하고 말했다.

 

27. 이 말에 의해서 바라문의 고달픔은 사라지고

지극히 행복한 상태에 도달했다.

자비하신 성자는

본성이 청정한 그에게 간결하게 말했다.

 

28. 붓다의 가르침을 듣고

모든 법 바르게 받아 지니니

마하카샤파라 불리었다.

 

29. 그는 본래 아트만이 있고

아트만의 소유가 있다고 알고 있었다.

그는 이제 아견을 끊고

이 몸은 끝없이 윤회 전생하는

괴로움 덩이임을 알았다.

 

30. 계율과 고행으로 스스로 정화한다고 집착하여

원인이 아닌 것을 원인으로 알고 있었다.

그는 이제 모든 것은 고임을 알고

고를 멸하는 길을 얻어서,

그릇된 계율과 고행을 버렸다.

 

31. 그는 뒤바뀐 길에서

미혹하여 지극함을 얻지 못했다.

그러나 네 가지 진리(四諦)를 안 뒤에는

의혹과 미혹으로부터 벗어났다.

 

32. 세간 사람들은 애욕에 속고 있다.

과거에도 속았고 미래에도 속을 것이다.

그는 그런 애욕이 헛된 것임을 알고

애착에 불과한 감각의 대상을 끊었다.

 

33. 자비심으로 충만한 그는

아는 자와 모르는 자를 차별하지 않았다.

일체의 중생을 불쌍히 여기고

마음속에 숨어 있는 해악심을 끊었다.

 

34. 색에 의지하는 것, 노여움에 의지한 것

갖가지 관념으로부터 떠났다.

색으로 일어나는 과실을 알고

색계에의 집착을 버렸다.

 

35. 그는 무색계의 존재에도 끝이 있음을 알았고

무색정을 해탈이라고 하는 것도

어리석음임을 알았다.

무색계의 존재에 대한 집착에서 떠났다.

 

36. 신두강의 격류가 소용돌이치듯이

마음은 움직여 흩어지는 것이라고 알고

굳은 의지로 산란한 마음을 다스려

고요한 연못의 물처럼 선정에 들었다.

 

37. 사물의 실체를 바르게 관찰하여

내가 최고라는 오만심을 버리고

나의 실체 없음을 여실히 보니

'나'의 존재하지 않음을 깨달았다.

 

39. 혜와 행을 겸비한 그는

열 가지 번뇌로부터 벗어나서 할 일을 마치고

붓다를 우러러 합장하고 앉았다.

 

40. 세 별이 세 위치를 지키고

최고 신 아우(인드라)와 15수유 동안 같이 가는

여러 별 중의 왕(달)과 같은 선서(붓다)는

삼종(佛法僧)을 얻고

삼명을 갖춘 제자에 의해 더욱 빛났다.

 

 

제 19장 아나타핀디카의 교화 가. 수닷타 장자의 귀의

나. 창조론의 비판

다. 인과의 세계

라. 기수급고독원

마. 보시의 공덕

바. 제타태자의 숲

 

 

 

가. 수닷타 장자의 귀의

 

1. 불행한 사람에게 재산을 베푸는 장자가 있으니

수닷타라는 유명한 사람이 바로 그였다.

 

2. 그는 북방의 코살라 사람으로

붓다가 죽림정사에 머물고 계신다는 소식을 듣고

밤 내처 한달음에 그 곳을 찾았다.

선서(붓다)는 청정심으로 찾아온 것을 알고

경배하는 그를 향해 설했다.

 

3. "그대는 이미 바른 법을 즐기어

잠도 잊고 내게로 달려 왔으니,

내 그대에게 손님을 대하는 예로써 대접하리라.

 

4. 그대는 나의 이름만 듣고도 청정심을 내었으니

그 수승함은 전생으로부터 비롯된 바

나의 법을 받을 공덕의 그릇이다.

 

5. 널리 베풀기에 주저함이 없으니

내생에도 그 과보가 있으리니

이제는 마땅히 법보시를 행하라.

 

6. 계율을 바르게 행할지니

지계는 몸을 장엄하는 것이다.

악에 떨어지는 자를 되돌려 놓고

천상에 태어남을 성취케 하리라.

 

7. 애욕에 집착하면 매이게 되니

반드시 허물이 따른다.

미망에서 떠나면 공덕이 있음을 알고

해탈의 안온함을 얻으라.

 

8. 죽음에 괴로워하고 늙음에 마음 상하여

미혹 속에 사는 것이 세간사임을 여실히 알고

생사를 떠난 안온함을 위해 노력하라.

나지 않으면 늙고 죽는 일도 없다.

 

9. 무상한 인생이 괴로움이듯

신들의 세계에도 괴로움이 있음을 알아라.

존재하는 모든 것은 무상할 뿐이다.

 

10. 무상함이 곧 괴로움이니

괴로움엔 '나'라 할 것이 없으니

내 것이라 할 괴로움이 어디에 있겠는가.

 

11. 괴로움을 괴로움인 줄 알고

그 원인을 살펴라.

적정에 의해서 괴로움을 멸할 수 있으니

지멸의 도가 즐거움의 길임을 알아라.

 

12. 군생의 유전이 괴로움임을 알고

시간의 불이 세상을 태운다는 것을 알아

죽음을 싫어해 삶에 집착하지 말아라.

 

13. 이 세상은 공하여 내가 없고 나의

것도 없는 허깨비와 같은 것임을 알아라.

오직 행(行)만이 있을 뿐

이 몸은 여러 요소의 모임일 따름이다.

 

14. 미혹한 마음도 대상을 따라 변하니

군생의 윤회도 그로 말미암는다.

오직 분별없는 마음만이 적정임을 알아라."

 

15. 이러한 성자의 가르침을 듣고

그 자리에서 초과(예류과)를 얻으니

그의 남은 괴로움은

큰 바다의 한 방울 물과 같았다.

 

16. 탐욕을 떠난 자 숲에 머물고,

몸을 떠난 자 천상에 머물며 진리를 보나

집에 머무는 자도 이렇듯 진리를 보았다.

 

17. 여러 가지 그릇된 견해의 그물에 걸려

윤회의 괴로움에서 벗어나지 못했으나

집착을 떠나니 수승한 곳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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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창조론의 비판

 

18. 정견을 얻어 그릇됨을 제거하니

가을 구름이 우박을 뿌리듯 하였다.

세상은 자재천(自在天)에 의해 생겨난 것도 아니고

또한 원인 없이 생겨난 것도 아님을 알았다.

 

19. 그러므로 서로 다른 원인이라 하면 불합리하고

원인이 없다고 하면 큰 모순이다.

세간에는 제각각 논리로써 지견을 가지니

어찌 진리를 보겠는가.

 

20. "만일 자재천에 의해서 군생이 비롯된다면

어른 아이와 앞 뒤 차례가 생겨날 리 없을 것이요

윤회 전생 또한 없을 것이며

생한 것은 멸하지 않을 것이다.

 

21. 몸 받기를 바랄 것도

원하여 얻을 것도 욕계에 사는 일도 없으리라.

만일 몸을 가진 자에게 선과 악이 있다면

자재천에 선악이 있는 것과 같다.

 

22. 세상이 자재천으로 말미암은 것이라면

아들이 아비에게서 난 것과 같아

곤궁함에 처해도 원망하지 않을 것이며

조금의 의심도 않을 것이며

마땅히 다른 신을 숭배하지 않을 것이다.

 

23. 만일 이 세계가 생겨나지 않았을 때에

창조를 꾀했다면

지은 바가 있으므로 자재가 아니다.

만일 이미 존재한 후에 의도했다면

이는 다시 창조한 것이 된다.

 

24. 만일 자재천에게 창조의 능력이 없다면

어린이와 같을진대

어찌 세계를 창조하였겠는가?

 

25. 만일 자재천의 뜻대로 고락을 받는다면

군생 또한 애써 마음 닦을 일이 없다.

 

26. 사람들이 저 자재천에게 의지하면 업 또한 없다.

업이 없으므로 과보도 없고

행위의 결과 또한 자재천에 의한 것일 뿐이다.

 

27. 만일 자재천이 스스로의 지음에 의해 생한다면

그것은 자재가 아니요,

만일 그것이 원인이 없이 생한 것이라면

일체의 군생에게도 자재가 성립된다.

 

28. 만일 또 다른 지은이(창조자)로서의 자재천이 있다면

마땅히 자재천은 끝이 없으리니

모든 중생들은 지은이 없이 존재하는 셈이다.

 

29. 만일 자재천이 지은이라 하면

여러 가지 모순이 따르니

원질에도 또한 그릇됨이 없다.

 

30. 원질을 안다고 하는 자도 그릇됨이 있다.

윈인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작용이 없는 원질이 원인이 되는 것이 아니다.

 

31. 결과의 완성은

유일한 지은이로부터 비롯되는 것이 아니니

어떤 하나의 원질이 원인이 아니며

현상의 유전은 원질에 의하지 않는다.

 

32. 원질은 변재성(遍在性)이라고 말하는 사람에게는

작용이 없다는 주장이 따른다.

작용이 없으면 결과 또한 없으니,

그것은 원인이 아니다.

 

33. 그 원질이 변재하는 것에 원인이 있으면

일체로부터 일체가 끊임없이 생하게 된다.

그러나 결과의 나타남에는 일정함이 있다.

그러므로 원질은 발생에 대한 원인이 아니다.

 

34. 이와 같이 원질은 속성이 없이 있다고 하나

그 결과는 세간에서 현상의 속성을 가졌으니

원질은 전개의 원인이 아니다.

 

35. 항상하는 원인에서는 다른 것이 생하지 않으므로

변하는 성품에 여러 가지 속성이 있을 수 없다.

그러나 변이에는 여러 가지 속성이 있으니

원질로부터 발생이란 옳지 않다.

 

36. 원질에 생성의 본성이 있다고 하면

그 결과인 현상을 소멸시키는 원인이 있을 수 없다.

그러나 변이된 현상의 소멸이 따르니,

다른 원인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37. 적당한 수행으로 궁극의 해탈에 이르지 못한다.

유정들의 원질은 유전하기 때문에

궁극에 있어서는 다른 것에 제압된다.

 

38. 생겨난 것의 본성이 원질에서 결정된다면

그 본성은 변이된 것에도 따르게 된다.

그러나 세간의 모든 것은 일정하지 않으니

원질에서 일체가 생겨난다 함도 맞지 않다.

 

39. 원질은 마음의 작용에

대상으로서 나타나지 않는다고 하고

나타난 변이는 원질로부터 생했다고 하니

원질을 변이의 원인이라고 할 수 없다.

 

40. 원질 자체에 앎이 있다면

소, 말, 당나귀 등의 결과가 나타날 수 없다.

마음과 떠난 여러 원인으로부터는

앎이 있는 것이 생겨날 수 없다.

 

41. 만일 원질이 시간을 정해서 모든 생명을 만들어 낸다면

수행에 의한 해탈 또한 있을 수 없다.

군생의 존재는 무한하므로

세간의 생물은 끊임없이 생할 것이다.

 

42. 어떤 사람은 하나 또는 많은 속성을 가진 사물에

'일정한 본질이 있다고 말하고 있으나,

만일 사물의 본질이 유일한 것이라고 단정하면

그것이 여러 가지로 달라지는 일이 없을 것이다.

 

43. 숙생의 과보로 형성된 성격에는

여러 가지 성질이 있다고 말하고

원인에는 특수성이 없다고도 말한다.

그러나 거기에도 특수성이 확실히 있다.

 

44. 사물은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부터 생한다고 하나,

이러한 추리는 확실하게 성립되지 않는다.

나타난 결과가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부터 있다고 함은

누구도 분명히 경험할 수 없다.

 

45. 사물의 현상이 이차적이므로

그것이 보이지 않는 근원으로부터의 결과라 함은

불합리한 추리이다.

원질을 생각하는 것으로부터

두 가지 잘못이 생긴다.

 

46. 황금으로 된 영락은 남다르게 수승하다.

그와 같이 원질의 변성이 특수하다고

원인마저 그렇지는 않다.

그러므로 원질이 현상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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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인과의 세계

 

47. 만일 푸루샤(神我)가 원인이라면,

모든 욕망도 이를 따를 것이니

바라면 반드시 얻을 수 있으리라.

그러나 세간에는 바라는데도 얻어지지 않고

반대로 바라지 않아도 얻어진다.

 

48. 만일 자재하다면 소, 말, 당나귀, 낙타들이

태어남을 받지 않을 것이나,

사람들은 그것으로 태어날 죄를 짓는다.

고통을 바라지 않는데

어찌하여 죄를 지을까.

 

49. 만일 세상이 푸루샤로 말미암는다면

고통을 지을 이 없고 즐거움만 지을 것이나,

사람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을 짓는다.

대자채천이라면 어찌 어긋나게 지으랴.

 

50. 사람은 법이 아님을 두려워한다.

그러나 법을 얻으려 해도

번뇌 때문에 굴복된다.

그러므로 사람은 다른 힘에 따른다.

 

51. 추위나 더위, 비와 우뢰와 번개는

사람에게 적대적이다.

사람은 스스로 지은 바가 아니므로

모든 작용은 자재한 푸루샤가 아니다.

 

52. '종자는 흙과 물에 의지하여

때를 만나면 열매를 맺는다.

등불에 의해서 광명이, 섶에 의해 불이 있다.

원인 없이 생한다고 하는 것도 사실은

원인이 없지 않다.'

 

53. 만일 원인이 없이 세계의 유전이 있다면,

사람의 행위도 원인이 없을 것이다.

따라서 일체는 반드시 일체를 성취케 하리라.

 

54. 만일 원인 없이 낙과 고가 있다면,

모든 사람에게 지은대로 나눠지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원인 없이 있다고는 말할 수 없다.

 

55. 이와 같이 그릇된 원인을 세우므로

사람들은 참된 원인을 모른다.

 

56. 움직이는 것, 움직이지 않는 것 등은

이것과 저것에 의지해서

이것과 저것으로 생겨난다.

세상에는 원인 없이 생겨난 것이 없는데

사람들은 그 원인을 알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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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기수급고독원

 

57. 이와 같은 가르침을 받은 수닷타는

뛰어난 법을 깨닫고

부동의 지혜로써 청정한 믿음을 일으켜

성자를 향해서 이렇게 원했다.

 

58. "프라세나지트 왕의 도성,

나의 주처인 사위성은

복덕이 가득한 곳입니다.

나는 여기에 붓다께서 머무실 정사를 짓고자 하오니

안락하고 승묘한 그 정사를 받아 주소서.

 

59. 궁전의 높은 누각이든 한적한 숲이든

편안함을 구하여 차별을 두지 않음을 아오나

중생을 연민히 여기시고 그 곳에 머물러 주소서.

깨달은 이의 주처로 알맞는 곳입니다."

 

60. 이와 같이 크나큰 보시의 마음을 일으킨

장자의 굳건한 믿음과

집착함이 없는 지혜를 보고

적정의 지혜로써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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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 보시의 공덕

 

61. "오! 굳건하고 용감한 그대여,

재물의 무상함을 알고

용감하게 보시할 믿음을 가졌으니

그대는 본심으로 보시를 즐겨 진리를 보는구나.

 

62. 불붙는 집안에서 재물을 밖으로 옮기면

그 불이 재물을 태우지 않는다.

그와 같이 불이 이 세상을 태워도

즐겨 보시하면 모든 것을 얻는다.

 

63. 그러므로 용감하게 보시할 때에야

그것을 올바르게 향유할 수 있다.

인색한 사람은 없어질까 두려워서

스스로도 갖지 못하고 주기도 어려워한다.

 

64. 때를 알고 알맞는 상대에게

보시하기를 즐겨하면

그는 번뇌와 싸워 이기는 용사다.

 

65. 보시하는 자는 기쁨을 주면서 살고

능히 명성과 자랑을 얻는다.

보시자라고 뭇 사람이 칭송하고

공경하면서 따르게 된다.

 

66. 모든 세계에 당당히 머물수 있고

어려운 일에서도 죄를 짓지 않으며

공덕을 쌓음에 만족하면서

임종에 이르러서도 두려움이 없다.

 

67. 이 세상에서 보시의 과실은 꽃과 같으니

보시자는 내생에 그 과보를 얻는다.

윤회 속에서 유전하는 사람에게

보시보다 더 좋은 벗은 없다.

 

68. 인간계와 천상계에 태어나는 사람은

보시의 공덕으로 우월한 자가 되리니,

말이나 소와 같이 사는 사람도

그 과보로 인해 최상을 얻는다.

 

69. 보시에 의해서 모든 쾌락을 얻고

계를 지켜서 천상에 태어나리니,

지혜로써 안온함을 얻으면

의지하는 몸을 떠나도

유정으로 태어나지 않는다.

 

70. 죽지 않는 감로를 얻기 위해서라도

맹세코 보시행을 기쁨으로 행할지니

그 환희에 의해서 삼매에 든다.

 

71. 삼매에 들어서 여실함을 얻은 자는

생과 멸을 차제로 알게 된다.

타인에게 보시하는 사람은

마음에 머무는 번뇌를 억제한다.

 

72. 남에게 베풀면

탐욕의 모진 집착이 끊어지느니

남에게 자비심을 가지고 베푸는 마음은

증오와 만심을 제거한다.

 

73. 받는 행복을 보고 기뻐하는 자는

그 때문에 인색한 마음이 없어진다.

보시하는 자는 그 결과를 보고

무지의 어두움을 정복한다.

 

74. 적정을 떠난 자는 인욕에 집착하고

보시하는 자는 그것에서 벗어난다.

그러므로 보시는 해탈의 요소가 되느니,

죄과를 멸하여 해탈로 이끈다.

 

75. 마치 사람이 나무를 구하여

그늘과 과실과 꽃을 찾듯이

어떤 자는 적정을 위해서 보시를 하고

어떤 자는 재물을 위해서 보시를 한다.

 

76. 그러므로 특히 재가자들에게는

분에 따른 보시가 최고의 보시다.

덧없는 재물을 보시하여 뛰어난 결과를 얻으니

집착 없는 재보는 뛰어난 사람이 따라갈 길이다.

 

77. 음식의 보시로 힘을 얻고

의복의 보시로 좋은 몸을 얻는다.

성자에게 주처를 베푸는 자는

일체 세계에서 일체를 얻으리라.

 

78. 땔감을 보시하여 안온을 주고

등불을 보시하여 밝음을 주고

죽지 않는 법으로

궁극의 진리를 가르친다.

 

79. 어떤 자는 탐욕으로 보시를 하고

혹은 명리를 위해서 보시하고

혹은 하늘에 나거나 자비를 구하려 보시하나

그대의 이 보시는 집착이 없다.

 

80. 그대의 갈애는 이와 같이 멸했다.

모든 것이 성취하여 채워졌다.

티끌에 싸인 어둠 속에서 나와

청정한 지혜의 마음을 열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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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 제타태자의 숲

 

81. 수닷타는 기뻐하며

우파티샤(사리불)와 함께

붓다가 머물 곳을 찾아 나섰다.

 

82. 코살라 국왕의 도성에서

정사를 지을 곳을 찾으니

한적한 곳에서 제타의 숲을 발견했다.

 

83. 그리하여 제타에게 청했다.

그러나 인색한 그 사람은 이렇게 말했다.

"만일 당신이 재보로 이 숲을 덮더라도

나는 이 땅을 줄 수 없다."

 

84. 그 때에 수닷타는 그에게 말했다.

"이 숲의 값이 얼마인지 말하시오."

그리하여 그는 재보로 숲을 덮고는

법에 따라서 그것을 샀다.

 

85. 그가 희사한 황금을 본 제타 태자는

붓다에 대한 청정한 마음이 일어나

이 숲과 함께 다른 모든 곳을 여래께 바쳤다.

 

86. 이리하여 우파티샤에게 감독을 맡겨

밤낮을 쉬지 않고 정사를 지으니

아름답고 훌륭한 정사가 세워졌다.

 

87. 쿠베라 신의 궁전이 옮겨진 것과 같고

북방 코살라의 왕궁과도 같이

여래의 주처에 알맞게 장엄하니

자신의 재보와 힘과 지혜의 표시가 되었다.

 

 

 

제 20장 아버지를 교화하다 가. 부왕을 만나다

나. 신통을 보이시다

다.아버지를 교화하다

라. 석가족 청년들의 귀의

 

 

 

가. 부왕을 만나다

 

1. 붓다는 마가다에서 여러 외도들을

지혜로써 항복시킨 뒤에

다섯 산으로 둘러싸인 도성에서 떠나 점차로 나아가,

아버지의 나라 카필라바스투로 향했다.

 

2. 천 명의 제자를 거느리고

카필라바스투에 이르자

은혜를 갚을 마음이 생겼다.

 

3. 성자가 귀국한 기쁜 소식을

제관과 대신들이 듣고 기뻐하면서

존귀한 왕께 아뢰었다.

 

4. 붓다가 왔다는 소식을 들은 왕은

기쁨에 가득하여

도성의 사람들을 거느리고 급히 맞이했다.

 

5. 범천과 같은 모습으로 중앙에 앉아

제자들에게 둘러싸인 성자를 보고

왕은 수레를 버리고 걸어서 가까이 갔다.

 

6. 급히 그의 곁으로 다가가서 성자를 보고,

말문이 막혀서 부르지도 못하니

아들이라고도, 비구라고도 부르지 못했다.

 

7. 비구의 모습을 한 아들을 보고 나서

자신의 몸에 있는 장식들을 살피니

긴 한숨과 눈물 사이로

침울한 탄식만 새 나올 뿐이었다.

 

8. 목마른 나그네가

물 없는 연못을 보듯

넋을 잃고 곁으로 가서

힘없이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9. 임종에 이른 사람에게는

친근한 자의 모습도 그림처럼 보이듯이

아들의 모습을 보고도 기뻐할 수 없었다.

 

10. '태초에 만다왕과 같이

많은 산에 둘러싸인 대지를 가지고

인드라에게도 무엇 하나 구할 것 없는

나의 아들이 걸식으로 산다.

 

11. 수미산보다 수승하고 태양보다 밝고

달보다 빛나고 코끼리 보다 안정된 걸음걸이의

뛰어난 나의 아들이

걸식으로 버티어 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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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신통을 보이시다

 

12. 그 때 붓다는 부왕의 마음을 알고

부왕과 모든 중생들을 가엾게 여겨

하늘로 날아올라 신통을 보였다.

 

13. 태양의 수레를 손으로 잡고

바람의 길을 따라 걸으며

한량없는 분신을 보였다가

다시 하나로 하였다.

 

14. 땅 속에 걸림 없이 들어가기를 물과 같이 하고

물위를 걷기를 땅 위인 듯하며

한량없는 분신을 보였다가

다시 하나로 하였다.

 

15. 반신은 비를 내려 물이 되고

반신은 불이 되어 타올랐다.

산은 붉게 타 지상을 태우니

허공 가득 불빛이 넘쳤다.

 

16. 자재한 위력을 본 부왕의 마음이

횐희로 가득 차 오르니

다시 태양 같이 공중에 앉아

백성을 지키는 왕을 위해 법을 설했다.

 

17. "백성의 수호자시여, 나를 보고 근심하시니,

당신의 그 자비심은 알고도 남습니다.

자식에 대한 그 마음 이제는 버리시고

그 마음 고요히 하여 새로운 결실을 받으소서.

 

18. 자식으로 받들지 못하고

아버지로서 받지 못한

최상의 감로법을 받으소서.

사람의 왕으로서도

하늘의 왕으로서도 드물게 귀한 일이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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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아버지를 교화하다

 

19. 대지의 수호자시여, 행위의 본체와

행위가 생겨나는 곳과

행위의 결과인 재앙과 행복,

이 모든 것은 업력에서 비롯되니

세상을 이롭게 할 행위를 하십시오.

 

20. 이 세상을 여실히 알면

오직 업만이 인간의 벗임을 알게 될 것입니다.

세상 어디고 의지할 바 없이

오직 업과 더불어 가게 되나이다.

 

21. 오직 업에 의지하여

천계, 지옥, 축생, 인간의 세계로 갑니다.

생명이 의지하는 바는 셋(몸. 입. 뜻)이므로

사람은 여러 가지 업을 짓게 됩니다.

 

22. 그러므로 마땅히 이 몸과 말의 없을 깨끗이 하고

마음을 지극한 고요함으로 다스리소서.

이는 스스로를 위함이니

남을 위함이 아닙니다.

 

23. 세계는 물결치듯 움직이는 것이니

기쁠 것도 즐거울 것도 없습니다.

업이 모두 다하여

최상의 복락을 얻도록 하소서.

 

24. 하늘에서 별이 돌 듯이

세간의 모든 것은 윤회합니다.

신들도 절정에 이르면

천상에서 떨어지리니

어찌 인간의 생존을 믿을 수 있으리요.

 

25. 모든 행복 중에 해탈이 최상이니

자기 마음의 기쁨이 최상임을 알면

어느 누가 뱀과 같이 사는 굴속에서

두려움에 가득한 행복을 바라리오.

 

26. 세간은 불붙는 집과 같이

두려움으로 가득함을 알아야 합니다.

삶과 죽음의 근심을 떠난

안온하고 확고한 의지처를 구하소서.

 

27. 재물이나 군사나 말과 코끼리에

의지할 것도 없이

저 그릇된 적을 타파하면

그것이야말로 최상의 승리입니다.

 

28. 고와 고의 원인과 고의 지멸과

그 지멸의 도를 아십시오.

이 네 가지를 완전히 알면

두려움과 악은 멸하게 됩니다."

 

29. 이와 같이 여래는 먼저 신통을 보여

왕의 마음에 환희를 일으키니

즐겨 가르침을 듣고 진리를 깨달아

기뻐 합장하며 찬탄했다.

 

30 "지혜를 얻으니 기쁘고

크나큰 고뇌로부터 해탈하니 기쁘구나.

근심만을 더하는 지상의 복락을 기뻐했으나

이제 아들의 과보를 얻고 보니 실로 기쁘구나.

 

31. 재물과 명예를 버리고

사랑하는 친족들의 기쁨도 버리고

우리들의 사랑도 버리고 떠남이

정녕 옳았구나.

 

32. 하늘의 선인, 왕족 출신의 선인들,

그들이 일찍이 이르지 못한 곳

근심 많은 세간의 안온함을 위해서

이 길을 그대는 체득했구나.

 

33. 비록 그대가 전륜성왕이 됐다고 해도,

이와 같은 신통함과 가르침을 보고

내가 얻은 기쁨을

얻지는 못했으리.

 

34. 전륜성왕은 인과의 법으로

이 세상 사람들을 수호하리라.

그러나 성자인 그대는 법을 설하여

윤회의 고뇌를 없앤다.

 

35. 이 신통과 승리의 지혜를 가지고

윤회의 두려움을 모두 물리친 그대는

왕의 영광은 없어도 자재함을 얻었다.

왕의 영광이란 부질없는 애욕일 뿐."

 

36. 자비의 법은 견고하며 옳은 것이라고

샤카 족의 왕은 칭찬을 하고

왕이면서 아버지의 위치에 있으면서도

자식을 향해서 공경의 예를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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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석가족 청년들의 귀의

 

37. 사람들은 붓다의 신통력을 보고,

진리를 드러내는 말씀을 듣고 스승으로 존경하니

출가의 소망이 움트기 시작했다.

 

38. 그리하여 많은 청년들은 과위를 얻어

붓다의 가르침을 잘 간직했다.

명예와 세속의 욕망을 돌아보지 않고

사랑하는 친족도 모두 버렸다.

 

39. 아난다, 쇼브하난다, 크리밀라, 아니룻다와

난다, 우파난다 또한 쿤타다나와

무리의 스승이 된 데바닷타가

붓다를 따르는 제자가 되었다.

 

40. 궁정 제관의 아들 우다인도

서슴없이 출가의 길을 나서니

우파리 또한 그 길을 따랐다.

 

41. 왕도 아들의 위신력을 보고

모든 미혹을 끊고 감로의 법문에 드니

왕위를 아우에게 넘기고

궁중에 머물면서 왕선(王仙)의 길로 들어섰다.

 

42. 붓다는 이들 착한 벗, 권속, 친족들과

눈물을 흘리면서 기뻐하는 사람들에 둘러싸여

성중으로 들어갔다.

 

43. 태자가 목적을 성취하고

도성으로 온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집집의 남녀가 밖으로 나왔다.

 

44. 구름에 가려진 태양과 같이

가사를 입고 있는 빛나는 그를 보고

여인들은 눈물을 흘리면서

연꽃 같이 합장하여 정례를 했다.

 

45. 진리와 용모가 밝게 빛나는

그의 존용을 보고 감동한 여인들은

연민과 공경으로 이렇게 말했다.

 

46. "아리따운 모발을 깎아 버리고

낡은 가사를 걸쳤으나

장엄한 지혜의 눈으로 걷고 계신다.

 

47. 더위를 막는 흰 우산을 쓰고

보옥으로 장식한 말을 타고

높은 지위와 정복자의 권위를 누릴 태자가

지금 바루를 들고 걸어가신다.

 

48. 타마라 나무의 잎으로 장식한

미녀의 우러름 받으며

양산을 받친 말을 타고 가실 분이

바루를 들고 걸어가신다.

 

49. 자손들의 원적을 물리치고

뭇 사람들의 사랑을 받으면서

보관을 쓰실 그분이

육척 앞의 땅을 보며 걸어가신다.

 

50. 이분은 어떤 견해를 가졌기에

어떤 이유로 어떤 것을 구하기에

놀고 즐기기를 싫어하시며

아름다운 아내마저 버리고 고행을 하실까.

 

51. 뛰어난 여자인 태자비도

긴 날을 근심에 빠져 헤맸으니

탁발을 하는 남편의 소식을 듣고는

그 마음 얼마나 아팠을까.

 

52. 우아하기 그지없는 태자가

초췌한 모습으로 나타났으니

아버지인 왕의 마음은 오죽했을까.

또한 난폭한 외적에겐 어찌 대할 것인가.

 

53. 슬퍼하며 우는 아들 라훌라를 보고도

미련없이 애착을 버렸으니

오로지 서원을 위함이었네.

 

54. 위엄 있는 안색의 영묘한 용자,

그의 걸음걸이와 안연함 움직임은

공덕으로 빛나고 적정을 갖추어

모든 감각의 대상을 떠났구나."

 

55. 여자들은 제각기 생각을 쏟아 냈으나

붓다는 걸림 없이 성중으로 들어가서

탁발을 마치고 무화과나무 숲으로 갔다.

 

56. 굶주리고 가난한 사람과

선행을 쌓지 않은 사람

탁발 수행에 만족하지 않는 사문이나

마음이 조복되지 않은 사람,

이 모든 사람들을 가엾게 여겨

밝디 밝은 깨달음의 세계로 인도하려고

아버지의 도성을 돌며

평등의 도리로 탁발을 한 것이다.

 

제21장 프라세나지트왕의 교화 가. 기원정사를 받으심

나. 프라세나지트왕의 교화

다. 통치자의 도리

라. 어머니를 위해 법을 설하다.

 

 

 

가. 기원정사를 받으심

 

1. 붓다는 카필라성에 몇 날 머물며

많은 사람들에게 자애를 베푼 후

대중과 함께 프라세나지트 왕의

코살라국으로 향했다.

 

2. 눈 덮인 카이라사 궁전의 즐비한 누각이 보이는

길상의 제타바나에 붓다가 도착하니

활짝 핀 무우수나무 꽃은 빛을 발하고

뻐꾹새는 취한 듯 소리 높여 울었다.

 

3. 마침내 수닷타는

흰 영락으로 장식한 황금의 물병을 들고

몸소 허리를 굽혀 물을 뿌리며

붓다에게 제다바나(기원정사)를 바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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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프라세나지트왕의 방문

 

4. 그 때 프라세나지트 왕은

제타바나로 가 붓다에게 예배한 뒤

이렇게 말했다.

 

5. "성자여, 이 도성에 머무르심은

실로 코살라의 사람에게 행운이옵니다.

진실을 보는 사람을 만나지 못하는 나라는

억압의 상태에 놓이거나 불운을 만날 것입니다.

 

6. 당신을 배알함은

우리들이 고통에서 벗어남이니

이 세상에서 여러 성자를 만난다 해도

당신을 만난 기쁨만 하리까.

 

7. 마치 향기로운 숲이 바람을 만나면

향기로운 바람이 일고,

공중을 나는 새가 수메르 산을 만나면

황금색으로 변하는 것과 같습니다.

 

8. 그러므로 이 곳은

이 세상과 저 세상의 주인이신 성자의 거처.

가디의 아들인 대 선인을 맞이한 나의 동산은

트리샤크 왕의 궁전과 같이 빛날 것입니다.

 

9. 세간에서 구할 수 있는 이익에는 한계가 있으나

당신으로 말미암는 이로움은

헤아릴 수도 없고 다함도 없습니다.

 

10. 행자시여, 당신의 진실한 지견이야말로

최상의 이로움입니다.

자재하신 스승이시여, 나는 괴로움과

애욕에 싸여 왕의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11. 이에 붓다는 그의 마음에

애욕과 집착이 있음을 알고

그를 위해 법을 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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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통치자의 도리

 

12. "왕이시여, 당신의 말은 지극히 온당합니다.

낮은 곳으로부터 벗어나려고 하는 사람이

성자를 공경함은 참으로 바른 일입니다.

 

13. 땅의 수호자여,

이제 그대를 위해 법을 설하리니

바르게 받아 지녀

공덕이 이루어지도록 하십시오.

 

14. 사람의 수호자여,

죽음이라는 시간의 결박은

벗도 친지도 모두 갈라놓지만

오로지 업만은 남아

그림자처럼 따릅니다.

 

15. 그러므로 살아서 참된 영예와

죽어서 하늘에 나기를 바란다면

법에 따라 나라를 다스리소서.

어리석음으로 법을 어기는 왕의 나라는

괴로움으로 가득 찹니다.

 

17. 나는 당신에게 선하고 악한 행위를

비유로써 말하리니

 

 

18. 생명 있는 것을 죽이지 말고

항상 감각 기관을 방일하게 하지 말고

악한 행위나 노여움에 자신을 맡기지 말고

하찮은 일에 마음을 움직이지 마시오.

 

19. 오만으로 선인을 비난하지 말고

고행자를 괴롭히는 행위를 삼가고

번뇌에 끌려 서원을 세우지 말고

옳지 않은 견해는

어떤 경우에도 따르지 마시오.

 

20. 교만하여 악한 길로 들지 말며

참지 못한 불쾌한 말을 듣지 말며

명성을 쫓아 지혜를 쓰지 말고

법에 정해진 외에 세금을 받지 마시오.

 

21. 오로지 법에 따라 지혜로써 행하고

현명한 자에게 공경으로 벗삼을 것이며

알맞은 공물을 받아 더 큰 것을 얻으시오.

 

22. 정진으로 잘못을 막고

죽음을 여실히 생각하여

마땅히 적정의 길을 따르시오.

 

23. 어떤 행위의 결과로 고요함을 얻으면

그 행위를 다시 하려고 노력하시오.

어떤 결과를 보고 그 종자를 심은 사람은

현명한 일을 한 것입니다.

 

24. 아무리 고귀한 사람이어도 죄를 범하면

그 덕은 어둠에 가려지고

비록 미천하나 덕이 높으면

그 사람의 품격은

어둠에서도 빛을 발합니다.

 

25. 수승한 사람이 법에 맞게 행동하면

그의 청정함은 더욱 빛나는 법.

신분이 낮은 사람이 죄를 지으면

그의 어두움은 극에 달하리니.

 

26. 그러므로 네 가지의 도리를 알아서

그와 같이 노력해야 하리.

 

27. 사람이 남을 위해서 선행을 하지 않으면

선행의 과보 또한 없습니다.

결과는 언제나 지은 자를 따르니

행하지 않는 과보는 돌아오지 않습니다.

 

28. 행하지 않은 것은 결코 과보를 짓지 않고

행하지 않는 것이 후세에 복이 되지 않으며

유정은 인과응보의 철칙에서 벗어날 수 없으니

언제나 선행의 길로 나아가십시오.

 

29. 큰 죄를 지은 사람은

세간에서 그 몸에 기쁨이 없고

자신만의 이익을 위해 죄를 지은 사람은

저 세상에서 자기만이 그 과보를 받습니다.

 

30. 사방에서 큰산이 밀려와서

세계를 짓누를 때

바른 법 말고 그 무엇을 따르리.

 

31. 늙음과 쇠퇴와 질병과 죽음,

이들 넷을 피할 수는 없습니다.

모든 유정은 이들 네 산에 둘러싸여

끝없이 윤회합니다.

 

32. 마침내 큰산이 밀려들 때

힘없이 괴로워하며 의지할 곳 없이

싸울 수도 없고 지키지도 못합니다.

오직 법만이

네 가지 괴로움으로부터 벗어나게 할 뿐.

 

33. 이와 같이 무상한 유정의 세계에서 사람은

번갯불 같이 움직이는 대상에 끌리며

죽음의 손끝에서 머물고 있습니다.

행여 법에 어긋나는 행위로 그 결과를 받지 말지니.

 

34. 대자재천과 같은 저 왕들은

싸움터에서 신과도 싸웠으나

때가 되면 그들에게도 죽음의 고뇌만 따릅니다.

 

35. 모든 것을 지탱하는 대지도 멸합니다.

겁화는 저 수메르 산을 태우고

큰 바다도 모두 고갈시켜 버립니다.

아! 하물며 물거품 같은 인간 세상이랴.

 

36. 바람이 거세더라도 드디어는 잔잔해지고

세계를 붙태우는 태양도 때가 되면 기울 것입니다.

타오르는 불도 드디어는 꺼질 것이니,

모든 것은 이와 같이 변하고 맙니다.

 

37. 오랜 세월에 걸쳐

여러 가지 은혜로 지어진 이 몸

교만과 방일로 살다 죽음에 이르면

내버려져서 고목처럼 잠들게 됩니다.

 

38. 세간의 유정이 이와 같음을 알면,

방일하여 잠만 잘 수 없습니다.

윤회의 길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결국은 추락하여 제 자리로 옵니다.

 

39. 무릇 안락에 떨어지지 말고 받지도 말고,

죄를 짓지도 말 것이며

선행을 하지 않는 자는 벗삼지도 말지니

참다운 지혜만이

이 모든 괴로움의 사슬로부터

벗어나게 할 것입니다.

 

40. 만일 지혜가 있으면 다시 태어나지 않고

비록 태어나도 이 몸 받지 않을 것이나

몸을 받는다면 대상으로부터 떠나지 못하니

욕망의 세계는 끝없는 고통의 연속입니다.

 

41. 천계에 사는 자들도 시간의 사슬에 매여 있으니

무색계에 사는 자의 행위도 무상합니다.

그러므로 유전하지 않는 지혜를 가질지니,

유전함이 없으면 고도 없습니다.

 

42. 걷고 머무는 유정의 몸은 괴로움의 뿌리입니다.

그러므로 몸 없는 지혜가 생기면

몸의 빚은 있을 수 없습니다.

 

43. 유정들은 애욕으로 말미암아 태어나서

여러 가지 괴로움을 감내하며 살아갑니다.

그러므로 애욕을 떠나면

괴로움을 떨칠 수 있습니다.

 

44. 무색계의 신이나 색계의 신도,

유전으로 인해서 안온함이 없으니

여섯 가지 욕계의 신들은 말할 것이 없습니다.

 

45. 이와 같이 세계는 무상합니다.

삼계는 항상 불타고 있으니

둥지 틀 나무를 뭇 새가 찾듯이

그렇게 삼계로 들어감은 옳지 않습니다.

 

46. 그러므로 마땅히 수승한 법을 알지니

그 밖의 것은 알 것이 못됩니다.

수승한 법은 곧 지혜이니 다른 것은 아닙니다.

 

47. 이 법은 특별히 존재하지 않습니다.

숲에 사는 자나 집에 사는 자나

오로지 적정을 닦는 사람만이 얻을 것이니.

 

48. 뜨거움을 피하여 물 속에 들어가고

어둠을 물리치려 등불을 켜듯

지혜의 불을 밝히면 헤아릴 수 없는

온갖 괴로움으로부터 벗어납니다.

 

49. 어떤 자는 숲 속에 살아도 적정을 얻지 못하고

애욕을 버리지 못하여 악취로 떨어집니다.

어떤 자는 집에 살아도 청정함을 잃지 않고

방일하지 않아서 지극한 곳에 이릅니다.

 

50. 어두운 바다 속엔 사악한 파도가 있고

갈애의 흐름 속에는

끝없이 헤매는 유정이 있습니다.

지혜의 배(正見)를 타고 올바른 자각(正念)과

정진의 키(正精進)를 잡은 사람은 바다를 건넙니다."

 

51. 이와 같이 프라세나지트 왕은

일체지자에게서 가르침을 받고

국왕의 영화도 물거품 같은 것임을 여실히 보아

취했다가 깨어난 코끼리 같이 바른 정신으로 돌아갔다.

 

52. 왕이 붓다에게 예배한 것을 안 이교도들은

그 자리에서 열 가지 신통을 시험하니

땅의 수호자인 왕의 청으로

자기를 극복한 성자(붓다)는 이에 응했다.

 

53. 이에 붓다는 둥글고 밝고 둥근 빛을 보이니

마치 여러 별을 누르며 빛나는 태양과 같이

여러 외도들을 항복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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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어머니를 위해 법을 설하다.

 

54. 이로 인해서 드높아진 붓다는

뭇 사람의 존경을 한 몸에 받았다.

다시 삼계를 뛰어넘어 위로 올라가니

이는 어머니에게 법을 설하기 위해서였다.

 

55. 그리하여 붓다는 도리천에 사는 어머니를

지혜로써 교화하고 우기가 지나서

천왕의 공양을 받은 뒤에

천계로부터 삼카샤(光明界)로 내려왔다.

 

56. 붓다가 다시 지상으로 내려오며

적정을 얻은 제천들이 권속과 같이 따르니

지상의 왕들은 허공을 우러러보며,

머리를 숙이고 합장하여 맞았다.

 

제22장 유행교화와 데바닷타의 반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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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유행교화

나. 데바닷타의 반역

다. 술 취한 코끼리를 교화하다

 

 

 

가. 유행교화

1. 붓다는 천계에서

어머니와 천신들과 모든 천계의 사람들을 교화하고

다시 세간으로 돌아와

두루 돌면서 법을 설했다.

 

3. 아바야 왕자, 슈리구프타카, 우파리와 니야구로다 등

치우친 견해를 가진 자들을 교화하여

종전의 견해로부터 물러나게 했다.

 

6. 또한 지바카의 암라 숲에서

왕후의 권속들에게 둘러싸인

아사세 왕을 바른 법의 세계로 인도했다.

 

13. 신통력을 갖춘 붓다는

사우다사와 같이 수흐마의 백성을 잡아먹는

바라문 앙굴리말라를 교화했다.

 

15. 비데하 국의 도성에서는 최고의 논자이며

최고의 장수를 누리는 브라흐마유스를

최고의 논설로써 항복시켰다.

 

29. 이리하여 아낌없이 보시하는 바라문들,

선공덕을 행하는 자들, 청정한 가문의 자제들,

코살라의 왕들이 붓다를 믿고 받들게 되었다.

 

35. 이와 같이 타오르는 불처럼 흉폭한 자에게

저 어진 성자는

알맞은 가르침을 베풀어 교화했다.

 

36. 이렇듯 땅 위와 공중을 나는

모든 생명을 교화하니

붓다의 명성은 바닷물과 같이 더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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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데바닷타의 반역

 

37. 이에 데바닷타는 질투심을 일으켜

갖가지 방편으로 악행을 서슴지 않으며

오로지 붓다의 선정을 잃게 하기 위함이었다.

 

38. 먼저 승단에 불화를 일으켜

분열 시키려고 했으나 뜻대로 되지 않자

붓다를 살해하기로 마음먹었다.

 

39. 그리하여 그리드라쿠타(영축) 산 위에서

붓다를 향해 바위를 무너뜨렸으나

두 쪽으로 갈라져 붓다를 비켜갔다.

 

40. 다시 그가 붓다를 향해

힘센 코끼리를 풀어놓으니

미친 듯 울부짓으며 내달리는 모습이

마치 달 없는 하늘을 달리는 듯 하였다.

 

41. 코끼리의 몸에 부딪쳐

갈갈이 찢긴 시체는

라쟈그리하의 길을 가득 메웠다.

 

42. 다리통을 물어뜯고

날카로운 이빨로 내장을 끌어내고

피가 흐르는 머리, 귀, 혀를 돌과 같이 내던졌다.

 

43. 걷잡을 수 없이 난폭한 코끼리는

마치 세 가지 독을 가진 술을 마신 듯

모든 사람을 전율케 했다.

 

44. 미친 코끼리의 포효는

삽시간에 성안의 곳곳으로 퍼져 나갔다.

 

45. 어떤 이는 불안에 떨며 도망을 가고

어떤 이는 보이지 않는 곳에 숨고

어떤 이는 두려움을 견디지 못해

남의 집으로 들어갔다.

 

46. 어떤 이는 자기의 목숨은 돌보지 않고

붓다의 안전을 위해 애태웠다.

 

47. 코끼리를 막으라고 소리치며

몰이꾼에게 합장하며

애원하기도 하고, 윽박지르기도 하고,

꾀기도 했다.

 

48. 창 밖을 내다보던 여인들은

두려움에 떨면서 통곡하고 울었다.

어떤 여인은 두려움을 견디지 못해

황금 팔찌를 낀 팔로 눈을 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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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술 취한 코끼리를 교화하다.

 

49. 이렇듯 미친 코끼리가 사람을 죽이며 날뛰는데

'잘 가신 분(여래) '은

태연히 코끼리를 향해 걸어갔다.

 

50. 자비심 가득한 유정에 대한 연민이

발걸음을 코끼리에게로 향하게 하니

제천도 공경하며 뒤를 따랐다.

 

51. 그 때 무리의 모든 비구들

코끼리를 피해 달아났으나

오직 아난다만이 붓다를 따랐다.

 

52. 마침내 미쳐 날뛰던 코끼리

붓다를 보자 곧바로 정신이 들어

검푸른 뫼가 벼락에 부서지 듯

몸을 낮추고 머리를 숙였다.

 

53. 달빛이 구름을 비춘 듯

지극히 아름다운 연꽃 같은 붓다는

부드러운 손으로

코끼리의 머리를 어루만졌다.

 

54. 이에 코끼리가 붓다의 발아래 꿇어앉으니

먹구름 사이로 태양이 비치는 것 같았다.

이어서 코끼리를 향해 이렇게 설했다.

 

55. "코끼리여, 죄 없는 자를 죽이지 말라.

죄 없는 자를 죽이면 고통을 받는다.

코끼리여, 죄 없는 자를 단 한번이라도 해치면

백 번을 나서 한 번이라도 좋은 곳에 가지 못한다.

 

56. 코끼리여, 탐욕과 증오와 어리석음,

이 세 가지는 독의 술이다.

성자들은 이 세 가지 술을 끊어

병고가 없는 안온함을 얻었다.

 

57. 그러므로 망집을 끊으려는 자는

삼독의 술을 끊고 본래의 성품을 찾아야 한다.

생사 윤회의 바다에 집착하여

다시 이런 늪에 빠지지 말라."

 

58. 이러한 가르침을 듣고

삼독의 술에서 깨어나니

감로의 약을 마시고 병을 떠난 듯

마음속에 영약을 얻었다.

 

59. 붓다의 발아래 엎드려

완전히 술에서 깨어난 코끼리를 보고

사람들은 좋은 옷을 베풀며 환호했다.

 

60. 어떤 자는 머리를 땅에 대고 붓다에게 예배하고

어떤 자는 그의 오른쪽으로 돌았다.

어떤 자는 코끼리까지도 찬탄하며 감격했다.

 

61. 높은 누대에 있던 여인들은

코끼리에게 고귀한 옷을 입혀 축복하고

어떤 이는 아름다운 화환으로 장식했다.

 

62. 삼독에 취한 미친 코끼리를 교화하니

믿음이 없던 사람도

청정함으로 굳은 믿음을 내었다.

 

63. 아자타사트루(아사세) 왕도

코끼리를 조복시키는 모습을 보고

경탄하여 환희심을 발하고

붓다에 대한 최고의 믿음을 가지게 되었다.

 

64. 번뇌와 고통의 세계가 지나가고

원만한 시대가 다시 돌아오면

바른 법이 빛을 발하듯이

신통한 일을 이룩한 최상의 성자는

최승의 명성을 더욱 크게 떨쳤다.

 

65. 끝내 데바닷타는

수많은 더러운 죄업으로 말미암아

지옥에 떨어지고 말았다.

 

제 23장 암라팔리의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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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지혜의 배로 강을 건너시다.

나. 암라팔리의 숲

다. 여자는 뱀보다 무섭다

라. 고뇌 많은 여자 몸을 벗어라

 

 

 

가. 지혜의 배로 강을 건너시다.

 

1. 세간에 널리 은혜를 베푼 붓다는

법으로써 지상을 두루 덮은 뒤에

열반에 들려고 생각했다.

 

2. 때가 오니 붓다는

왕사성에서 파탈리 마을로 나아갔다.

 

3. 그 때 마가다 국왕은

대신 바르샤카라에게

그 곳에 성을 쌓도록 명했다.

 

4. 이를 본 붓다는

천신의 보호를 받는 이곳의

영원한 번성을 예언했다.

 

5. 이에 바르샤카라는 최상의 공양으로

붓다와 그의 제자들을 섬겼다.

다시 붓다는 제자들과 함께 갠지스 강을 향했다.

 

6. 갠지스 강 기슭에 도착하니

배를 탄 사람들이 애써 강을 건너고 있었다.

그것을 본 붓다는 이렇게 생각했다.

 

7. '사람들은 애써 강을 건너나

나는 신통력으로 배 없이 건너리라.'

 

8. 그리하여 그는 제자들과 함께

여러 천신들에게도 보이지 않게 몸을 감추고

바람의 힘을 타고 순식간에 저 언덕으로 건넜다.

 

9. 괴로움의 바다를 건너 저 언덕에 이르려면

지혜의 배로 건너야 하듯

붓다는 배를 의지하지 않고서

지혜의 배로 갠지스 강을 건넜다.

 

10. 그 모습을 바르샤카라는

'고타마 문'이라 이름하여

존경을 드러내었다.

 

11. 스승이 이 언덕에서 갠지스 강 저 언덕으로 갔으므로

그 기슭은 순례지로 명성을 얻은 바

그의 족성에 따라서 고타마 나루라고 불리었다.

 

12. 붓다가 순식간에 건너니

건너고자 하는 사람이나 건너가 있는 사람이나

건너는 사람들 모두

놀란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13. 이렇게 하여 붓다는 갠지스 강변에서

쿠티 마을로 나아가 법을 설한 다음

나디카 마을로 들어갔다.

 

14. 마침 그 때에 그 곳에는 죽은 사람이 있었기에

어디로 가서 다시 태어나는가를

그 곳 사람들에게 가르쳐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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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암라팔리의 숲

 

15. 그곳에서 하룻밤을 지내고

바이샬리로 가서

암라팔리의 땅인 길상원으로 향했다.

 

16. 여성 가운데 으뜸인 암라팔리는

붓다께서 그 곳에 오신 것을 알고

잘 손질한 마차를 타고 기쁜 마음으로 찾아왔다.

 

17. 그녀는 가벼운 흰옷을 입고

장식도 없애고 향유도 바르지 않아

제사를 올리는 양가의 여인과 같았다.

 

18. 그녀는 용모와 자태를 뽐내며

리짜비 족을 이끌고 있었는데

재보와 덕을 혼자서 차지하고 있었다.

 

19. 그러나 숲의 여신과 같은 이 여인도

말이 끄는 수레에서 내려

숲으로 들어갔다.

 

20. 뭇 여인들의 시샘을 받는 그녀가 오는 것을 보고

잘 가신 분(善逝,붓다)은 비구들을 향해

큰 소리로 말씀했다.

 

21. "힘없는 사람 위에 군림하는 암라팔리가 온다.

올바른 생각과 감로의 지혜로써

너희들은 현혹되지 말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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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여자는 뱀보다 무섭다

 

22. 뱀과 칼을 든 적이 두렵다 하나

수행자에겐 여자가 더 두려운 존재다.

 

23. 앉아 있거나 누워 있거나

걷고 있거나 서 있거나

여자는 사람의 마음을 빼앗는다.

 

24. 여자들은 슬픔에 잠겨 있거나

울고 있거나 머리를 풀고서도

사람의 마음을 빼앗는다.

하물며 재능 있고 단정한

숙녀라면 말할 나위 없으리.

 

25. 어리석은 사람들은

겉모습에 현혹되어

여인에게 마음을 빼앗긴다.

 

26. 여자는 덧없으며

부정한 존재라 생각하여

그 실체를 여실히 알면

능히 현혹되지 않으리라.

 

27. 이러한 경지에 이른 사람은

소와 같은 믿음으로

하늘의 여인에게도 유혹되지 않는다.

하물며 인간계의 여자에게 있어서랴.

 

28. 마땅히 정진의 활과

지혜의 화살,

바른 생각의 갑옷으로 무장하여

향락의 대상을 극복하라.

 

29. 은근히 남자를 호리는 여자의 눈은 무섭다.

달궈진 쇠창으로 눈을 찌르는 것보다도

색정어린 눈을 가진 여자가 더욱 무섭다.

 

30. 집착하는 마음을 가지고 죽게 되면

지옥, 축생, 아귀의 세계에 떨어질 것이다.

 

31. 애착의 무서움이 이러한 줄 알고

물질에 이끌려 행동하지 말고

대상의 덧없음을 바르게 관찰하여라.

 

32. 감각 기관에 대상이 매이게 하지 말라.

대상을 감각 기관에 매이게 하지도 말라.

대상에 집착하는 사람은 대상에 매이게 된다.

 

33. 두 마리 밭가는 소가

한 멍에에 결박된 것과 같이

대상과 감각 기관은 쉬 한 몸을 이룬다.

 

34. 눈으로 형상을 쫓아

마음으로 분별하여 그것에 집착하면

애착을 갖게 된다.

 

35. 감각 기관이 대상을 바르게

분별하지 않으면 그것에 매이게 된다.

그 때에는 대상에 따르는 움직임이 불행을 부른다.

 

36. 그러므로 올바른 생각을 버리지 않고

지극히 단정히 하여 방일하지 않으며

대상을 잘 관찰하고

한결 같은 마음으로 명상을 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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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고뇌 많은 여자 몸을 벗어라

 

37. 궁극에 이르지 못한 비구들에게

이와 같이 설하니,

암라팔리는 합장하며 가까이 갔다.

 

38. 그녀는 마음이 고요한 성자가

나무 밑에 앉아 있는 것을 보고

자기의 공양을 받으시면 큰

은혜가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39. 그리하여 지극히 공경하는 눈으로

짜파카(상록수)의 꽃과 같은 모습으로

붓다를 향해 머리 숙여 예배했다.

 

40. 이에 전지자는 그녀를 앉게 하고

근기에 맞추어 법을 설했다.

 

41. "그대의 마음은 이미 청정하여

덕성이 내비친다.

그대와 같이 젊은 여인이

진리의 가르침을 받아들임은

매우 기특한 일이다.

 

42. 불행하여 마음이 괴로운 사람이나,

병든 사람이나 지혜로운 사람이

법을 받아 지님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43. 그러나 세간의 경계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지혜가 얕은 여인이

진리의 가르침을 받들게 되는 것은 기특한 일이다.

 

44. 그대가 진리의 가르침에 마음을 두니

그것이야말로 그대의 보배다.

무상한 세상에서는 법(法)만이 보배일 따름이다.

 

45. 질병이 건강을 해치고

늙음이 젊음을 무너뜨리며

죽음으로 목숨을 빼앗기지만,

진리는 이런 것들로부터 벗어나 있다.

 

46. 집착을 가지면 기쁨으로부터 떠나고

기쁨이 없는 것에 매에게 된다.

그러므로 진리의 가르침이 최상의 가쁨이다.

 

47. 남의 힘에 의지하면 큰 괴로움이 있고

자기의 힘에 의지하면 최고의 안온이 있다.

마누 족으로 태어나도 여자는 남의 힘에 의지한다.

 

48. 남에게 의지하고

자식을 가지기 때문에 여자는 고뇌가 많다.

그러므로 올바른 생각으로

여자의 몸을 벗어야 한다."

 

49. 이와 같은 붓다의 가르침을

본성이 지혜로운 그녀는

확실하게 받아지니고 기뻐했다.

 

50. 여래의 설법으로 애욕을 버리고

여자의 몸임을 부끄럽게 생각하여

스스로 부정함을 알아 대상을 멀리했다.

 

51. 그리하여 부드러운 몸을 가진 그녀는

꽃 피어 드리워진 쮸타 나무의 가지 같이

몸을 굽혀 붓다에게 경례하고 우러러보며

청정한 믿음으로 법을 알고 일어섰다.

 

52. 스스로를 부끄럽게 여긴 그녀는

진리의 가르침을 간절히 청하여

연꽃 같은 손을 모아 애원했다.

 

53. "세존이시여, 목적을 달성하신 분이시여,

세간에서 고를 없애신 분이시여,

내일 아침에 다시 저에게 설법하시어

비구들과 같이 공양을 받아 주소서."

 

54. 이와 같이 공경하는 그녀를 보고

또한 모든 중생의 이익을 위해

'좋다'고 그녀에게 승낙의 몸짓을 보이셨다.

 

55. 최고의 가르침을 받은 그녀는

법의 그릇이 된 것을 기뻐하면서

최승의 법을 얻게 하신

붓다를 향해 경례하고 찬탄했다.

 

제 24장 열반을 예언하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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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리쨔비 족의 교화

나. 계율을 지녀라.

다. 아만을 버려라

라. 탐욕의 불길을 끄라

마. 노여움을 버려라

바. 중생의 아픔을 치료하는 의사

사. 열반을 예언하심

 

 

 

가. 리쨔비 족의 교화

 

1. 암라팔리가 붓다에게 예배하고 돌아간 다음

라쨔비 족의 사람들은 이 소식을 듣고

붓다가 머무는 숲으로 모여들었다.

 

2. 어떤 이는 흰말이 끄는 수레를 타고

흰 우산과 흰 꽃으로 장식한 흰옷을 입고

어떤 자는 적색, 황색으로 차려 입으니

모두가 제 각각이었다.

 

3. 어떤 이는 유리색, 녹색으로 입었고,

어떤 이는 공작의 날개 꼬리와 같은 모습을 하였다.

이와 같이 나름대로 장식한 옷을 입고

수많은 사람들이 숲을 가득 메웠다.

 

4. 넓고 풍만한 상반신에

황금의 목걸이와 팔찌를 한 그들은

길상의 장신구를 갖춘 시바 신과 같아

마치 천상의 사람처럼 빛났다.

 

5. 하늘 높이 떠 있는 구름 아래서

번개가 번쩍이듯 갖가지로 빛나면서

수레에서 내리려 머뭇거리니

사람들로 붐비는 숲은 더욱 빛났다.

 

6. 그들은 머리 장식을 앞으로 기울여

존엄하신 성자에게 예배하고

평소의 교만을 버리듯

가르침을 받고자 기뻐하였다.

 

7. 구름을 벗어난 태양 곁에서

인드라 신의 활이 빛나듯이

붓다를 에워싼 그들은

큰 원을 이루며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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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계율을 지녀라

 

8. 이윽고 위엄으로 빛나는

라쨔비 족의 사자 싱하와

그들 무리를 향해

인간의 사자 붓다는 가르침을 설했다.

 

9. "그대들은 이미 위엄과 덕망을 갖추었으나

이 가르침을 받음으로써

밝음이 더하여 더욱 빛나는구나.

 

10. 몸을 꾸미는 옷이나 장신구, 영락 따위가

아무리 빛난다 해도

계를 지닌 덕에는 미치지 못한다.

 

11. 이 나라의 주인인 그대들 리쨔비 사람들은

법을 알고 계율을 받드는 브리찌 사람들과 함께

행운이 주어질 나의 벗이다.

 

12. 성자를 만나기 어려운 때에

가르침을 소중히 여기는 그대들이 지키고 있으니,

이 나라는 날로 번창할 것이다.

 

13. 명예롭고 행복한 사람들이

법을 아는 자들에 의해서 지켜지고 있으니

실로 이 나라는 가르침에 의해서도 지켜지리라.

 

14. 강을 건너고자 바라는 사람들은

우왕(牛王)과 같은 제왕에게 수호되는

그런 나라로 사람들은 가게 마련이다.

 

15. 현세나 내세를 생각하고

스스로의 이익을 구하려면

마땅히 계율을 지킬지니라.

 

16. 만족과 존경과 이익과 명성,

신뢰와 기쁨, 내세의 행복

이 모든 것이 지계의 과보이니.

 

17. 모든 움직이는 것과 움직이지 않는 것들의

의지처가 대지인 것처럼

모든 공덕의 의지처는 계율이니라.

 

18. 계율을 버리고 안온을 얻으려는 사람은

날개 없이 날려 하고

배 없이 강을 건너려는 것과 같다.

 

19. 높은 학식과 빼어난 외모와 많은 부를 쌓은

사람들이 계율을 버리는 것은

꽃과 과실에 가시가 덮힌 것과 같다.

 

20. 여러 가지 옷과 화려한 장신구로 단장하고

궁전에 살면서도

계율을 받아 지니는 자가 있다면

그야말로 성자와 같다.

 

21. 물들인 옷이나 나무 껍질을 걸치고

상투만 남기고 삭발한 고행자도

계율을 버리면 그것이야말로 가식임을 알라.

 

22. 하루에 세 번씩 성수로 목욕하고

하루에 두 번씩 불을 피우고

죽음에 이를 고행을 한다 해도

계율을 지키지 않으면 청정함이 아니다.

 

23. 식육귀에게 몸을 먹히고

절벽이나 불, 또는 물 속에 몸을 던져도

계율을 지니지 않으며 청정함이 아니다.

 

24. 과실이나 나무 뿌리를 먹고

사슴과 같이 풀을 먹으며

바람과 안개를 마신다 해도

계율을 버리면 청정함이 아니다.

 

25. 계율을 지니지 않은 사람은 짐승과 같다.

깨어진 그릇을 물에 담지 못하듯

그는 법을 담을 그릇이 못된다.

 

26. 공포와 악평과 불신과 불만족을

바로 눈앞에서 얻으리니.

내세에 있어서도 불행을 맛보리라.

 

27. 그러므로 계율을 파하지 말라.

계율은 광야의 안내자와 같아서

스스로는 도달하기 어려운

제천의 세계로 인도하는 배와 같다.

 

28. 파계의 허물은 마음을 상하게 하고

일체의 공덕을 헛되게 하리니.

마땅히 계율로써 번뇌와 맞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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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아만을 버려라

 

29. 또한 참다운 위엄을 바라는 사람은

먼저 아만을 버려야 한다.

타오르는 불길을 덮는 연기와 같이

아만은 모든 공덕을 덮는다.

 

30. 태양과 같은 별들은

구름의 그물에 가려지듯

아만은 공덕을 가려

비록 있더라도 빛나지 않는다.

 

31. 오만함은 부끄러움을 모르게 하고

슬픔과 근심은 굳건함을 앗아가며

늙음은 환희의 몸을 허물어뜨린다.

이와 같이 아만은 모든 공덕의 근본을 부수어 버린다.

 

32. 아만으로 뭉쳐져 투쟁을 일삼은 아수라는

자재천에 의해서 파괴되느니,

트리푸라의 마을도 그 때문에 파괴되었다.

 

33. 모든 것은 덧없어 무상할 뿐인데,

'나는 최고'라고, '나는 잘났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결코 현명한 자가 아님을 알아라.

 

34. 몸은 견고하지 않은데

어찌 그것을 '나'라고 여겨

아만을 부릴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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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탐욕의 불길을 끄라

 

35. 탐욕은 숨어 있는 강한 적이다.

벗이 아닌 자가 악을 권하듯이

탐욕은 거짓된 벗처럼 사람을 정복한다.

 

36. 탐욕과 불은

태워 사른다는 점에서 본성은 같다.

탐욕의 불길이 타오르면 윤회의 밤은 길어진다.

 

37. 불은 물로써 끌 수 있으나,

탐욕의 불은 물로는 꺼지지 않는다.

탐욕의 불길은 타오를수록 힘을 더한다.

 

38. 불이 숲을 태워도

때가 되면 다시 무성해지지만

탐욕의 불길이 덮친 마음에는

다시 법이 생기지 않는다.

 

39. 탐욕으로부터 쾌락을 구하는 마음이 생겨나고

쾌락을 쫓다 악을 행하게 되며

악행에 의해서 지옥으로 가느니,

탐욕에 견줄 만한 적은 없다.

 

40. 탐욕으로부터 애착이 생겨나고

애착은 욕망을 부르며

욕망으로부터 고통이 따르나니

탐욕에 견줄 대상은 어디에도 없다.

 

41. 이렇듯 탐욕은 큰 병이건만

어리석은 사람은 이를 알지 못하니

탐욕만 더해 갈 뿐이다."

 

42. 사물을 바라봄에 있어

무상과 부정과 고뇌와 무아를 바로 보면

집착하는 일은 없게 되리니

그릇된 지혜는 집착을 부른다.

 

43. 그러므로 어떤 것을 탐착하면

그로부터 그릇됨이 시작된다.

사물을 있는 그대로 관찰하면

그가 바로 진실을 보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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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 노여움을 버려라

 

44. 사물의 장점만을 바라보면

그에 대한 집착이 생긴다.

그와 달리 단점만을 생각하면

또한 노여움이 생긴다.

 

45. 그러므로 노여움을 버리려면

미워하는 마음을 갖지 말아야 한다.

불로부터 연기가 나오듯이

노여움으로부터 미워함이 생긴다.

 

46. 노여움은 몸의 경우에는 늙음과 같고

눈의 경우에는 어두움과 같다.

진리를 알려는 자에게 해가 되고,

진리를 구하는 자에게 적이 된다.

 

47. 분노는 마음의 어두움이 극에 달한 것.

우정의 적이요, 존경을 막느니,

반드시 제압하여 없애야 한다.

 

48. 분노를 일으키지 말라.

일어났으면 버려야 하느니.

분노의 본성은 뱀과 같아서

따를 바가 못된다.

 

49. 달리는 수레를 잡아서 제어하듯이

분노를 굳게 다잡을지니

이런 사람을 나는 제어자라고 말한다.

그 외의 사람은 고삐만 잡은 사람이다.

 

50. 노여움에 스스로를 맡겨

윤회에서 벗어나기를 바라지 않으면,

마침내 노여움의 불길은 모든 것을 태운다.

 

51. 노여움은 스스로의 마음을 불태우고

이어서 다른 모든 것을 태운다.

 

52. 육신을 지닌 사람들은

병마에 시달리며 괴로워한다.

노여움도 이와 같으니

노여워할수록 괴로움만 더할 뿐이다.

 

53. 그러므로 세상살이가 고통임을 알고

일체의 유정에게 노여움을 억제하고

자애와 자비로써 대할지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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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 중생의 아픔을 치료하는 의사

 

54. 이와 같이 붓다는

그들의 성한 번뇌를 관찰하고

연민히 여기어 법을 설했다.

 

55. 이는 마치 종은 의사가

병에 따라 약을 쓰는 것과 같았다.

 

56. 무상한 삶에 집착하여

괴로워하고 있는 유정들에게

진실한 지혜의 약을 베푼 것이다.

 

57. 붓다의 가르침을 받은

리쨔비 족의 사람들은

크게 기뻐하며 머리 숙여 경례했다.

 

58. 이어서 그들은

브리하스파티에게 신들이 하였듯이

붓다를 오시도록 간청했다.

 

59. 이에 붓다는

'그대들 때문에 이미 한 약속을 버릴 수 없다'하며

먼저 암라팔리 집으로 갈 뜻을 밝혔다.

 

60. 그들은 애석해 하였으나

붓다의 평등한 마음을 알고

더욱 공경하며 기쁜 마음을 일으켰다.

 

61. 성자의 주문으로 뱀의 독을 없애듯이

그들은 일체 지자에게 가르침을 받고

고요한 마음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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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 열반을 예언하심

 

62. 다음날 아침, 암라팔리에게서

지극한 공양을 받은 붓다는

베누림(竹林)의 마을로 가서

여름 안거를 보냈다.

 

63. 여름 안거를 끝내고 바아샬리로 나아가

원숭이의 연못가에 이르러 그곳에 머물렀다.

 

64. 붓다가 연못가 숲에 앉아

큰 빛을 발하니

악마가 나타나 이렇게 말했다.

 

65. "성자여, 옛적에 나이란쟈나 강 기슭에서

나는 그대에게 말했다.

'그대는 이미 할 일을 마쳤으니 열반에 들라'고

이에 대해서 그대는 이렇게 대답했다.

 

66. "고통받는 자에게서 고통이 없어지고,

모든 사람이 번뇌를 버리지 않는 한

나는 열반에 들지 않겠노라'고.

 

67. 이에 많은 사람이 이미 해탈하였고

또한 해탈하고자 바라고 있으며

장차 그들은 반드시 해탈을 이룰 것이다.

그러므로 그대는 열반에 드는 것이 좋겠다."

 

68. 이 말을 듣고 붓다는 이렇게 말했다.

"석달이 지나면 열반에 들것이니

불안한 마음을 없애라."

 

69. 붓다로부터 열반의 기약을 들은 악마는

만족하여 기뻐하며

모습을 감췄다.

 

70. 다시 붓다는 고요히 앉아

요가의 힘으로 삼매에 드니

속세의 수명을 버리고

신통력에 의지하여 목숨을 이었다.

 

71. 그 순간,

술 취한 여인같이 대지가 흔들리고

불타는 수미산에서 굴러 떨어지는 바위처럼

시방 세계로부터 수많은 등불이 떨어졌다.

 

72. 인드라의 불멸의 금강저는

번개와 더불어 진동하고

겁화가 세계를 불태우듯이

시방의 일체가 불에 탔다.

 

73. 나무들은 밑동이 꺾이고

산봉우리는 힘없이 무너지고

세찬 바람은 굴을 매우니

구슬픈 소리만이 허공을 가득 채웠다.

 

74. 이와 같이 인간계와 천계와 허공계가

두루 진동하여 움직일 때,

삼매에서 벗어난 위대한 성자는

이와 같이 말했다.

 

75. "이미 목숨을 버린 육신은

축이 무너진 수레와 같다.

삼매의 힘으로 이제 존재의 속박으로부터 벗어나리니

새가 알을 깨고 나오듯이."

 

제25장 이미 모든 것을 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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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아난다의 슬픔

나. 이미 모든 것을 설했다

다. 나의 입멸을 슬퍼말라

라. 리쨔비 족의 슬픔

 

 

 

가. 아난다의 슬픔

 

1. 아난다는

크게 흔들리는 땅의 움직임에 놀라

영문도 모른 채 황급히 붓다를 향해 달려갔다.

 

2. 아난다가 일체지자에게

그 까닭을 여쭈니

봇다는 그에게 황소 같은 목소리로 말씀했다.

 

3. "땅이 진동한 이유인 즉

내가 수명을 버리는데 석달을 헤아렸기 때문이다.

이제부터 그 동안만 살 것이다."

 

4. 이와 같은 말을 들은 아난다는

눈물을 흘리며 오열하니

코끼리가 전단나무를 비틀 때 즙이 흐르는 것과 같았다.

 

5. 그는 친족이자 스승이었기에

존경과 애정은

슬픔과 통곡으로 이어졌다.

 

6. "세존께서 이제 열반에 드신다고 하니

저의 몸은 공중에서 떨어지는 듯합니다.

저는 갈 길을 잃었으며

들은 가르침은 어둡기만 합니다.

 

7. 눈 속에 묻힌 것같이

누더기 옷을 입고

불 속에 싸인 것같이

아, 사람들의 탄식 속에 싸여서

어찌 그리 급히 열반에 드시나이까?

 

8. 번뇌의 황야에서 헤매는 사람들에게

길을 알려 주는 안내자이신 붓다께서

이제 급히 열반에 드시려 합니다.

 

9. 목마른 나그네 같은 우리들에게

차고 맑은 물을 줄 연못이

너무도 빨리 말라 없어지나이다.

 

10. 고요한 마음으로 세상을 보시고

과거와 미래와 현재를 관찰하신

지혜의 눈을 어찌 급히 닫으시나이까?

 

11. 해갈을 기다리는 농작물 위로

급히 비를 뿌리고 사라지는 구름처럼

살아 계시던 그분이 홀연히 사라집니다.

 

12. 눈멀어

길 잃은 중생들을 밝게 비추던

등불이 급속히 꺼지나이다."

 

13. 이와 같은 괴로움에 싸여

슬퍼하는 아난다를 보고

고요하신 스승이요, 최승의 지자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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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이미 모든 것을 설했다

 

 

 

15. 유정들이 다투는 숲에서

모든 애착을 버리고 번민에서 떠나라고

나는 이미 오래 전에 설했다.

 

16. 항상 함이 없는 모든 것

또다시 다른 것에 의존하면서 존재할 뿐이니

모든 유정은 영원할 수 없다.

 

17. 지상에 있는 유정들이 상주한다면

그들의 움직임은 변함이 없으리니,

해탈이 어디 있으며, 궁극도 없다.

 

18. 그대 그리고 모든 사람들이여,

그대들이 나에게 무엇을 바라는가.

그대들의 낙담은 나와 헤어지기 때문이다.

 

19. 나는 모든 길을 이미 그대들에게 설했노라.

스승이 제자에게 법을 설하였으니

애석하게도 전하지 안은 것은 없느니라.

 

20. 내가 머물러 있거나 입멸하거나

뜻 있는 것은 오직 이것.

법신(法身)일 뿐이니 모든 여래는 법신이니라.

 

21. 그러므로 내가 멸도에 들어도

고뇌 속에서 방일하지 말고

스스로 등불을 밝게 비추면

법의 등불은 영원히 머물 것이다.

 

22. 그것을 향해서 꾸준히 나아가

스스로 지혜를 밝히는 그것이

자기의 등불임을 알아야 한다.

 

23. 등불이 어두움을 제거하듯이

지혜의 등불은 무지를 없앤다.

현명한 자는 그것이 법의 등불이라고 알지니라.

 

24. 그들은 지극한 복락을 얻기 위해서

네 가지 대상을 명상하느니

몸의 부정함과

감수 작용이 고통임과

마음은 무상하며

법은 무아임이 그것이다.

 

25. 뼈와 피부와 피와 근육과

살과 털에 싸인 부정한 것이

몸임을 여실히 알고

이에 집착하지 말라.

 

26. 인연으로 일어나는 감수 작용이

고통임을 아는 사람에게

즐거움이란 상념은 끝내 사라진다.

 

27. 법이 생겨나 머물고 사라지는 것을

고요한 마음으로 보는 사람에게

상주(常住)라고 하는 그릇된 생각은 없게 된다.

 

28. 몸과 마음의 여러 가지 요소들이

여러 가지 인연으로 비롯됨을 보는 사람에게

나로부터 비롯된 것이라는 집착은 일어나지 않는다.

 

29. 고를 없애기 위해서 걸어가야 할 길은

오직 이 길이니,

네 가지에 대해서

그와 같이 골똘히 생각하라.

 

30. 그리하여 내가 멸도했을 때에

이 네 가지에 머무는 사람들은

위없는 지위에 이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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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나의 입멸을 슬퍼말라

 

31. 이와 같이 아난다에게 설하니

리쨔비 족들은 이 소식을 듣고

급히 달려 왔다.

 

32. 붓다에 대한 사랑과 존경 때문에

괴로움에 잠겨 정신을 잃은 그들은

속히 신통력을 나타내기를 바랐다.

 

33. 그 뜻을 스승에게 아뢰고자

머리 숙여 예배하며 곁에 앉으니

이미 그것을 안 붓다는

다음과 같이 설했다.

 

34. "그대들의 마음을

나는 모두 다 알고 있으니

괴로워하거나 슬퍼하지 말라.

 

35. 누리고 있는 영광과 행복에 머물지 않고

다시 진리의 가르침으로 들어간다면

영광과 진리의 법을 모두 얻으리라.

 

36. 만일 나에게서 가르침을 받고

얻은 바 있다면

나의 입멸을 슬퍼 말고 의연하여라.

 

37. 존재하는 모든 것은 본래 무상하여

변하고 달라져 바뀌는 것이니

불변의 본질도 없고 의지할 곳도 없다.

 

38. 바시스타 선인이나 아트리 선인이나

그 외의 모든 고행자들도 시간의 지배를 받았다.

모든 존재는 반드시 멸한다.

 

39. 만다트리왕이나 인드라와 같은 바수 신들

운 좋은 나바가 선인도 끝내는

유정들과 같이 가련한 신세를 면치 못했다.

 

40. 신족을 가진 야야티 왕,

아름다운 수레를 가진 바기라타 왕

악명 높았던 쿠루와 라마와 아자 등도

 

41. 이들 위대한 왕이나, 성선들

인드라 신과 같은 자들도 멸했다.

이 세상에 사멸하지 않는 것은 없다.

 

42. 태양도 자리를 옮기고

재물의 신도 땅에 떨어지고

인드라와 같은 신들도 사라졌다.

항상 머무는 것은 어떤 것도 없다.

 

43. 또한 과거의 부처들도

유정들을 밝게 비추어 인도하셨으나

기름이 없는 등불 같이 열반에 드셨다.

 

44. 그 외에 위대한 미래의 여래들도

불붙은 섶과 같이

열반에 들어 사라질 것이다.

 

45. 해탈을 바라는 고행자가 숲으로 가듯이

나도 열반에 들지 않을 수 없다.

뜻 없는 육체를 고집할 까닭이 없다.

 

46. 다시 나는 이 곳을 떠나

제도할 이 남은 곳으로 가리니

그대들은 즐거운 이 바리샬리에서

변함없이 정진하라.

 

47. 이 세상은 무상하고 부자유스러워

의지할 곳 아니니

고뇌를 버리고 집착에서 떠나라."

 

48. 이와 같은 말을 끝낸 붓다는

가을 달빛이 은은히 흐르듯이

서서히 북방으로 나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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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리쨔비 족의 슬픔

 

49. 이에 리쨔비 족들은 눈물을 머금고

붓다의 뒤를 따르며

이렇게 탄식했다.

 

50. "아, 이상도 하구나. 황금과 같고

서른두 가지 길상의 모습을 가지신 자비로운 분도

몸이 무너지려 하는구나.

 

51. 생명을 받고도 먹을 것이 없는

어리고 불쌍한 송아지들을

지혜의 젖소이신 붓다는 왜 급히 버리시는가.

 

52. 눈이 있어도 보지 못하는

미혹한 사람의 어두움을 제거하신

지혜의 태양이 급히 떨어지는구나.

 

53. 무지의 물이 흐르는 이 세상을 건널

넓고 큰 가르침의 다리가

너무도 속히 무너지는 구나.

 

54. 지혜의 약을 가진 자비로운 의왕이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이 세상을

이제 확실히 버리고 떠나시는구나.

 

55. 금강같이 굳은 마음을 갖추고

지혜로써 장엄하신 인드라의 깃발이

이제 덧없이 넘어지려 하는구나.

 

56. 중생은 고뇌를 진 채

윤회의 사슬에 매여 있는데

해탈의 문은 닫히고 마는구나."

 

57. 이와 같이 탄식하는

리쨔비 족들에게

붓다는 거듭 결심을 밝혔다.

 

58. 변함없는 붓다의 결심을 안 그들은

가르침을 되새기며 되돌아가려 했으나

괴로움만 더할 뿐이었다.

 

59. 황금의 산과 같이 순결한 그들은

바람에 흔들리는 카르니카라 나무와 같이

붓다의 발아래 머리 숙여 예배했다.

 

60. 그러나 그를 향한 마음은 걸음을 묶으니

바람에 출렁이는 물결과 같이

돌아서던 발길을 다시 돌려 세웠다.

 

61. 흔히 공경이 있으면 애정이 없고

애정이 있으면 공경이 없으나

그들의 애정과 공경은 한결 같았다.

 

62.넓은 벌판을 달리는 큰 소를

다른 큰 소들이 바라다보듯이

그들은 몇 번이고 되돌아서서

십력자(十力者)를 바라보았다.

 

63. 마음은 붓다에 두고

몸만을 지닌 빛 없는 사람들은

괴로움을 참지 못하고 걸음을 옮기니

마치 장례를 치르고 돌아서는 것 같았다.

 

64. 적은 반드시 굴복시키고 마는,

오만하고 강하며

희망으로 가득찬 리쨔비 사람들이지만

괴로움을 떨치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제26장 오늘 밤에 열반에 들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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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슬픔에 잠긴 바이샬리

나. 최고의 행복을 가르치신 분

다. 오늘 밤에 열반에 들겠노라

라. 춘다의 공양

마. 내가 열반에 든다고 알려라

 

 

 

가. 슬픔에 잠긴 바이샬리

 

1. 붓다가 열반에 들 곳으로 떠나자

일식에 하늘이 어두워지듯

바이샬리는 빛을 잃었다.

 

2. 남편을 잃은 여인과 같이

자랑도 기쁨도 사라지고

모든 것은 슬픔에 젖어 빛을 잃었다.

 

3. 그 모습은 마치 학식 없는 아름다움 같고

덕 없는 지혜와 같아서

행동이 따르지 않는

어눌하고 공허한 말과 다름없으니

 

4. 행동이 졸렬한 용기와 같고

청정함이 없는 자애와 같고

천박한 재보와 같고

법에 어긋나는 행위와 같았다.

 

5. 가을비를 맞은 듯

사라 나무(사라쌍수)도 시들어버리니

우수에 잠긴 듯 생기를 잃었다.

 

6. 사람들은 먹지도 않고

괴로워하며 울고만 있는데

그 가운데서도 어떤 사람은 붓다를 찬양했다.

 

7. 이렇듯 바라나시의 모든 사람들이

생각을 잃고 일손을 놓으니

비탄에 잠겨 우는 것만이 유일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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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최고의 행복을 가르치신 분

 

8. 이에 대신 싱하는

고뇌를 억누르며

단호히 말했다.

 

9. "그릇된 길의 외도들을 항복시키고

올바른 가르침을 설하신 붓다는

그 길을 스스로 열어 보이시고

다시 오지 않을 길을 떠나셨다.

 

10. 그와 같이 덧없는 세간을 버리시니,

스승 없는 중생들은 빛을 잃었으나

스승은 적정의 세계로 떠나셨다.

 

11. 최고의 스승이

궁극의 고요함으로 가 버리시니

그와 함께 광명도 끝이 나고

나의 확고함도 소멸될 것이다.

 

12. 붓다를 잃은 이 땅,

신통력 자랑하던 나후샤 왕이

하늘에서 떨어진 곳 같으니

이 땅에서 과연 무엇을 할 것인가.

 

13. 더위에 지친 사람이 물에 의지하고

추운 사람이 불에 의지하듯이

의혹을 끊기 위해 애쓰는 사람은

누구에 의지해야 좋을 것인가.

 

14. 불을 붙이기 위해 풀무질을 하듯이

사람들의 행복을 위해 풀무질하시던 분

이 세상의 스승이신 성자가

세간에서 떠나시니 법도 멸하리라.

 

15. 악법에 속박된 자들에게 닥쳐오는

늙음과 죽음의 큰 수레바퀴를

어느 누가 와서 스승처럼 부수어 줄 것인가.

 

16. 인더스 강기슭의 마른나무가

봄이 지나면서 물기를 머금듯이

탐애에 집착하여 들뜬 사람은

누구의 말로 만족을 얻을 수 있을까.

 

17. 수미산과 같이 굳건한

일체지자이신 스승 또한 쇠퇴하시니,

이러한 세간에서 누구를 믿을 것인가.

 

18. 괴로움에 싸여 사는 사람이란

처형장으로 가는 사형수 같으니

죽기 위해 태어난 것이나 다름없으리.

 

19. 덧없는 이 세상의 모든 사람들

나무가 예리한 톱에 잘리어 나가듯

쇠멸의 톱날에 잘리고 찢긴다.

 

20. 모든 번뇌를 불태워 버린

최승의 지혜를 가진 유정의 스승

그도 끝내는 입멸하시는구나.

 

21. 모진 생각을 가진 유정이 사는 무지의 물에는

애욕의 풍랑이 끊이질 않는데

생사의 바다를 헤매는 격정의 물고기를

지혜의 큰배로 건네주시는 분.

 

22. 늙음의 가지와 병의 꽃

죽음의 뿌리를

능히 지혜의 칼로 자르시는 분.

 

23. 무명은 불씨요 탐욕은 불길,

대상은 섶과 같은 데

청정한 지혜의 물로써

죄악의 불을 끄시던 분.

 

24. 적정의 길을 가며

어두움을 없애고

최고의 행복을

자애로써 가르치신 분.

 

25. 모든 번뇌의 뿌리를 찾아

적정의 도를 두루 다스리시던 분.

모든 유정을 이롭게 한 일체지자는

비로소 궁극의 열반을 위해 떠나시는구나.

 

26. 부드럽고 아름다우면서도 힘찬 음성

긴 팔을 가지신 대 성자에게도 종말이 있거늘

누구에겐들 종말이 없겠는가.

 

27. 황량한 벌판을 가던 목마른 나그네가

물을 보고 급히 달려가 듯이

현명한 자는 올바른 법으로 달려갈지니.

 

28. 무상함은 귀천을 가리지 않음을 아는

올바른 법에 눈 뜬 이

잠을 자면서도 항상 깨어있어야 하리."

 

29. 인간 중의 사자요,

지혜를 먹는 자인 싱하는

이와 같이 유정들의 죄를 질타하고

생사를 모두 버린 붓다를 찬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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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오늘 밤에열반에 들겠노라

 

30. 생사의 뿌리를 끊고

계율로써 미혹한 마음을 억제하려는 그는

지극히 착한 길에 머물려고 했다.

 

31. 보시로써 아만을 꺾고

법으로써 적정에 이르니

붓다가 열반에 들려는 지금,

이 땅이 텅 빈 것을 알았다.

 

32. 이 때 일체지자는

코끼리의 왕과 같이 벌떡 일어나

바이샬리를 바라보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33. "바이샬리여, 이제 마지막으로 너를 본다.

목숨이 남아 있는 동안에

열반에 들 곳으로 나는 가겠노라."

 

34. 고별의 말을 마친 붓다는

우러러 받들며 정법을 구하려

따르던 무리를 향해 돌아서기를 권했다.

 

35. 내친걸음 보가성에 이르러

일체지자는 비구들을 향해

이렇게 설했다.

 

 

36. "나는 오늘 한밤중에 열반에 들겠노라.

그대들은 마땅히 법에 의지할지니

그것이야말로 최고의 것

다른 모든 것은 헛될 뿐이다.

 

37. 경전 속에도 들어 있지 않고

계율 속에도 나타나지 않은 것은

나의 참 뜻에 어긋나느니

그러한 것들은 결코 받아 지니지 말라.

 

38. 그런 것들은 모두

법이 아니고 율도 아니며 나의 말도 아니다.

뭇 사람의 말이라도 그릇된 것은 버려야 한다.

 

39. 오로지 청정한 가르침을 받아 가질지니

그것은 조금의 뒤바낌도 없는 가르침이다.

그것이 법이요, 계율이며

실로 나의 말이니라.

 

40. 그러므로 마땅히 바르게 헤아려

누구나 닦아 얻어야 하리니

달리 믿을 것은 없다.

 

41. 이러한 나의 간곡함을 알지 못하면

법 아닌 것을 법이라고 알아서

그릇된 지식에 빠지게 된다.

 

42. 그릇된 지식을 받아 지님은

무분별의 망념 때문에

금을 동으로 아는 것과 같다.

 

43. 지혜가 없어 진실을 모르면

가르침의 그림자를 실체로 알아

진실한 가르침을 보지 못한다.

 

44. 연금사가 황금을 얻기 위해

갈고 자르고 달구듯이

계율과 경에 의해서 바른 법을 얻어라.

 

45. 참된 법 바르게 알지 못하면

옳지 않은 것을 옳다고 생각하고

옳은 것을 옳지 않다고 보게 된다.

 

46. 마땅히 내 말의 참 뜻을 헤아려

여실히 알아야 할지니

그릇된 견해는 흉기와 같다.

 

47. 일찍이 온 일 없는 밤길을

달빛으로 찾기 어렵듯이

그릇된 말에 의해서는 참뜻에 이르지 못한다.

 

48. 참뜻을 모르면 법을 잃고

법을 잃으면 혼란에 빠진다.

그러므로 그릇됨이 없는 참뜻에 의지해야만

마음이 미혹에 빠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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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춘다의 공양

 

49. 이와 같이 좋은 말씀 남기고

파파 마을로 나아가니

많은 사람들이 공양을 올리며 우러렀다.

 

50. 그 때 춘다라는 한 사람 있어

그의 공양을 받으니

스스로를 위함이 아니라 춘다를 위함이었다.

 

51. 제자들과 같이 춘다의 공양을 받고

법을 설한 다음

붓다는 다시 쿠시나가라로 나아갔다.

 

52. 드하니카라고 하는 강을

춘다와 같이 건넌 다음

한적한 숲으로 갔다.

 

53. 황금과 같이 빛나는 붓다는

황금의 강(히란냐냐바티 강)에서 목욕을 마치고

슬퍼하는 아난다에게, 이렇게 말했다.

 

54. "아난다여, 야마카샬라의 동산

그 가운데에 자리를 깔아라.

나는 오늘 한밤중에 열반에 들리라."

 

55. 아난다는 붓다의 말을 받들어

눈물을 머금고 자리를 깐 다음

붓다를 기리며 탄식했다.

 

56. 인간 중의 최고자가 이 자리에 드는 까닭은

두 번 다시 깨어나지 않기 위해서요

모든 고뇌를 멸하기 위해서이다.

 

57. 마침내 붓다는

오른쪽으로 누워 팔을 베개 삼고

두 발을 포갠 다음

제자들에게 둘러싸였다.

 

58. 그 순간

새들은 소리를 내지 않고

비탄에 빠진 사람들은

명상에 잠긴 듯 고요히 머물렀다.

 

59. 바람도 없어

나뭇잎도 흔들림이 없는데

꽃은 눈물인 양 떨어져 내렸다.

 

60. 나그네의 걸음을 재촉하듯이

서산마루의 태양도 급히 기울었다.

 

61. 이와 같이 입멸의 자리에 누운 일체지자는

눈물을 흘리며 슬퍼하는 아난다에게

자애롭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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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 내가 열반에 든다고 알려라

 

 

62. "내가 열반에 들 때를 마투라 족에게 알려라.

아난다여, 내가 열반에 드는 것을 보지 못하면

훗날 슬픔과 후회가 따르리라."

 

63. 아난다는 이 말을 받들어서

붓다가 열반에 들것임을

마투라 족에게 알렸다.

 

64. 아난다의 말을 들은 마투라 족들은 통곡하면서

사자에 쫓겨 산에서 내려오는 소와 같이

번민 속에서 당황하며 달려왔다.

 

65. 찢어진 옷에 흩어진 머리로

황급히 숲으로 다가오니

그 모습 마치 하늘로부터 받은

모든 공덕 잃은 듯했다.

 

66. 이와 같이 달려온 그들은

붓다를 향해 눈물로 경배하니

아픈 마음을 달래려는 듯

그들을 향해 이렇게 말했다.

 

67. "지금 마땅히 기뻐할 때,

근심과 고통은 부질없는 일이라.

오랫동안 바라던

얻기 어려운 그것을 얻었을 따름이니.

 

68. 지, 수, 화, 풍을 떠난

지극히 고요한 불멸의 경지이며

감각의 대상을 초월한 적정이며

최고의 진리이니

이는 곧 모든 고통과 생사를 떠남이다.

 

69. 가야에서 깨달음을 이루었을 때

생사의 모든 원인을

뱀이 허물 벗듯 영원히 버렸으나

쌓인 인연으로 오늘까지 이어온 것이다.

 

70. 고의 큰 모임인 다섯 가지가 없어지고

크나큰 두려움인 태어남이 없어져

큰 고통에서 벗어나는 이 때,

어찌 울어야 할 고통이 있겠는가."

 

71. 적정에 드실 때의 최후의 음성,

붓다의 이 말을 듣고도

뭇 사람들 고통을 떨치지 못하니

그들 중의 장로가 말했다.

 

72. "마치 불타는 집을 빠져나 온 것 같아

하늘의 신들도 기뻐할 일이거늘

어찌 사람이 기뻐하지 않으랴.

 

73. 다만 일체 중생을 해탈로 이끌 여래가

열반에 드시면 다시는 못 뵈리니

그것을 슬퍼할 따름이다.

안내자를 잃은 광야의 나그네가

어찌 헤매지 않으리요.

 

74. 일체지자이자 대성선이시며

모두의 스승이신 분을 만나고도

최고의 승리를 거두지 못하면

금광을 그냥 지나치고 빈궁에 시달리는 사람처럼

이 세상에서 비웃음을 사리라."

 

75. 이와 같이 공경 합장하며

지극히 선하고 고요하고 오묘한 뜻으로

찬탄 받은 최승자는

마치 자식을 대하듯 이렇게 말했다

 

76. "참으로 그러하다.

나의 가르침대로 행하여

고뇌의 그물을 보면 해탈하리니.

요가의 행으로 정진할지니라.

 

77. 약을 먹지 않은 사람이

병을 이길 수 없듯이

나의 이 지혜를 만났다 할지라도

힘써 행하지 않으면 고뇌를 이길 수 없다.

 

78. 법을 보는 사람은

멀리 떨어져 있어도 나를 본다.

안일하여 정진하지 않는 사람은

곁에 있어도 내게서 떠남과 같다.

 

79. 정진하는 마음을 버리지 않고

계율을 지키려는 사람은

모든 선업을 위하여 근신하라.

고뇌에 흔들리는 마음은

바람 앞의 등불과 같다."

 

80 이와 같이 최승자이신 붓다의 가르침을 듣고

눈물을 흘리며 마음 아파하던 마투라 족들은

강물을 건너서 저 언덕에 이른 듯

서서히 마을로 돌아갔다.

 

제27장 위대한 열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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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마지막 제자 수바드라

나. 붓다의 마지막 설법

다. 이미 할 일을 모두 마쳤다.

라. 모든 것은 멸한다. 방일하지 말라.

 

 

 

가. 마지막 제자 수바드라

 

1. 그 때에 바르게 행하고

세 가지 청정한 계를 지녀

삿된 신에 제사하지 않는 수바드라는

'다 이루신 분'을 뵙고

해탈을 이루고 싶다고 아난다에게 말했다.

 

2. "붓다가 열반에 드실 때라고 들었습니다.

그러므로 나는 그분을 만나고자 합니다.

이 세상에서 최고의 법을 설하신 분을 뵙는 것은

초승달을 보는 것 같이 쉽지 않습니다.

 

3. 모든 고뇌를 넘어서신

당신의 스승을 뵙고 싶습니다.

구름에 가려진 달과 같이

뵙지 못한 사이에 입멸하시려고 하십니다."

 

4. 이 바라문의 바람이

참된 법 구함임을 알았으나

비탄에 잠긴 아난다는

'때가 아니다.'라고 눈물로 대답했다.

 

5. 그러나 달빛같이 밝고

꽃잎같이 넓은 눈으로 사물을 보는 붓다는

'나는 세상 사람을 이롭게 하려고 태어났다.

아난다여, 그 바라문을 막지 말라.'

 

6. 길상의 스승이 조용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하자 수바드라는

큰 기쁨으로 나아가 아뢰었다.

 

7. "당신은 해탈을 이루신 분이라고 들었습니다.

그러므로 나에게 설해 주십시오.

나는 알고 싶습니다.

내가 뵙고자 한 까닭은 논쟁을 위해서가 아닙니다."

 

8. 그리하여 붓다는 그 바라문에게

여덟 가지 바른 길을 설했다.

그 말씀을 들은 바라문은

길 잃은 사람이 바른 길을 찾은 듯

여실히 깨달았다.

 

9. 그는 일찍이 다른 길에서는

찾을 수 없었던 최상의 진리를 얻으니

마음속에 어두움을 가져온 다른 길을 버렸다.

 

10. 동성(動性)을 동반한 암성(闇性)이 증대하면

사람들의 악업이 쌓인다고 말하고

선성(善性)을 동반한 동성이 증대하면

사람들의 선업이 쌓인다고 말한다.

 

11. 가르침을 즐겨 듣고 끝없는 노력으로

선성을 키우면, 동성과 암성은 떠나기 때문에

업은 무너져 없어진다.

사람들의 업은 이와 같이 성립하고 소멸한다.

 

12. 세간에서 이르기를

동성과 암성은 자성의 본질이라 말한다.

그렇다면 이 둘은

영원히 존재할 것이다.

 

13. 마음이 선성과 결합되어 그것들이 없어졌어도

때를 만나면 다시 나타난 것이다.

찬물을 끓여 따뜻하게 해도

시간이 지나면 다시 본성(찬물)으로 돌아가듯이.

 

14. 상주하는 자성은

학식과 지혜와 노력으로도

증대하거나 멸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영원히 적정을 얻을 수 없다.

 

15. 부처님의 가르침을 듣기 이전의 수바드라는

모든 사물은 자성으로부터 난다고 알았다.

그러나 그런 가르침에서는 해탈을 볼 수 없었다.

타고 있는 등불에서 빛을 멸할 수 없듯

사물에 자성이 있다면 어찌 해탈이 있으랴.

 

16. 붓다의 길에 의해서 진리를 보고

생사에 매인 세간의 실상을 보고

그것의 멸함이 적정임을 알았다.

원인이 없으면 결과 없으리니.

 

17. 현상의 실체는 불변하는 '나'라고 알고 있었다.

그러나 붓다의 가르침을 받고

이 세상의 모든 것은 실체가 없고

실체로서 존재하는 것도 없음을 알았다.

 

18. 모든 법은 인연에서 비롯되니

홀로 있는 것이 없음을 안 그는

생(生)함은 고(苦)요, 생한 것은 멸하므로

그 또한 고임을 여실히 알았다.

 

19. 인연으로 성립된 세간의

실상을 깨닫고 단견을 버렸고

세간의 멸함을 알고 상견을 알았다.

 

20. 지극히 거룩한 분의 말씀을 듣고 지녀

지난날의 견해를 버렸다.

이는 지난 날 좋은 인을 심었기 때문이니

가르침을 받자마자 깨달은 것이다.

 

21. 청정한 마음으로 최승의 지혜를 갖추고

고요하고 변치 않는 경지를 얻은 그는

누워 있는 붓다를 찬탄하며

이렇게 생각했다.

 

22. "마땅히 공경 받을 성자이신 나의 스승이

이제 열반에 드시려고 하는데

내가 머물러 있는 것은 마땅치 않다.

자비하신 스승이 열반에 드시기 전에

내가 먼저 열반의 세계로 가겠노라."

 

23. 그리하여 그는 성자에게 예배하고

뱀과 같은 부동좌로

구름이 바람에 흩어지듯 열반에 들었다.

 

24. 그리하여 붓다는 그를 제자로 받아들였다.

생을 끝내고 열반에 이른 그는

붓다의 '마지막' 제자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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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붓다의 마지막 설법

 

25. 초야가 지나 달이 별빛을 빼앗고

숲들이 잠들어 고요할 때에

붓다는 큰 자비심으로 제자들에게

마지막으로 법을 설했다.

 

26. "내가 입멸한 다음에는

프라티모크샤(계본)에게 의지하라.

그것이 곧 스승이며 재보이며 밝은 등불이다.

오로지 그것에 의지하라.

너희들은 마땅히 나를 따르듯 그것에 따르라.

 

27. 몸과 입의 업을 청정하게 하리니

세간의 모든 일을 버리고

토지나 가축이나 곡식이나

재보의 집착에서 벗어나기를

불구덩이에서 벗어나듯 하라.

 

28. 땅에서 나는 것을 기르거나

의술이나 점성술

이 모든 것들로부터 떠나라.

 

29. 그러한 것들을 행하는 사람에게는

그윽함도 없고 적정도 없다.

족함을 알고 법을 지키는 사람은

결코 쌓아 두지 않는다.

 

30 이와 같이 요약한 계율이 바로

해탈의 근본인 프라티모크샤이다.

이것으로부터 모든 삼매가 비롯되고

모든 지혜와 해탈이 이루어진다.

 

31. 마땅히 청정한 계율에 머물면

그 사람에게는 진실한 법이 따른다.

만일 그것이 없으면 아무 것도 얻을 수 없다.

계율은 모든 공덕의 의지처니라.

 

32. 멸하지 않는 청정한 계율에 머물면

모든 감각 기관의 대상에 집착하지 않는다.

소를 곡물 가까이에 두지 않듯

단호히 육근을 다스려야 한다.

 

33. 감각 기관이라는 말(馬)이

대상으로 달려가면 재앙을 당할 뿐만 아니라

장차 악도에 떨어질 것이다.

 

34. 큰 적을 만나면 고통이 따르듯이

감각 기관이 대상에 지배된 사람은

이 세상에서 고통을 당할 수밖에 없다.

 

35. 마땅히 모진 적과 같은 길을 가지 않듯이

감각 기관이 가는 대로 따르지 말라.

감각 기관을 따라 환락을 쫓다가

그것에 의해 벌을 받는 사람들을 보라.

 

36. 동요하는 자신의 마음을 두려워하라.

호랑이나 뱀이나 타는 불과 같다.

그 마음을 따르면 꿀만 보고 위험은 보지 못한다.

 

37. 쇠사슬에 묶인 미친 코끼리같이

나무에 매달린 원숭이같이

동요하는 마음은 멋대로 움직인다.

결단코 소란의 기회를 주지 말라.

 

38. 마음이 방종하면 적정에 이를 수 없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은

마음을 고요히 머물게 하는 것이다.

이 마음이 함부로 움직이지 않게 하라.

 

39. 음식을 먹을 때는 약을 먹듯이 하라.

음식으로 말미암아

탐하는 마음이나 노여워하는 마음을 내지 말라.

오직 주림을 그치고

몸을 유지할 만큼만 취하라.

 

40. 벌은 꿀을 딸 때 꽃을 해치지 않는다.

탁발도 그와 같이 하여

신자들의 믿음에 상처를 내지 말라.

 

41. 짐을 나르는 사람이 힘을 헤아리지 않으면

짐도 사람도 상하게 된다.

보시를 받음도 그와 같으니

마땅히 보시자와 능력을 헤아려라.

 

42. 새벽과 낮과 저녁에는

오로지 요가를 행하고

한밤중에 잠자리에 들어라.

그러면 그릇됨이 없다.

 

43. 시간의 불은 세간의 모든 유정을 태운다.

그러니 어찌 밤새도록 잠을 잘 수 있으랴.

번뇌라는 파괴자가 마음속에 있는데

어찌 한가히 잠에 빠질 수 있으랴.

 

44. 집안에 숨어 있는 독사처럼

마음속에는 죄과의 뱀이 자고 있다.

그러므로 밝은 깨달음과 송주(誦呪)로써 물리치라.

잠에 취해 버리면 그것에 의해 무참히 당한다.

 

45. 부끄러움은 최상의 옷이다.

부끄러움은 바른 길에서 벗어난 사람을

돌려세우는 갈고리이다.

부끄러움을 알고 행동할지니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은 선근을 잃는다.

 

46. 사람이 부끄러움을 가지고 있으면

사람다움을 잃지 않는다.

옳은 것과 옳지 않은 것을 식별하지 못하고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은 짐승과 같다.

 

47. 어떤 자가 그대를 칼로 토막 지어도

그에게 나쁜 마음으로 원망을 품지 말라.

거친 말을 쓰지도 말라.

그것이 오히려 그대 스스로를 해친다.

 

48. 인욕에 버길 고행은 없다.

인욕이야말로 확고한 힘이다.

남의 비난을 참지 못하는 사람은

법을 행하지 못하고 해탈도 이룰 수 없다.

 

49. 성냄은 법을 파괴하고 이름을 욕되게 하니

색신의 적이요, 마음의 불이다.

어찌 생내는 마음이 일어나도록 내버려두랴.

성냄은 모든 공덕의 적이다.

 

50. 찬물과 뜨거운 불이 상극이듯이

출가자와 노여움은 어그러진 짝이다.

그러나 재가자에게 흔히 일어나는 까닭은

집착이 있고 서원은 없기 때문이다.

 

51. 머리를 깎고 물들인 옷을 입고

바루를 들고 탁발하며

해탈을 이루려는 수행자라면

마땅히 오만한 마음을 버려라.

 

52. 집에서 머무는 사람들 가운데도

능히 오만심을 버리는 사람이 있거늘

하물며 걸식하며 해탈을 위해

삭발한 자에 있어서랴.

 

53. 허위와 진리는 상응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그릇된 일을 행하지 말라.

허위와 기만은 비법의 유혹일 뿐

법을 본성으로 하는 사람은 속지 않는다.

 

54. 많은 것을 바라면 고통이 되고

욕심을 버리면 안온을 얻는다.

그러므로 욕심을 버려야 할지니

하물며 공덕을 성취하려는 사람에 있어서랴.

 

55. 돈 많은 자를 두려워하지 않는 자는

빈궁한 자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아무 것이 없어도 괴롭지 않으면

그런 사람은 해탈을 이룰 수 있다.

 

56. 무릇 해탈을 바란다면 만족을 알라.

만족함에는 안온함이 있고 법이 있다.

만족을 아는 자는 지상에서도 안온하나,

만족함이 없으면 천상에서도 괴로움의 불에 탄다.

 

57. 가진 자도 만족을 모르면 항상 가난하다.

없는 자도 만족함이 있으면 항상 풍부하다.

만족을 모르는 사람은

대상에 끌려다니며 괴로워한다.

 

58. 행복을 얻고자 하는 자는

권속들에게서 즐거움을 받으려 하지 말라.

참으로 행복한 사람은

적정을 본성으로 홀로 행동하므로

인드라 신들까지도 찬양하느니라.

 

59. 집착은 괴로움이 머무는 나무다.

친족이나 다른 사람에 대한 애착을 버려라.

집착을 가지고 세상을 살면

늙은 코끼리가 늪 속을 걷는 것과 같다.

 

60. 흐르는 물은 부드러우나

오랜 시간이 지나면 바위에 구멍을 뚫는다.

정진으로 얻지 못할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그러므로 꾸준히 쉬지 말고 노력하라.

 

61. 바른 생각을 지니면 그릇됨은 사라진다.

바른 생각에 버금가는 벗은 없고 수호자도 없다.

바른 생각이 멸하면 일체가 멸한다.

그러므로 몸에 대한 바른 생각을 떠나지 말라.

 

62. 용감한 사람들

갑옷을 입고 적진으로 돌진하듯이

바른 생각은 갑옷이라서

육근(六根)의 적인 육경을 제압한다.

 

63. 선정에 든 깨달은 마음은

능히 세간의 생성과 소멸을 본다.

마땅히 수행자는 선정에 들어야 하느니

선정에 들면 마음의 병이 사라진다.

 

64. 넘치는 물을 담아 두기 위해

둑이나 연못을 만들 듯

지혜의 물을 담아 두기 위해서는

삼매의 둑과 연못을 만들어야 한다.

 

65. 지혜를 가진 사람이

기쁜 마음으로 베푸는 것은

오로지 법만을 의지하기 때문이다.

이 사람에게는 해탈이 있으니

재가자와 출가자가 따로 없다.

 

66. 지혜는 늙고 죽는 큰 바다의 배요,

무명을 밝히는 등불이며,

모든 병을 다스리는 약이요,

번뇌의 나무를 베어 넘기는 톱이다.

 

67. 그러므로 가르침을 듣고,

생각하고, 애써 닦으면

지혜의 눈을 뜨게 된다.

 

68. 마음속에 장애의 씨를 가지면

비록 출가했어도 해탈을 이룰 수 없다.

최고의 적정을 얻고자 하는 자는

모든 장애를 없애야 한다.

 

69. 마땅히 정진을 스승 대하듯 하고,

방일은 적과 같이 물리쳐라.

정진으로써 인드라 신은 길상을 얻었고

방일하여 교만해진 아수라는 멸망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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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이미 할 일을 모두 마쳤다.

 

70. 자비로써 남을 이롭게 하려는

스승으로서의 할 일을 이미 나는 마쳤다.

믿음을 가진 굳은 마음은 적정에 머물렀다.

 

71. 산이나 한적한 장소 어디에서나

요가를 부지런히 행하여

괴로움이 생겨나지 않게 하여라.

 

72. 의사는 병의 성질을 살펴

그에 따라 약을 준다.

그러나 그것을 먹는 것은

병자이지 의사가 아니다.

 

73. 길상의 평탄한 길 가르쳤어도

행하여 가지 않으면 파멸만 다가오리니

그것은 가르친 사람의 허물 아니다.

 

74. 내가 설한 지극한 네 가지 진리에 대하여

밝게 알지 못함 있으면 남김 없이 물어 보라.

숨은 의심 숨기지 말고 완전히 끊어야 하리라."

 

75. 이와 같이 대성선이 말하니

아무도 의심 없는 듯 말이 없었다.

이에 그들의 마음을 헤아린 아누룻다는

이렇게 아뢰었다.

 

76. "바람이 움직임을 잃고, 태양이 식고,

토끼가 있는 달이 따뜻해지더라도,

이 세상에서 다음의

네 가지는 진리가 아닐 수 없나이다.

 

77. 모든 것은 괴로움이요,

그것의 원인은 집착이며

그 윈인이 멸하면 해탈이 있습니다.

 

78. 위대하신 분이시여,

이 네 가지 진리에 대하여

비구나 재가자는 의심이 없습니다.

오직 목적을 이루지 못한 사람이

스승의 열반을 괴로워할 뿐입니다.

 

79. 여기에 모여 있는 사람 중에

서원을 세웠으나 이루지 못한 이 있었으나

마침내 번갯불로 길을 본 듯이

이 가르침으로 진리를 보았나이다.

 

80. 그러나 목적한 바를 이루어

생사의 바다를 건너 피안에 이른 사람도

스승이 급히 떠나심에

비애를 느낄 뿐입니다."

 

81. 이와 같은 성자 아누룻다의 말을 듣고

그들의 뜻을 다시 헤아려,

믿음을 더욱 굳게 하려고

붓다는 자비심으로 다시 말씀했다.

 

82. "몇 겁을 산다 해도 반드시 멸한다.

영원히 함께 머물 수는 없다.

나와 남을 위해 할 일을 마쳤으니

더 머물 까닭이 없다.

 

83. 하늘과 땅의 모든 것을 제도했으니

그들은 해탈하여 영원할 것이며

나의 이 법은 모든 유정에게 머물 것이다.

 

84. 마땅히 자성을 밝게 살펴 슬퍼하지 말라.

모든 사람은 반드시 떠나니

결코 슬퍼할 일이 아니다.

 

85. 지혜의 등불로 어두움을 없애고

생사에 실체가 없음을 보고

병을 고쳐 괴로움을 벗어난 듯

마땅히 기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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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모든 것은 멸한다. 방일하지 말라.

 

86. 이 몸은 언젠가 버려질 것이다.

적이 멸하듯 생사의 흐름이 멸한 것이니

누군들 만족하지 않으랴.

 

87. 모든 것은 멸하나니,

그대들은 방일하지 말라.

열반의 때가 이미 왔구나.

지금부터 말을 끊겠으니

이것이 나의 최후의 말이다."

 

88. 그리하여 최승의 선정자인 붓다는

한 순간에 초선을 얻고,

그로부터 나와서

두 번째의 선으로 들었다.

그리고 순차로 모든 선에 들었다.

 

89. 순차로 아홉째 선정에 들었다가

다시 역의 순차로

다시 초선에 들었다.

 

90. 이어서 초선에서 나와

네 번째 선정에 들었다가

더는 머물 바 없음을 알고

그대로 적정에 들었다.

 

91. 이와 같이 붓다가 열반에 드니

비에 맞은 소의 움직임같이 땅이 흔들리고

사방은 코끼리에 던져진 듯햇고

하늘에서는 불꽃이 떨어져 내렸다.

 

92. 짜이트라라타의 신의 숲과

모든 하늘을 태우려는 듯 허공에서 불이 나니

섶도 없고, 바람도 없고, 연기도 없이

천지가 불타올랐다.

 

93. 아수라를 정복하려고

인드라가 백 가지 노여움을 발한 듯이

백 가지 불꽃이 이니

무서운 금강저(번개)가 하늘에서 떨어졌다.

 

94. 광풍은 산봉우리를 덮쳐 무너뜨리고

풀들과 나무들을 몰아치면서

먼지를 일으키며 세차게 불어닥쳤다.

 

95. 어린 나무는 진흙에 휩쓸려

백조의 왕을 둘러쌌고

달빛도 그 빛을 잃었다.

 

96. 달이 구름을 벗어나도

어두움이 깔려 사방을 덮으니

괴로움을 못 이긴 듯

강물도 끓어올랐다.

 

97. 그러나 붓다의 곁을 지키던 사라나무는

때아닌 때 아름다운 꽃을 피워

가지를 드리워 성자의 몸에 경례하고

누운 자리에 꽃을 뿌렸다.

 

98. 하늘에서는 다섯 마리의 용이 나타나서

충혈된 눈으로 괴로워하며

공경의 눈으로 붓다를 바라보았다.

 

99. 비통해하는 사람들은

한숨을 그칠 줄 몰랐으나

유정의 무상함을 깨닫고 괴로움을 씻었다.

 

100. 바른 선정에 머물고 있던

바이슈라바나(비사문천)를 위시한 여러 권속들은

올바른 법에 의지하여 괴로워하지 않고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

 

101. 슛다디바사의 여러 현명한 신들도

위대한 성자의 가르침을 받들어 변함이 없으니

세간의 본성을 안타까워할 뿐이었다.

 

102. 건달바의 왕과 여러 용왕들과

여러 야크샤와 정법을 기뻐하는 여러 신들도

허공에서 괴로워하며 크고 크신 붓다를 애도하였다.

 

103. 그러나 악마들은

크게 기뻐하여 소리내 웃고

춤을 추고, 노래하고,

큰 북, 작은 북, 파타하 북을 두드렸다.

 

104. 이와 같이 소와 같은 성자가 입멸하니

사람들은 벼락 맞은 산이 부셔진 듯하였고

술에서 깨어난 코끼리와 같았고

목살이 없어진 황소와 같았다.

 

105. 생사를 완전히 벗어난 분이 입멸하니

태양이 사라진 서산과 같았고

서리맞아 시든 연못과 같았고

재산 읽어 할 일 없는 집과 같았다.

 

제28장 열반을 찬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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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무니라는 큰산이 무너졌다.

나. 육신통을 갖추신 붓다

다. 붓다의 다비식

라. 가섭에게 마음을 전하다.

마. 붓다의 사리를 수섭하다

 

 

 

가. 무니라는 큰산이 무너졌다.

 

1. 그 때 한 천자(天子)가 천의 백조를 타고

허공에서 얼굴을 조아리며

열반에 든 일체지자를 향해 말했다.

 

2. "아, 세상의 모든 것은 무상하다.

생함이 있으면 멸하는 법이다.

모든 생은 고(苦)를 낳는다.

오직 적멸만이 즐거울 따름이다.

 

3. 생이라는 섶을 불태운

지혜의 불길과 명성의 연기를 가진 여래의 불은

불이 물에 의해서 꺼지듯이

시간이라는 불에 의해서 입멸에 드셨다."

 

4. 그 때 또한 거룩한 선인 있었으니

하늘에 머물면서도 그 즐거움에 집착하지 않은 바

열반에 든 성선을 보고

산의 왕(수메르)과 같이 확실하게 말했다.

 

5. "이 세상에서 멸하지 않는 것은 없다.

최상의 지자요 최고를 이루신 분.

견줄 이 없는 스승도 멸도에 드셨다.

 

6. 청정한 예지와

최고의 눈을 가진 스승을 잃은

어리석음에 눈이 면 중생들은

악도에 떨어지고 말았구나."

 

7. 그 때 유정들과 다름없었으나

집착을 떠나서 생을 멸한 아누룻다는

빛을 잃은 세간을 보고

조용히 말했다.

 

8."무상의 금장저가 떨어지니

무니라고 하는 큰산이 무너졌다.

모든 행위 또한 이와 같이 덧없으니

지혜로운 사람은 그런 것에 의지하지 않는다.

 

9. 세간의 모든 것은 실체가 없으니

유정의 세계는 덧없을 뿐이다.

다시없는 대성선은

이제 모든 죄를 멸하시고 입멸하셨다.

 

10. 집착을 떠나지 못한 사람은 유전하리니

어찌 두려워하지 않을 것인가.

세간에서 황금 기둥 같은 여래도

완전히 무너지고 말았구나.

 

11. 여섯 종자에 하나의 싹

여섯 뿌리와 다섯 과실과 두 가지와

세 밑동을 가진 번뇌의 나무를

뿌리째 뽑은 큰 코끼리는 잠드셨다.

 

12. 용감한 화살 같이 모든 적을 제압하고

물 없을 때의 공작 같이 애욕을 떠나고

준마같이 승리의 길을 달린 붓다는

불이 꺼진 듯이 생사를 떠난 적정으로 드셨다.

 

13. 금강저를 가진 자재신이

비를 내리게 하듯이

스승은 말씀의 비를 내리신 뒤에

시방 가득 빛을 채우고 잠드셨다.

 

14. 그 빛과 드높은 이름은 인더스 강과 같아서

끊임없는 지혜의 물길을 이루었다.

인간의 태양으로 바이슈라바나의 권세를 가지고

이제 적정의 길로 고요히 드셨구나.

 

15. 짙은 안개가 사방을 덮은 듯

두터운 구름이 태양을 가린 듯

기름 없는 등불이 어둠에 물러선 듯

붓다가 입멸하신 오늘, 세간은 빛을 잃었다.

 

16. 속박 없는 진실한 길을 얻으시고

속박 없는 적정의 법을 얻으셨으니

신통으로 몸을 간직할 수 있었으나

괴로움 덩어리인 몸을 버리셨구나.

 

17. 태양이 어두움을 제거하듯이

비가 티끌을 씻어내듯이

무지의 어둠을 멸하시고

번뇌의 티끌을 씻어 내시고

다시 허깨비와 같은 고통의 수레를 받지 않으시고

붓다는 성왕(星王)과 같이 떠나가셨다.

 

18. 생의 고뇌를 없애기 위해서 태어나신 분.

세간 사람은 적정을 위해서 그분에게 따랐다.

그분은 최상의 빛으로 세간을 비추시니

뛰어난 지혜가 그것이었다.

 

19. 모든 유정을 안온으로 이끄시고

많은 공덕으로 지상을 채우시니

그 이름 높고도 크시구나.

 

20. 비난에도 슬퍼하지 않고

모든 중생 자비로 대하시니

거친 음식을 받아서 남기지 않고

작은 음식을 달게 받았으나 탐하지 않았다.

 

21. 적정을 얻은 사람은 감관이 청정하여

대상에 머물지 않고 선정을 얻어서

출가의 맛을 바르게 즐기셨다.

 

22. 누구도 베풀지 못한 것을 주시되

과보를 바라지 않으시니

평등을 원칙으로 고르게 베풀고

현명한 자의 마음을 공덕으로 이끄셨다.

 

23. 움직이는 눈을 굳게 지키시고

안온함을 지켜서 증장케 하셨으나

그것에 머물기를 조금도 바라지 않으셨다.

 

24. 확실하게 악을 버리시고

안온함으로 그릇된 적을 버리시고

지혜로써 죄과를 완전히 버리신 그분은

스스로 완전한 상태가 아닌

무상을 뛰어넘어 멸도에 드셨다.

 

25. 모든 법은 반드시 순리를 따르니

기쁨으로 최고의 것이 이루어진다.

마치 불로 재보(財寶)가 소멸되듯이

지혜의 보배를 가진 그분도 목숨이 다했다.

 

26. 여덟 가지 법에서 다섯이 억제되어

셋을 관하시고 셋을 행하시며,

하나를 지켜 하나를 얻고

하나를 깨달아 일곱을 떠나신 분이

열반에 드셨다.

 

27. 적정을 위해 길을 밝히시고

모든 선인 청정하게 하시고,

집착과 번뇌의 나무를 자르시고,

믿음을 가진 자를 생사로부터 해탈케 하셨다.

 

28. 감로의 법으로 세상을 즐겁게 하시고,

인욕으로 노여움을 억제하시고,

출가자를 안온으로 즐겁게 하시고

복락을 바라는 자에게 깨달음을 주셨다.

 

29. 착한 작에게는 법의 종자를 낳게 하시고

깨달음을 이룰 거룩한 길을 얻게 하시니

세간을 초월하신 붓다는 법이 아닌 것은 설하지 않고

진리가 아닌 것은 행하지 않으셨다.

 

30. 카시(베나레스)에서 법륜을 굴리시고

지혜로써 세간을 만족시키고

교화될 자에겐 법을 베푸시고

모든 중생을 이롭게 하려고 선행을 보이셨다.

 

31. 진리를 보지 못한 자에게 진리를 보이시고,

공덕으로써 진리를 행하게 하시고

외도(外道)에게 바른 법을 베풀어

진리를 깨닫게 하셨다.

 

32. 모든 것은 무상이요, 무아라고 설하시고

생사에는 즐거움이 없다고 설하셨다.

드높은 이름 깃발처럼 날리니

오만심의 높은 기둥도 쓰러지고 말았다.

 

33. 비방을 들어도 흔들림이 없으시고

일체의 세간사 집착하지 않으시고

 

34. 스스로 건너시어 빠진 자를 건네주고

적정으로 남을 안온케 하시며

스스로 해탈하여 남의 속박을 벗게 하시고

스스로 깨달아서 어리석은 자를 깨우치셨다.

 

35. 법과 비법을 보신 성자 중의 성자는

중생들에게 진실한 말로 베푸셨지만

비법으로 사는 사람 비법만을 즐기니

큰 겁이 다한 듯 열반에 드시네.

 

36. 비를 품은 구름 땅을 축이는 숲같이

빛나는 젊은이 늙어 가는 것 같이

세간의 눈을 압도하여 그 눈을 빼앗고서

이제 적멸의 세계로 떠나시었구나.

 

37. 자재천이 성자 위에 벼락을 떨어뜨려

그 때에야 불을 느꼈다는 최고의 적정.

그 길을 얻으신 붓다를 우러러보면서

세상을 건질 스승 잃은 슬픔에 잠겼다.

 

38. 그를 이기려는 한 힘센 악마가

군대를 거느리고도 이길 수가 없었으니

오늘은 오히려 악마들이 굴복하였다.

 

39. 삿된 신들과 더불어 모인 중생들은

고뇌에 굴복되어 윤회의 두려움을 끊지 못하고

최고의 열반을 얻을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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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육신통을 갖추신 붓다

 

40. 그분은 세상 사람을 비추어 보시고,

멀거나 가깝거나, 하늘이나 지옥이나

거울 같이 보시고(천안통),

신비한 귀로 세간의 소리를 들으셨다(천이통).

 

41. 허공에서 별자리로 올라가시고

땅 속으로 들어가도 방해가 없고

물위를 걸어도 잠기지 않는

많은 변화를 일으키셨다(신족통).

 

42. 행인이 걸어온 길을 기억하듯이

그분은 전생을 기억하시고(숙명통),

다른 사람의 마음속을 마음으로 아셨다(타심통).

 

43. 모든 사람과 평등하게 머무신 일체지자는

모든 번뇌를 끊고(누진통), 일체사를 이루셨다.

지혜로써 일체의 번뇌를 버리시고

진실한 지혜를 얻고 영구히 잠드셨다.

 

44. 마음의 흐름에 민감한 사람에게

그 마음을 조복받게 하시고

불민한 사람은 힘을 더해 주시며

밝은 지혜로써 비법을 버리게 하셨다.

누가 또 있어 불사의 법을 설할 것인가.

 

45. 뿌리를 잃고 고뇌하는 세상 사람에게

청량한 법의 물을 누가 베풀 것인가.

자비로써 스스로를 이롭게 하고

타인의 번뇌의 그물을 파할 자

또 어디에 있을 것인가.

 

46. 윤회의 바다에 빠진 세간 사람에게

누가 적정의 지혜를 설할 것인가.

무지에 의지하는 세간 사람들에게

누가 선의 지혜를 설할 것인가.

 

47. 빛이 없는 태양과 같이,

물 없는 인더스 강과 같이,

나라를 잃은 국왕과 같이,

붓다를 잃은 세간은 그와 같았다.

 

48. 지혜가 없는 학식과 같고

즐거움이 없는 노래와 같고,

명예가 없는 국왕과 같고,

친절함이 없는 가르침과 같이

최고자를 잃은 사람들도 그러하여

살고 있으나 살고 있지 않는 것과 같았다.

 

49. 마치 마부를 잃은 수레와 같고,

뱃사공을 잃은 배와 같고,

장수를 잃은 군대와 같고,

길잡이를 잃은 상인의 무리와 같고,

의사를 잃은 병자와 같았으니

'잘 가신 분'을 잃은 세상은 그와 같았다.

 

50. 늦여름과 초가을 구름 없는 하늘에

바람도 일지 않아

괴로움을 당하는 사람들처럼

해탈을 바라는 자의 괴로움도 그와 같았다."

 

51. 올바른 목적을 이룬 아라한이 이와 같이

말함은 생사의 그릇됨을 밝히고

스승의 은혜를 기리기 위함이었으니

결코 집착 때문이 아니었다.

 

52. 그리하여 집착을 떠나지 않은 자는 눈물을 흘리고,

확고히 버리지 못한 비구는 괴로워했다.

그러나 세간은 본성이 무상함을 알고

윤회를 다한 자는 움직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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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붓다의 다비식

 

53. 그 때에 마투라 족들이 듣고

비통해 하며 급히 달려왔다.

매에게 쫓기는 학과 같이

'아, 허무하도다.'하고 부르짖었다.

 

54. 어둠에 싸인 태양과 같이

잠드신 붓다를 보고

사자에게 물린 소들처럼

큰 소리로 울었다.

 

55. 법을 설하신 스승이 입멸했을 때,

경건한 마음으로 슬피 울어

눈물에 젖은 그들 중에서

덕망 있고 법을 아는 사람이 이렇게 말했다.

 

56. "모든 것이 잠자고 있을 때에

그들을 깨우쳐 주신 그분이

최후의 자리에 누워 계신다.

법을 지키는 그 깃발은

마치 최후의 제사를 끝낸

인드라 깃발처럼 내려졌다.

 

57. 지혜로 빛나는 여래라는 태양은

정진의 불꽃이 되어 두루 세간을 비추며

어두움을 제거했으나 이제 멸하고 마니

이 세상은 다시 어두움이 올 것이다.

 

58. 과거와 미래, 현재를 보시고

두루 세간의 눈이었으나 이제 감으시는구나.

괴로움의 거센 파도를 건네주던 다리가

이제 잠기고 마는구나."

 

59. 어떤 자는 애통해 하며 슬피 울고

어떤 자는 수레를 끄는 말이 누운 듯 침울해 하고

어떤 자는 통곡에 겨워 쓰러지고 말았다.

이렇듯 그들은 각각의 성품대로 행동했다.

 

60. 그 때에 황금으로 장식한

아직 사용한 일이 없는 보배상자에

입멸에 든 붓다를 모시려

코끼리의 코와 같은 손을 가진 마투라 족이

울면서 성자를 위한 관을 만들었다.

 

61. 그리하여 때맞추어 의식을 치르니

여러 가지 꽃과 최상의 향으로 공양하여 받들고

애도와 존경을 바쳤다.

 

62. 아리따운 소녀들은

팔찌에서 방울 소리를 내면서

구리 빛 팔로 다양한 깃발을 치켜드니

마치 흰 구름이 보개를 이룬 것 같았다.

 

63. 젊은 남자들은 산개를 치켜들고

어떤 자는 백색 보주로 만든 꽃다발을 손에 들고

어떤 자는 황금의 불자를 휘두르고 있었다.

 

64. 이윽고 눈이 충혈된 마투라 족들이

황소와 같이 관을 메니

여러 가지 음악은 슬프게 울려

여름 바다의 파도 소리같이 하늘로 퍼졌다.

 

65. 힘센 코끼리에게 흔들려

아름답고 무성한 나무에서 꽃이 지고

연못의 연꽃과 하늘의 꽃이 떨어졌다.

 

66. 힘센 큰 코끼리는

연꽃과 만다라화를 뿌리니

흩어지는 꽃이 안개와 같이 흩날렸다.

 

67. 환희원에 있는 붉은빛 전단나무의 향기와

인공으로 만들 수 없는 흰옷을

건달바의 소녀들이 청정하게 덮었다.

 

68. 나부끼는 깃발을 들고 여러 가지 꽃을 뿌리며

여러 가지 음악을 연주하면서

적정을 위해서 적멸의 길로 운구했다.

 

69. 마투라 족들은 경건한 마음으로

붓다의 위력에 백배 경례하고

그의 적멸을 슬퍼하며

마음을 따라서 길을 열어 나아갔다.

 

70. 용의 문을 지나서 마을 밖으로 나가

나이란쟈나 강을 건너서 무크타 묘의 밑에

명성에 알맞게 큰 섶을 산 같이 쌓았다.

 

71. 향기 좋은 나뭇잎, 침향과 전단목을 쌓고

뱀이 괴로워하듯 한숨을 쉬면서

비통함을 못이기며 붓다의 몸을 다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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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가섭에게 마음을 전하다.

 

72. 마침내 불을 붙였으나

세 번을 거듭해도 옮겨붙지 않았다.

빗나간 화살이

대적한 왕의 권위를 떨어뜨리지 못하듯이.

 

73. 그 때 붓다의 열반 소식을 듣고

엄숙한 걸음으로 다가오던 가섭이

청정한 마음으로 사유하며

세존의 완전한 유해를 보고 싶어했으니

그 정성스런 소원 때문에 불이 붙지 않았다.

 

74. 드디어 스승을 보려고 달려온 가섭이

최승의 성자에게 예배하니

홀연히 불이 일어나 스스로 타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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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 붓다의 사리를 수습하다

 

75. 번뇌의 불로는 태울 수 없는 붓다의 사리는

피부와 머리털과 사지가 탄 다음에도 그대로 남았으니

향유를 부어 쌓은 섶의 불로도 태울 수 없었다.

 

76. 이에 위대한 분의 사리를

향유로써 청정히 한 뒤에

마투라 족들은 지극함으로 찬탄하며

황금병에 넣어 성중으로 옮겼다.

 

77. 붓다의 사리는 큰산의 보석이니,

지극한 안온함을 가지고 있다.

제천의 세계와 같이

겁화에 의해서도 타지 않았으니

불에 의해서 손상되지 않았다.

 

78. 붓다에 대한 존경을 담아

사리를 수습하니

집착의 불에 타는 일없으나

우리들의 마음을 능히 태우리라.

 

79. 애욕을 멸하신 그분의 힘이 서려 있어

비쉬누 신의 가루다도 옮길 수 없으나

세간에서 다시없는 그의 사리는

인간인 우리들만이 옮길 수 있다.

 

80. 아, 위대한 인간의 힘이여,

능히 법을 굴리니

덕으로 무변 중생을 덮어 주신

그분의 한 부분을 병 속에 넣었구나.

 

81. 스스로의 빛으로 태양같이 빛나고

그 빛은 다시 대지를 비추니

그분의 사리는 더욱 빛났다.

 

82. 번뇌의 큰산이 무너졌으므로

굳은 뜻은 버리지 않고

모든 번뇌를 없애셨으니

성자의 사리는 결코 타지 않았다.

 

83. 싸울 때는 적에게 눈물을 흘리게 하고,

보호를 바라는 자에게는 눈물을 그치게 하며,

괴로울 때조차 눈물을 흘리지 않았던 그들이

이 길에서는 슬피 울었다.

 

84. 그들은 오만하고 힘이 세었으나

이와 같이 괴로워하며 성중으로 들어갔다.

뭇 사람들이 길가에서 사리에 공양하니

높은 누각을 장엄하게 꾸며 받들어 섬겼다.

 

제29장 사리를 분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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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일곱 왕들의 분노

나. 사리를 얻기 위한 전쟁

다. 바라문 드로나의 중재

라. 근본 팔탑을 세우다

마. 경전의 결집과 아쇼카 왕의 전법

 

 

 

가. 일곱 왕들의 분노

 

1. 그들은 여러 날 동안

최상의 섬김으로 사리에 공양했다.

그 때에 일곱 나라의 왕들은

붓다의 사리를 모시고자

쿠시나가라로 사신을 보냈다.

 

2. 그러나 모든 마투라 족들은

붓다에 대한 공경과

자신들의 용맹에 대한 믿음으로

비록 싸움이 일어나도

사리를 넘겨줄 수 없다고 버텼다.

 

3. 그들의 완강한 태도를 알아차리고

일곱 왕은 일곱 가지 질풍과도 같이 분노하며

넘쳐흐르는 갠지스 강물처럼 군병을 이끌고

쿠시나가라의 성으로 몰려왔다.

 

4. 성난 왕들에 놀란 사람들은

분노하는 신에게 머리가 뜯기듯 하니

두려움에 떨면서 숲에서 마을로 돌아왔다.

 

5. 일곱 왕들은 마을을 에워싸고

힘센 코끼리로 위협했다.

마투라 족들 또한 거세게 맞서며

서로 격려했다.

 

6. 대문을 굳게 닫은 마을 사람들은

변을 당한 여자와 같이

팔짱을 끼고 근심에 빠졌다.

 

7. 일곱 왕이 힘을 합하여 진군하니

위력은 천지를 진동하고

하늘에 일곱 별이 나타난 것 같았다.

 

8. 술 취한 코끼리에게서 풍기는 냄새는 코를 찌르고

솟아오르는 먼지는 눈을 덮는데

코끼리 소리, 북치는 소리는

남자나 여자들의 귀를 찢었다.

 

9. 독화살과 돌 날리는 수레를 앞세운

군마와 코끼리에 포위된 성은

싸움으로 들끓었다.

 

10. 창칼과 활을 잡은 사람들은

매와 같이 적을 응시하면서

성벽 위에 모여 있었다.

 

11. 어떤 자는 불안하여 큰 소리로 울고

어떤 자는 나팔을 불어 대고,

어떤 자는 대담하게 활을 쏘고,

어떤 자는 칼을 휘둘렀다.

 

12. 이와 같이 용사는 감연히 맞서고

깃발 든 전사들은 소리쳐 사기를 북돋우고

그 아내들은 약을 들고뛰었다.

 

13. 전장으로 나가는 용사들을 위해서

부녀자는 갑옷을 잡고 무사하길 기원하며

아픈 마음을 달랬으나 결코 눈물을 보이지 않았다.

 

14. 어떤 여자들은 암사슴 같이 걱정하며

남편의 활을 잡고 매달렸으나

용맹스런 그의 얼굴을 바라보고는

잡지도 못하고 돌아서지도 못했다.

 

15. 병 속에 든 뱀과 같이

힘써 나가려 하며 전열을 갖추자

그와 같은 마투라 족을 보고

일곱 왕들은 싸움에 대해 생각했다.

 

16. 그때, 오직 싸움에만 몰두한

코끼리와 말과 병사를 보고

현명하고 자애로운 바라문 드로나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17. "이 싸움으로 저들의 생명과 용맹을

꺾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더욱이 일곱 나라가 하나로

뭉쳤으니 말할 것도 없다.

 

18. 그러나 완전히 정복하려 한다면,

정복하려는 그 마음부터 버려라.

죄 없는 사람들을 해치려 함은

법에 어긋나는 일이다.

 

19. 구멍 속에 있는 검은 뱀들이

같은 곳에서 서로 물고 싸우듯이

서로 해치려 하면 어느 한쪽만 승리할 수 없다.

오히려 약한 쪽이 승리할 수도 있다.

 

20. 성안에 머물고 있는 사람들 중에

생각 있는 사람은 법을 알 것이다.

작은 불도 모이면 큰불이 되듯이

굳게 뭉친 그들이 크게 승리할 것이니라.

 

21. 마음 바탕에 법을 지닌 자는

비록 성안에 갇혀 있다고 해도

능히 정복하려는 자들을 이길 수 있다.

옛날 쿠시나가라의 카란다마 왕은

법의 힘으로 적을 제압했다.

 

22, 명성이나 영토를 얻기 위한

싸움에서 승리하여도

소가 연못에서 물을 먹고 돌아서듯이

왕도 언젠가는 그 땅을 버릴 수밖에 없다.

 

23. 그러므로 그대들은 법과 도리를 살펴

평화로운 방법을 택하도록 하라.

화살로 정복된 자는 다시 일어나지만

평화로운 방법으로 정복된 자는 변치 않는다.

 

24. 이런 행위는 올바르지 않다.

그대들의 힘은 비록 저들보다 앞서나

진정 대성자를 공양코자 한다면

마땅히 붓다의 인욕을 따르라."

 

25. 이와 같이 바라문이

간절한 마음으로

왕들에게 말하니

왕들도 이와 같이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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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사리를 얻기 위한 전쟁

 

26. "때맞춰 현명하고 유익하며

지혜로운 말을 하였지만

붓다의 가르침을 받들기 위한 일이니

전쟁이라 하여 개의치 말라.

 

27. 흔히 사람들은 욕망과 분노 때문에

전쟁을 일으키나

명예를 소중히 여기는 우리들은

붓다를 공양하고자 활을 잡았다.

 

28. 교만을 쳐부수기 위해

크리쉬나는 쉬슈파라와 쩨디 족과 싸웠다.

그러나 붓다는 교만을 버린 분,

그분을 공양하기 위해 목숨을 버린들

어찌 행하지 않으랴.

 

29. 브리쉬니, 만다카 왕은

한 여자를 위한 향락 때문에 싸웠다.

붓다는 탐욕을 버린 분,

그분을 공양하기 위해 목숨을 버린들

어찌 행하지 않으랴.

 

30. 브리구의 후예는 왕족을 멸망시키려고

무기를 높이 들었다.

붓다는 노여움을 정복하신 분,

그분을 공양하기 위해 목숨을 버린들

어찌 행하지 않으랴.

 

31. 라바나 왕도

천녀 시타를 연모한 나머지 전쟁을 일으켰다.

붓다는 집착을 버리신 분,

그분을 공양하기 위해 목숨을 버린들

어찌 행하지 않으랴.

 

32. 에티나 파카 등 많은 무리들,

어리석어 서로 다투었다.

붓다는 어리석음을 버리신 분,

그분을 공양하기 위해 목숨을 버린들

어찌 행하지 않으랴.

 

33. 이와 같이 세간의 그릇됨으로 인해서

많은 싸움이 일어나고 있다.

이 전쟁은 무상사(無上師)에 대한

존경에서 비롯된 일이니

어찌 싸우지 않을 수가 있으랴.

 

34. 우리는 이와 같이 결심했다.

당신은 우리의 사자가되어 저들에게 전하여

싸우지 않고 우리의 원을 이루게 하라.

 

35. 당신의 말은 진리에 어긋남이 없어

예리한 화살을 가진 우리를 제지했다.

마치 독을 입에 품은 뱀들이

주문에 의해서 저지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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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바라문 드로나의 중재

 

36. "그리 하겠소이다." 하고 왕의 말을 받들어

성 안으로 들어가 마투라 족들을 만나

다음과 같이 말했다.

 

37. "손에 활을 잡고, 번쩍이는 갑옷으로 무장하여

마치 태양과 같이 빛나는 왕들은

이 성을 멸망시키려고

사자와 같이 용감하게 버티고 있다.

 

38. 그들은 날카로운 칼을 잡고

황금을 입힌 활을 가졌으며

싸움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러나 붓다의 법을 생각하고

비법을 두려워하여 나를 사자로 보낸 것이다.

 

39. 그들이 온 까닭은

영토 때문이 아닌고 재물 때문도 아니며

교만 때문도 아니요, 노여움 때문도 아니다.

붓다에 대한 존경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들도 그 마음을 받아들여야 한다.

 

40. 붓다는 그대들에게도,

우리들에게도 스승이다.

마땅히 법의 형제이니 스승의 사리에

공양하려는 마음은 같은 것이다.

 

41. 재화에 인색함은

큰 허물이 아니지만

법을 행하는 데 인색함은

큰 허물이 된다.

 

42. 만약 그대들이 사리를 주지 않겠다면

문을 닫아걸고 버티어 보라.

화살과 빗장에 의지하는 자는

결코 뛰어난 종족이라 할 수가 없으리라."

 

43. 바라문은 계속하여 마투라 족에게

진실을 말했다.

"내가 말하고 싶은 바도 그와 같다.

스스로 이해하고 기쁨으로 들어라.

 

44. 남과의 싸움은 선이 아니고 법도 아니다.

미워하지 말고 평안함을 벗삼아라.

붓다께서도 인욕을 가르치신 바

그것으로서 존경의 불길을 영원히 하라.

 

45. 사람들은 욕망을 채우려

서로 싸움을 벌인다.

그러나 법을 지닌 사람은

안온함을 위해 분노라는 적과 싸운다.

 

46. 적정과 자비로써 설하신

그분을 공양하기 위해서 살생을 한다면

그것은 법에 어긋나는 일이다.

 

47. 그러므로 명예와 법을 나누어 주라.

그들과 싸우지 않으면

그들도 법과 명성을 얻을 것이다.

 

48. 법을 가진 모든 사람은

법으로써 화합하고,

법으로써 머문다.

 

49. 거룩하신 최고의 성선은 말씀하셨다.

'법의 보시가 최상의 보시라고.'

사람들은 쉽게 재화로서 보시하나

법의 보시야말로 행하기 어렵다."

 

50. 이름을 드높이고 안온함을 가져올

이법에 합당한 말을 들으니

부끄러워 서로 바라보면서

이와 같이 바라문에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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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근본 팔탑을 세우다

 

51. "착한 벗이여, 그대는 진실을 말했다.

바라문다운 덕을 갖추었구나.

길을 잃고 헤매는 우리를,

그대는 올바른 길로 돌이켜 주었다.

 

52. 그대가 말한 대로 그렇게 할 것이니

자애로운 우정의 말을 받아 지닐 것이다.

친구의 말을 헛되이 한다면

뒤에 고뇌 속에 떨어져 괴로워할 것이다."

 

53. 이리하여 마투라 족은 모든 중생을 위해

공경과 공덕으로 붓다의 사리를 여덟으로 나누었다.

그 중 한몫은 자기들이 취하고

일곱을 각기 다른 나라로 나누었다.

 

54. 목적을 이룬 일곱 왕들은

마투라 족에게서 공손히 사리를 받아

기뻐하며 자기 나라로 돌아갔다.

그들은 의식에 따라서

탑을 세운 다음 성선의 사리를 모셨다.

 

55. 그 바라문 또한

사리병을 받들어 탑을 세웠고,

피샬라를 존경하고 따르는 자들은

남은 재를 받아가서 받들었다.

 

56. 그 뒤에 사리를 넣은 여덟 기의 흰 탑이

장엄한 돌산 같이 세워지고

사리의 금병을 가진 바라문이

아홉 번째의 탑을 세우고

열 번째로는 재를 넣은 탑이 세워졌다.

 

57. 그 왕들은 백성들과 더불어 받들었고

바라문들은 가족과 더불어 공양하니

붓다의 여러 탑은 깃발을 펄럭이며

설산의 티세봉과 같이 받들어졌다.

 

58. 여러 가지 영락과 최상의 향기와

아름다운 꽃과 음악으로

최고의 공양을 바치며

붓다의 사리탑에 경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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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 경전의 결집과 아쇼카 왕의 전법

 

59. 이 때에 오백의 아라한이

다섯 산으로 된 마을(라쟈그리하)의

산기슭에 모여 마땅히 정법에 머물고자

붓다의 모든 말씀을 결집했다.

 

60. 비구들은 대성선의 모든 말씀을

아난다에게서 듣기로 결정한 다음

"붓다의 가르침을 말씀하소서."하고 청했다.

 

61. 그리하여 그들의 중앙에 앉은 아난다는

최승의 말씀 그대로를 전하니

어디에서, 누구에게, 언제, 무엇을

'이와같이 나는 들었노라(如是我聞).'하며 시작했다.

 

62. 이에 아라한들이 그 말씀 받드니

대성자의 가르침은 결집을 이루게 되었다.

누구나 힘써 여실히 닦으면,

이미 마쳤거나 지금이나 장차 열반에 이를 것이다.

 

63. 이윽고 아쇼카 왕이 나타나 붓다의 말씀을 받들어

교만한 적에게는 근심을 주고

고뇌가 있는 유정에게서는 고를 덜어 주니

꽃과 열매가 아름다운 아쇼카 나무 같았다.

 

64. 거룩한 마우리야 왕조는 크게 번영하여

유정들의 이로움을 위해

모든 세계에 탑을 세우니

본래 '흉폭한 아쇼카'라고 불리었으나,

이로인해 '법의 아쇼카'라고 불리게 되었다.

 

65. 마우리야의 아쇼카는

일곱 왕이 만든 일곱의 탑으로부터

성선의 사리를 모셔 내어

가을 구름 같이 빛나는

팔만의 탑을 하루에 세웠다.

 

66. 라마 마을에 있던 제8의 탑은

당시에 여려 용에게 수호되고 있어

왕은 사리를 얻지 못하였으나

거기에 붓다의 사리가 있어 용들이 섬기는

줄 알고는 믿음과 공양하는 마음 더욱 더했다.

 

67. 그는 비록 세속에 위광을 지키며

황갈색의 가사를 입지 않았어도

청정한 견해로써 초과(예류과)를 얻었다.

 

68. 그 밖의 그 누구라도

붓다를 공양하면 무상의 과보를 얻으리니

과거에도, 현재에도, 미래에도 얻으리라.

 

69. 성선을 살아 계실 적에 공양했거나,

열반하신 뒤 사리에 경배하거나,

마음이 청정하면 과보는 같으니,

붓다의 공덕은 한량없음을 슬기로운 자는 알지니라.

 

70. 마땅히 최승의 법을 알고

불멸을 얻은

자애롭고 지혜로우신 붓다를

최상으로 공양하라.

 

71. 최승의 자비와 최고의 신통력과

최고의 자비를 베푼

그분을 아는 최상의 현자라면

어찌 감사의 공양을 올리지 않겠는가.

 

72. 지상에서는 늙음과 죽음에 따르는 공포가 두렵고

천상에서는 거기에서 떨어지는 것이 두렵다.

유정들의 이 두 공포를 그분은 아셨다.

그러므로 그분 외에 누가 공양을 받겠는가.

 

73. 생이 있으면 괴로움이 따른다.

최상의 즐거움은 거듭 태어남이 없는 것이니

그분은 그 즐거움을 유정에게 베푸셨다.

어찌 최상으로 공양하지 않으랴.

 

74. 마땅히 최고자인 붓다에 경배할지니

명성이나 학식을 구하기 위함이 아니다.

원컨대 이 책이 유정을 이롭게 하여

안락을 이룰 수 있게 하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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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월광화 | 작성시간 15.10.20 감사합니다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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