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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허스님과 제자들

[스크랩] 수월스님 전기 - 이레 동안의 용맹정진 그리고

작성자천장암|작성시간14.08.07|조회수26 목록 댓글 2
    
    
    ▣  수월스님 전기  ▣ 
    
    
    
    이레 동안의 용맹정진 
    그리고 ... 
    
    
    
    깨닳음 수월의 수행 시절은 아무래도 육조 혜능 스님을 닮았다. 
    나무꾼 출신인 데다 키도 작고 생김새도 볼품없던 수월은 
    스승 경허가 일러준대로 종일토록 일만 하면서 
    죽기살기로 " 대비심다라니" 만을 외웠다. 
    일은 수월이 좌선하는 방석이었고 다라니는 그의 화두였다. 
    흔히 수행을 " 움직이지 않고 말하지 않는 것" 으로 알고 있는데
    그것은 행위도 묶고, 말도 묶고, 생각도 묶어야 하는 
    수행의 근본 정신을 바로 알지 못함이라 하겠다. 
    
    그것은 수행의 다만 수행의 형상일 따름이지 수행의 내용은 아니다. 
    수행의 겉모습을 조금만 헤치고 들어가면 묵어야 할 그 어떤 행위도
    말도, 생각도 찾아볼 수가 없다고 했으니 말이다. 
    이 자리에 이르면 움직이고 말하는 일들이 
    수행과 다른 세계일 수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저 양나라 지공 스님은 이렇게 말한 것이 아닌지. 
    " 큰 도는 언제나 우리의 귀와 눈앞에 있다. 
    바로 귀 앞에 있고 바로 눈앞에 있건만
    그것을 보고 듣는 이가 참으로 드믈구나. 
    저 도의 참모습을 깨닳으려면 소리며 빛깔이며 말을 떠나지 말아야 한다. " 
    
    수월은 사미계를 받던 해 이레 동안 용맹정진을 하였다. 
    수월의 손이 잠시 쉬면 천장암의 하루가 돌아가지 않던 무렵이었건만 
    이레 동안이나 꼼짝달싹하지 않고 공부에만 몰두할 수 있었다니! 
    이런 대단한 보너스(?)를 수월이 스스로 청해서 받았을 턱이 없다. 
    수월로서는 한끼의 밥이라도 일하지 않고 먹을 수 있다는 것을 
    상상도 하지 못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생각하건데 이 일은 "방앗간의 기적"을 눈으로 본 태허의 결단이거나 
    아니면 이 말을 전해들은 경허가 시켜서 한 일이었을 것이다. 
    경허는 수월이 이미 깨닳을 때가 무르 익었음을 알고 있었을 터이니 말이다.         
    수월은 그 이레 동안의 용맹정진을 가지려고 
    얼마나 길고 철저한 준비를 해야 했던가. 
    열다섯 해 동안 들판 살이를 통해 업장을 맑히고
    다시 세 해 동안 행자 수업으로 삼매의 힘을 길렀으니 말이다. 
    수월이 용맹정진을 한 방이 어느 방이었는지는 전해지지 않는다. 
    경허가 한 해 석 달 동안 용맹정진한, 바로 한 평 남짓한 그 작은 방이었을까. 
    아니면 그 방이 붙어 있는 몸체가 큰 방인 열 평 남짓한 선방이었을까. 
    잘 알 수는 없지만 수월의 됨됨이로 보아 그런 곳이 아니라
    천장암에서 가장 쓸모없는 뒷방인 평소 자신이 쓰던 방이 아니었을까. 
    그는 태어나 처음 얻은 이레 동안의 휴가만으로도 몸 둘곳을 몰라 했을 것이다. 
    
    수월은 아마도 그 작고 어두운 방에서 
    방문을 걸어 잠그고 이렇게 다짐 했으리라. 
    "먹지 않으리라, 마시지도 않으리라, 이레 낮, 이레 밤을 산처럼 앉으리라. 
    만일 이 수행으로 얻는 공덕이 있다면 모든 중생의 기쁨과 행복을 위해 
    남김없이 공양 올리리라." 
    수월은 방석에 앉아 눈을 지그시 감고 " 대비심 다라니"를 외기 시작했다. 
    한번 흘러나오기 시작한 그의 대비주는 끊어짐이 없었다. 
    수월은 먹을 틈도, 마실 틈도, 뒷간에 갈 틈도 없는 사람처럼 보였다. 
    음식 그릇은 되돌아가고 다시 되돌아 가고 하지만
    그의 대비주는 점점 더 깊고 큰 울림이 되어 연암산에 퍼져 나갔다. 
    마치 수월은 '대비심다라니'가 콸콸 솟구치는 영원한 '다라니 샘물'인 듯했다. 
    샘물은 흘러 내를 이루고 내는 다시 강을 이루고 
    강물은 유유히 관음의 가슴인 자비의 바다를 향해 달렸다. 
    
    이레째 되던 날 밤, 아랫마을 장요리에서는 " 불이야! " 하는 외침과 함께 
    느닷없는 종소리가 요란 스럽게 울려 퍼졌다. 
    잠자리에 들려던 마을 사람들은 물동이며, 괭이며, 
    빗자루 같은 것들을 집어들고 문밖으로 뛰어나와 사방을 둘러 보았다. 
    불길은 자신들의 집이 아니라 연암산 중턱의 천장암 근처에서 일고 있었다. 
    불기둥은 엄청났다. 온 산골짝을 환히 밝혔고, 
    불꽃은 다시 하늘 위까지 솟구쳐 연암산 너머로 까지 번지는 듯했다.           
    그러나 그 불꽃은 바라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두려움이 아닌
    말로 형언할 수 없이 맑고 장엄한 환희와 편안함을 느끼게 했다. 
    천장암으로 달려온 마을 사람들은 비로소 그 불빛이 
    왜 그토록 그들을 기쁘게 해 주었는지를 알게 되었다. 
    마을 사람들의 동요를 진정시키려고 밖에 나와 있던 
    천장암 스님들의 이야기에 따르면
    그 불기등은 수월스님이 몸으로 뿜어낸 빛이라는 것이다. 
    방아 찧으러 오면 말없이 일을 거둘어주던 방앗간지기
    몰래 절 산에 들어가 나무 할 때면 나무를 한 아름 가져다 
    머리에 이어주기까지 하던 나무꾼, 마을 사람들은 
    마을로 되돌아가는 길에 입을 모아 말했다. 
    
    "그 빛은 남을 기쁘게 해주고 싶은 바람으로 가득 찬 
    나무꾼의 가슴에서 툭터져 나온 것" 이라고, 
    그날 밤 이 빛을 본 숲, 바위, 나무, 개울물, 바람, 노루, 새, 
    하늘, 별, 귀신 그리고 밤은 더없이 기쁘고 행복하게 잠들었다. 
    
    수월은 이러한 체험을 한 뒤 세가지 특별한 힘을 얻었다고 한다. 
    첫째는 한번 보거나 들은 것은 결코 잊어버리지 않는 슬기.
    곧 불망념지(不妄念智)를 얻은 것이요, 
    둘째는 잠이 없어져버린 일이요, 
    셋째는 아픈 사람의 병을 대번에 고칠 수 있는 힘을 얻은 것이다. 
    
    그렇지만 부처님 집안에서는 수행을 하여 얻는 특별한 능력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사월 초파일처럼 절 집안에 큰 행사가 있을 때는 
    으레 부처님 앞에서 신도들의 행복을 기원하는 의식을 치른다. 
    이 의식을 '축원'이라고 하는데 
    먼저 신도들의 주소, 나이, 이름을 적은 축원장을 하나하나 읽은 다음
    이런저런 원을 정성껏 빌고 다짐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축원을 올리려면 만들어놓은 축원장을 다시 찾고
    신도들이 처음 오면 축원장을 새로 만들어야 하는데 이 일이 
    여간 번거롭지 않았다.        
    신도들 수백, 수천이 모이는 행사에는 더더욱 그랬다. 
    그러나 한번 들으면 잊어버리는 일이 없게 된 수월은 
    수고롭게 축원장을 다시 찾거나 새로 쓸 필요가 없었다고 한다. 
    가만히 앉아서 신도들이 불러주는 주소며 가족사항이며 
    바라는 바를 듣고만 있다가 부처님 앞에 나아가 그대로 막힘없이 외웠다.        
    그날 모인 신도들이 백 명이든 천 명이든 상관 없었다. 
    수월의 이 불가사의한 기억력 앞에 말문이 막힌 스님들이 
    "스님, 어떻게 그러실 수가 있습니까?" 하고 물으면 
    수월은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쓰고 찾는 일이 훨씬 어렵지 않남." 
    이렇듯 수월은 그의 불가사의한 능력을 
    마치 코로 숨 쉬는 일만큼이나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또 수월은 잠이 없어져 그 뒤 일생 동안 자리에 드러눕지도 않고 
    여러 사람의 병도 고쳐주었다고 한다. 
    
    출처 - 물 속을 걸어가는 달 - 김진태지음  
    
    
    
    
    
    
    
    
아미타불과 함께하는 마음의 고향 무주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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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우리사랑 | 작성시간 14.08.08 나무아미타불.......................()()()
  • 작성자길따라 | 작성시간 14.08.16 수행으로 얻은 공덕이 있다면 모든 중생의 기쁨과 행복을 위해 남김없이 공양 올리리라...
    이 한중생. 갈길이 멀기만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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