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월스님 전기 ▣
"내가 한 번 지나갔으니께
이제 괜찮을 거구먼
부지런히 정진이나 하도록 햐."
수월은 강계 땅에 들어왔다.
묘향산에서 강계까지는 걸어서 닷새쯤 걸린다.
스승을 찾으려고 묘향산에 들어간 수월이 세 해 뒤인
1910년에 강계 바닥에 나타난 것은 무엇을 뜻하는가.
그것은 수월이 경허가 있는 곳을 손 안에 쥐었기 때문이라고
풀이할 수 밖에 없으리라.
그 무렵 경허는 선비 박난주
또는 유발거사 박진사로 아이들을 가르치는 훈장 노릇을 하며
관서와 관북은 물론 국경을 넘어 만주 지방까지 비승비속
차림으로 떠돌고 있었다.
수월이 스승을 찾아 강계 땅 등을 돌아다닐 때 이런 일이 있었다.
그날도 수월은 탁발을 하며 떠돌다가 해가 저물자
마을 가까이에 있는 어느 절로 찾아 들어갔다.
그런데 이게 왠일인가!
절은 불에 타서 잿더미가 되었고
절 마당 가운데에는 젊은 스님이 꿇어 앉아 통곡하고 있었다.
수월은 탁발해간 조 몆 줌을 덜어 밥을 함께 지어 먹으면서
제 실수로 절을 태워버린 뒤 큰 죄책감 속에 빠져있는 젊은 스님의
속 이야기를 말없이 들어 주었다.
다음날 수월은 길을 떠나기에
앞서 젊은 스님의 눈을 가만히 들여다 보면서 이렇게 말했다.
"내가 한 번 지나갔으니께 이제 괜찮을 거구먼, 부지런히 정진이나 하도록 햐."
출처 - 물 속을 걸어가는 달 - 김진태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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