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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허스님과 제자들

[스크랩] 수월스님 전기 - 만주 개

작성자천장암|작성시간14.08.22|조회수36 목록 댓글 0
    
    
    ▣  수월스님 전기  ▣ 
    
    
    만주 개
    
    
    
    "수월" 하면 
    만주 개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다.
    수월이 그 사납기로 이름난 만주 개 무리를 만난 곳은 
    회막동에서 수분하로 가던 길목에 있는 왕청에서였다.
    
    잠이 없던 수월은 밤낮없이 길을  걸었다.
    그때 만주 땅에는 마적이며 비적떼들이 많았다고 한다.
    마적들은 총과 대포로 무장하고 수백명씩 떼지어 다니면서 
    일정한 지역을 점령하여 주민들에게서 세금을 거둬들이곤 했다.
    일제는 무장 독립군을 없애려고 일본군을 간도로 투입할 구실을 만들기 위해 
    이런 마적단에게 엄청난 돈을 주어 소위 "훈춘 사건"을 일으키기도 했다.
    
    비적은 마적에 비해 무리도 훨씬 적고 무기도 구식 칼 따위가 고작이었으나
    악랄하기는 마적들보다 더했다고 한다.
    그들은 사람들을 대들보에 매달아놓고 불침을 놓기가 일쑤였고
    이불이든 살림도구든 보이는 대로 빼앗아같다. 
    심지어는 입는 옷까지 벗겨같다
    이 같은 마적이나 비적들의 세력은 흉년이 들면 더욱 강성했는데
    그것은 먹고 살 길이 없는 농민들이 그들의 집단으로 
    흘러 들어갔기 때문이라고 한다.
    
    마을 사람들은 이런 무리들로부터 가족과 마을을 지키기 위해 
    밤에는 몸집이 크고 용맹스러운 만주 개를 
    마당과 거리 곳곳에 풀어 놓았다고 한다.
    이 개는 만주에만 있는 특별한 종이었는데
    지금은 종자가 끊어졌는지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이 개들은 마을 사람들은 절대로 물지 않았지만 
    밤에 마을로 숨어 들어오는 사람이 있으면 
    떼로 덤벼들어 여지없이 물어 죽이곤 했다.
    어찌나 날쌔고 용맹스러운지 총으로 쏘아 죽이는 길밖에 
    다른 방법이 없었다.
    야밤에 떼로 몰려드는 개들을 정확하게 
    맞추어 잡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총을 가진 마적떼도 더러 만주개의 표적이 되어 물려죽은것은 
    바로 그 때문이었다고 한다.
    
    그때 왕청 일대는 마적떼와 비적떼들이 자주 나타나던 곳이었다.
    그런데다가 호랑이가 나타나 가끔 사람을 해치는 일까지 있어서 
    사람들은 어지간히 급한 일이 아니면 밤길은 아예 나서지도 않았다.
    그래서 밤에 어느 마을을 들러 지나가는 나그네는 미리 그 마을 촌장에게 
    이 사실을 알려 집집마다 개들을 풀어놓지 않도록 해야 했는데
    특별히 잘 아는 사이가 아니면 이런 부탁은 거절당하기가 일쑤였다.
    
    이런 풍습을 아는지 모르는지 수월은 밤낮없이 길을 걸었다. 
    낮에는 무리를 이룬 조선 사람들과 함께
    그리고 밤에는 조선사람들이 말려도 한사코 홀로 걸었다.
    삶과 죽음을 던져버린지 오래인 수월에게 두려움같은 것은 
    아예 그림자도 없었던 것일까.
    아니면 좁은 방을 빌려 밤을 지새야 하는 조선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편안 잠자리를 갖게 해주려는 마음에서였을까?
    
    개척 당시 간도 땅에 자리잡고 있던 마을들은 대개 수십리씩 떨어져 있었다.
    마적, 호랑이, 만주 개, 질병의 위험에 대한 대비는 
    그 무렵 간도를 여행하던 사람들은 누구나 알고 있어야 할 
    여행 상식이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미 간도에서 몇 해를 지낸 수월이 
    이런 사실을 몰랐을리가 없었으리라.
    
    때는 가을
    차고 맑은 간도의 달빛이 거침없이 나아가는 수월의 발부리를 
    환히 밝히고 있었다.
    기러기떼는 북극성을 지나 조선 땅을 향해 날갯짓해 가건만
    수월은 아무도 기다리는 이 없는 북녘의 겨울을 향해 걷고 또 걸었다.
    
    걷는 이는 수월만이 아니었다. 
    달, 별, 하늘, 땅, 밤, 이 모든 것들이 수월을 따라 걸었다.
    만일 이들이 잠시라도 걸음을 멈추면 온갓 목숨 있는 것들의  삶도 
    그 순간 무너져 버리고 말 것 같았다.
    하늘과 땅과 별들의 걸음걸이가 끝이 없는 삶의 모습이라면
    그 사이사이에 깃들어 있는 
    숱한 생명들이란 참으로 이슬이요, 물거품이요
    아침나절에 스쳐 지나가는 짧은 바람결 같은 것이리라.
    
    수월의 걸음은 물거품 속에 있지 않았다.
    그는 저 하늘과 땅과 별들이 내딛는 걸음과 함께 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의 걸음은 한 발자국 한 발자국이 중생을 한 없이 편안하게 하고 
    모든 생명을 끝없이 일으켜 세우고자 하는 자비의 바람이었던 것이다.
    
    이런 발걸음으로 수월이 왕청의 어느 마을에 들어서는 순간이었다.
    거리에 나와 마을을 지키고 있던 만주 개 한마리가 
    허공을 향해 길게 울부짖자
    집집마다 묶여있던  개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짖어대기 시작햇다.
    마을은 금새 피비린내 나는 살기 속으로 빠져들었다.
    
    긴장에 휩싸인 마을 사람들은 개의 목을 동여맨 쇠사슬을 풀었고 
    거품을 가득 문 개들은 같은 방향으로 쏜살같이 달려 나갔다
    마을 사람들은 마적들이 마을을 습격한 것이 아닐까 하는 불길한 예감 속에 
    숨을 죽인 채 촉각을 곤두 세우고 있었다.
    
    낮선 침입자가 들어선 곳은 동구 밖에서 멀지 않은 곳인지
    개들의 울음 소리는 동구 밖에서 딱 멈췄다.
    마을 사람들은 마적과 개들이 대치 상태에 들어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도 동구 밖은 조용하기만 했다.
    총 소리도, 비명 소리도, 개 짖는 소리도, 말 울음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이를 괴이하게 여긴 마을 사람들은 손에 칼이나 몽둥이 따위를 거머쥐고 
    조심스럽게 하나 둘 문밖으로 나갔다
    마을은 서리를 안고 내리는 달빛만 교교할 뿐 
    어떤 이상한 기미도 찿아볼 수 없었다.
    사람들은 금새 무리를 이루어 개들이 뛰어나간 
    동구 밖 쪽으로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그들은 참으로 믿어지지 않는 광경을 목격하고 넋을 잃고 말았다.
    
    동구 밖 수수밭이 있는 큰길가에 흰 바지저고리를 입은 한 조선 노인네가 
    가느다란 지팡이에 작은 몸을 기대고 서 있고
    그 앞에는 미친 듯 몰려 나간 수십마리의 개들이 무릎을 꿇고 
    조용히 앉아 있는 것이 아닌가!
    노인네는 별다른 표정 없이 가만히 개들을 바라만 보고 있을 뿐이었다.
    
    이날 밤 이후에도 만주 개들은 수월을 만나면 
    한결같이 이런 태도로 수월을 반겼다고 한다.
    하기는 수월이 마지막 삶을 살다 간 화엄사에서 
    어린 시절에 수월을 직접 본 노인들의 말을 빌리면
    수월을 반기고 따르던 짐승은 비단 만주 개들뿐만이 아니었다고 한다.
    
    수월이 손을 내밀면 날아가던 까치도 앞다투어 내려앉았고
    수월이 산에 들어가면 꿩, 노루, 토끼들이 떼지어 몰려 들었다 한다.
    심지어 맹수 가운데 가장 사나운 호랑이까지도 
    자주 스님 곁에 찾아와 마음껏 머물다 같다고 한다.
    
    출처 - 물 속을 걸어가는 달 - 김진태지음  
    
    
    
    
    
    
    
    
아미타불과 함께하는 마음의 고향 무주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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