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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허스님과 제자들

[스크랩] 수월스님 전기 - 해물지심

작성자천장암|작성시간14.08.22|조회수27 목록 댓글 0
    
    
    ▣  수월스님 전기  ▣ 
    
    
    해물지심
    
    
     
    
    호랑이, 만주 개. 날짐승, 길짐승, 
    그리고 저 물속에 사는 물고기들까지 
    그토록 수월을 반기고 좋아했던 까닭은 무엇일까?
    뒷날 청담스님은 이 점에 대해 이렇게 말햇다.
    
    "만주 개는 셰퍼트보다 더 무섭습니다. 
    키는 셰퍼트보다 더 크고 사람을 잡아 먹을 정도인데
    그 개한테 내가 혼난 적이 있습니다.
    수백리 먼 길을 가게 되어 길을 묻고 싶어도 개가 나올까봐 
    일부러 다른곳으로 피해서 산을 넘어 다니고 그랬습니다.
    
    수월스님께서 계시던 절 아랫마을에는 
    조선 사람들이 한 칠백 호쯤, 중국 사람들이 한 삼백 호쯤 살았는데
    그 사람들 말이 수월 노장님 모습이 참 기이하다는 것입니다.
    
    옷도 다 떨어져서 빨간 것, 푸른 것, 흰 것 들을 
    아무렇게나 모아 누덕누덕 기워 입고, 집신도 상주들 신 모양으로 불룩하고
    머리에 쓴 것도 걸레인지 모자인지 모를 정도로 이상스러워 
    그것을 보면 그야말로 죽은 개도 기겁을 해 짖게 생겼는데
    그렇게 사나운 개들이 그 노장님을 보고는 가만히 업드려 있더라는 겁니다.
    
    탐진치 삼독이 뿌리채 딱 떨어지면 
    그와 같이 호랑이와 함께 있을 수도 있고 
    토끼나 노루가 그 사람이 앉아 있는 곳에 뛰어 들어오곤 합니다. 
    삼독은 그렇게까지 없어져야 되는 겁니다.
    
    그때 나는 나를 보고 자꾸 짖어대는 개를 보고 
    속으로 참 부끄러워 고개를 못 들었습니다.
    명색이 장삼 입고 수도하는 중이라면서 개가 짖도록 되어 있으니 
    이게 말이 됩니까.
    다 그 해물지심이 남아서 그렇습니다."
    
    
    "해물지심"이란 생명을 해치는 마음, 곧 살생하는 마음을 이르는 말이다.
    누구든 살생하는 마음이 깨끗이 떨어져버리면 
    목숨 있는 것들이 모두 품안으로 들어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고 한다.
    
    어찌 짐승 뿐이겠는가? 
    해물 지심이 사라지면 나무며 꽃이며 모든 형태의 삶들이 
    서로 마음을 주고받을 수 있는 한 덩어리의 세계 속으로 
    주저 없이 걸어 들어올 것이다.
    자비의 말이야말로 갈라진 중생들의 삶을 이어주는 참되고 진실된 말이기
     때문이리라.
    
    출처 - 물 속을 걸어가는 달 - 김진태지음  
    
    
    
    
    
    
    
    
아미타불과 함께하는 마음의 고향 무주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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