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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허스님과 제자들

[스크랩] 수월스님 전기 - 어느 독립군에게 들려준 가르침

작성자천장암|작성시간14.08.22|조회수72 목록 댓글 2
    
    
    ▣  수월스님 전기  ▣ 
    
    
    어느 독립군에게 들려준 가르침
    
    
     
    
    "중생이 없다면 부처도 없다"는 말이 있다. 
    바로 그것이다.
    만일 간도 땅에 버려진 조선 사람들의 한숨과 눈물이 없었다면 
    보살의 삶을 이룬 간도 땅의 수월도 없었을 것이다 
    수월은 1912년 간도 땅에 들어가서 1928년 그곳에서 열반에 들기까지 
    열일곱 해 동안을 간도의 관음으로 산 것이다.
    
    간도의 관음이던 수월을 만난 사람들은 
    헤아릴 수 없이 많았을 터이다.
    그러나 그가 세상을 떠난지가 어느덧 여든 해가 가까워오고 
    분단의 비극을 안고 산 지 쉰 해가 넘은 지금 
    그를 만난 사람들은 거의 옛 사람이 되었고
    그가 머물던 곳은 잡초만이 우거져 있을 뿐이다.
    게다가, 그곳과 교통이 있었을 북쪽과는 
    여전히 하늘마저 막혀 있고 그곳과 우리쪽의 왕래가 열린 지도 
    몇 해가 되지 않았으니 말이다.
    이것은 수월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큰 슬픔일 뿐만 아니라 
    그를 사랑하게 될 더 많은 사람들의 불행이기도 하다.
    
    드센 역사의 파도는 몸으로 증언해줄 사람들을 
    거의 다 옛 사람으로 만들어버렸고 자료는 
    가을 바람 앞의 낙옆처럼 흩어진 데다가 
    그것마저 사상과 이념에 변질되어버렸다.
    여러 차례에 걸쳐 어렵게 발품을 팔고 귀동냥을 했지만
    잃어버린 이야기를 쉽게 찾기가 어려웠다.
    
    겨우 찾아 내어 만난 사람 가운데 한 분이 혜양 스님이다. 
    그는 경남 하동 사람인데 독립운동을 하다가 몸을 크게 다치는 바람에 
    수월을 만나 몸도 낫게 되고 새로운 삶에 눈도 뜨게 되었다.
    
    1995년에 뵌 노스님은 몸과 마음이 놀라우리만큼 젊고 건강했다
    노스님은 수월을 만난 그때를 주저없이 이렇게 기억해냈다.
    "수월스님이야 말로 참 도인이여.......,
    그러니까 내가 일본에서 대학을 마치고 중국 상해로 망명하여 
    독립운동 교육을 받고 간도 땅으로 갔을 때니 
    내 나이 스믈다섯 살 때 일이여 고국을 등지고 그곳에 살던 
    우리 동포들은 일본 놈들의 야만스런 행동에 시달리며 
    피눈물을 삼긴 채 독립의 그날만을 기다리며 
    살던 터라 먹고 사는 모습이 참으로 비참하기 이루 말할 수 없었어요
    (그때 동포들의 비참했던 삶이 떠오르는지 
    스님은 손수건으로 흐르는 눈물을 닦았다).
    
    상해에서 간도 땅으로 가서 처음 간 곳은 
    몽골과 북만주 사이에 있는 토성 이라는 마을인데
    이곳에서 독립운동 대표자회의를 사흘 동안 열고 
    다섯 명씩 한 조를 이루어 동포들이 살고 있는 
    마을을 돌아다니며 독립운동의 필요성과 방법에 대한 
    연설을 하기로 했어.
    
    그때 우리 조는 왕청 현 나자구라는 곳을 떠돌면서 연설하고 다녔어.
    나자구에는 집이 마흔이나 쉰 호 남짓한 태평촌이라는 마을이 있었는데
    나는 그곳에서 몸을 크게 다치고 말았지.
    병원도 없고 약도 흔치 않던 때라 나는 마을에 혼자 남고 
    나머지 동지들은 다른 마을로 떠났어.
    나는 참으로 비참한 모습 이었어. `이제는 죽었구나` 하는 생각만 들었어요.
    
    그런 마음으로 어는 집 뒷방에 누워 있는데
    갑자기 마을 어귀에서 나지막한 목탁 소리가 들려왔어.
    그 순간 나는 움직일 수 없는 몸인데도 생기가 샘솟고 
    그 목탁소리와 함께 수월 대선지식의 이름이 번쩍 떠오르는게 아니겠어. 
    `맞아, 수월 선사께서 이 북간도 어디엔가 머물고 계신다고 했지!`
    하는 생각이 들자 일본에서 공부할 때부터 
    불교 공부를 해오던 터라 나도 모르게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염불을 하면서 수월 선사 뵙기를 간절히 기도드렸지.
    
    이렇게 한마음으로 기도하다가 눈을 떠보니
    늦은 봄 맑은 하늘에 둥글고 커다란 원이 하나 보였어.
    눈을 비비고 다시 보니 머리를 깍고 목에 염주를 맨, 
    나이가 사오십쯤 되어 보이는 스님 한 분이 
    누워 있는 나를 내려다보고 있는 게야.
    내가 눈을 뜨자 그 스님은 이렇게 말했어요.
    
    "어디서 온 시주이신데 이렇게 몸을 크게 다쳤습니까? 
    저는 윗마을 화엄사에 머물고 있습니다.
    큰스님께서 보내셔서 이렇게 왔습니다. 
    등에 업히시지요. 나무관세음보살 "
    
    "아, 기도의 힘이 헛되지가 않았구나!" 하며 
    그 스님의 등에 업혀 한 오 리쯤 갔을까?
    너무 힘들어서 어떻게 절까지 왔는지도 모르겠는데
    절 어귀에 들어서자 나를 업은 스님이 나즈막한 목소리로 
    "저 앞에 수월 큰 스님이 나와 계십니다"  하는 것이 아니겠어.
    
    그 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어 앞을 보니 누더기를 입고 
    지팡이를 짚고 서 계시는 모습이..
    내가 그토록 간절히 뵙기를 기도드리던 수월 큰스님이었어.
    가까이 다가 가서 뵈올 때는 큰스님의 광채 나는 눈빛에 
    감히 얼굴을 바로 들 수가 없었어요.
    나중에 알고보니 큰스님께선 내가 몸을 다쳐 
    마음이 상해 있는 것을 아시고 스님을 보내서 데려오게 하셨던게야.
    
    이레 동안 화엄사에 머물면서 큰스님 법문도 듣고 치료도 받았지. 
    몸은 며칠이 지나자 말끔히 다 나았어.
    큰스님께서 병을 고치는 법력은 정말 대단 하셨어요.
    벌써 일흔 해 전의 이야기지만 수월 선사께서 내게 들려주신 법문은 
    일생 동안 좌우명으로 삼아 간직해와 지금도 기억이 뚜렷해..
    하지만 다른 일은 잘 기억이 나지 않아.
    
    그때 화엄사에 살던 대중들은 비구 스님 여섯 분과 
    처사 두 사람 이었는데 내가 몸을 다쳐 누워 지내다보니
    그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많았지. 
    그 분들은 큰 스님께서 언제인가는 깨닳음의 계기를 주시리라고 
    굳게 믿고 열심히 정진하고 있었어.
    밥도 스님들이 손수 짓고 절일 또한 스님들이 손수 다 일구었는데
    젊은 스님들은 큰스님께 일을 하시지 못하도록 했지만 
    도저히 막을 수가 없었어.
    
    큰스님은 쉬지 않고 집신을 삼고 나무를 해오고 
    음식을 지어다 들이나 산에 나가서 배고픈 사람들을 먹여 주셨어.
    그곳 스님들 이야기로는 수월 큰스님은 법상에 올라 
    법문을 하신 적은 한 번도 없고 들이나 산에서 일하는 틈틈히 
    몇 말씀하시곤 했는데 이런 말씀을 자주 하셨다고 그래요.
    
    "열심이 혀라. 땅을 팔 때는 다만 땅만 파거라. 
    어려운 가운데서도 일없이 되는 공부라야 공부라고 할 수 있는 겨. 
    땅 파면서 오직 한 생각만 챙겨야 혀!
    오직 한 생각만 챙기고 그 밖에 천 가지 만 가지 생각일랑은 
    다 쓸어버려야 하는 겨.
    이렇게 되어야 다만 밭일을 하는 것을 넘어 마음밭을 일구게 되는 겨."
    
    큰스님께서는 밤에도 잠을 주무시지 않았어.
    내가 누워 있던 방이 바로 큰스님 옆방이어서 
    몸이 나은 사흘 뒤부터는 자주 큰스님 방에 들어가 
    좋은 법문을 들었지.
    
    (이때 수월이 혜양스님에게 들려준 법문내용이 
    이 책 맨 앞에 실린 `수월스님 말씀`이다)
    그때 큰스님께선 나를 간호하시느라 절에 계신 시간이 많았던 것 같아.
    스님께서 자시던 음식은 하루 한두 끼의 간단한 생식거리가 전부였어요."
    
    혜양스님은 화엄사를 떠난 후 동지의 비참한 죽음을 보고 
    몽골에 있는 `모르웨나` 사원에서 스님이 되었고,
    해방되던 해 고국의 품으로 돌아왔다.
    
    출처 - 물 속을 걸어가는 달 - 김진태지음  
    
    
    
    
    
    
    
    
아미타불과 함께하는 마음의 고향 무주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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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우리사랑 | 작성시간 14.08.23 나무아미타불...................()()()
  • 작성자무일 | 작성시간 16.10.06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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