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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요 법 회

11월27일, 일요법회 늬우스 데스크 7.

작성자밸라거사|작성시간16.12.03|조회수252 목록 댓글 0

  2016.11.27.. 고북의 고약한 성깔을 보여주는, 안개로 위장한 미세먼지와 부스시시 빗방울



 

 

 

 

  1127, 일요법회 늬우스 데스크 7.




 

 

 

  여보세요! 일요법회 앵커맨 밸라거사입니다.



 

 

 

  Coffee & Cookie 찻집에는 하늘빛 현관 입구 나무 테라스에 하늘색 자전거가 놓여있었습니다. 물론 찻집을 꾸미고 있는 장식품입니다. 하지만 실물 자전거이기 때문에 테라스에서 길에 내려놓고 안장에 걸터앉아 두 발로 페달을 돌려주면 잘 굴러갈 것입니다. 하늘색 자전거라 잘만 탄다면 하늘까지 올라갈지도 모르겠습니다. 나는 기계라면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자전거도 좋아하지 않습니다. 내 취미중 하나인 마라톤을 40대부터 해왔는데 2,000년대 들어서면서 많은 마라톤 동호인들이 마라톤에서 철인삼종경기鐵人三鐘競技로 종목을 바꾸었습니다. 1970년대 미국에서 기원한 트라이애슬론Triathlon은 수영과 사이클, 그리고 마라톤을 연이어 수행하는 경기여서 보다 짜릿한 도전심과 성취감을 느낄 수 있어서였든지 동호인 수가 급속히 불어났습니다. 아마 화끈 빠끈하고 격하게 박력 있는 것을 좋아하는 우리 민족성에 어울리는 운동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많은 마라톤 동호회 회원들로부터 몇 차례 권유를 받았지만 나는 거절했습니다. 마라톤도 좋아하고 수영도 좋아하지만 자전거 타기를 좋아하지 않아서였습니다. 같은 트라이애슬론경기라고 하더라도 올림픽 표준 코스는 수영 1.5Km, 사이클 40Km, 마라톤 10Km인데 비해 철인코스는 수영 3.9Km, 사이클 180.2Km, 마라톤 42.195Km입니다. 아무튼 트라이애슬론에는 사이클이 들어있어서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이 전혀 생기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어렸을 때는 자전거타기를 무척 좋아했습니다. 그리고 혼자서 자전거를 처음으로 탈 수 있었던 날을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때가 국민학교 5학년 초겨울인 김장철이었습니다.





 

 

  집을 나서면 바로 보이는 커다란 경양방죽이 있었고, 넓은 경양방죽 가장자리를 빙 둘러서 넓고 한가한 길이 나있었습니다. 방죽 너머로 논과 밭이 많이 있어서 여기저기 김장용배추를 가득 실은 리어카와 소달구지가 돌아다니고 있는 사이로 우리들은 자전거를 탔습니다. 주로 사촌형들과 어울려서 자전거를 배웠는데 자전거는 용돈을 모아 자전거포에서 빌렸습니다. 30분이나 1시간 단위로 빌려오는 자전거는 사촌들과 10분씩 순번제로 돌아가면서 탔습니다. 사촌이 탈 때는 내가 뒤에서 밀어주고 내가 탈 때면 사촌이 뒤에 밀어주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내 차례가 되어 사촌이 밀어주는 자전거를 나름 열심히 폐달을 돌려가며 타고 있는데 뒤에서 자전거를 따라 달려오던 발걸음 소리가 멀어지면서 , 자전거 놓았다.” 하는 사촌의 말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나는 자전거를 놓았다.” 라는 말소리에 정말인가 아닌가하는 의아한 눈으로 길바닥을 쳐다보았습니다. 등진 붉은 석양빛에 땅바닥으로 길게 깔려있는 자전거의 검은 그림자만 앞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자전거 뒤에 사촌의 분주한 그림자는 없었습니다. 나도 모르게 자전거 핸들을 불끈 쥐었습니다. 자전거를 타고 혼자 힘으로 달려갈 수 있다는 사실에 거의 희열에 가까운 흥분이 가슴을 가득 채웠습니다. 그래봐야 얼마가지 못하고 저만큼 앞서 가는 김장김치 리어카를 힘껏 들이받아서 욕을 엄청나게 얻어들었습니다. 그래도 기분은 하늘을 나는 것 같았습니다. 한 번 자전거타기의 요령을 알자 실력이 쑥쑥 늘어서 머지않아 사촌과 함께 경양방죽에서 출발하면 태봉산까지 가볍게 한 바퀴 돌아와서 방죽을 몇 바퀴씩 돌면서 달려 다녔습니다. 자전거 죽마고우竹馬故友인 그 사촌형이 은행 지점장을 끝으로 현직 은퇴를 한 뒤 지금은 무슨 고문인가 하는 직함을 가지고 슬슬 등산이나 다니는 할아버지가 되었습니다. 전화기도 싫어하고, 전자레인지도 싫어하고, TV도 싫어하고, 전기면도기나 진동칫솔도 싫어합니다. 기계는 좋아하지 않지만 친해지려고 노력하는 기계가 있기는 있습니다. 자동차와 컴퓨터입니다. 아참 하나 더, 라디오는 예외적으로 좋아하는 편입니다. 그래서 운동도 돈이 많이 들고 기구를 사용하는 것보다는 맨몸으로 하는 종목을 더 잘하고 더 좋아하는 편입니다. 마라톤, 수영, 스트레칭, 맨손체조, 유도처럼 그저 별로 돈이 들지 않은 운동을 좋아합니다. 지난 2,000년이던가 야쿠쇼 쇼지 주연의 코미디 영화 쉘위 댄스를 아내와 함께 보았습니다. , 이런 세상도 있는 것이구나. 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대략 십오 년 전에 마음먹고 해볼 양으로 재즈댄스를 한 삼 개월가량 배우다가 그만두었습니다. 회비에, 복장에, 신발에, 비용도 비용이지만 회원 50여 명 중 남자는 딱 세 명이었는데, 그 중 한 명이 군대를 가고 또 한 명이 직장 따라 지방으로 가버렸습니다. 그러니 딱 혼자 우뚝 남게 되어 꽃밭의 괴석怪石처럼 좋긴 좋았는데 다른 운동과는 달리 재즈댄스의 리듬이 몸에 철썩~ 하고 잘 붙지가 않았습니다. 역시 비용이 들고 기구나 갖춰야할 복장이 복잡한 운동은 내게 맞지 않는가보다 생각을 하고 그만 두었습니다. 잘했습니다. 그리고 바로 마라톤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막상 마라톤을 해보니 남자도 많고, 비용도 들지가 않고, 다리가 팍팍한 게 운동이 척척 되는 것 같아 마음에 꼭 들었습니다.





 

 

  비도 오고 나름 분위기도 있는 서산의 일요일 저녁인데 찻집 안에 손님이 한 사람도 없었습니다. 긴 테이블을 하나 잡고 우리 일행들이 둘러앉았습니다. 역시 커피 값이 비쌌습니다. 나는 먹고 마시는 종류는 무심결에 곰탕이나 짜장면 값과 비교해보는 버릇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곰탕집이나 짜장면집에서는 이런 안락한 분위기나 평평한 공간까지 제공해주는 것은 아니라서 그냥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습니다. 아메리카노를 시킬까 하다가 카페라떼를 시켰습니다. 카페라뗴는 쓰지도 짜지도 않게 달부드름한 맛이 아마 처음에는 여성용 음료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커피 잔을 하나씩 테이블 앞에 놓고는 있었지만 커피를 마시는 일보다 담담淡淡한 대화나 정서적 교류와 편안한 신뢰감이 더 좋았습니다. 몸이 피곤해서 집으로 돌아가 쉬고 싶은 도반님들도 계시련만 느지막이 서산에서 출발해야하는 서울팀을 위해 늦은 시간까지 자리에 남아 이야기를 하고 듣고 하면서 시간을 이모저모 잘 달래주신 덕분에 즐거운 한때를 보낼 수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새로운 일행들이 찻집에 들어왔습니다. 그래서 우리일행들은 따스하게 데워놓은 담담하고 편안한 공간들을 그쪽 분들께 인계를 해주고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어둠속에서 인사를 하고 악수를 하고 다음 주 일요법회에서 만나기를 약속하면서 각자 차에 올라탔습니다. 찻집에 들어올 때 어렴풋이 내리고 있었던 가랑비는 멈췄으나 어둠은 길바닥에서부터 연방 키를 높이면서 허공을 향해 계속 쌓이고 있었습니다. 이상 일요법회 늬우스 데스크 앵커맨 밸라거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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