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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요 법 회

12월11일, 일요법회 늬우스 데스크 2.

작성자밸라거사|작성시간16.12.13|조회수104 목록 댓글 1

  2016.12.11.. 천장사 집웅이 된 하늘, 파랑이 용궁龍宮처럼 쌓여있었다




 

 

 

  1211, 일요법회 늬우스 데스크 2.



 

 

 

  여보세요! 일요법회 앵커맨 밸라거사입니다.



 

 

 

 

  화성 휴게소에 들려 차에 연료를 가득 채우고 끄윽~ 배부른 차를 몰아 서해안고속도로와 국도를 달려서 제1주차장에 잠깐 멈추었습니다. 1주차장은 장요리에 들어서서 천장암 입구 조금 못미처에 있는 넓은 주차장입니다. 여기에서 바라보는 연암산과 삼준산의 경치가 제법이고 주차장 아래로 펼쳐있는 논밭과 산기슭의 풍경들이 계절 따라 즐길만합니다. 그리고 화장실이 하나 있습니다. 시골 조그마한 부락인 장요리에 이렇게 세련된 화장실이 주차장 옆에 서있는 것을 보고 처음에는 살짝 신기한 마음에 일어났습니다. 아마 장요리 마을 사람들보다는 연암산과 삼준산에 등산을 온 등산객을 위해 지어졌다고 생각을 하게 되는데 지방자치제가 자리를 잡으면서 이런 곳까지 신경을 쓰는가싶기도 해서 무척 긍정적인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화장실은 외관이나 내부 시설이 서울특별시 송파구 잠전 공원에 있는 공중화장실과 견주어 조금도 손색이 없습니다. 화장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항상 클래식 음악이 나왔습니다. 그리고 겨울에는 히터가 작동을 해서 스팀을 통해 따뜻한 공기가 화장실 안에 감돌고 있었습니다. 볼일을 보면서 클래식을 듣는 느낌은 다소 각별한데가 있습니다. 중학교 2학년 봄 음악시간에 처음으로 해설을 곁들인 클래식 음악을 감상해보았습니다. 그래서 그날 들었던 두곡과 그 다음 시간에 들었던 한 곡의 음악은 내 클래식 음악 감상의 전 재산이자 고향과도 같습니다. 첫날에는 영국 작곡가 케텔비의 관현악곡인 페르시아의 시장에서였습니다. 그 다음 곡이 주페의 경기병 서곡이었습니다. 별명이 땅꼬마였던 음악선생님은 음악 실력보다는 당수가 5단이라는 소문에 이미 우리들은 기가 살짝 꺾여있었지만 선생님은 우리들을 상대로 당수5단 실력을 발휘한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한 번은 우리들의 끈질긴 요청으로 엄지와 검지만으로 사과를 부셔버리는 괴력을 보여주셨습니다. 그래서 그랬든지 다른 수업시간에 비해서 수업분위기는 아주 좋았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 시간에 들었던 베토벤 교향곡 5이었습니다. 우리나라와 일본에서는 별칭으로 베토벤 운명 교향곡이라고도 불립니다. 이 명칭은 운명은 이와 같이 문을 두들긴다.’ 라는 베토벤의 말에서 비롯되었다고 합니다. 꽃 피고 새 우는 어느 봄날에 중학교 2학년짜리들에게 갑자기 때 이른 클래식 바람이 불어서 이 세 곡을 포함해서 클래식 음악을 뭐가 뭔지도 모르면서 참 많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클래식 음악을 가까이 하려면 우선 많이 듣는 것이 좋은 방법이라는 것을 알고 나서는 헛웃음이 나왔지만 그래도 클래식 음악에 관한한 중·고등학교 시절이 전성기였던지 그 이후로는 그때만한 애정이나 발전이 없는 것 같습니다. 하여튼 그랬습니다.





 

 

  다시 화장실 이야기로 돌아갑니다. 화장실 문을 여는 순간부터 손을 씻고 돌아 나오는 순간까지 클래식 음악이 계속 나옵니다. 선율은 익숙한데 제목을 모르는 관현악이 대부분입니다. 그런데 피아노곡이 흩어지는 눈보라처럼 천장에서 쏟아져 나오면 쇼팽인지 라흐마니노프인지 그 속을 알 수가 없지만 그래도 일부러 천천히 움직이면서 듣고 있었습니다. 고등학교 시절 지금은 정형외과 의사인 찬수라는 친구가 대화 중 인류가 발명한 것 중에 최고의 목록은 음악이라고 말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렇지만 나는 친구의 말에 동의할 수 없었습니다. 나는 최고의 목록은 쌀밥과 빵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아마 이런 생각들의 바탕에는 음악이 있으면 배고픔도 잊어먹는다. 라는 생각이, 또는 뭐니 뭐니 해도 배가 불러야 음악이니 예술이니 즐길 마음이 생겨나지. 하는 생각이 깔려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건 그런데 화장실을 멀리서 볼 때와 막상 사용을 하고나서 나올 때와의 기분이 살짝 다릅니다. 이렇게 멋지고 고급진 화장실이 좋긴 하지만 역시 관리 상태를 봐야 진정한 고급인지 겉만 고급인지를 판단할 수가 있습니다. 좋은 화장실을 시골 곳곳에 설치를 하려면 지시와 돈으로 가능합니다. 그러나 시설과 청결상태를 처음처럼 유지하려면 돈과 꾸준한 관심을 필요로 합니다. 후진국이라면 우선 돈이 없어서 이런 시설을 애당초 엄두도 못 내겠지만 중진국 대열에 들어설 즈음에는 재정확보가 되기 때문에 멋진 화장실을 지을 수는 있습니다. 만약 국가나 지방자치제의 경제는 중진국일지 몰라도 생각만은 여전히 후진국에 머물고 있다면 관리나 보수는 별로 상관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런 행정을 보여주기 행정또는 일회성 행정이라고 합니다. 엄밀하게 말하면 시설물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편의시설에서 불편시설로 변해 갑니다. 그리고 여기에는 사용자의 태도도 한몫을 하게 됩니다. 우리가 중진국인지 후진국인지를 판단하는 것은 복잡한 경제용어와 나열된 숫자가 아니라 그냥 있는 그대로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사람의 얼굴 중에서 가장 미묘하고 정직한 부분이 눈이라고 보통 말을 합니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은 눈이 아니라 입술이라고 말을 하기도 합니다. 눈은 때로는 거짓 눈물을 만들어내기도 하지만 입술은 반드시 말라붙어서 자신도 모르게 침을 발라줘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여인女人의 얼굴 중에서는 역시 정직하거나 정직해지고 싶어 하는 눈과 입술이 제일 예쁜 것 같습니다. 아니, 그렇다고 해서 오똑한 코나 초승달 같은 눈썹이 예쁘지 않다는 말이 아니라 여인들 모습 중에서 그래도 유일하게 정직할 듯한 눈과 입술에 호감이 쏠린다는 이야기입니다.





 

 

  제1주차장의 고급진 화장실에서 나왔더니 태평거사님 차가 우리 차 옆에 멈춰서있었습니다. 차안에는 고북면소재지의 락화보살님도 앉아 있었습니다. 그렇게 천장암 제2주차장으로 함께 두 대의 차가 올라갔습니다. 성우당 마당으로 들어섰더니 염궁선원 빈 터에 주지스님과 노스님 한 분이 서 있었습니다. 스님이 회주이신 옹산스님이신가 하고 다시 쳐다보았더니 방장스님이셨습니다. 지난 여름에 뵈었던 방장스님과 지금 염궁선원 빈 터에 서있는 방장스님은 분명 같은 분인데 보는 순간 반가움이랄까 대하는 그 기분이 꽤 달랐습니다. 조금 표현이 어눌하지만 어눌한 대로 나타내본다면 지난 여름에는 큰스님께서 오셨네! 하는 마음이었다면 오늘 아침에는 큰스님께서 납시었군. 하는 마음이라고 해야 할까 그런 기분이 들었습니다. 방장스님과 눈이 마주치자 합장을 드렸습니다. 그런데 방장스님 옆에 서서 뭔가 지시사항을 듣고 있는 주지스님은 방장스님만 보고 있었습니다. 나는 돌계단을 지나 법당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법당 안에 좌복도 깔아놓고 일요법회 교재인 빠알리경전도 놓아두었습니다. 머지않아 법당 안으로 효원스님께서 들어오시고 사시불공이 시작되었습니다. 좌복 위에 무릎을 꿇고 앉아 단정하게 천수경千手經을 도반님들과 함께 염송했습니다. 효원스님 목탁소리에 맞추어 천수경千手經을 염송하다보니 방장스님께서 천장암에 오신 것도, 여인女人의 눈과 입술이 예쁜 것도, 중학교 2학년 때 클래식 음악반에 가입해서 영문도 모르는 길고 긴 음악을 듣고 있었던 것도 다 잊어먹었습니다. 그리고 사시불공이 끝나자 일요법회시간이 되었습니다. 이상 일요법회 늬우스 데스크 앵커맨 밸라거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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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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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우리사랑 | 작성시간 16.12.13

    늘 밸라거사님 글을 보고있으면 내가 일요법회에 참석했었다는 착각이 들정도입니다.
    앞으로도 쭈욱 부탁드립니다,저처럼 일요법회에 참석못하는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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