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일 요 법 회

12월18일, 일요법회 늬우스 데스크 3.

작성자밸라거사|작성시간16.12.24|조회수120 목록 댓글 0

  2016.12.18.. 흐리고 따뜻한 날씨




 

 

 

  1218, 일요법회 늬우스 데스크 3.



 

 

 

  여보세요! 일요법회 앵커맨 밸라거사입니다.



 

 

 

 

  ‘튀기지 않고 바람으로 말린 생 라 면이라고 마지막 세 글자인 생라면을 강조하고 있었습니다. 뒷면에는 통영굴 2마리를 통째로 갈아 만든 후첨 스프로 진한 굴 풍미를 냈다고 설명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앞뒤 문장을 잘 읽어보면 설명이라기보다는 홍보에 더 가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라면 이름이 통영 굴짬뽕인데 어제 저녁에 내가 끓여먹었던 라면입니다. 서울보살이 집에 돌아와서 식탁위의 빈 라면봉지를 보자 당신은 나만 집에 없으면 라면을 끓여먹는다고 눈에 힘을 주고 언성을 높였습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한 5분가량 힘든 시간을 견딜 만큼 충분한 보상이 될 만한 맛을 가지고 있는 것이 이따금 먹어보는 라면 맛입니다. 그런데 라면포장지를 자세히 읽어보았더니 국물 적게 먹기로 시작하는 건강한 식습관이라는 문구도 보였습니다. 사실 라면은 국물 맛에 먹는 것인데 설명서에 적혀있는 대로 국물은 적게 면, 건더기 위주로 먹는다면 라면 맛이 제대로 날까하는 궁금증이 살짝 생겼습니다. 거의 한 달쯤 전에 서울 모처에서 달걀을 세일한다고 해서 주변에도 나누어줄 겸해서 잔뜩 사놓은 달걀이 현관입구에 언덕처럼 쌓여있습니다. 그런 이유로 이차저차해서 우리 집에는 달걀이 아주 많이 있습니다. 그건 그런데 얼마 전 갑자기 달걀 값이 폭등暴騰을 해버렸습니다. 그래서 갑자기 귀하신 몸이 돼버린 달걀을 흥미롭게 아침저녁으로 쳐다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 판씩 줄 요량이던 달걀도 한 알씩만 주려고 생각을 바꿨습니다. 그래야 많은 사람들에게 골고루 귀한 달걀을 먹는 기회를 드릴 수 있을 것 같아서입니다. 라면에는 역시 달걀입니다. 어떤 분들은 라면에 달걀을 넣으면 담백한 라면 맛을 버린다고 맨탕으로 라면을 끓이는 분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70년대만 해도 삼양라면에 계란을 넣어 끓이면 삼계탕이 된다고 해서 별미別味로 쳐주었습니다. 하기야 법정스님 글에서 보면 국수는 삶아서 찬물에 헹구어 낼 때 손으로 집어먹는 날 것의 맛이 으뜸이라는 대목이 있기는 하지만 그것은 변변한 김치쪼가리마저 없는 토굴생활의 이야기이고, 실제로는 국수로 만들 수 있는 요리의 가짓수는 수백 가지는 될 것입니다. 역시 라면에는 달걀입니다. 그래서 집안의 많은 달걀을 소비도할 겸 해서 달걀 두 개를 넣어 라면을 끓였습니다. 이게 ’70년대로 돌아간다면 가난한 미식가美食家들 사이에 유명했던 쌍라면입니다. 지난번 천장암 제1주차장 옆에서 일요법회 도반님들과 울력을 해서 조금씩 나누어온 고북 알타리무로 담근 총각김치와 함께 먹었습니다. 말 하나마나 엄청 맛났습니다. 지금 미얀마 어느 사원 꾸띠에 유배중인 우리스님 생각이 날 정도였습니다. 그야 갈비찜이나 캐밥이나 삭힌 홍어회만큼은 아닐지라도 다른 음식에는 결코 들어있지 않은 라면만의 풍미風味가 혀끝과 목구멍을 휩쓸고 다녔습니다.





 

 

  나도 예전에 라면을 많이 먹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대학을 다닐 적에 몇 년 동안 자취를 했었는데 끼니마다 밥을 해먹는 일이 간단치가 않았습니다. 그래서 자취에 이력履歷이 좀 생기자 라면과 달걀을 박스와 판으로 들여놓고 시시때때로 달걀 넣은 라면을 끓여먹었습니다, 그리고 라면 맛이 좀 시들해지면 이번에는 마가린과 식빵을 사다놓고 줄기차게 토스트를 만들어 먹었습니다. 음식 만드는 시간을 아껴가며 책을 보려고 했던 것이 아니고 빨리 쉽게 먹고 설거지 거리를 줄이려는 내 나름의 체험이 우려낸 생활의 지혜였던 것입니다. 그건 그런데 라면이라고 해서 다 같은 라면이 아니라 라면을 대하는 방법과 방식에 따라 그 나름의 격이 있습니다. 달걀을 넣어 끓여낸 라면은 반드시 그릇에 옮겨 먹어야 제 맛이 납니다. 식탁에 앉아 수저와 젓가락을 사용하여 반찬과 더불어 먹는 그릇라면은 식사에 준하는 상위上位 라면이지만 끓인 냄비라면 채 들어다 먹거나 용기에 든 채로 먹는 것은 식사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런 이유로 사발면이나 컵라면은 하위下位 라면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그나저나 이제는 나트륨 양, 지방, 콜레스테롤, 당분 등의 이유로 해서 라면이나 빵, 탕수육 등을 예전처럼 입맛 내키는 대로 많이 먹을 수가 없습니다. 혈압, 당뇨, 비만, 고지혈증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은 세상世上에 아무도 없기 때문입니다. 나도 혈압은 약간 높은 편인데, 어제 아침 새벽불공을 다녀와서 말끔한 상태로 재봤더니 80/127이 측정되었습니다. 지난 10월 교통사고 당한 후로 운동도 못하고 몸이 별로 좋지 않았는데 꾸준하게 병원치료를 받아 몸이 회복되어가면서 운동을 다시 시작하고 또 새벽불공을 다녔더니 몸의 기력이 눈에 뜨게 충실해졌습니다. 지난 11월 중순께에는 순간혈압이 98/178까지 올라가기도 했었답니다. 그래도 여전히 음식을 맛있게 많이 잘 먹습니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음식을 맛있게 잘 먹고, 또 많이 먹는 것을 권하는 사회라서 맛있게 잘 먹는다고 이제까지 칭찬을 받아왔는데 아쉽긴 하지만 이제부터는 칭찬의 말씀보다는 절제節制의 미덕美德을 알아야하는 나이가 되어버렸습니다. 적게 먹는 소식小食까지는 아니더라도 입에서 당기는 만큼이 아니라 몸이 원하는 만큼씩만 먹어야할 것 같습니다. 부처님께서 열반하신 지 100년 후 진보적인 웨살리의 왓지족 비구들이 공표한 열 가지 조항條項 중에도 음식에 관한 것이 다섯 가지나 들어있었습니다. 이 열 가지 조항들은 여래에 의하여 모두 금지된 허용되지 않은 것들이라고 700명의 장로들에 의해 선언되었습니다. 이것이 부처님 열반 후 2차 결집의 내용입니다. 2차 결집이 있고나서 승단에 첫 번째 분열이 일어났습니다. 전통, 보수파인 상좌부上座部로부터 진보적인 대중부大衆部가 갈라진 것입니다. 정통파 비구들은 어떤 계율도 바뀌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였고, 진보파들은 어떤 계율은 바뀌어야한다고 주장하였기 때문입니다. 그 치열한 논쟁 가운데는 음식에 관한 것들이 절반이나 차지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2500여 년 전의 아라한들도 그러셨는데 2500년 후의 나도 그 고민을 끊임없이 하고 있는 중입니다.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 북마크
  • 공유하기
  • 신고하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