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일 요 법 회

02월12일, 일요법회 늬우스 데스크.

작성자밸라거사|작성시간17.02.13|조회수84 목록 댓글 0

 

 

 2017.02.12.. 맑고 밝고 쾌청快晴하고

 

 

 

 

 

  일요법회 늬우스 데스크 1.

 

 

 

 

 

  여보세요, 일요법회 앵커맨 밸라거사입니다.

 

 

 

 

 

 

  저토록 푸른 하늘에 흰 구름 둥둥 떠가는 풍경만 잠시 바라보아도 일요일 아침 절에 온 보람 절반을 하고 간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울어진 석탑 옆에 서서 법당 지붕 너머 산비탈에 나란히 줄을 선 소나무 우듬지 위로 십이 폭 병풍처럼 드리운 청천晴天 하늘을 보고 있으면 그런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어렸을 적 고향의 하늘은 날이면 날마다 저런 빛과 색이어서 원래 하늘이란 그렇고, 항상 그렇고, 언제라도 그런 줄만 알았습니다. 그런데 철이 들고서야 어쩌다보니 알게 된 사실이지만 하늘의 내일과 모레도 사람의 내일과 모레처럼 변하고 화하고 그래서 변화變化해 갈 수도 있다는 것을 내 눈으로 보게 되어버린 것입니다. 지지난 주 일주일 간 화순 모후산母后山 작은 암자에서 지내는 동안에도 처음 닷새 동안은 무척이나 맑고 쾌청한 날씨가 계속되어 법당에서 기도를 마치고나오면 얼른 차를 한 잔 마시고는 차실 앞의 마루 기둥에 등을 붙이고 앉아서 허공중에 찰랑이듯 넘쳐나는 햇살을 받으면서 오후 내내 해바라기를 했습니다. 마루에서 올려다 보이는 파란 하늘과 물결쳐오는 누른 햇살 속에는 따스한 온기보다 더 뜨거운 내 유년의 추억들이 백찰밥의 하얀 김처럼 모락모락 피어올랐습니다. 맑고 푸른 하늘은 푸르러서 만이 아니라 푸르름 안을 채우고 있는 것들이 한순간에 모조리 뛰쳐나와 끝없는 즐거움 속으로 나를 붙들어놓고 있었습니다. 오늘 아침 해가 둥실둥실 올라와있는 천장사의 키 높은 푸른 하늘이 꼭 그랬습니다.

 

 

 

 

 

  이제 삼 년째 다니고 있는 천장사 일요법회이지만 어쩌다 한 주라도 법회에 빠지게 되면 그 다음 주 일요일에는 일요법회에 가지 않아도 될 만한 변명거리가 혹시 없나하고 주변을 둘러보게 됩니다. 잠시 이완弛緩의 틈새로 게으름과 나태懶怠의 본색이 얼굴을 드러내는 것이겠지요. 지지지난 주 일요일에는 혹한과 눈으로 일요법회를 하루 휴회하였고, 지지난 주에는 설 연휴로 일요법회에 참석을 못했고, 지난 주에는 화순 암자에 있느라고 역시 일요법회에 참석을 못해서 연속 삼 주 동안 법회에 참석을 하지 않았거든요. 그러다보니 긴장이 풀렸던지 이번 일요일 아침에도 7시가 다되어서야 아내가 깨워준 덕택에 잠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보통 일요일 아침7시면 절을 향해 출발하는 시간인데 그 시간에야 겨우 잠자리에서 일어나 부랴부랴 챙기고 준비한 뒤 우당탕탕 출발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가까스로 일요법회 시작시간인 오전10시 경에 절 주차장에 도착을 했습니다. 서울보살님과 묘길수보살님은 정덕거사님 차로 먼저 성우당쪽으로 올라가고 나는 차에서 내려 천천히 비탈길을 걸어서 바로 법당으로 올라갔습니다. 먼발치로 보았더니 법당 앞에 신발이 한 켤레도 없었습니다. 지각은 아니구나~ 하는 마음으로 법당으로 들어갔더니 4주 만에 보는 법당의 익숙한 풍경들이 어둠속에서 갑자기 번쩍! 불이 켜지듯 햇살 넘실거리는 석양의 빛의 더미처럼 두 눈 속으로 찍혀왔습니다. 불단의 부처님도, 신중단의 신중님들도 옷자락을 떨쳐 일어나면서 반갑게 맞아주었습니다. “부처님 저어~ 제가 지난 몇 주 동안 절에...” “, 알아, 다 알고 있으니 어여 들어와. 밖이 추우니 미닫이문 닫고 일루 들어와 앉어. 으응...” 그렇게 도반님들이 한 분 두 분 모여들어 일요법회를 시작하였습니다. 일요법회 시작을 알리는 것은 주지스님의 목탁소리이지만 법회를 시작하는 것은 일요일 아침에 한자리에 모여 앉은 도반님들의 정한 마음이었습니다. 사시불공을 마치고 모두 소리 높여 빠알리어 경전 85쪽 기원정사의 설립 편을 읽었습니다. 부처님 당대에 태어나, 어른이 되기까지 돈을 많이 벌고, 부처님을 만나 뵙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아 사성제를 이해하고 생기는 모든 것은 소멸하게 마련이다.’ 라는 티 없는 진리의 통찰력이 생겨나 부처님께 귀의한 사왓티의 장자 아나타삔디까의 신행을 되새겨보았습니다. 일요법회 늬우스 데스크 앵커맨 밸라거사였습니다!

 

 

 

 

 

  점심공양 후에는 주지스님과 도반님들과 함께 눈을 밟으면서 연암산 산행을 하고 다시 절로 돌아와서는 선방 스님 세 분을 모시고 해미로 나가서 저녁공양을 했습니다. 저녁공양 후에는 김화백님 작업실로 자리를 옮겨 카스텔라와 과일과 차를 마시면서 이야기를 하면서 웃고 떠들었습니다. 즐거운 대화 도중에 왜 불교신도가 300만 명이나 줄었을까 하는 안 즐거운 이야기도 화제로 떠올랐습니다. 넓고 깊게 이야기를 끌어나가자면 이걸 어쩌나! 엄청 길고도 심각한 이야기가 될 것이 분명한 주제이지만 내가 생각할 때는 몇 가지 분명한 요인이 있어서 그럴 수밖에 없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럼 생각을 시작해보겠습니다. 불교에 접근하는 방법론적인 입장에서는 현대인現代人들의 행동양식이 법당 안에 신발을 벗고 들어가서 절을 엄청 많이 해야 하는 천편일률적千篇一律的인 법당구조와 전통적 의식儀式에 대한 부담이 크다고 본다. 불법을 수지하고 계승하는 스님들 입장에서는 불법佛法으로의 선한 인도자引導者로서 겸양과 종교적 서비스정신이 전무全無하다. 그리고 불교 자체의 문제로는 깨달음으로 향하는 불법의 진리체계가 너무도 어려워 불교신입자들이나 일반 신도들에게 난감할뿐더러 스님들에게도 확고한 믿음이 있는지 확신하기가 쉽지 않다고 본다. 등이었습니다. 일단 여기까지 짧게 생각을 마칩니다. 호당거사님과 무량덕보살님은 나중에 김화백님 화실로 오셨습니다. 길상화보살님은 전화해서 여러분과 아름다운 통화를 해주었습니다. 무진행보살님은 집안 일로 바쁘셨고 예천동보살님은 과로로 인한 몸살로 아파서 오늘 법회와 모임에 참석을 못하셨습니다. 다음 일요법회에서는 모두 모두 꽃 같은 얼굴과 연암산 같은 마음으로 뵙기를 희망합니다.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 북마크
  • 공유하기
  • 신고하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