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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요 법 회

02월19일, 일요법회 늬우스 데스크.

작성자밸라거사|작성시간17.02.20|조회수95 목록 댓글 0

 

 

  2017.02.19.. 순서대로 흐리다가 맑다가 바람 불며 흐리다가 흐드득이는 빗방울

 

 

 

 

 

  일요법회 늬우스 데스크 1.

 

 

 

 

 

  여보세요, 일요법회 앵커맨 밸라거사입니다.

 

 

 

 

 

  미세먼지는 좋음 상태로 나타나있는데 하늘에는 낮은 구름들이 스물스물 깔려있었습니다. 산등성이 위로 검지 두 마디쯤 올라온 햇님이 팔랑이는 햇살을 우리 차창車窓까지 날리지 못하고 새벽녘 외로운 가로등처럼 둥그렇고 부연 빛만 주변에 부스스 퍼뜨리고 있었습니다. 일요일 아침 도로 상태는 눈 닿은 곳이면 어디든지 시원스럽게 뚫려있어서 서해안고속도로를 내달릴 수 있었습니다. 서울에서 출발한 지 1시간 만에 화성휴게소에 도착을 했고 또 한 시간 만에 김화백 님 손바닥 같은 주차장에 도착을 했습니다. 우리보다 바로 앞서서 무량덕보살님이 차를 주차시켜놓고 난 뒤 돌계단을 65개째 오르고 있었고 정덕거사님, 예천동보살님, 태평거사님 차가 연이어 주차장으로 고개를 들이밀었습니다. 그렇게 주차장에서부터 반가운 얼굴들을 또박또박 만났습니다. 그중에는 4주 만에 얼굴을 보는 무진주보살님과 예천동보살님도 있었습니다. 그곳에서 차를 타실 분은 타고 걸을 분들은 비탈길을 걸어서 법당으로 향했습니다. 정해진 시간이 되자 주지스님이 법당으로 들어오시고 바로 사시마지불공이 시작되었습니다. 역시 좌복 위에 단정하게 무릎을 꿇고 앉아 송경을 하는 천수경은 신이 났습니다. 오늘 아침 천수경千手經 독경은 마치 검푸른 소나무 숲 사이를 뱅글뱅글 돌아다니는 작은 회오리바람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경쾌하고 날렵하게 굵은 소나무 둥치를 스치며 돌아다니는 매끄러운 공기 흐름이 되어 부처님의 가르침을 향하는 진하고 검은 글자들을 휩쓸고 돌아다녔습니다. 물론 천수경 독경이 이보다 더 좋은 때도 이따금 있었습니다. 사스락~ 사스락~ 거리는 댓잎 스치는 소리를 들으며 대나무 숲 사이로 붉은 보름달이 떠오르는 광경을 홀로 바라보는 느낌도 좋습니다. 깜깜한 일망대해一望大海 출렁이는 돛단배를 띄운 채 가만 누워서 밤하늘의 먼지 같은 별들을 바라보는 느낌은 더 좋습니다. 법요집法要輯을 펼치자마자 갇혀있던 평면에서 뛰쳐나와 천방지축天方地軸 책장 위를 돌아다니는 검은 활자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확인하고 서로 눈을 맞추어가면서 읽어가는 느낌은 더욱 좋습니다. 오늘 사시마지불공의 천수경 독경은 그랬습니다.

 

 

 

 

 

  사시마지불공이 끝나자 이어서 일요법회를 시작하였습니다. 오늘은 빠알리 경전 88사꺄족 왕족 젊은이들의 출가를 모두 함께 소리 높여 읽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읽었던 마지막 대목의 세 줄에는 흥미로운 글들이 쓰여 있었습니다. ‘밧다야 존자는 오래지 않아 세 가지 지혜를 얻었고, 아누룻다 존자는 혜안이 열리고, 아난다 존자는 깨달음의 길에 들어서고, 데와닷따 존자는 영적인 힘을 얻게 되었다.’ 는 내용이 그것입니다. 밧다야 존자의 세 가지 지혜는 계일까? 아누룻다 존자의 혜안은 금강경에 나오는 육안肉眼, 천안天眼, 혜안慧眼, 법안法眼, 불안佛眼 중 세 번째 단계인 혜안慧眼일까? 아난다 존자의 깨달음의 길에 들어섬은 수다원, 사다함, 아나함, 아라한의 성문사과聲聞四果 중 수다원을 가리킬까? 그건 그런데 부처님 당대의 문제적 인물인 데와닷따 존자의 영적인 힘이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이 의문들을 새삼스레 스님께 질문할 수는 없었지만 이것 말고도 오늘 일요법회는 다양한 내용과 도반님들의 참여로 인해 매우 즐겁고 재미있었습니다. 지금부터 60여 년 전인 1960년대, 수덕사가 작고 초라할 때 수덕사를 세상에 본격적으로 알리게 되었던 송춘희의 수덕사의 여승을 감칠맛 나게 불러주신 정덕거사님의 착한 노래가 법당 안에 사르르~ 피어오르면서 천수경의 한 쪽만큼이나 우리들의 신심信心을 북돋았습니다. 법단위의 꽃공양에, 초공양에, 향공양에, 음성공양까지 유독이도 공양물이 푸짐했던 일요법회였습니다.

 

 

 

 

 

  일요법회를 마치고 모두 공양간으로 내려가 점심공양을 했습니다. 하얗게 김 오르는 밥도 맛났지만 밥에 친근감을 더하는 반찬이 일곱 가지나 되었습니다. 시래기 된장국도 간이 삼삼한 게 입에 딱 좋았습니다. 그 밥과 그 반찬들을 더 먹고 싶었으나 지난 일주일 동안 70Km를 걷고 뛰면서 감량을 해놓은 체중에 변화가 올까봐 시루떡과 꿀떡을 조금 맛본 뒤에 슬그머니 수저를 놓았습니다. 서울을 출발할 때 낮은 구름으로 부옇던 하늘이 일요법회시간에는 말간 해를 잠시 어깨 위로 올려놓더니만 점심공양을 하고나서는 스산한 바람이 심해지더니 주지스님 방에서 차담을 하고 밖으로 나올 즈음에는 이내 빗발이 날리기 시작을 했습니다. 그 빗발은 마치 가을비처럼 추적.. 추적.. 거리면서 밤늦도록 점차 심해졌습니다. 점심공양 후에는 주지스님 초대를 받아 주지스님 방에서 도반님들과 차를 마시면서 부처님 법과, 대한불교 조계종과, 우리가 숨 쉬고 살아가는 이 세상에 대해서 도반님들과 열띤 대화를 격의 없이 나누었습니다. 문제점도 알고, 해결방안도 알고, 과거의 청산과 미래의 비전도 파악하고 제시할 수 있었지만 역시 답답한 가슴은 답답한 체로 남아있었습니다. 무엇을과 왜는 알고 있으나 언제, 어떻게는 확신하지 못하는 스스로에게 갈등을 씌우는 형국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토론 뒤에 찾아오는 머릿속의 한결 말끔해진 정리정돈은 예기치 않은 선물들 같았습니다. 이상 일요법회 늬우스 데스크 앵커맨 밸라거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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