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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요 법 회

03월01일, 일요법회 늬우스 데스크 3.

작성자밸라거사|작성시간17.03.01|조회수131 목록 댓글 0

 

 

 

 2017.03.01.. 미세먼지 농도 부쩍 오르고 흐림

 

 

 

 

 

  0301, 일요법회 늬우스 데스크 3.

 

 

 

 

 

  여보세요, 밸라거사입니다.

 

 

 

 

 

 

  엊그제 월요일 내가 IFC몰에서 미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는 점심미팅을 마치고 집에 들어온 아들아이 짐을 챙겨서 서울보살님이 아들아이를 다음 미팅 장소로 데려가고 없었습니다. 아들아이는 오후 미팅을 마치고 바로 공항으로 갈 거라고 말했습니다. 토요일 밤에 입국을 해서 일요일 하루를 서울에서 지내고 월요일 오후에 출국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중 하룻밤은 집에서 자고, 하룻밤은 선배들하고 어울려 보낸 셈입니다. 일요일 아침 한 번의 식사가 식구들끼리의 유일하고 오붓한 만남이었습니다. 이제는 별로 생소하지 않은 바쁜 아들아이의 귀국일정이었습니다. 아참, 그러고 보니 책상위에 책이 한 권 놓여있습니다. 지난 월요일 오전 젊은 출판 기획가를 만났을 때 그 친구가 샘플로 몇 권의 책을 가지고 나왔는데, 그 중 한권입니다. 요즘 가장 독자들 선호도가 높고 판매량이 좋은 책이라며 펼쳐보였습니다. 물론 나도 그 책을 지난 금요일 서점에서 보았습니다. 혹시 읽어보셨습니까? 하고 물어서 아니, 아직 읽어보지 않았습니다. 라고 했더니 책을 내 앞으로 밀어주면서 요즘 분위기도 느끼실 겸 내용이 그렇게 무겁거나 지루하지 않으실 테니 시간이 나시면 한 번 읽어보십시오. 라고 말을 했습니다. 그 교묘한 책은 손안에 척 안길만한 크기에 겉장을 두르고 있는 하늘색 띠지에는 ‘<뉴욕타임스> 12주 연속 1!’ 라는 선정적인 문구가 하얀 글씨로 들어있었습니다. 그런데 한글 제목을 참 잘 붙였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원제는 WHEN BREATH BECOMES air인데 한글 제목은 숨결이 바람 될 때라고 되어 있습니다. 한글 제목 옆에는 작은 글씨로 서른여섯 젊은 의사의 마지막 순간이라는 부제 같은 설명이 붙어있습니다. 겉장 안쪽으로 서문序文 대신 브루크 풀크 그레빌 남작카엘리카 소네트 83이라는 시가 걸려있습니다.

 

 

 

 

  You that seek what life is in death,

  Now find it air that once was breath.

  New names unknown, old names gone:

  Till time end bodies, but souls none.

  Reader! then make time, while you be,

  But steps to your eternity.

 

 

  죽음 속에서 삶이 무엇인지 찾으려 하는 자는

  그것이 한때 숨결이었던 바람이란 걸 알게 된다.

  새로운 이름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고,

  오래된 이름은 이미 사라졌다.

  세월은 육신을 쓰러뜨리지만, 영혼은 죽지 않는다.

  독자여! 생전에 서둘러서

  영원으로 발길을 들여놓으라.

 

 

 

 

  이 시에서 원제原題 ‘WHEN BREATH BECOMES air’를 빌려왔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한글 제목인 숨결이 바람 될 때가 시적여운을 풍기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나는 아직 이 책을 읽지 않았지만 이 책을 감각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많은 단어들을 찾아낼 수 있습니다. 전도양양한 서른여섯 살 젊은 의사의 죽음, 스탠퍼드 대학 영문학 석사,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과학과 의학의 역사 및 철학 과정을 이수, 예일 의과 대학원 진학과 졸업, 스탠퍼드 대학병원에서 레지던트 생활과 박사 후 연구원으로 근무 등뿐만 아니라 마종기 시인과 이해인 수녀와 이국종 교수의 추천사까지 책의 앞뒤 겉장을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습니다. 이런 것들이 책의 본질인 내용을 정확하게 전달해주는 지는 잘 알 수 없으나 이런 화려한 수식어에 현혹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별 다른 감흥 없이 집어 들었다가 그 이야기 속으로 풍덩~ 빠져든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를 읽어보고 로버트 제임스 윌러의 다른 작품들을 찾아 읽어보았지만 그저 고개를 흔들었던 기억이나 은근한 기대를 품고 읽었던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라는 부제副題가 붙은 향수는 파트리크 쥐스킨트라는 작가의 역량과 상상력에 감탄을 금하지 못했고, 움베르토 에코라는 작가의 이름만 믿고 읽어보았던 장미의 이름은 이름에 값할 만큼의 글자로 성을 쌓아올린 왕궁에 들어가 본 느낌을 받았습니다. 가수는 노래를 잘하고, 쉐프는 음식을 잘 만들고, 투수는 공을 잘 던져야합니다. 그래서 책은 그 내용으로 독자들의 선택을 받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고 아름다운 모습입니다. 그런 이유로 책은 직접 읽어본 다음에야 비로소 판단이 가능한 문화적 현상으로 새로이 태어나는 것입니다.

 

 

 

 

 

  오늘은 아침부터 흐린데다가 밤부터는 비가 내린다는 일기예보를 들었던지라 오후2시경에는 운동을 하러 양재천으로 나갔습니다. 오늘은 유독 60대 부부들이 양재천변을 함께 걸어 다니면서 날씨가 흐린 대로 여유 있게 산책을 즐기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런데 양재천변 걷기를 하는데도 복장은 상당수가 등산복 차림입니다. 아마 등산복은 이제 우리들 일상생활에 깊숙하게 파고 들어와서 거의 평상복 자격을 얻어버린 듯합니다. 그리고 몹시 흐린 날임에도 불구하고 선글라스를 쓰고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등산복에 검정 선글라스는 평상의 집안 거실에서도 별로 어색하지 않은 일품 차림인가 봅니다. 양재천 저 끝까지 갔다가 되돌아올 무렵부터는 회색 하늘에서 바람을 타고 가느다란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을 했습니다. 부랴부랴 팔을 흔들어 속도를 올려가며 걷다가 맞은편에서 달려오는 여성 마라토너 몇 분과 얼굴을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등에 차오르는 열기와 땀방울을 느끼면서 오른발과 왼발을 부지런히 바꾸어 가는데 그 여성 마라토너들이 내 앞을 지날 즈음 갑자기 딱 멈추어 섰습니다. 어머나, 안녕하세요? 나는 예기치 않은 인사말에 무릇한 얼굴을 하고는 여성 마라토너들을 쳐다보았습니다. 마라톤을 잠시 안하시더니 훨씬 젊어지셨어요. 라고 뒷말을 이으면서 하얀 치아를 드러내고 활짝 웃는 눈앞의 박꽃 같은 얼굴을 보고는 그때서야 머릿속이 정리가 되었습니다. 아 네, 잘 지내셨지요. 이제 다시 운동을 시작하려고 오랜만에 쉬는 날에 양재천을 나와 봤네요. 그런데 더 예뻐지셔서 잠깐 내가 몰라봤네요. 흐응~ 예뻐져서 더 예뻐졌다고 사실대로 말을 했는데도 여성 마라토너는 그 말에 기분이 살짝 좋아진 것 같습니다. 고개를 갸웃하며 한 번 상큼하게 미소를 짓더니 선생님, 이번 토요일 운동 나오시면 제가 구기자차 끓여가지고 나올게요. 하고는 가던 길을 향해서 달려갔습니다. 그 뒤로 서너 분의 여성 마라토너들이 나에게 고개를 끄덕 인사를 하고는 줄줄이 달려갔습니다. 앉으면 모란牡丹이요 서면 작약芍藥 같은 여성분들이지만 마라톤 대회에 출전하면 풀코스 42.195Km4시간 안에 돌아오는 아마조네스의 여전사 같은 당찬 여인女人들입니다. 그렇긴 하나 달려가는 뒷모습이란 진달래 가득담은 꽃바구니 위의 하얀 나비들 같았습니다. 그렇게 수요일 오후가 바람을 타고 흐르는 하얀 나비의 날갯짓 되어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집에 돌아와서 샤워를 하고 혈압을 재보고 있는데, 양재동 꽃시장에 갔던 서울보살이 돌아왔습니다. 혈압이 얼마나 나왔어요? ~ 지금 막 재보았거든요. 119/78 73이요. 뒤의 73은 뭐예요? 아 맥박수요. 옷을 갈아입은 서울보살은 월요일 출국한 아들아이가 인도에 잘 도착했는지 궁금하다면서 카톡을 보냈습니다. 그러자 바로 카톡이 울려댔습니다. 아들아이가 일을 보고 있는 호텔 방 사진이 몇 천Km를 넘나들면서 바로 우리들 앞에 나타났습니다. 서울보살이 점심은 먹었느냐, 지금 몇 시냐. 하고 물었습니다. 우리나라와 인도 시차는 세 시간 반인 모양입니다.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 우리 거실에는 날갯짓 화려한 노랑나비와 인도 호텔의 스위트룸이 바탕 화면처럼 풍경風景 넘치게 깔려있었습니다. 밖에는 게으른 봄비가 내리고 있는데 창안으로는 화사한 봄기운이 가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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