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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요 법 회

03월04일, 일요법회 늬우스 데스크 5.

작성자밸라거사|작성시간17.03.05|조회수163 목록 댓글 0

 

 

 2017.03.04.. 맑음

 

 

 

 

 

  0304, 일요법회 늬우스 데스크 5.

 

 

 

 

 

  여보세요, 일요법회 앵커맨 밸라거사입니다.

 

 

 

 

 

  카톡~ 카톡~ 소리가 들려와 스마트폰을 열어보았더니 아들아이가 인도에서 보내온 사진이 줄줄이 들어있습니다. 인도 대도시의 길거리 풍경과 시장이 보였습니다. 그리고 사원 앞에서 일행들과 찍은 모습도 들어있었습니다. 눈에 익은 듯 아닌 듯해서 어디냐고 물어보았습니다. 그랬더니 올드델리의 사원과 시장이라고 했습니다. 인도에 가서 델리에 잠시 있더라도 거의 뉴델리 쪽에 있기 때문에 내가 가보지 않은 곳이겠지만 인도의 사원과 시장풍경은 거의 분위기가 비슷합니다. 풍경만 비슷한 것이라 아니라 냄새나 소리도 비슷합니다. 진한 향료냄새와 전단나무 향냄새가 어디에서나 풍기고 있습니다. 붉고 하얀 사원 앞에서 찍은 사진 속에는 아들아이 양쪽으로 인도 측 에이전시와 동양인 두 명도 보였습니다. 또 연이어 사진이 들어왔습니다. 따지마할 묘궁 앞에서 아들아이가 활짝 웃고 있는 풍경이 스마트폰에 올라왔습니다. 따지마할 네 탑 중에서 앞쪽 오른편 탑은 보수공사 중인 모양입니다. 따지마할 묘궁 사방의 네 탑은 바깥쪽으로 비스듬히 서있다고 했습니다, 만약 넘어지는 경우가 발생하더라도 바깥쪽으로 넘어져서 따지마할 묘궁에 손상을 입히지 않도록 건설돼있다고 했습니다. 따지마할.. 바라나시.. 강가강.. 럭나우.. 보드가야.. 사르나트.. 엘로라 아잔타 석굴.. 찬드라.. 다람살라.. 뭄바이.. 꼴까타.. 인도의 기억들이 생생합니다. 혼돈混沌과 미망未忘의 인도가 또 생각납니다. 그런 인도를 마흔이 넘어서는 가보지 않았으니 벌썬 이십 년이 지난 일들입니다. 하지만 원하기만 한다면 언제든지 꺼내볼 수 있고 냄새 맡을 수 있는 기억의 창고가 내 안에 무궁무진無窮無盡 담겨있으니 인도와 떨어져있다는 생각은 거의 들지 않습니다. 글을 쓰면서도 아들아이와 사이사이 카톡을 주고받으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인도음식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인도음식은 어떻더냐고 물어보았더니 현지 에이전시 안내로 몇 군데 관광지를 구경했는데 길거리 음식은 미처 먹어보지 못하고 오성급 호텔에서만 식사를 해서 맛있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장관 집에 초대를 받아 만찬을 즐겼다고 합니다. 아들아이가 본업 외로 프로축구 에이전트를 겸하고 있어서 이번 인도방문은 인도 정부가 주최하는 프로축구 페스티벌에 참가하는 게 주목적主目的 이었습니다. 인도에도 프로축구 리그가 2개 있고, 팀은 16개가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프로축구 구단주들과 몇몇 CEO들과 미국 에이전트 등 모두 스무 명가량이 문체부장관 집에 초대를 받았다는데 집 입구에 검색대가 설치되어 있었다고 합니다. 인도도 종교문제로 테러에 대한 스트레스가 몹시 심한 모양입니다. 나도 예전에 성주의 초대를 받아 궁전에서 만찬을 즐긴 적이 있었는데 식사 시중을 들어주는 웨이터와 웨이트리스가 스무 명도 넘어서 거의 손님 한 사람 당 시중 한 명이 붙어서 서비스를 해주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참말이지 길거리에서 굶어죽는 사람이 부지기수不知其數인 인도에서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들이 다양하다고 해야 할까 극과 극을 보여준다고 해야 할까 사람과 사물의 관계가 온통 혼돈스럽기는 바라나시의 강가에서만 느껴보는 감정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아들아이는 두 시간 후에 빠리 행 비행기를 타야한다고 하니 지금은 델리공항에서 출국준비를 하고 있을 테지요. 여기까지가 개인 업무이고, 본사에서 날아오는 직원들과 빠리에서 만나 하는 일부터는 정식 출장업무인 모양입니다. 글로벌 인재가 되라고 미국으로 보내 공부를 시켰는데 이렇게 바빠서야 자신의 정체성正體性을 확인하고 성장시키는 일에도 한 가닥 집중을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들 때도 있습니다만 지금은 자신의 목적과 목표를 위해 일과 업무에 몰입하는 것이 우선이겠지요.

 

 

 

 

 

  서울보살님은 지난해 세 건의 사고로 인한 부상과 후유증을 탈탈 털어버리고 봄을 맞아 사무실과 매장을 새로이 정리하고 준비하느라고 신바람이 나있습니다. 원래 활동적인데다 무언가 일을 벌이고 일의 중심에 서있어야 기분이 좋아지는 타입인지라 한 번의 얼음판 낙상과 두 번의 교통사고로 거의 한 해 동안 병원에 다니면서 치료를 받고 집에서 휴식을 취해야하는 상황이 별로 달갑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물론 지금도 한의원에 일주일에 세 번씩 나와 함께 치료를 받고는 있으나 이제 거의 회복이 되어서 활동에는 큰 지장이 없습니다. 오늘이 토요일인데도 서울보살님은 오전에 한의원에 들려서 치료를 받은 후에 바로 사무실로 출근을 하고 나도 간편한 복장으로 바꾸어 입고 운동을 나갔습니다. 양재천변에 들어섰더니 칠팔 년 전에는 익숙했지만 요즘 들어서는 보기 힘든 광경이 눈에 띄었습니다. 마라토너들이 삼삼오오 짝을 지어 러닝팬티를 입고 달리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양재천을 중심으로 마라톤 클럽이 대략 칠팔 개가 있습니다. 그런데 저 정도의 인원이라면 한 클럽 회원들이 아니라 아마 강남마라톤 연합회 주최의 친선도모나 시합이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봐야 양재천변을 드문드문 달리고 있는 마라토너들이 사오십 명 안팎이 될 듯 보였습니다. 한참 마라톤이 전성기였든 십여 년 전에는 강남마라톤 연합회 주최 시합이 있으면 적잖아 이삼백 명의 클럽 회원들이 몰려 양재천변이 몹시 혼란스러웠던 기억이 총총합니다. 오늘은 한강변으로 나가지 않고 양재천변 둘레길에서 달리기를 한다면 아마 두 바퀴를 뛰는 하프 마라톤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나도 양재천변 걷기를 하다가 우리 클럽 회원들을 만났습니다. 한 회원은 시계를 확인하더니 20KmKm517초로 달렸다고 했습니다. 그 회원이 40대였던 십여 년 전에는 Km430초대를 달렸던 준족俊足이었는데 이제는 이렇게 달려도 힘이 든다고 푸념을 늘어놓았습니다. 그렇기는 하지만 Km5분의 속도가 느린 것은 아니어서 마라톤 풀코스 42.195Km3시간30분에 들어올 수 있기 때문에 마라톤을 즐기기에는 충분한 속도입니다. 역시 칠팔 년 전에 비해 걷는 사람들이 훨씬 많아 보입니다. 그리고 연합회 주최 달리기 행사가 끝나자 달리는 사람을 거의 보지 못했습니다. 우리 클럽도 십여 년 전에는 4,5십대가 주축이었는데 이제는 그 회원들이 오십 대 후반이나 육십 대가 돼버렸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회원이 들어오는 수가 급감을 한데다가 어쩌다 극진한 환영을 받으면서 들어오더라도 신입회원은 세 달을 못 버티고 그만 두기 일쑤입니다. 마라톤의 오스스한 재미를 느끼기까지에는 상당한 노력과 시간이 소요되는데 거기까지 참거나 견뎌 내지를 못하는 것입니다. 그러다보니 결국 고참 멤버들이 클럽의 중심이 되어 자리를 지키면서 시간 따라, 세월 따라 침침해지는 눈과 함께 늙어가는 것입니다. 한국사회뿐만 아니라 마라톤 사회의 노령화도 심각한 수준입니다. 이제 한 5년 후면 육십 대 후반과 칠십 대가 주축이 되어 마라톤 클럽의 전성시대는 기억속의 아름다운 풍경일 뿐이고 마라톤 클럽의 양로원화養老院化가 현실로 나타나게 될 것 같습니다. 아마 그때쯤이면 우리들은 경기를 마치고 모여앉아 마라토너는 늙지 않는다, 다만 사라져갈 뿐이다.’ 하는 등의 넋두리를 한 잔 술에 불콰해진 얼굴로 안주삼아 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사실 아무런 장비도 필요 없이 그저 타고난 몸만을 이용해서 두 발을 굴려 목적지를 향해 질주하는 마라톤은 원시적 본능을 일깨우는 생명력 넘치는 운동입니다. 구석기나 신석기 시대를 살았던 인류의 조상들의 맥박을 느끼기에 이만큼 좋은 신체활동이나 운동은 달리 없을 것입니다. 복잡한 규칙도 없고 난해한 규정도 없습니다. 그저 앞만 보고 달려가서 자신의 한계를 느끼고 확인하면 되는 것입니다. 천천히 시작을 해서 끈기 있게 익히고 여유 있게 즐긴다면 정신적精神的, 육체적肉體的으로 완전한 인간을 만들어내는 이만한 운동運動과 수행修行이 없다고 나는 자신을 하고 있습니다. 여보세요, 보살님들 우리 마라톤을 합시다!

 

 

 

 

 

  아침에는 뉴욕의 딸아이와 전화통화를 하고 다음 날 새벽에는 인도의 아들아이와 카톡을 주고받았습니다. 지구가 무한정無限定 크지 않고, 무한정無限定 넓지 않다는 사실을 알아버린 인류가 그렇다면 다음에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를 상상해볼 수 있는 하루였습니다. 머릿속은 태양계 밖을 향해 질주를 하면서도 몸은 생활에 묶여있는 평범하고도 작은 시민인 어떤 사람의 토요일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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