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5.21.日. 가까운 봄은 먼 하늘을 불러 푸른 바람을 일으키니
05월21일, 일요법회 늬우스 데스크.
여보세요, 일요법회 앵커맨 벨라거사입니다.
오늘이 24절기 중 소만小滿이라고 하는데 춘분이나 동지는 잘 알지만 사실 소만小滿은 잘 모르고 있습니다. 아무튼 잘 알든 모르든 소만은 소만입니다. 그런데 小자와 滿자는 서로 어울리는 글자가 아닌 듯해서 소만.. 소만.. 하고 소리 내어 읽어보면서 자세히 들여다보았더니 소만小滿은 만만滿滿이나 충만充滿보다는 뜻이 작기는 하지만 소만만큼 담쑥하게 안으로 차있어서 알토란같은 느낌이 들어있습니다. 시러큐스에서 뉴욕시까지는 비행기로 날면 40분이 채 걸리지 않습니다. 저 아래 땅위에 점점이 박혀있는 숲과 주택지를 내려 보다보면 금세 대도시의 어수선한 외곽이 보이고는 공항의 착륙지점을 향해 비행기가 커다란 타원비행을 하면서 기수機首를 돌립니다. 뉴욕 시에 도착을 해서 그리고 일주일가량 뉴욕 시내를 걸어 다니면서 놀란 것이 두 가지가 있었습니다. 하나는 하늘이 푸르고 공기가 깨끗하다는 점, 또 한 가지는 뉴욕 시 상공으로 비행기가 참 많이 지나다닌다는 점이었습니다. 뉴욕 시 부근에는 퀸즈 지역에 존 F 케네디 국제공항(JFK), 라과디아 공항(LGA), 그리고 인접한 뉴저지 주州에 뉴어크 리버티 국제공항(EWR) 등 세 개의 공항이 있습니다. 뉴욕 시市는 뉴욕 주州에 있는 최대의 항구도시로서 뉴욕 주州The state of New York와 구분하기 위해 New York New York으로 쓰기도 합니다. 뉴욕 시는 맨해튼, 브롱크스, 브루클린, 킌즈, 스태든 아일랜드 등 5개의 구로 이루어져있습니다. 우리가 보통 말할 때 뉴욕이라고 하면 뉴욕 시 중에서 허드슨 강을 따라 고구마처럼 길쭉하게 생긴 섬인 맨해튼 구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그리고 기다랗고 작은 섬인 맨해튼은 두 다리를 믿고 얼마든지 걸어서 돌아다닐 수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일주일 가까이 걸어 다녀보았는데 다리가 좀 아팠습니다. 그러다보니 호텔 위치가 중요했습니다. 두 다리로 걸어서 30분 안팎으로 뉴욕 맨해튼의 중심부인 타임스 스퀘어에 도착할 수 있는 거리에 호텔을 예약해두었는데 막상 가보았더니 시설은 3성급인데 비용은 5성급이었습니다. ...라고 혼자 추측을 해보았습니다. 사실 비용은 5성급이라는 것은 조금 과장된 표현이나 시설은 우리나라 모텔보다 조금 나은 정도이지만 비싼 비용만큼 역시 위치가 좋았습니다. 그래서 허드슨만을 따라 아침이면 산책을 즐길 수도 있었고, 타임스 스퀘어와 센트럴 파크를 천장암 드나들 듯이 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미국의 5월이면 대학 졸업시즌이라 뉴욕의 호텔로는 한창 대목인 셈입니다. 우리가 묵었던 호텔에도 뉴욕소재 대학의 졸업식에 참석하러 시골에서 올라온 가족들이 여러 팀 있었습니다. 카우보이모자를 쓰고 있는 멋쟁이 아빠 가족은 아마 텍사스 주나 애리조나 주에서 왔을 것 같고, 순박하고 건장하게 생긴 호말 같은 아빠 가족은 저 북쪽의 몬테나 주에서, 그리고 벌써 반팔 티만 입고 활개를 치고 돌아다니는 사람 좋게 생긴 아빠 가족은 아마 플로리다 주에서 왔을 듯합니다. 근엄하게 인상을 쓰고 있는 우리 아빠 가족은 물론 시러큐스에서 그리고 그 이전에는 한국에서 왔습니다. 내가 알아듣지 못할 뿐이지 텍사스와 몬테나와 플로리다에서 온 아빠들은 말투도 분명 다를 것입니다. 언젠가 아들아이가 딸아이 말하는 것을 듣더니 오복상吾福常은 남부 사투리를 많이 쓴다는 말을 해준 적이 있었습니다. 아들아이는 미시건 주와 인디애나 주등 북부지역에서 주로 생활을 했고, 딸아이는 뉴멕시코 주와 테네시 주등 거의 남부에서 생활을 했는데 대학을 동북부도시인 시러큐스로 갔기 때문에 나중에는 북부 어투도 익혔을 것입니다. 미국사람의 말만 듣고도 어느 지역의 말투인지 알정도가 되면 영어를 어느 정도 한다는 말을 할 수 있을 듯한데 그것은 미국에서 생활을 하지 않는다면 거의 불가능한 일입니다. 말이라는 게, 언어라는 게 그게 알고 보면 어렵지도 쉽지도, 할 수 있을지도 할 수 없을지도, 배워서 익히는 노력만큼이나 타고난 감각이 중요한 게 생각을 하자면 그게 그렇습니다.
예전에 시골양반들이 서울에 오면 기를 쓰고 가봐야 하는 명소가 몇 군데 있었습니다. 창경원 벚꽃놀이와 남산 케이블카와 남대문구경과 명동 백화점나들이 등이 대표적인 것이었습니다. 마찬가지로 뉴욕도 이왕 간 바에야 사람들이 꼭 가보는 곳이 몇 군데 정해져있습니다.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과 자유의 여신상과 타임스 스퀘어 등이 바로 그곳입니다. 물론 그곳을 가본다면 말로만 들어보았던 뉴욕을 대표하는 명소에 직접 와보았다는 인증차원의 만족감은 있겠지만 그것이 여행의 다가 아님은 우리들이 잘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언젠가 인터넷을 통해 뉴욕에 대한 자료를 검색하던 도중에 어느 간호사의 블로그를 본 적이 있었습니다. 이십대 중반의 간호사가 모처럼 장기간 휴가를 받아 벼르고 별렀던 뉴욕여행을 준비하면서 뉴욕에 있는 종합병원과 의료시설들을 탐방할 순서에 따라 열흘 간 일정별로 정리를 해둔 목록이었는데 그것을 읽어보다가 입을 떡 벌리고 말았습니다. 각 종합병원의 병실과 병상 수, 병원의 진료체계와 응급실 대응체계 등 상당히 전문적인 지식까지 동원하여 누가 보더라도 한 눈에 종합병원이나 의료시설을 파악할 수 있을 만큼 치밀하게 사전 조사한 자료들이 잘 정리되어 있었습니다. 앳된 간호사가 작성한 그 열흘간의 뉴욕 탐방기간 중에는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도 자유의 여신상도 목록에 들어있지 않았습니다. 자신의 전문지식과 자신만의 창窓을 통해 특별한 세상을 볼 줄 아는 젊지만 노련하고 어리지만 당찬 전문가의 모습이 그 속에 자리를 잡고 있었습니다. 근래에 내가 보았던 최고最高의 여행가이자 언제라도 아픈 몸을 의지하고 맡길 수 있는 최선最善의 간호사였습니다. 그때가 5월인데다가 날씨가 화창하고 좋아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두루두루 돌아다녔습니다. 물론 나중에는 로우 맨해튼인 파이낸셜 디스트릭이나 차이나타운을 갈 적에는 지하철을 타고 다니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밥이 생각날 때마다 여기저기 흔하게 있는 맥도날드와 치폴레에 들어가 햄버거도 먹어보고 부리또도 먹어보고, 또 몇 군데 눈여겨 보아두었던 쉑쉑버거 점포에 들어가 쉑쉑버거를 먹었습니다. 이탈리아 식당의 다양한 파스타요리와 인도식당의 카레요리, 중국식당의 볶음면이나 탕수육도 먹어주었습니다. 여행에서는 매 끼니 먹었던 맛난 음식이나 인상 깊은 건물, 관광지의 풍광이나 화려한 쇼핑, 혹은 멋진 호텔 등도 중요하지만 역시 이 모든 것들을 파악하고 이해하려는 파도치는 느낌의 흐름과 자신만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자 하는 독특하고 일관된 관점觀點이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뉴욕이라는 곳을 사람들이 세상을 살아가는 곳이라고 볼 수도, 세상이 사람들에게 잠시 살아가도록 자리를 내어준 곳이라고도 볼 수 있는, 이중성二重星 혹은 다양성多樣性을 맛깔나게 확인해 보는 것이 여행의 한 덕목德目이고, 이것의 무한한 확장이 인생의 한 부분이 된다면 더욱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