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5.22.月. 60세 이상 혈압기준치를 올렸다내요. 기준치를 올리면 혈압이 건강해지나
05월22일, 일요법회 늬우스 데스크 3.
여보세요, 일요법회 앵커맨 벨라거사입니다.
뉴멕시코 주州 도냐나 카운티의 라스 크루세스 홈스테이 엄마 집을 방문하기 위해서 일주일간 뉴욕여행을 마치고 뉴욕의 호텔을 나섰습니다. 전화로 예약한 노란 택시가 호텔 앞에 도착하자 바로 짐을 싣고 공항으로 달려갔습니다. 아침에 뉴욕에서 출발했는데 콜로라도 덴버국제공항에서 한 번 비행기를 갈아타고 텍사스 주州 엘패소 공항에 도착하니 밤이 되었습니다. 미국여행 할 적에 가본 곳 중에서 텍사스 주州 국경도시인 엘패소 공항이 가장 아늑하고 예뻤습니다. 인디언 문화나 멕시코 풍 분위기가 풍겨나는 원색적이고 강렬한 벽화나 그림들이 참 좋았습니다. 비행기에 화물로 부친 가방을 찾으려고 레인에 서있는데 금세 우리 가족만 남고 그나마 몇 명 되지 않던 다른 사람들은 다 빠져나갔습니다. 휑하니 넓은 공항 안에 우리 가족만 남아있는 적묵寂默한 분위기가 모닥불을 가운데 두고 둥글게 둘러앉은 인디언의 명상에 가깝도록 뭔가 텅 비어있다는 느낌을 온전하게 전해주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약간 문제가 생겼습니다. 우리가 부친 화물 중 딸아이 가방 하나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공항 밖에는 홈스테이 엄마가 와서 기다리고 있는데 아늑하고 예쁜 공항청사 안에서는 사무실 사람과 함께 화물 찾기에 분주해있었습니다. 결국 그날 밤 화물 찾기는 포기하고 사무실에서 우리 화물이 어디에 있는지 확인해서 전화로 연락을 해주기로 했습니다. 나중에 들어보니 중간기착지인 콜로라도 덴버공항에서 화물을 바꾸어 싣는 도중 우리 화물에 붙어있던 화물태그가 떨어지고 없어서 다시 뉴욕공항으로 돌려보냈다고 합니다. 그 화물은 나와 서울보살님이 한국으로 돌아온 뒤 그러니까 한 달가량이 지나서 테네시 주州 멤피스에 머무르고 있던 딸아이에게 여러 경로를 통해서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멤피스 홈스테이 엄마가 조언을 해주어서 딸아이가 항공회사에다 강력하게 항의했더니 항공사측에서 미국내 자유 항공권을 보내와 뒤에 잘 써먹었다고 합니다. 공항 밖으로 나갔더니 낮 동안의 열기를 품고 있던 뜨습한 공기가 얼굴에 훅~ 하고 밀려왔습니다. 동북부 뉴욕 주州 시러큐스가 겨울잠이 덜 깬 이른 봄이라면 뉴욕은 하늘하늘 피어나는 봄이었고, 이곳 남부 텍사스 주州 엘패소는 훌큰한 초여름 냄새가 물씬 풍겨오는 계절이었습니다. 이주일 만에 다시 보는 뉴멕시코 홈스테이 엄마가 공항청사 현관 입구에 텍사스 스타일 차를 세워놓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텍사스 주 엘패소 공항에서 뉴멕시코 주州 라스 크루세스까지는 약 한 시간가량 걸렸습니다. 시골이라 너무도 한적한 밤길을 가는 도중에 잠깐 주유소에 들려서 주유를 하는 동안 기름 가격표를 보았는데 시러큐스나 뉴욕에 비해 휘발유 값이 매우 저렴했습니다. 가만 생각을 해보았더니 텍사스 주는 원유를 굴착하는 생산지인데다 땅은 넓고 사람은 적은 시골입니다. 수요와 공급법칙에 따르면 생산지에서 멀리 떨어져있는 대도시 뉴욕이나 거리가 더 먼 중도시 시러큐스에서는 가격이 높아지고 생산지에 가까운 시골 텍사스 주의 엘패소에서는 가격이 싸지는 것이 이론상으로도 맞습니다. 벌써 상당히 늦은 밤중이고 처음 가보는 곳이라 어디가 어딘지 알 수는 없으나 철도 건널목을 지나고 나서는 저 만큼 마을을 형성하고 있는 불빛들이 반짝반짝하고 모여 있었습니다. 마을로 들어가서 작은 광장으로 가자 자그마한 광장을 중심으로 빙 두르듯 대여섯 채의 하얀 단층집이 펼쳐놓은 부챗살처럼 둘러있었습니다. 그 한 가운데 집이 딸아이가 홈스테이를 하면서 고등학교1학년을 다녔던 홈스테이 엄마의 집이었습니다. 빠알간 넝쿨장미가 화사한 울타리 가운데 하얀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면 정말 넓은 거실이 있고, 거실 끝에는 품이 넓은 주방이 있었습니다. 주방 옆으로는 유리창 미닫이문이 있어서 그 너머로 한참 넓은 뒤뜰이 오렌지색 가로등불 아래 가무룩히 펼쳐져 있었습니다. 거실에 들어서서 왼편으로 들어가면 따로 사용할 수 있는 화장실과 예쁜 방이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이 방에서 딸아이가 일 년 동안 생활했었다고 합니다. 우리 기준으로 봐서는 아주 높은 침대가 있었고 침대를 덮고 있는 하얀 침대보에는 홈스테이 엄마의 엄마가 직접 파란 색의 자수刺繡로 글자를 써넣었다고 합니다. 장성한 딸에게 엄마가 주는 마음의 편지인 셈인데 성경구절이 많이 들어있었습니다. 홈스테이 엄마의 엄마는 지금 이곳에서 세 시간가량 떨어진 텍사스 주州의 한 시골 목장에서 할아버지와 함께 살고 계시는데 사흘 뒤에는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뵈러 텍사스 주州의, 사방천지四方天地를 둘러보아도 집이라고는 딱 두 채 밖에 보이지 않는 목장을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방안의 여성용 장신구나 수집품들이 서부의 사나이 영화에서나 보았던 그런 모습들이었습니다. 그것은 마치 내가 1900년경 서부 텍사스 어느 시골 마을의 한 가정에 하룻밤을 묵게 된 것은 아닌지 하는 착각을 일으켜도 어쩔 수가 없을 듯했습니다. 오늘 밤에는 황야의 건맨 꿈을 꾸게 될지도 몰라. 하는 생각을 하다가 깊은 잠에 빠져들었습니다.
새벽녘 잠결에 기차소리를 들었던 것 같았습니다. 이른 아침에 산책을 나가서 마을을 한 바퀴 돌아보았는데 마을 외곽 쪽으로 철도건널목이 있었습니다. 새벽녘에 기차소리가 들렸던 것은 사실이었나 봅니다. 시러큐스 숲 사이 호텔에 일주일간 묵었을 때에도 새벽에 지나가는 기차소리를 어렴풋이 들었고, 뉴욕 맨해튼 한복판의 시설은 3성급, 가격은 5성급 호텔에 묵었을 때에도 아침 산책을 나가서 허드슨 강변 산책길에서 기차소리를 들었고, 이주일 뒤 이번에는 테네시 주 멤피스 새디 그로브 가에서 열흘간 묵었을 때에도 새벽에 지나가는 아스라한 기차소리를 들었습니다. 새벽녘 들릴 듯 말 듯 귓속을 헤집고 울려드는 기차소리는 누군가의 가슴에라도 깊은 상념想念의 나래를 펼치게 해주는 불가사의不可思議한 마력魔力을 가지고 있습니다. ‘기찻길 옆 오막살이 아기아기 잘도 잔다 칙~ 폭~ 칙칙~ 폭폭~ ’은 동요 ‘기찻길 옆 오막살이’의 한 대목입니다. 기찻길 옆 하얀 단층집에서는 칙~ 폭~ 칙칙~ 폭폭~ 기차소리를 들으면서 볼 빨간 소녀가 입술 붉은 처녀로 성숙해갑니다. 요즘에는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지만 옛날 기찻길을 추억하면 거기는 동네 어린이들의 신나는 놀이터였던 시절이었습니다. 둘째 날 점심에는 가족과 친구들을 불러 딸아이 졸업 축하파티를 해주었습니다. 홈스테이 엄마가 텍사스 목장집의 장녀라 손아래로 남동생이 세 명이 있습니다. 첫째 동생은 여기 도냐나 카운티에서 기업식 양파농장을 하고 있고, 둘째 동생과 셋째 동생은 텍사스에서 농장 일을 하고 있습니다. 홈스테이 엄마 집 넓은 뒤뜰은 홈스테이 엄마가 가장 사랑하는 장소라고 합니다. 파란 잔디가 좌악 깔려있는 드넓은 뜰에는 가장자리를 빙 돌아가며 나무가 심어져있고 그것이 작은 덤불숲과 서로 밀접하게 엮여 자연스럽게 울타리를 만들고 있었습니다. 울타리 가운데는 하얀 기둥에 묶어놓은 거대한 성조기가 서있었습니다. 후욱~ 열풍이 불 때마다 자신의 몸을 너울처럼 일렁이면서 크고 넓은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었습니다. 남부로 내려올수록, 시골로 들어올수록, 집 현관이나 울타리에 자기 나라 국기인 하얀 별과 붉은 줄의 성조기星條旗를 일 년 내내 걸어두는 집이 많이 보였습니다. 뒤뜰에서 바비큐와 소시지와 패티를 구어서 입맛대로 먹고 마시고 떠들고 놀았습니다. 입으로는 맛난 구운 고기를 뜯어먹으랴, 귀로는 텍사스 사투리 알아들으랴, 머릿속으로는 대답할 문장을 만들랴 등등 쉽지 않은 일인다역一人多役이었지만 뜨거운 오후만큼 화끈하고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그러나저러나 양 어깨와 입술만으로도 유창한 딸아이의 영어가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