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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요 법 회

07월10일, 일요법회 늬우스 데스크 3.

작성자밸라거사|작성시간17.07.13|조회수171 목록 댓글 0

 

 

 2017.07.13.. 수박을 먹었더니 수박 맛이 났다

 

 

 

 

 

  0710, 일요법회 늬우스 데스크 3.

 

 

 

 

 

  여보세요, 일요법회 앵커맨 벨라거사입니다.

 

 

 

 

 

  금남로5가 역 안으로 들어가 의자에 앉아 지하철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비는 잠시 멈췄으나 밖은 대기 중에 후줄근한 장마철 빗기가 온전히 남아있어서 후텁지근했지만 역사 안은 에어컨디션이 작동하고 있는지 시원했습니다. K시 지하철은 사람들 이용량이 그다지 많지 않은 듯했습니다. 주말 오후인데도 지하철 객실이 한산했고 시내 복판 역에서 나처럼 지하철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도 거의 없었습니다. 그렇게 멀거니 앉아있는데 우산을 든 어떤 남자 한 사람이 계단에서 내려와 내 앞을 지나 저만큼 떨어진 의자에 가서 앉았습니다. 그러다가 다시 의자에서 일어나 내 앞을 지나갔다가 다시 돌아와 저편으로 걸어갔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서너 차례 빈복을 했습니다. 처음 계단에서 내려올 때 문득 알아보았지만 내 앞을 서성이는 모습을 보고는 새삼 확인을 할 수가 있었습니다. 고등학교 동기인 산화라는 친구였습니다. 키가 아주 작고 걸음걸이가 독특했던 그 친구는 세월의 흔적만 제외한다면 고등학교 시절이나 달라진 것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리고 동창회 소식을 통해 몇 년 전 세무서를 퇴직했다는 것도 알고 있었고 세무사사무실을 개업했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습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로 우연히 한두 번 가량 본 적이 있었으나 그 후로는 30여년 이상 만나본 적이 없었던 친구였습니다. 그렇지만 한 반이었던 적도 없었고 특별하게 친밀하지도 않아 그저 얼굴정도만 알고 있었던 친구입니다. 그래서일까 우정 아는 체 하고 싶은 마음이 별로 생기지가 않았습니다. 오늘 오후 내내 K시 시내를 돌아다니면서 그래도 고향에 와서 처음으로 아는 얼굴을 한 사람 만난 것이었습니다. 지하철이 시간에 맞추어 들어오자 지하철에 올라탔습니다. 지하철 객실 안도 역시 한산했습니다. 시계는 오후515분을 넘어서고 있었습니다. 운천 저수지가 있는 운천 역에서 내렸습니다. 예전에야 K시 외곽에 겨우 걸쳐있던 시골구석이었지만 이제는 신도시로 탈바꿈하여 K시의 번화가가 되어버린 곳입니다. 네이버 지도에서 미리 보아두었던 약속장소를 기억하면서 천천히 걸었습니다. 내 오랜 기억으로는 이 부근은 운천 저수지를 제외한다면 논이고, 밭이고, 들판이었던 곳인데 이제는 강동구 천호동을 뚝 떼어 옮겨놓은 것 같았습니다. 비는 오지 않았지만 습기 찐득한 공기에 목과 등이 끈끈하고 더웠습니다. 동생들과의 약속장소는 장보고 라는 음식점이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대형마트 체인점으로 장보고 라는 이름도 있었습니다. 신라 말 해상왕이었던 장보고를 소리 나는 대로만 읽으면 새로운 뜻이 생겨납니다. 신라 무장인 장보고張保皐의 본래 이름은 궁복弓福으로 오늘날의 완도인 청해靑海에 진을 설치하여 청해진淸海鎭이라 부르고 이곳을 거점으로 당-신라-일본을 잇는 동아지중해의 해상무역을 일으킨 호걸이지만 신라 말혼란스러웠던 왕권 싸움에 개입이 되어 문성왕 8년에 왕이 보낸 염장이라는 자객의 손에 사연 많은 인생을 마친 권력자였습니다. 그래서 장보고 라는 음식점은 필시 해산물 전문식당일 거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렇게 그런저런 생각들에 잠겨 걸어갔습니다.

 

 

 

 

 

  식당 2층으로 올라갔더니 동생들이 식탁에 둘러앉아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환갑이 지난 동생이 둘, 이제 오십 줄에 걸쳐있는 동생이 둘입니다. 이를 테면 다섯 집의 대표가 한 자리에 모인 셈이었습니다. 악수를 하고, 서로의 안부를 묻고, 자리를 잡고 식탁 주변에 앉았습니다. 저녁 주 요리로는 아도찜을 시켰다고 했습니다. 아도찜..아도찜.. 아구찜은 알겠는데 아도찜은 처음 들어본 음식 이름입니다. 나중에 음식이 나온 것을 보았더니 아구에 도가니를 섞어서 찜을 만든 것을 아도찜이라고 하는 모양이었습니다. 영암이나 목포에 가면 갈낙탕이라는 것이 있는데 그것은 갈비와 낙지를 함께 탕으로 끓여낸 것인데 제법 맛이 있었습니다. 요즘에는 문화나 예술분야뿐만 아니라 음식에도 퓨전이 대세인지라 이처럼 서로 합이 맞는 음식을 뒤섞어 새로운 조화를 만들어내는 음식들이 많이 있습니다. 자리가 어느 정도 정리가 되자 내가 오기 전부터 화제의 대상이 되어있던 이야기가 다시 나왔습니다. 사실은 나도 조금은 궁금했습니다. 고향에서 살아온 장년의 동생들은 주로 어떤 이야기 또는 어떤 문제에 관심들이 많은지 궁금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이야기에 참여하기보다는 이야기가 어떤 화제를 따라 어느 분야로 흘러가는지에 귀를 세우고 고개를 끄덕여가면서 들었습니다. 아파트와 다세대 빌라의 가격동향이 언급되었다가 재산증식에 관련된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그런 뒤에 요즘 세태에 맞추어 며느리를 본 어른 노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와 이제 늘그막에 들어서기 시작한 남편이자 남자의 노릇을 어떻게 하는 것이 무난한 방법인지 그리고 이런 세태를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 지등이 이야기되었습니다. 아무래도 젊은 동생들은 요즘 성풍속도에 관련된 이야기에도 관심을 보였고, 언제고 어디서나 시도 때도 없이 언급이 되는 골프와 자동차 이야기는 필수적으로 끼어들었습니다. 거기에다 아직 학부형이 두 명이나 있어서인지 아이들 교육에 관한 이야기도 슬쩍 언급이 되었고, 그 외에도 잡다한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식탁 위를 부지런히 돌아다녔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논의가 되었던 화제는 역시 건강문제였습니다. 어찌어찌 5,60여 살이 되다보면 슬슬 고혈압이나 당뇨, 또는 고지혈증 등에 크고 작은 문제가 생기는 나이가 되나 봅니다. 네 명의 동생들 중에 두 명이 혈압 약을 복용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동생들의 대화중에서 두세 가지 특징을 발견했습니다. 부동산 이야기 중에서 땅 이야기가 전혀 나오지 않더라는 것과 집안 인물들의 동향에 관한 이야기도 거의 없었고, 또 한 가지는 기아 타이거즈를 앞세운 프로야구 이야기가 한 마디도 언급이 되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아마도 한해 두해 들어가는 나이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과 생활인으로서의 분주함 등과 어떤 관계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중에 식사로는 생태탕과 고등어구이 백반을 시켜주어서 맛나게 먹을 수 있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주변에 있는 커피집으로 들어가 우리들 모임에 관련된 이야기들을 구체적으로 정리한 후에 모두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그때가 밤1030분경이었습니다.

 

 

 

 

 

  나는 시청에서 근무를 하다 정년퇴직을 한 뒤에 시에서 운영하는 체험농장 관리인으로 다시 재취업을 해서 매우 만족해하고 있는 바로 손아래 동생과 K시 외곽 어딘가에 있다는 체험농장 숙소로 이동을 했습니다. 운천 역까지 간 뒤에 지하철을 타고 가서 평동 종점 역에서 내려 동생이 주차시켜놓은 차에 타고 한 이십여 분가량 달려가니 산비탈을 개간해서 만들어놓은 약 5천여 평 크기의 체험농장이 어둠속에서 환하게 보였습니다. 잠시 구름이 거둔 사이로 오늘밤을 비추는 보름달이 일요법회 보살님 같은 환한 얼굴을 밤하늘에 드러내놓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동생이 머물고 있다는 숙소는 한 칸짜리 컨테이너로 만들어진 소박한 것이었지만 그 내부에는 냉장고, 에어컨, 전기장판, 선풍기, 밥상, 파리채 등 다양하고 실속 있는 집기와 기물로 편의시설이 잘 갖추어진 별장이었습니다. , 이제는 화장실에 다녀와서 몸을 좀 씻어야했습니다. 그런데 야외용 간이 화장실은 잘 설치가 되어있는데 욕실이나 샤워장은 따로 없고 산비탈 아래 지하수 꼭지가 나와 있는 곳이 바로 노천 샤워장이었습니다. 저 멀리 지나가는 외곽도로와 도로를 비추는 오렌지색 가로등불이 외로이 있을 뿐 인적人跡, 인가人家도 보이지 않은 외딴 산비탈 자락이라 두 남자가 옷을 훌렁 벗어부치고 지하수를 뽑아내어 노천 목욕을 즐기는 데는 아무런 장애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몸을 씻고 들어와 에어컨을 켜놓고 자주紫朱색 진한 오디 즙을 한 잔씩 했더니 세상에 부러울 것이 몇 가지 줄어들었습니다. 이미 밤은 깊어 자정을 넘어서고 있었습니다. 컨테이너 안의 불을 끄고 자리에 누웠는데 이내 동생은 잠에 들은 모양이었으나 나는 점점 정신이 말똥말똥 맑아져와 쉽사리 잠이 들 것 같지 않았습니다. 그런데다 조금 전부터 푸른빛으로 번뜩이는 번개와 먼 우레 소리가 들려오는 것이 밤하늘의 보름달은 어디론가 사라져버리고 머지않아 또 한 차례 장맛비가 내리칠 것 같은 분위기를 만들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조만간 다시 강한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컨테이너 지붕으로 떨어지는 빗소리가 양철지붕만큼은 아니었으나 리드미컬하게 들려왔습니다. 이렇게 밤새도록 격조格調 있고 울림 있는 강한 빗소리를 들어보는 일도 흔치는 않을 것 같아서 밤을 지새우는 동무로는 이만한 품격品格이 없었습니다. 그렇게 비는 온밤 내내 쏟아졌습니다. 새벽5시가 가까워오니 밖이 희부옇게 밝아오기 시작했습니다. 나도 이제 출발을 위해 씻고 준비를 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계속해서 장맛비가 쏟아져 내리는 중이라 옷을 입은 채 노천 샤워장에서 양치질과 세수만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다시 훌렁 벗어부치고 빗물 반, 지하수 반으로 샤워를 하고 양치질을 하고 머리를 감았습니다. 역시 빗물로 감은 머릿결이 좋습니다. 거기에다 머리도 더 좋아진 것 같습니다. 확실히 눈도 더 초롱초롱 빛이 나고, 생각도 깊어지고, 피부도 맑아졌습니다. 그래서 누군가에게 좀 보여드리고 자랑을 하고 싶었지만 주변 사방 5Km 안에는 아무도 없는 듯했습니다. 체험농장 관리인 동생이 다시 평동 종점 역까지 차로 태워다주어서 편안하게 지하철을 타고 농성 역에서 내려 잠시 걸은 후 고속버스터미널에 도착을 했습니다. 그리고 이십여 분가량 기다리다가 고속버스를 타고 서울로 돌아왔습니다. 강남고속터미널에 도착을 해서 모처럼 서울보살님이 좋아하는 찹쌀도넛과 단팥빵을 사가지고 이번에는 서울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실은 서울보살님이 컨디션 불량으로 지난 한 주 동안 병원에를 다녔습니다. 그런데 서울보살님은 특이하게도 좋아하는 것을 많이 먹으면 쉽게 몸이 회복되는 특별한 체질이어서 찹쌀도넛과 단팥빵을 사갔던 것입니다. 서울보살님은 도넛과 단팥빵을 혼자서 다 먹고 몸이 거뜬하게 좋아져서 다시 풀 컨디션이 되었습니다. 병원에 다니는 동안 비싼 약이나 아픈 주사보다는 도넛이나 단팥빵이 맛도 좋고 가격도 저렴하고 해서 모두에게 무척이나 좋은 일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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