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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요 법 회

04월29일, 일요법회 늬우스 데스크 6.

작성자밸라거사|작성시간18.05.06|조회수74 목록 댓글 0

 

 

 2018.05.05.. 196655일에는 무엇을 했을까

 

 

 

 

 

  0429, 일요법회 늬우스 데스크 6.

 

 

 

 

 

  여보세요, 일요법회 앵커맨 밸라거사입니다.

 

 

 

 

 

 

  이좀범이 슬금슬금 도루하듯이 여름이 다가옵니다. 지난해 여름도 무척이나 더웠고, 지지난해 여름도 엄청 더웠고, 그 앞 년도 여름도 참말로 더웠으니 올 여름도 무지하게 더울 것으로 사료思料됩니다. 그럼 이 대목에서 시원하게 수수께끼를 하나 내겠습니다. 동서고금東西古今을 막론하고 무지하게 더운 여름을 가장 시원하게 해줄 수 있는 에어컨air conditioner 장치는 무엇일까요? 아마 대부분 범상凡常한 머리로는 남극南極이나 북극北劇으로 가서 극점에 가만히 앉아 극풍을 쐰다. 라든가 시라큐스 대학 캐리어돔 한가운데 서서 체육관 벽에 설치된 캐리어Carrier 에어컨air condition을 한꺼번에 켠다. 라든가 무라카미 하루키 방식으로 세상의 냉장고문을 다 열어버린다. 라든가 취운산翠雲山 파초동芭蕉洞 철선공주鐵扇公主에게 부탁해서 파초선芭蕉扇을 빌려와 힘껏 부채질을 한다. 라든가 얼음물에 발을 담그고 얼음 목침을 베고 누워 있는다. 라든가 옷을 홀랑 벗어부치고 종로2가 조계사 앞길을 걷는다. 라든가 경치 좋고 풍광 수려한 얼음골 계곡을 찾아 매월이와 은섬이와 함께 계곡수에 풍덩 몸을 담그고 물장구를 친다. 라든가 은덕군 아오지탄광 갱 안으로 들어가 삽질을 해본다 라든가 등등의 아이디어를 낼 것입니다. 물론 그렇게 하면 멀뚱멀뚱 더위를 보듬고 있는 것보다야 시원해지겠지만 실행 가능성이나 가성비를 따져볼 때 가장 시원한 방법이라고 확신을 하기에는 왠지 2% 부족한 느낌이 듭니다. 모를 때는 알 수 있는 방법이 두 가지 있습니다. 자료를 찾아보든지 혹은 물어보든지. 그렇다면 수수께끼를 맞힌다고 상줄 것도 아닌데 바로 수수께끼의 답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우리의 육담肉談과 해학諧謔을 담은 고금소총古今笑叢에 그 해답이 들어있습니다. 우리 옛 선비들의 소박한 피서방법중 하나로 대나무 평상을 만들어 사방으로 대발을 땅에 닿도록 내려놓고 평상아래 독사를 몇 마리 집어넣습니다. 그러고 난 뒤 평상 위에 누워있으면 등으로 스멀스멀 밀려드는 독사의 독 기운에다 땀구멍을 자극해주는 우리들의 상상력이 보태져서 여름 피서방법으로는 최고라고 극찬極讚을 하고 있습니다. 더위를 물리치는 방법으로 그저 주변 온도를 떨어뜨리는 물리적인 방식에만 머무르지 않고 정서적인 온도의 체감변화까지 감안했다는 점에서 우리 조상님들의 실리實利와 멋과 운치韻致를 엿볼 수 있는 대담한 장면입니다. 하지만 대나무 평상 피서방법避暑方法에 두어 가지 문제가 있다고 한다면 파충류에 대한 혐오감 정도는 이겨낼 수 있는 인간적인 포용력包容力과 독사를 선용善用해 더위를 물리친다는 자연친화적自然親和的인 사고방식이 마음에 안정화되어 있어야한다는 사실입니다. 또 한 가지 더, 대나무 평상에서 땅에 닿도록 사방으로 내려놓은 대발을 땅바닥에 잘 고정시켜놓지 않으면 틈새로 스르르 기어 나온 독사에 물리는 경우가 있다고 하니 단속을 잘 하고 피서를 즐겨야 할 것 같습니다.

 

 

 

 

 

  나에게 그런 대나무 평상에 관한 기억이 잘 남아 있는 곳이 두 군데가 있습니다. 하나는 국민학교 3학년을 보냈던 장흥에서이고, 또 하나는 K시에서 6학년이던 늦봄에 이사를 갔던 시내 초입에 있던 넓은 집이었습니다. 장흥집에서는 여름이면 툇마루에 잇대어 대나무 평상을 놓아두고 모기장을 치거나 모깃불을 피워 더위를 물리쳤습니다. 한여름 밤 숙면을 위한 선물로는 대나무 평상과 모기장과 부채만 한 것이 없었습니다. 새로 이사 간 K시 집은 보통 적산가옥敵産家屋이라고 부르는 일본식 집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랬던지 그 무렵 일반 주택에서는 보기 쉽지 않은 목욕탕이 있었는데, 집도 컸지만 마당이 아주 넓었습니다. 마당에는 뽐뿌와 수도꼭지가 나란히 서있는 새암도 있었고, 항아리와 독과 단지가 줄지어선 장독대도 있었고, 맨드라미와 봉숭아와 작약꽃이 흔들리는 화단도 있었고, 웬만큼 푸성귀를 심어먹을 수 있는 텃밭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화단 가장자리에 잇대어 대나무 평상이 하나 있었습니다. 집의 툇마루와는 좀 떨어져서 너른 마당 한켠에 있는 화단 옆이라 낮에는 상관없었지만 밤에 모기장을 치고 혼자 자려면 화단이나 텃밭의 무성한 나뭇가지나 잎사귀들이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와 그림자가 문득문득 경각심警覺心을 일깨워 무섭다는 생각이 나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더위를 내지르는 시원한 맛에 대나무 평상과 모기장을 무척 좋아했는데 일단 잠에 들어버리면 아무 것도 모르기 때문에 되도록 일찍 잠에 들려고 노력을 하는 바람에 더위를 느낄 틈이 별로 없었던 듯합니다. 특히 텃밭 저 안쪽으로 감나무가 너덧 그루 나란히 서있었는데 가지 많은 감나무 사이의 어둠은 유달리 짙어서 어떤 때는 꼭 누군가 검은 옷을 입고 그 틈새에 숨어있는 듯한 기분이 들고는 했습니다. 그럴 때면 방망이를 옆에 가져다놓고서 얇은 담요를 뒤집어쓴 채 눈만 빼꼼히 내놓고는 한동안 그 어둠속을 노려보다가 어느 새 잠에 들고 말았습니다. 이따금 산들산들 불어오던 바람과 결코 지우개로는 지워지지 않을 듯한 깜깜한 어둠과 등이 까맣던 구정물 모기까지도 참 순박하고 아름다웠던 시절이었습니다.

 

 

 

 

 

  새로 이사 간 동네의 아이들은 한 도심지라 그랬을까 더 세련된 맛은 있었지만 아무래도 친해지기까지에는 시간이 걸리고 거리감이 있었습니다. 학교는 여전히 예전에 다니던 국민학교로 다녔습니다. 전에는 학교에 가려면 방죽길도 지나가고, 굴다리도 지나치고, 점빵이나 식료품 가게도 지나가고, 만화방도 보이는 길이었으나 이번에는 중심가인 시내 대로를 곧바로 내려가면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이후로는 왠지 생활의 패턴이나 삶의 본새가 부드러운 곡선이던 과거와는 뭔가 다르게 자로 잰 듯이 직선으로 변해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더 빠르게, 더 짧게, 더 절도 있게,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휩쓸려버린 세상의 대세로부터 늘 알게 모르게 고통을 받으면서 생각하고, 자라고, 성숙해져 간 것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다행히 어린이날을 지나고 새로운 계절인 여름을 재촉하는 비가 지금 밖에 내리고 있는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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