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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요 법 회

05월13일, 일요법회 늬우스 데스크 2.

작성자밸라거사|작성시간18.05.16|조회수32 목록 댓글 0

 

 

 2018.05.16.. 요일에 비가 아무리 내려도 쓸려 내리지 않는 요일

 

 

 

 

 

  0513, 일요법회 늬우스 데스크 2.

 

 

 

 

 

  여보세요, 일요법회 앵커맨 밸라거사입니다.

 

 

 

 

 

 

  본사 매장 고객 휴게실에는 커다란 팔각 탁자가 있고, 예쁜 벽 쪽으로는 각종 커피와 커피 기계가 있어서 고객 누구라도 취향에 따라 커피를 기계에서 뽑거나 타 먹을 수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맨 오른편 가장자리에는 커다란 그릇에 내리고 남은 커피가루가 소복이 쌓여있어서 커피 향을 풀풀 날리고 있었습니다. 한 번 사용하고 난 커피가루도 사용처가 다양한 모양이어서 쓸 만큼 담아가세요.’ 라는 작은 팻말이 꽂혀있고 옆에는 비닐봉지까지 놓여있지만 나는 내 코를 기분 좋게 자극해주는 커피 향으로 만족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커다란 팔각 탁자의 다섯 면에 다섯 사람이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으려니 내용은 오순도순 하지만 격식은 마치 무슨 정상회담을 하는 듯한 품격 같은 것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사장님께서 점심식사를 권유했지만 우리 가족은 집에서 출발하기 전에 바로 식사를 했는지라 고마운 말씀에 정중한 사양을 하고 차를 한 잔씩 더했습니다. , 이제 자리에서 일어나 공항으로 가야할 시간이 되었습니다.

 

 

 

 

 

  아들아이를 뒷좌석에 태우고 공항 가는 길에는 여러 가지 생각들이 뭉게뭉게 피어올랐습니다. 15년 전이었던 20048, 유학을 떠나는 아들아이를 차에 태우고 공항으로 가는데 태풍의 여파로 비가 많이 내렸습니다. 새까만 먹구름으로부터 쏟아지는 비 때문에 올림픽 도로의 차량이 정체되자 한강 건너편 강변북로 도로사정이 원활해보여 그쪽으로 돌아가기로 하고 마음 바쁘게 움직였습니다. 다행히 강변북로 사정이 훨씬 나아 공항에는 늦지 않게 시간에 맞춰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여권을 들고 출국장으로 들어서는 아들아이에게 딱 두 마디 말을 해주고 품안 가득히 껴안아주었습니다. “미국은 공부하러 가는 것이다. 소중한 몸을 잘 관리해서 감기에 걸리지 마라. 아프면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단다.” 아들아이를 출국장으로 들여보내고 출국장 입구가 잘 보이는 의자에 서울보살님과 한 시간가량 더 앉아있었습니다. 서울보살님은 출국장 유리 틈새로 안쪽을 쳐다보고 와서는 아직 줄을 서있어요. 라고 말을 해주기도 했습니다. 아들아이가 보이지 않게 된 후에도 한참동안을 의자에 그대로 앉아 있었습니다. 그러고 난 뒤 공항청사 밖으로 나왔더니 검은 비구름이 물러난 자리에 하얀 뭉게구름 사이로 섬 같은 푸른 호수가 군데군데 출렁이고 있었습니다. 높은 하늘의 청명한 그 푸르름이 뭔가 잘 될 것 같다는 희망의 깃발을 가슴에 선연히 흔들어주고 있었습니다. 아들아이는 그렇게 미국으로 가서 공부를 했고 감기에 걸린 적도 있었겠지만 이제 훨씬 튼튼해진 성인 남자의 몸이 되었습니다. 눈 초롱 했던 순간들이 벌써 15년이나 흘러갔고 엄마와 아빠의 머리는 하얗게 변했으나 가슴에 담고 있는 그 기억들은 총천연색으로 늘 아롱아롱 빛나고 있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시간이 여유가 있는데 공항 지하1층 주차장도 넉넉하게 빈 공간이 많았습니다. 차를 주차시켜놓고 3층 출국장으로 올라갔습니다. 항공사카운터로 가서 출국수속을 밟고 컴퓨터가 들어있는 가방 하나만 들고 있는 아들아이와 이번에는 악수를 했습니다. “몸조심하고 즐거운 여행을 해라. 밥도 잘 챙겨먹고.” “, 이제는 자주 오게 될 텐데요.” 아들아이가 출국장으로 들어서자 우리도 바로 주차장으로 내려가 기계주차료 정산기에 주차료를 납부하고 차에 올라탔습니다. 주차료가 1400원이 계산되었나 하여튼 내가 기억하는 공항 주차료 중에서 가장 저렴한 금액이었습니다.

 

 

 

 

 

  카톡방에 팔봉거사님께서 올린 사진이 올라와있었습니다. 일요법회를 마친 보살님들과 거사님들이 점심공양 후 공양간에 둘러앉아 초파일에 사용할 컵등 작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종이컵 바닥에 구멍을 뚫고 실을 꿰어서 나중에 종이컵에 붉고 푸른 꽃잎을 붙인 뒤 완성된 컵등을 손으로 들고 다닐 수 있도록 준비하는 작업입니다. 그러고 보니 서울보살님과 함께 한 천 사찰 순례 길에 우연히 알게 되어 2014년 추석 무렵에 처음 들렸던 천장사가 시절인연時節因緣이 닿았던지 4년이 다 되도록 줄기차게 다니고 있으니 이번 행사가 네 번째 맞는 초파일이 됩니다. 2015년도 초파일에는 보물찾기와 제기차기와 훌라후프 돌리기를 점심공양 후 여흥으로 넣어보았습니다. 2016년도 초파일에는 역시 보물찾기와 제기차기와 노래자랑을 프로그램에 넣었습니다. 하지만 우리스님께서 천장사를 떠난 뒤로는 복고풍復古風 사월 초파일로 다시 돌아갔습니다. 초파일 법요식法要式과 관불식灌佛式을 마치고 우르르~ 점심공양을 하고나면 우리들도 다른 신도님들처럼 할 일이 없으니 신경써야할 일도 없고 시간도 넉넉해서 좋긴 하나 무언가 미진한 마음이 드는 것은 사실입니다. 일 년에 한 번 치루는 초파일에, 사실 일 년 중 이날만 딱 하루 절에 오시는 노보살님들도 많으실 것입니다. 사월 초파일에는 법요식, 관불식과 점심공양 후에도 자연스럽게 절에서 시간을 보내면서 누구나 절과 친숙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해주는 다양한 프로그램과 행사들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을 하고는 있지만 절은 친밀하고 편안하게 쉬는 곳이라는 관념보다는 소원이나 기도를 빌고 밥을 먹고 나면 금세 내려가야 하는 엄격한 곳이라는 견해가 강한 듯합니다. 이렇게 절과 신도님들과의 성긴 관계가 교회나 성당과 신도님들과의 긴밀한 관계에 비해 응집력이 많이, 아주 많이 떨어져 있다는 생각입니다. 사람들이 교회나 성당에는 아무 때나 가서 봉사하고, 교육을 받고, 즐기고, 사람들과의 관계를 형성하면서 친밀하고 성스러운 공간을 다양하게 활용을 합니다. 그렇지만 절은 도심의 일부 포교당을 제외한다면 위의威儀와 장엄莊嚴으로 가득 차있는 영험靈驗하고 성스러운 곳이라는 선입견에 빠져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이런 신도님들의 관념에 일조一助를 하고 있는 것이 스님들의 행동과 말투라고 봅니다만 이런 관념이나 태도로는 기도불교祈禱佛敎나 공덕불교功德佛敎는 가능할지 몰라도 생활불교生活佛敎나 전인불교全人佛敎는 머나먼 아른헴 다리일 뿐일 것입니다. 절에서 신도님들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못지않게 어떻게 할 것인가를 늘 고민을 해야 합니다. 사람의 삼세三世를 운영하는 종교도 21세기인 작금에는 열성적인 서비스업이라는, 신도님들을 향한 무한한 서비스정신이 없다면 대세에 밀려난 다른 산업과 마찬가지로 쇠퇴衰退나 소멸消滅의 길로 들어설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파악하고 있어야 할 것입니다. 흥흥~ 그건 그런데, 나는 여전히 소귀에 경을 읽고 있는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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