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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요 법 회

05월13일, 일요법회 늬우스 데스크 3.

작성자밸라거사|작성시간18.05.17|조회수54 목록 댓글 0

 

 

 2018.05.17.. 새벽녘에 하얗게 쏟아지는 비를 보았는데 허공이 조밀稠密해 보이더군

 

 

 

 

 

  0513, 일요법회 늬우스 데스크 3.

 

 

 

 

 

  여보세요, 일요법회 앵커맨 밸라거사입니다.

 

 

 

 

 

  어느 나라나 입국하는 방식은 비행기를 타고 공항에 도착을 한 후 입국절차를 밟고 공항청사에 대기 중인 버스나 승용차 혹은 지하철을 이용해서 시내로 들어가는 과정을 따르게 됩니다. 옛날에는 커다란 여객선이나 화물선을 타고 너덧 달씩 걸려 태평양을 항해한 뒤 샌프란시스코에 도착을 해서 며칠 쉰 다음 대륙횡단 열차를 타고 몇날 며칠씩 걸려서 동부의 끝인 뉴욕에 갔다고 해서 한때 나도 그런 꿈을 꿔봤는데 이제는 배를 타고 6개월간의 항해 꿈은 그만 두었습니다. 이럴 때는 항구도시가 첫 도착지가 되겠습니다. 20세기 초에 발표되었던 명작 소공녀小公女나 소공자小公子를 읽어보면 아직 항공 산업이 발달하기 전이라 배를 타고 바다를 여행하는 장면들이 자주 나오곤 했습니다. 주인공이 배를 타고 대양을 항해하는 장면들이나 풍광들이 묘사描寫될 때마다 마치 내가 그 배에 타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면서 마음 설레기도 하고 가슴이 뛰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성인이 된 후에도 대륙을 이어주는 바다여행을 이따금 상상해보았지만 희망사항이 현실로 나타나지는 않았습니다. 기껏 열 몇 시간 걸리는 제주도를 통통거리는 발동선을 타고 몇 차례 가보았을 뿐입니다. 하지만 내가 실제 원했던 것은 대양위에 떠있는 커다란 배에서의 생활이었던 것이지요.

 

 

 

 

 

  그래서 대체로 그 나라나 도시의 첫인상을 결정하는 관문이 공항에서 시내까지 연결시켜주는 공항도로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공항도로는 대부분 차선이 많고 정비가 잘 되어있어서 공항고속도로로 운영이 됩니다. 개인적인 업무나 공무가 아닌, 단체로 패키지투어를 떠났을 때는 공항에 도착을 해서 입국수속을 밟은 뒤 호텔로 이동을 하는 공항고속도로 이동시간이 패키지투어 분위기를 좌우하는 중요한 시간이 되기도 합니다. 현지 가이드로 버스에 탑승한 사람의 태도와 서비스정신, 그리고 언어구사능력에 따라 앞으로 전개될 여행의 즐거움이나 분위기를 예감할 수 있어서 그럴 것입니다. 여행이란 범용한 일상생활로부터 탈피해서 신선한 호기심을 만끽하고 안락한 휴식을 즐기자는 의도인데 막상 패키지투어를 떠나본다면 단체와 함께 하는 여행이라는 게 그렇게 단순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사람 수가 많고 여행 일정이 길어지면 여행 이외의 직간접적인 일들이 여행 즐거움의 변수로 작용을 하는 수가 많습니다. 이럴 때 가이드와 여행객 사이의 신뢰도나 친밀감이 여행 분위기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인이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현지 가이드들도 공항에서 패키지투어 여행객을 인수받을 때면 첫 번째 이동로인 공항고속도로에서 그 시간들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를 무척이나 고심을 하게 됩니다. 지금은 여행 안내원을 통상 가이드guide로 부르고 있지만 예전에는 여행 안내원을 콘닥터conductor라고 불렀습니다. 콘닥터에는 관리인, 지휘자라는 의미가 포함되어있어서 약간 의례적이기는 하지만 여행 안내원의 중요성을 부각시켜주고 있었던 것입니다. 콘닥터는 여행을 선도해서 안내하고 설명하는 단계를 넘어 여행의 즐거움과 활기찬 분위기를 주도적으로 이끌어나가는 사람이라는 뜻을 포함하고 있는 것입니다. 내 경우에도 많은 패키지투어를 통해 여행을 즐겨보기도 했는데, 기억에 남아있는 훌륭한 안내원들이 있었습니다.

 

 

 

 

 

  그게 뭐든지 언제나 첫 번째는 중요한 것 같습니다. ‘87년도엔가 어머니를 모시고 대만을 갔었는데 그때 현지 가이드가 한국화교출신이었던 주길남이라는 사람이었습니다. 처음 자신을 소개하면서 자기 이름을 한 번 들으면 절대 잊어버리지 않는 방법으로 주길놈으로 기억하고 계시면 된다고 해서 모두들 한바탕 웃었는데 그때 일행 중 나이든 어르신들께서 아무리 그렇더라도 자기 이름을 주길놈이라고 하면 안 된다면서 다시는 그렇게 말하지 말라는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어르신들 말씀이란 입이 보살이라고 자꾸 말을 하게 되면 정말 그렇게 되어버리니 나쁜 말은 삼가고 좋은 말을 많이 하라는 뜻이었습니다. 주길남 여행 안내원은 한국화교 출신에다 성인이 된 후 대만으로 이주를 왔기 때문에 한국말에 능통한데다가 한국 사람들의 습관이나 입맛을 잘 알아서 미리미리 알아서 준비해주는 서비스가 여행객들에게 아주 대만족이었습니다. 패키지투어란 여행 안내원을 잘 만나면 여행의 80%는 시작부터 만족하고 들어가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 후로 추억에 남을 만큼 좋은 여행 안내원 기억이 별로 없었는데 2010년도에 중국 운남성을 가게 되었습니다. 성도成都인 쿤밍에서 시작을 해서 따리, 리장, 호도협, 샹그릴라를 따라가는 차마고도茶馬古道의 일부를 트레킹과 투어를 겸해가면서 돌아보는 여행이었습니다. 그런데 이곳에서는 여행 안내원에 대한 의존도가 일반 관광지에 비해 무척 높았습니다. 그리고 지역마다 특성이 강해서 여행 안내원이 바뀌는데 그때만 해도 차마고도 지역사람들의 순박한 마음이 남아있어서였든지 동남아시아나 유명 관광지의 약삭빠른 여행 안내원에게 물렸던 일행들이 대단히 좋아했습니다. 특히 샹그릴라 여행을 마치고 다시 쿤밍으로 돌아가기 위해서 공항으로 이동을 한 후 며칠 동안 정들었던 샹그릴라 여행 안내원과 이별을 하면서는 많은 일행들이 여행 안내원에게 따로 성의를 표하며 눈물짓는 것을 보면서 좋은 여행을 위한 착한 여행 안내원의 가치랄까 혹은 여행이 가져다주는 정서적 분출이랄까 하는 자그마한 서정적 울림을 당사자가 되어 직접 느껴보기도 했습니다.

 

 

 

 

 

  차 엔진을 켜고 공항 주차장을 빠져나와 공항고속도로위를 달려갔습니다. 그리고 머지않아 88올림픽도로로 바꾸어 타고 잠실종합운동장 방향으로 차를 몰아 달려가면서 공항고속도로로 인해 연상되었던 이런저런 일들을 생각나는 대로 마구 떠올려보았습니다. 뭐든 추억이 되면 아름답습니다. 그러려면 기억記憶과 망각忘却의 조건에 세월의 색깔을 입히거나 삭제하는 자기만의 방식을 익혀가야 합니다. 더욱이 글을 쓰는 사람은 그 기준을 선명하게 유지할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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