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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요 법 회

05월13일, 일요법회 늬우스 데스크 4.

작성자밸라거사|작성시간18.05.19|조회수38 목록 댓글 0

 

 

 2018.05.18.. 눈으로 보는 세상, 몸으로 느끼는 세상

 

 

 

 

 

  0513, 일요법회 늬우스 데스크 4.

 

 

 

 

 

  여보세요, 일요법회 앵커맨 밸라거사입니다.

 

 

 

 

 

 

  그러니까 어제 새벽에 얼핏 무슨 느낌에 잠에서 깨어났습니다. 아마 유리창에 비바람이 치는 소리였든지 털컥~ 하는 문이 닫히는 소리였을 것입니다. 하여튼 나는 잠에서 깨었고 그 상태로 가만 누워있었더니 밖에서 비바람 치는 소리가 장엄하게 들려왔습니다. 그냥 비가 내리는 게 아니라 하늘 호수를 통째 쏟아 붇듯이 장대비가 다발 다발로 죽창처럼 내리꽂히는 소리였습니다. 쏴아아아~ 나 스아아아하~ 가 아니라 후드드드드으읔~ 우드드드으흐흨~ 에 가까운 둥글고 두터운 타악기를 두드리는 소리였습니다. 방에 불을 켰더니 새벽3시가 조금 덜 된 시간이었습니다. 계단을 따라 밑으로 내려가 현관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습니다. 눈앞의 검은 허공이 하얗게 베일을 가리고 있는 것처럼 폭우가 쏟아지고 있었습니다. 길 건너편 가로등 등불반경 안으로 비치는 밝은 공간을 꿰뚫고 직선의 다발들이 조금의 동요도 없이 수직垂直으로 낙하落下를 하고 있었습니다. 허공중에 저렇게 많은 양의 물이 있었다는 것을 직접 두 눈으로 보지 않았다면 믿기지 않았을 것입니다. 짙은 구름 밤하늘 안쪽에서는 쉴 새 없이 뇌성雷聲치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아마 먹구름 안쪽에서 음전기와 양전기가 만나 비구름을 활성화시키고 있었나봅니다. 하늘이 하얀 빛으로 조각조각 갈라지는 모양이 보고 싶어서 고개를 이리저리 둘러보았으나 길게 뻗은 삼지창 같은 푸른 빛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한 삼사 십여 분가량 쏟아지던 비가 잠시 주춤했습니다. 주춤하기에 망정이지 저렇게 서너 시간 쏟아지면 웬만한 제방은 물살에 넘쳐나 물난리가 날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런 폭주하는 다발 비를 ‘92년도엔가 본 적이 있습니다. 그때는 장대비가 대략 사흘가량을 쏟아졌습니다. 비가 하도 멈추지 않고 퍼부어대니 처음에는 무언가 뻥 뚫린 듯한 마음 후련하던 비구경이 슬그머니 걱정으로 바뀌어 동네 한켠에 있는 유수지 펌프장으로 나가보았습니다. 유수지遊水池란 평소에는 주차장이나 체육시설로 사용하는 공터인데 탄천의 물이 갑자기 불어나서 제방의 수위를 급격하게 높이면 일부 물을 빼서 잠시 저장을 해두었다가 탄천의 물이 안정적인 수위로 돌아가 기능이 정상화되면 저장했던 물을 다시 탄천으로 흘려보내주도록 홍수를 대비하는 장소입니다. 평소라면 사람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던 유수지 건물 안에 불이 온통 밝게 켜져 있는 채로 무언가 분주한 움직임 같은 것이 느껴졌습니다. 빗소리에 소리는 들려오지 않았으나 아마 발동기를 최대한 가동하여 탄천의 물을 유수지로 뽑아내고 있는지 제방 아래쪽 수문으로 시뻘건 황톳물이 콸콸 쏟아져 들어오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유수지도 거의 만수위滿水位가 되어 농구 골대도 축구 골대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폭우를 우려하는 사람이 나 뿐만은 아닌지 두어 사람이 박쥐우산을 받쳐 쓰고 유수지의 불어나는 황톳물을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나도 우산을 쓰고 있었지만 사실이지 이런 물줄기라면 우산이 별로 의미가 없습니다. 습관적으로 정장에 조끼를 받쳐 입고 있는 것처럼 비가 오니까 우산을 두 손으로 들고 있을 뿐인 것입니다. 그렇다고는 하더라도 우산을 꼭 들고 있으면 폭우에 몸이 젖어가는 순서는 우산 없는 맨몸일 때와는 약간 다릅니다. 신발과 바지 단으로부터 시작을 해서 가랑이가 젖고 엉덩이와 등이 젖고 허벅지와 어깨가 젖고 가슴과 목과 머리가 젖어 갑니다. 상황이 그렇더라도 우산을 꼭 쓰고 있었습니다. 얼굴로 빗물이 줄줄 흘러내리는 것은 누구라도 원하지 않아서일 것입니다.

 

 

 

 

 

  탄천을 따라 몇 군데 설치되어있는 유수지遊水池 덕분인지 다행이도 제방으로 물이 넘치지 않아 이쪽 동네들은 안전했지만 폭우로 불어나는 물을 이겨내지 못한 풍납동이나 한강변 제방은 물이 넘쳐들어 수해가 심각할 만큼 커져버렸습니다. 지금은 캐나다로 이민을 가서 잘 살고 있지만 그때 풍납동에 살고 있었던 친구의 말이 폭우만 쏟아지면 다시 귀에 생생하게 살아납니다. “야아, 사방이 물 천지가 되니까 정작 먹을 물이 없더라.” 아참, 그러고 보니 홍수의 방패막이 되어 엄청난 수해를 막아주었던 유수지에 대한 이야기가 한 토막 생각났습니다. 2012년 대통령선거에서 어느 후보가 서울을 지나는 강 주변에 설치되어있는 유수지들에 아파트단지를 세우겠다는 공약을 했습니다. 일 년 가야 한두 번 사용할까말까 하는 넓고 빈 공터에 아파트단지를 세워 주택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인데 즉각 해당 구청과 지역민들로부터 강력한 반발에 부딪혔습니다. 어느 후보 캠프의 어떤 참모의 발상인지는 몰라도 그 사람은 구강口腔이나 콧구멍, 귓구멍, 항문肛門마저도 무언가로 꽉꽉 채워야 직성이 풀릴 채움 편집증偏執症이 있었던 것은 아닐까 생각나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문제라면 그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어버렸다는 사실입니다. 그 후보에 그 참모들이고, 그 후보에 그 지지자들이지만 대통령 당선은 현실이기 때문에 선거 공약사항인 유수지에 아파트 단지 건설은 한동안 각 구청과 지역민들에게 가슴이 탈 것 같은 뜨거운 감자가 되어버렸습니다. 요즘에는 굵직굵직한 사건들이 줄이어 일어나는 바람에 이런 정도의 지나간 사안들이야 다 잊고 계시겠지만 세간世間과 민심民心을 읽는 안목이라는 점에서 본다면 그야말로 하나를 보면 열을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그런데 이 대목에 숨어있는 은밀한 뜻이란 그런 내용의 공약을 지지하는 유권자 수가 많았다는 사실이겠지요. 우리나라의 선거가 ’6,70년대의 고무신, 막걸리 선거가 아닌 다음에야 자신의 가치와 판단에 의해서 평소 신념과 정책을 표출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이자 권리라는 사실을 놓고 본다면 지난 일이지만 곰곰 생각할수록 여전히 흥미로운 내용을 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글쎄요, 자유와 민주를 갈망하는 일반 유권자들의 의식수준意識水準과 그로인한 지도자의 덕목德目을 생각해 볼 수 있겠는데, 지도자의 덕목이라면 공심公心과 세상을 바라보는 최소한의 안목眼目이지 않을까 합니다만 이것 역시 내 생각인지라 사람마다 가치와 판단이 다를 터이니 역시 후보들의 선거공약과 그 실천력을 바라보는 기준도 다르리라고 생각을 합니다. 아마도 6월 지방선거철이 다가와서 이런저런 소식과 홍보에 접하다보니 여지없는 자연自然의 자연自然스러운 추락墜落인 비를 바라보는 마음이 울창한 느티나무처럼 상상의 가지를 뻗어 폭우에서 유수지로, 유수지에서 선거공약으로, 선거공약에서 지도자의 덕목이라는 생각을 이끌어내었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한 삼십여 분 동안 쏟아지는 폭우를 지켜보다가 잠시 비 기세가 주춤해지자 이내 비 구경이 싱거워져서 방으로 올라와 불을 밝혀놓고는, 자식도 낳지 않고 가사 일까지 챙겨주는 자상한 남편의 도움을 받아 당대의 문인들과 교류를 하면서 문학과 강연에 정열을 쏟을 수 있었으나 평생 신경쇠약과 정신분열증에 고통을 받으면서 살았던 버지니아 울프의 의식의 흐름내적고백이라는 서술기법을 발전시키고 예술적 성취까지 이루어냈다는 역작 댈러웨이 부인을 계속 읽었습니다. 새벽에 읽었는데도 역시 큰 재미는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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