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일 요 법 회

05월20일, 일요법회 늬우스 데스크.

작성자밸라거사|작성시간18.05.24|조회수40 목록 댓글 0

 

 

 2018.05.24.. 푸근한 비가 내려도 하루만 지나면 또오 어김없이 몰려오는

 

 

 

 

 

  0520, 일요법회 늬우스 데스크.

 

 

 

 

 

  여보세요, 일요법회 앵커맨 밸라거사입니다.

 

 

 

 

 

 

  지지난 주 토요일에 화순 목탁암 목탁스님으로부터 내게 문자가 들어왔습니다. ‘우리 절에서는 해마다 꼭 한 번 부처님께 꽃 공양을 올리는 날이 있습니다. 바로 사월 초파일인데 올해는 서울보살님께 소중한 기회가 돌아갈 듯합니다. 화사하고 아름다운 난 화분 두 개를 부처님 좌우에 공양을 올리면 좋겠습니다. 이참 저참 해서 얼굴도 한 번씩 뵙기도 하고요.’ 그래서 나는 일요일에 답 문자를 넣어드렸습니다. ‘, 스님. 알겠습니다.’ 그리고 서울보살님에게 목탁스님 문자를 보여드리고는 마주앉아 상의를 했습니다. 화순 목탁암에 난 화분을 공양 올리는 일은 마땅히 좋은 일인데 시행하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우리가 난 화분을 준비해서 초파일에 가지고 내려가는 방법이고, 또 하나는 광주나 화순 꽃집에 연락을 해서 난 화분을 목탁암으로 보내드리는 방법입니다. 그건 그렇지만 까다로운 목탁스님 꽃 공양 조건을 맞추려면 직접 난 화분을 가지고 목탁암으로 가야겠는데 서울보살님은 또 천장암에서 초파일에 사용할 관불식灌佛式을 위한 꽃을 만들어야했습니다. 그래서 두 가지 상황을 조합해보았더니 자연스러운 결론이 하나로 통합되어 나타났습니다. 서울보살님이 난 화분 두 개를 만들고 또 관불식 꽃을 준비를 하고 초파일 전날 나와 함께 먼저 천장암으로 향해서 그곳에 서울보살님과 관불식 꽃을 내려놓은 뒤 나는 난 화분 두 개를 싣고 그대로 화순 모후산母后山 목탁암木鐸菴으로 차를 몰고 씽씽 달려가 부처님께 꽃 공양을 올리는 것이었습니다. 아마 형식形式상으로는 지난 삼십여 년 이래 처음으로 사월초파일 행사를 각자 다른 절에서 모시게 되었다는 말인데, 그곳이 어느 곳이든 아기 부처님 탄신을 축하하고 모든 불자님들과 기쁨을 함께 한다는 점에서는 언제나 변함없는 내용內容이었습니다. 그래서 서울보살님이 난 화분 두 개를 먼저 만들어놓고 초파일 전날 새벽에는 관불식 꽃을 준비해가지고 몇 가지 일을 확인 해놓고는 바로 집에서 출발했습니다. 고북 천장사에 가는 길은 언제나 노선과 방향은 똑 같지만 절로 향하는 느낌과 마음은 늘 똑 같은 것은 아닙니다. 월요일 아침에 먹는 식사와 생일 아침에 받는 밥상이 다른 것처럼 같은 몸, 같은 목적이지만 마음의 변용變容에 따라 느낌이나 의도하는 바는 상당하게 달라질 수가 있습니다. 그러니까 오늘은 사월초파일 전야제에 해당하는 사월초칠일이었습니다. 그리고 밤하늘의 초승달이 상현달로 바뀌어가는 변곡점變曲點에 해당하는 날이기도 했습니다.

 

 

 

 

 

  오늘은 아침부터 쨍쨍한 햇살이 좋아서 차안에 싣고 있는 난 화분이나 관불식 꽃에 신경이 많이 쓰였습니다. 그래서 일부러 차안의 냉방장치를 낮게 가동하면서 달려갔습니다. 화성휴게소에서 잠깐 쉬었다가 고속도로로 나가는 길에 주유소 휘발유가격을 슬쩍 보았더니 1,599라고 쓰여 있었습니다. 휘발유 가격이 은근 슬쩍 많이 올랐습니다. 덕분에 만수르는 여전히 윤택하고 폼 나는 생활과 삶을 운영하고 있겠지요. 눈썹을 찡그려가며 차량 연료게이지를 보았더니 눈금이 절반 이하로 내려가 있어서 화순 모후산母后山까지 가려면 어디선가 주유를 하긴 해야 하는데 오늘은 화성휴게소는 아닌 듯했습니다. 왜냐하면 알뜰 주유소도 아닌 우리 동네 주유소도 1,599이었으니까요. 우리나라에서는 왜 기름이 생산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자연환경이 좋아서 사람이 살기도 좋은 한반도가 옛날에는 공룡도 많이 살았던 곳이라는데 아마 자의든 타의든 간에 땅속에 묻혀 화석화化石化를 원했던 공룡은 거의 없었던 듯합니다. 먼먼 훗날 인류라는 종족들이 화석연료化石燃料라고 이름을 붙여주면서 자신의 유체遺體를 연료로 사용하는 것보다 현재現在 스스로의 삶을 즐길 줄 알았던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반도의 공룡들은 어울리되 물들지 않은 삶’, 和而不同에 충실한 삶을 살았던 현자賢者들임에 분명합니다. 다시 서해안고속도로를 내달려서 서산휴게소를 지나 해미IC로 들어간 뒤 고북면 장요리 제1주차장에서 잠깐 멈췄다가 돌계단 주차장으로 올라가가지 않고 싣고 있던 짐 때문에 독고개로 돌아서 천장암 법당 앞까지 바로 차를 몰고 들어가기로 했습니다. 천장암 오솔길 입구에서 독고개에 이르는 숲길은 내가 보았던 숲길 중에서 단연 최고 중의 하나입니다. 깊고 푸른 숲, 알맞은 경사와 비탈진 오솔길, 한적과 고요가 강물처럼 쌓여있는 곳, 그리고 그리고 이곳을 알고 있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점에 있어서 남한 최고의 산책길이라고 나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 숲길을 자동차로 조심조심 올라갔습니다. 울퉁불퉁 길에 차 밑바닥을 몇 번이나 쓰윽~ 긁었지만 그래도 이 길을 가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즐거워졌습니다. 법당 앞까지 차를 몰고 들어가 본 것은 처음이지만 대의大義와 명분名分이 있으니까 부처님께 죄송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차에서 관불식 꽃과 여러 가지 보조 재료와 화기와 도구들을 내려놓았습니다. 손이 빠른 서울보살님은 양동이에 물을 가득 채워 와서 꽃을 다발채로 담가 물을 충분히 올리도록 준비를 했습니다. 점심공양을 하고 가라는 주지스님의 말씀이 있었지만 뜨거운 햇살, 차안에 들어 있는 난 화분 상태를 고려해서 바로 화순으로 출발하기로 했습니다. 아침에 집에서 출발하면서 목탁스님께 오늘 저녁까지는 절에 도착할 예정입니다.’ 하고 문자를 보냈더니 바로 스님 답문자가 들어왔습니다. ‘알았습니다. 열심히 기다리고 있을 게요.’ ‘그리고 두 개의 난 화분 리본에다 봉축 부처님 오신 날이라고 쓰잖아요. 각각 거사님 아들과 따님 이름으로 올리면 더욱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그때가 오후117분이었습니다.

 

 

 

 

 

  화순에서 천장사를 와 본적은 있지만 천장사에서 화순을 가본 적은 없었습니다. 그래서 내비게이션을 켜고 목탁암 주소를 찍었습니다. 이제부터는 작은 화면에 떠오르는 붉은 줄을 따라 달려가면 됩니다만 스쳐 지나는 길과 눈앞에 떠올랐다 뒤로 사라져가는 풍경과 친해지는 데는 가장 비효율적이고 매우 나쁜 방법이었습니다. 말 잘 듣고, 공부 잘 하고, 시키는 대로 하고, 그토록 모범적模範的인 아이의 미래가 그다지 미덥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 이치입니다. 서해안고속도로를 따라 계속 내려가다가 고창JC에서 방향을 바꾸어 장성IC로 들어가 호남고속도로에 합류를 했습니다. 여기서부터는 내가 길을 알고 있는 곳들이었습니다. 다소 복잡한 고가도로와 터널과 사거리를 지나 화순 외곽도로를 따라 달려갔습니다. 화순 지방 국도에서 동네로 들어가는 길로 꺾어 들어갔습니다. 커다란 느티나무가 개천을 따라 줄지어 서있었습니다. 잠시 차를 세워놓고 푸른 느티나무 사이 작은 정자에 앉아 모를 심으려고 물을 가득 채워놓은 논과 저 멀리 들의 가장자리를 두르고 있는 엎드린 S자 닮은 산들을 바라보았습니다. 지난 해 8월 눅진한 더위 속에서 일주일 동안 시원하게 머물렀던 목탁암 들녘의 아득한 정경情景이었습니다. 내일 그러니까 초파일 오후부터 전국적으로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가 있어서였던지 아지랑이 일듯 아른아른 포룜한 대기 안에 무언가 나른한 습기 같은 것이 숨어 있어서 볼과 목덜미에 묻어왔습니다. 작은 개천의 맑은 물속에서 떼로 몰려다니는 송사리를 쳐다보는 일은 내가 물속의 송사리가 되기 보담은 나의 송사리 적 일들을 떠올려 추억追憶을 하는 데는 효과적인 방법이었습니다. 내가 어렸을 적에 쳐다보았던 송사리들도 항상 저렇게 얕은 물속을 떼로 몰려다니곤 했습니다. 그렇게 송사리를 쳐다보는 우리들도 늘상 몇 명씩 짝을 이루어 떼로 몰려다니곤 했습니다. 오늘은 저 송사리들을 나 혼자서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나의 송사리 적 모습을 떠올리려고 여기저기 주머니속의 추억들을 불러 모으고 있었습니다. 십여 분 이상 논밭과 산길을 따라 차를 몰아 달려가면 마지막 가옥이 한 채 나오고, 그곳에서 또 오 분여를 달려가면 세 개의 산굽이와 세 개의 다리를 지나 목탁암이 보였습니다. 오늘은 점점 부풀어 올라 난숙爛熟한 상현달이 되기 직전의 마지막 청초淸楚함을 간직한 초승달이 떠오르는 사월초칠이었습니다.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