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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요 법 회

06월10일, 일요법회 늬우스 데스크.

작성자밸라거사|작성시간18.06.16|조회수33 목록 댓글 0

 

 

 2018.06.16.. 맑고 푸름

 

 

 

 

 

  0610, 일요법회 늬우스 데스크.

 

 

 

 

 

  여보세요, 일요법회 앵커맨 밸라거사입니다.

 

 

 

 

 

 

  무척이나 짰습니다. 미각味覺은 후각嗅覺만큼 빨리 신경이 무디어지지 않아서 두 쪽을 먹고 이어서 세 쪽을 먹을 때까지도 혓바닥이 짰습니다. 기억에 의하면 쟁반만한 패밀리사이즈 한 판 정도는 맛을 즐기면서 거뜬하게 먹었던 것 같은데 이제는 그 절반도 못되는 세 쪽을 먹으면서 이제 그만~ 하는 신호가 머릿속에서 잡혔습니다. 어쩌면 주변의 공기를 슬근슬근 밀어 올리는 둥글고 두툼한 맛이 따끈하고 고소하거나 달콤했다면 더 먹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그랬겠지만 벌써 약간 식어있는데다가 그나마 짜기까지 했으니 배통에서 보내온 신호가 머릿속에 빨리 잡혔을 것입니다. 아무튼 세 쪽을 먹고 나서 납작한 반원이 들어있는 네모난 종이상자 뚜껑을 덮었습니다. 그리고 그 위에 원통 우유컵을 올려놓았습니다. 투명한 유리컵 안에 하얀 우유가 절반가량 남아있습니다. 피자나 햄버거가 좋은 이유는 따로 수프나 반찬이 필요 없이 오직 손에 들고 있는 그것 한 가지만 먹어도 된다는 간편함에 있습니다. 물론 물이나 우유는 함께 마시지만 밥과 국과 반찬이 한군데로 몰려있는 그 간편함에 몹시도 마음 가볍습니다. 그렇다고 하면 밥에 국이나 찌개가 따르고 반드시 편을 가른 반찬이 둥글게 놓여있어야 하는 한식이 상당히 까다로운 음식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어쨌든 한식은 먹고 난 뒤 설거지를 해야 하지만 피자나 햄버거는 그 과정이 생략되어버립니다.

 

 

 

 

 

  내가 피자라는 음식 이름을 처음으로 들어본 것은 아마 연극인 추송웅의 글에서였을 것입니다. 내가 군에서 근무를 했던 ‘76,7,8동안 가장 유명했던 연극은 추송웅의 빨간 피터의 고백이었고, 영화로는 장미희 주연의 겨울여자였으며, 소설로는 한수산의 부초였던 것 같습니다. 어느 겨울날 장미희의 겨울여자도 보고, 내무반 침상에서 한수산의 부초도 박완서의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도 읽어보았으니 이제 남은 것은 추송웅의 빨간 피터의 고백뿐이었습니다. 그래서 나름 외박 날짜와 공연날짜를 꼽아가면서 맞추어보고 있었는데, 먼저 추송웅의 연극을 보고 온 어느 고참병의 말을 듣고는 잠시 주춤주춤하다 그만 연극을 놓치고 말았습니다. 그 고참병의 얼굴이 생생하게 떠오르면서 이름이 생각날 듯 말 듯 한데 그게 아주 흔한 이름이어서 생각이 날 듯 말 듯 하다 생각이 어딘가 머리 뒤편에 슬그머니 머무르고 있습니다. 저 뒤통수 어딘가에 숨어있는 생각이 콧등을 거쳐 이마를 뚫고 나오기까지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나만의 방법으로 시도해본다면 생각을 못해낼 것도 없겠지요. 성은 고 씨.. 고 씨.. 였던 것 같으니 고.. 그러니까 고.. 뭣이었더라. 키가 살짝 크고 호리호리한 몸매에 살결이 하얗고 붉은 입술에 눈썹이 여자처럼 가늘고 예뻤던, 그리고 표정을 찡그리면 약간 팔자 눈썹이 되어 감성이 상당히 풍부해 보이던 그렇지, 맞습니다, **상병이었습니다. 도회냄새가 물씬 풍기기는 하지만 결코 서울 사람 같지는 않은 고상병은 스스로의 사생활과 개인시간을 매우 존중했던 것 같아서 병영의 고참병이라기보다는 한 회사에서 근무하는 선배 근무자처럼 느껴지는 사람이었는데 자유 시간에는 거의 혼자 지내는 유형으로 영내 극장에도 자주 가고 체육관에서 자주 땀도 흘리며 대체로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 조용한 사람이었습니다. 근무부서가 아마 CID 였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는데 이곳은 범죄수사대라서 근무관련 사항은 알 수 없는 노릇인데다 나와 그리 친밀하지도 않았으니 무엇을 하면서 군대생활을 보냈는지 서로가 알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때 내무반 분위기로 봐서는 3.1로 창고극장에서 추송웅의 빨간 피터의 고백이라는 연극을 볼 바에는 차라리 그 시간에 충무로에서 술을 마시겠다는 부대원이 대부분이었을 테니 그런 연극을 볼만한 몇 안 되는 사람들 중 하나였음에는 분명해보입니다. “, 그 자식이 말이야(여기에서 그 자식은 빨간 피터의 고백의 주인공인 추송웅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포도를 씹다가 씨를 관객들을 향해 퇘.. .. 내뱉는 거야. 앞에 앉아있는 내 얼굴에 포도 씨가 튀잖아. 아 이런 더러운 자식이 있어 하면서 무대로 나가 한 대 패버리고 싶은데 글쎄 옆에 여자女子가 앉아 있어서 연극에 몰입된 문화인인척 하면서 가만 앉아 있었거든. 그런 연극공연 중에 주먹을 흔들면 무식해보이기 십상이잖아. 그리고 그게 그러니까 포도 씨를 뱉은 놈은 사람이 아니라 피터라는 원숭이었거든.”

 

 

 

 

 

  얼마 전 동창회 게시판에 들어가 보고는 나름 깜짝 놀랐습니다. 게시판에 올라와있는 몇 몇 동창들의 글이 몹시 잘 쓰여 있었기 때문입니다. 전업 작가들이 아니니만큼 문학성 뛰어난 글은 아니었지만, 물론 동창회 게시판에 심혈을 기울여 글을 만들고 지어 올리는 놈도 없을 테고, 사고의 흐름이 논리정연하고 글의 핵심으로 바로 들어가는 솜씨는 오랫동안 글을 써보고 다듬어온 솜씨에 분명해보였습니다. 또 글쓰기의 정체성을 매개로 해서 티격태격 논박論駁의 글을 주고받고 있던 몇몇 동창들의 글을 읽어보면 주장을 하되 범하지 않는 조리條理와 배려配慮의 수준을 보면서 내 글쓰기의 무사안일無事安逸을 돌아보는 시간을, 까맣게 잊고 살아왔던 동창들로부터 뜬금없이 얻게 되는 귀한 기회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이런 글을 써대는 몇몇 동창들이 무엇을 하고 살아왔는지가 다소간 궁금해졌습니다. 이리저리 뒤적여보았더니 중국문학과 국문학을 가르쳐왔거나 공학연구소에서 오랜 기간 동안 연구를 했던 동창들이었습니다. 현재 사진을 아무리 들여다보아도 어렸을 적 그 모습들이 아무래도 생각 키우지 않는 얼굴들이었으나 동창들의 글들은 나를 지금부터 그 시간들 사이 어디에다라도 데려다주었습니다. 수학에 관한 책을 읽으면서 단박에 돈 버는 일과는 별로 상관없을 듯한 여러 모로 글쓰기와 글읽기를 생각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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