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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요 법 회

12월16일, 일요법회 늬우스 데스크 3.

작성자밸라거사|작성시간18.12.22|조회수29 목록 댓글 0



 2018.12.21.. 맑음, 탁한 공기는 여전히 서풍을 타고 날아와



 

 

 

 1216, 일요법회 늬우스 데스크 3.



 

 

 

 여보세요, 일요법회 앵커맨 밸라거사입니다.




 

 

 

 일본 여우女優 미야자와 리에와 남우男優 오다기리 죠가 주연을 맡은 2016년도 작품 행복 목욕탕이라는 영화가 있다. 원래 이 영화 제목은 훨씬 긴데 번역을 할 때 극중 목욕탕 이름을 그대로 가져와 행복 목욕탕이 되었다. 나는 이 영화를 보진 않았으나 영화 제목은 알고 있어서 목욕탕 이야기를 쓰려고 하니 갑자기 이 영화 제목이 생각났다. 미야자와 리에와 오다기리 죠가 참말로 쓸고 닦고 운영하는 목욕탕이 있다면 나도 그곳에 한번 가보고는 싶지만 원칙적으로 2011년 이후로는 일본에 가지 않을 거니까 행복 목욕탕에서 깨를 홀랑 벗고 목욕하는 일은 현실적으로는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원래 배경이 목욕탕인 영화는 소재가 둘 중하나다. 가슴이 목욕탕의 온탕溫湯처럼 따뜻해지는 가족영화이거나 열탕熱湯과 같이 은밀한 부분으로 열이 뜨겁게 분출하는 애로영화이거나이다. 그런데 한 가지가 더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목욕탕에 한기 도는 냉탕冷湯 같은 귀신이 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행복하든 행복하지 아니하든 목욕탕에 귀신이 산다.





 

 조목조목 따지고 본다면 귀신이라는 존재가 애매曖昧하고 불투명不透明한 것이 아니다. 기본적으로 귀신이란 사람이 있어야 만이 그 존재가 가능한 것이라서 사람이 살다가 죽고 난 후 사람의 잔여물殘餘物이나 파생물派生物, 혹은 굴곡진 삶의 의미를 투사投射하는 투영체投影體라고 보아야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최초의 사람이 있어야만 그 최초의 사람이 죽은 뒤 최초의 귀신이 있을 수가 있는데, 사람 나고 귀신 났지 귀신 나고 사람 났느냐. 하는 속담이 왜 없을까 살짝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귀신鬼神의 사전적 의미는 사람이 죽은 뒤 남는다는 넋, 죽은 사람의 혼령, 또는 사람에게 화와 복을 내려준다는 신령을 일컫는 말로서 귀신이란 사람으로부터 비롯하지만 뭔가 사람보다 뛰어난 능력과 힘이 있는 존재를 가리키고 있는 듯하다. 일단 귀신하면 우리들에게 익숙한 것이 귀신들의 세상인 저승(冥界)과 그 저승을 지배하고 있는 염라대왕이 있다. 우리들이 살고 있는 이승에 대해 죽은 뒤 살아가는 저승은 밝은 세상인 명계明界에 상대적인 세상으로 명계冥界라고도 부른다. 고대인도 브라만교 성전인 <리그베다Rigveda>에 따르면 야마Yama란 최초의 인간이자 최초로 죽은 자인데, 이 자는 최초로 죽은 후 죽음의 세계인 명계의 우두머리가 되었다고 한다. 이 야마가 중국으로 건너와 도교와 습합習合하면서 음사音寫되어 염마閻魔, 즉 염라대왕閻羅大王이 되었고 지옥에 떨어진 사람이 지은 생전의 선과 악을 심판하는 명계의 왕이 되었다고 한다. 원래 야마Yama는 삼계三界인 욕계, 색계, 무색계 중 욕계의 육천六天 중 세 번째 하늘인 야마천夜摩天에서 살고 있는 천인天人인데 땅속에 있다는 저승세계인 명계를 지배하는 왕 노릇도 겸하고 있는 셈이다. 야마는 좋겠다, 야마천에서는 천인天人이면서 명계에 내려오면 왕노릇까지 하고 있으니. 그래서 뭐든지 첫 번째가 좋은 법이다.





 

 사람을 두 가지로 구분한다면 밥을 좋아하는 사람과 빵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구분할 수도 있고, 짬뽕을 좋아하는지 짜장면을 좋아하는지로 구분할 수도 있는데, 역시나 물을 좋아하는지 물을 싫어하는지로도 구분할 수가 있다. 물론 나는 물을 좋아하는, 그중에서도 매우 좋아하는 편이다. 그래서 예전에는 일주일이면 한 번 가량은 꼭 목욕탕에 가서 온탕에서 몸을 불리고 열탕에서 땀을 흘린 뒤 빨간 이태리 타올로 온몸을 북북 문질러야 몸이 개운하다고 느끼는 열혈 공중목욕탕 애호가였는데 언제부터인가 각 가정마다 샤워기가 보급되고부터는 서서히 목욕탕에 들르는 횟수가 줄어들더니만 이제 일 년이 지나야 한두 번 갈까 말까하는 지경에 이르고 말았다. 그런저런 이유로 인해 나는 몸이 녹적지근하다든지 근질거리면 일단 목욕탕에를 가고 본다. 그래서 오늘 오후에는 올해 들어서 처음 아닌가싶은 의문을 가지면서 목욕탕으로 향했다. 큰 도로변 5층 건물 지하에 있는 목욕탕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서 우리나라 대중목욕탕은 언제부터 시작되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서양에도 몸을 따뜻한 물에 불려 때를 문지르는 대중목욕탕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가까운 나라 일본에는 대중목욕탕이 참 많이 있다. 규슈九州와 혼슈本州의 각 도시마다 공중목욕탕이 있는 것을 보면 홋카이도北海道와 시고쿠四國에는 가보지 않았어도 분명 목욕탕이 많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일본은 소설이나 영화에도 목욕이나 목욕탕을 배경으로 하는 장면이나 묘사가 어느 나라 작품보다 많이 나오고 있다. 내가 목욕을 특히 좋아하는 것도 아마 중학교 다니던 시절 살았던 우리 집이 일본식 집인 적산가옥敵産家屋이라 아궁이에 불을 때서 달구는 무쇠목간통이 있어서 거의 일주일에 한 번씩은 목욕을 하는 사치를 누려서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일본 대중목욕탕에 들어가 보면 우리나라 대중목욕탕과 구조가 거의 흡사했다. 그걸로 봐서는 일제강점기에 일본 대중목욕탕 문화가 우리나라에 흘러들어와 시간이 흐르면서 우리식으로 정착하게 된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대중목욕탕에 들어가면 우선 옷을 벗어 옷장에 걸어 넣고 일단 습관적으로 몸무게를 재보았다. 저울 수치가 80Kg을 살짝 넘기고 있어서 한증탕汗蒸湯에 몇 번 들락거리다가 나오면 80Kg아래로 내려가겠구나 하는 희망을 갖게 주었다. 금요일 오후에는 목욕탕에 사람이 별로 없는 것인지 아니면 사람들이 예전에 비해 목욕탕을 별로 찾지 않는 것인지 욕탕 내부나 외부에 사람이 별로 보이지 않았다. 거울 앞에 쌓여있는 황토색 수건을 하나 꺼내 들고 욕탕 안으로 들어갔다. 욕탕이 세 군데, 한증탕이 세 군데 있는 제법 넓은 목욕탕에 사람이라고 해야 고작 너덧 사람이 있을 뿐이었다. 먼저 간단하게 샤워를 하고 온탕溫湯으로 들어가 앉았다. 온탕 가운데서는 바닥으로부터 물이 뿜어져 올라와 따뜻한 물을 욕탕 전체로 파동을 치듯 퍼뜨리고 있었다. 온탕에서 몸이 알맞게 덥혀지자 이번에는 열탕熱湯으로 자리를 옮겨 본격적으로 몸을 불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름은 열탕인데 예전 열탕의 위엄을 찾아보기가 어려웠다. 열탕이라면 몸을 한꺼번에 풍덩하고 잠그기가 어려워 욕탕 가장자리에 앉아 발부터 슬그머니 넣어 뜨거운 열기에 적응을 해가다가 슬그머니 종아리까지 담가보고 나서는 다음 단계로 계단 턱에 내려앉아 배꼽까지 담근 뒤에야 흡~~ 호흡을 하면서 목까지 잠기도록 욕탕바닥에 내려앉는 모험을 감행하게 되는데 그렇게 삼사 분을 버티고 앉아있다 욕탕 밖으로 나오면 열탕 열기에 익은 피부가 분홍색으로 물들어 마치 3월에 피는 봄꽃처럼 보였다. 만일 여탕女湯에 들어갈 수 있다면 그 순간 휘어져 부드러운 산구릉에 도화색桃花色 복숭아꽃이 만발한 것처럼 별난 풍경風景과 화사한 향기香氣가 아름다웠을 테지. 열탕에서 나와 수도꼭지 앞에 자리를 잡고 둥근 통 위에 앉아 수건을 말아 팔과 목과 가슴을 북북 문질러보았으나 지우개밥 같은 때가 밀려나오지 않아서 아직 몸이 덜 불렸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으나 그건 아니고 집에서 자주 씻은 때문인 듯했다. 양팔과 목에서 시작해서 가슴과 배를 지나 허벅지와 종아리에 이르도록 한바탕 때를 민 뒤 옆 사람에게 등밀이를 부탁해서 닦아내고는 샤워를 하면 일단 대중목욕탕의 목욕의 정석은 마치게 된다. 이제부터는 한증탕 순례를 시작하는 순서가 된다. 맨 왼쪽이 옥한증탕인데 대체로 안에 들어가 보면 앉는 통돌도 옥으로 깎아놓은 옥돌의자이고 바닥도 군데군데 옥돌이 깔려있는 모습이었다. 옥한증탕에서 나와 덥혀진 몸에 찬물을 끼얹어 열을 식힌 후 냉탕으로 들어가 피부에 자극을 주고 있는데 냉탕에 사람이 나밖에 없으니 갑자기 수영을 해보고 싶었다. 이 목욕탕은 냉탕이 길고 커서 갈 때는 평영平泳으로 올 때는 크롤영법泳法으로 해보았는데 오랜만에 해보는 동작이라 물이 편안하지는 않았어도 물에 떠다니는 데는 지장이 없었다. 그러는 동안 다시 수영장에를 다녀보고 싶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냉탕을 마치자 다음에는 게르마늄 한증탕으로 또 냉탕을 마치자 마지막 칸인 황토 한증탕으로 들어갔다가 냉탕을 마치고는 옥돌 휴게실에서 따뜻하게 데워진 옥돌위에 드러누워 잠시 휴식을 취했다. 벌써 목욕탕에 들어온 지 두 시간이 넘게 지나고 있어서 그러한지 약간은 피곤함이 느껴졌다.





 

 그렇게 잠이 들락 말락 하는 사이에 노근한 편안함이 강 같은 평화로 흘러내리듯 팔과 다리를 감싸고 있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사위四圍가 너무 조용하다싶어 옆으로 돌아누워 눈을 살짝 떠보았더니 바로 눈앞에 눈썹 짙은 생소한 얼굴이 무표정하게 눈을 꼭 감은 채로 들여다보였다. 그러고는 다시 눈을 감고 비몽사몽非夢似夢 중에 몸을 맡겼다. 꿈인지 상상인지 날개 단 생각들이 어딘가를 헤집고 돌아다니다가 또 눈을 깜박 떠보았더니 이번에는 길고 창백한 얼굴이 엷은 실눈을 뜨고 나를 마주보고 있었다. 뭔지 이상하다는 생각이 잠깐 들긴 했으나 무거운 눈꺼풀이 스르르 내려앉으면서 다시 어둡고 불온不穩한 기억의 깊은 곳으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잠시 그렇게 기억 속을 돌아다니다가 달구어진 옥돌의 따끈한 온기가 올라오는 등짝에 비해 목 주위가 서늘하다고 느껴져서 눈을 살짝 떠보았더니 맷돌처럼 동그란 형태에 눈과 코와 입이 오밀조밀 붙어있는 희화화戲畫化된 캐릭터 같은 얼굴이 허공에 둥실 떠있었다. 순간 내가 지금 꿈을 꾸고 있는 중이라고 생각을 했지만 다시 눈을 뜨면 또 그 모습이 보일 것 같아서 이번에는 의식적으로 눈을 감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옆에 누군가가 옥돌위에 드러눕는 것인지 상대방의 몸이 나의 허벅지와 발가락이 슬쩍 닿았는데 그 접촉을 통해 차디찬 한기가 몸속으로 찌르듯 밀려들어왔다. 물방울 소리 하나 없이 지나치게 조용한 목욕탕 분위기하며 위화감 느끼는 주변의 얼굴들과 온몸이 싸늘하게 식어버리는 한기 등으로 인해서 우웅, 그제야 주변의 촉감들이 뭔가 사람의 짓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사람의 짓이 아니면 수증기를 통한 열기熱氣와 냉각된 한기寒氣의 짓이란 말인가. 그렇게 있다가 드디어 철벅거리는 물소리와 두런두런 사람들의 이야기소리가 들려왔다. 미간에 힘을 주어 눈을 뜨고 옥돌바닥에 일어나 앉아 벽에 걸려있는 시계를 보았더니 목욕탕에 들어온 지 4시간이 훨씬 더 지나가고 있었다. 옥돌 휴게실에 잠시, 그러니까 이삼십 분가량 누워있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벌써 두 시간 반 이상을 자다 깨다 하면서 미몽迷夢 속을 돌아다니고 있었던 것이다.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하고 머리를 찬물로 행군 뒤 정신을 차리고 나서 목욕탕 안을 돌아다니면서 둘러보았더니 눈썹 짙은 무표정한 얼굴도, 길고 창백한 얼굴도, 맷돌처럼 동그란 얼굴도 여기저기 앉아있었다. 역시 냉탕에서 서늘하게 물장구를 치고 있는 사람도 보였다. 글쎄, 목욕탕에 친근한 귀신이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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